나의 그림에서 꽃은 단순한 자연의 대상이 아니다. 꽃은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며 다시 순환하는 과정을 함축한 하나의 세계이며, 보이지 않는 생명의 에너지를 드러내는 매개체이다. 나는 꽃을 바라보면서 그 형태의 아름다움에 머무르기보다, 그 작은 존재 안에 깃든 생명의 신비와 힘을 느끼고 그것을 화면 위에 옮기고자 한다.
특히 수련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물 위에 고요히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는 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듯하지만, 그 안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명의 에너지가 존재한다. 뿌리는 물 아래 깊이 자리하고 줄기는 수면을 뚫고 올라오며 꽃은 빛을 향해 피어난다. 하나의 꽃이 피어나는 과정 자체가 생명의 질서이며, 자연이 지닌 경이로운 힘의 표현이다.
나는 이러한 생명의 움직임을 꽃의 외형만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꽃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와 색채, 빛과 공간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생명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한다.
나에게 색채는 캔버스의 표면을 덮는 물질이 아니다.
색채는 공기이며, 공기는 공간이 되고, 공간은 시간이 되며, 시간은 생명의 시간이 된다.
따라서 내가 사용하는 색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상을 재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색은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언어이며, 꽃을 둘러싼 공기의 흐름과 생명의 기운을 가시화하는 방식이다. 꽃 주변을 감싸는 색채의 번짐과 깊이는 마치 공기가 흐르는 것처럼 화면 안에서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속에서 꽃은 하나의 고립된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세계의 일부로 존재한다.
나는 작은 꽃 한 송이에서도 무한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라, 꽃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의 감각과 마음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래서 나의 그림에서 꽃은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화면 너머의 더 넓은 공간으로 관람자를 이끈다. 관람자는 꽃의 형태를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꽃을 둘러싼 공기와 색채의 흐름을 따라 자연과 감각적으로 교감하게 된다.
이러한 시선에서 꽃은 물질과 정신을 연결하는 존재가 된다. 눈앞에 피어난 하나의 꽃은 구체적인 물질이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힘은 비물질적이다. 나는 바로 그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경계를 회화로 표현하고 싶다. 보이는 꽃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생명을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색을 통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영혼의 깊이를 사유하는 것이다.
나는 작은 꽃 한 송이 안에서 거대한 생명의 세계를 본다. 그리고 그 생명의 세계를 색채와 공기, 공간과 시간으로 화면 위에 펼쳐놓고자 한다. 꽃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생명은 결코 작지 않다.
나의 회화는 바로 그 작은 존재 안에 깃든 위대한 생명의 힘을 발견하고, 그것을 색과 형태로 다시 세상 앞에 드러내는 작업이다. 보이는 꽃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생명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내가 꽃을 그리는 이유이며, 생명과 예술이 만나는 나의 회화적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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