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명의 사전적 정의는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생활의 지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를 뜻합니다.
갑진년 새해 좌우명으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비범한 깨우침을 주는 명사의 이야기와 고전의 명문장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논어에서 가려 뽑은 명문장. 지면관계로 원문은 생략합니다.
☞논어(論語) 제 12편 안연(顔淵) 20장.
자장(공자의 제자) 선비가 어떻게 하면 통달 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 무엇인고? 자네가 말한 통달한 사람이란?
자장 나라에서는 반드시 소문이 나는 것을 말 하 옵니다.
공자 그것은 소문난 사람이지 통달한 사람이 아니란다.
무릇 통달한 사람은,
질박하며 정직하고 정의를 좋아하며,
남의 말을 깊이 살피고 얼굴빛을 잘 관찰하며 생각해서
자기를 낮춘다.
(그렇게 하면)
나라에 나가서도 통달하게 마련이며
집안에서도 통달하기 마련이다.
무릇 소문난 사람이란,
얼굴빛은 어진 척하지만 행동이 딴판이며,
그렇게 살면서도
(자기 잘못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도)
나라에 나가서도 소문나게 마련이며,
집안에 있어도 소문나게 마련이다.
☞ 논어(論語) 제12편 안연(顔淵) 21장.
번지(공자의 제자) 가 무우라는 곳을 거닐다가 스승에게 묻는다.
번지 덕을 높이 쌓고, 사악함을 바로잡고, 미혹을 분별하자면(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자 참 좋은 질문 이 로고.
일을 먼저 생각하고 얻음을 뒤로하면 덕을 높이는 것이 아니 겠느냐!
자기의 나쁨은 공격하고 남의 나쁨은 공격하지 않는 것이
사악함을 바로잡는 거이 아니 겠느냐!
하루 아침의 분노로 자신을 망치고 화가 부모에게 까지 미치게 하는 것이
미혹이 아니 겠느냐?
☞논어(論語) 제17편 양화(陽貨) 8장.
공자 자로야! 여섯 가지 말(六言)에 따르는 여섯 가지 폐단(六蔽)에 관하여 들은 일이 있느냐?
자로(공자의 제자)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
공자 거기 앉거라. 네가 말해 주마!
인(仁)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싫어하면 그 폐단은 어리석어 지고
지(知)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싫어하면 그 폐단은 무질서해지고
신(信)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싫어하면 그 폐단은 의로움을 해치고
직(直)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싫어하면 그 폐단은 가혹해지고
용(勇)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싫어하면 그 폐단은 난폭해지고
강(剛)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싫어하면 그 폐단은 무모해 지느니라.
◎순자(荀子) 제27편 대략(大略, 위대한 학문의 개략) 제59장.
자공(공자의 제자) 저는 공부하는데 지쳤습니다. 그만 쉬면서 임금이나 섬기고 싶습니다.
공자 임금을 섬기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임금을 섬기면서 어떻게 쉴 수 있다는 것이냐?
자공 그렇다면 저는 그만 쉬면서 부모님이나 섬기고 싶습니다.
공자 부모를 섬기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부모를 섬기면서 어떻게 쉴 수 있다는 것이냐?
자공 그렇다면 저는 쉬면서 처자와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공자 처자와 함께 지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처자와 함께 지내며 어떻게 쉴 수 있다는 것이냐?
자공 그렇다면 저는 그만 쉬면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공자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어떻게 쉴 수 있다는 것이냐?
자공 그렇다면 저는 쉬면서 농사나 짓고 싶습니다.
공자 농사를 짓는 것이 그처럼 어려운데 농사를 지으면서 어떻게 쉴 수 있다는 것이냐?
자공 그렇다면 저는 쉴 곳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공자 무덤의 봉분을 보아라. 높다랗고 우뚝하고 그릇을 엎어 놓은 것 같구나! 저것을 보면 쉴 곳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공 위대 하도다. 죽음이여! 군자는 쉬게 되고 소인도 모든 일을 그만 두게 되는구나!
→해설. 사람은 살면서 무슨 일을 하든 쉴 수 없는 동물입니다. 죽음만이 진정한 휴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한 열심히 일하며 살아야 함을 뜻합니다.
○논어 안연 편의 번역은 전광진 교수님의 저서 “우리말 속뜻 논어”에서 그리고 논어 양화 편의 번역은 김석원 선생님의 저서 “논어”에서 인용했습니다. 순자 대략편의 번역은 김학주 선생님의 “순자” 번역문을 축약해서 인용했습니다.
◎성공적인 삶에 대한 정의.
한 강연회에서 세계적인 주식투자가 워런버핏(Warren Buffett)에게 어떤 여대생이 물었다.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세요?”
버핏이 대답했다
“당신이 사랑해 줬으면 하는 사람이 당신을 사랑해 주면, 그게 성공입니다. 당신은 세상의 부를 얻고 많은 건물을 가질 수 있겠죠. 그러나 사람들이 당신을 생각해 주지 않으면 그건 성공이 아닙니다.”
버핏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오마하에 벨라 아이젠버그란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때 아우슈비츠 수용소(Auschwitz Concentration Camp)에 수감된 경험이 있었죠.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친구를 사귀는데 매우 더뎌요. 왜냐하면, 사람들을 만날 때 속으로 이렇게 질문하거든요. ‘저 사람들은 나를 숨겨 줄 까 하고 말 이 에요’.”
당신이 70세나 75세가 됐을 때 주위에 당신을 숨겨 줄 만한 사람이 많다면 성공한 거예요. 반대로 아무도 당신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다면, 돈이 얼마나 많든 당신은 성공하지 못한 거예요.
논어 안연편 22장에서 제자인 번지가 스승인 공자에게 “인(仁)이란 무엇을 말하나요”하고 묻자 공자가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연달아 “지(知)는 무엇을 말하나요”하고 묻자 “사람을 아는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워런버핏(Warren Buffett)의 성공에 관한 이야기가 곧 바로 물질의 상징인 돈으로 귀결되지 않고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사랑” 그리고 “사람을 알아보는 것”의 의미가 담긴 인본주의를 지향하는 따뜻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워런 버핏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좋은 삶의 판단 기준은 돈과 무관하다. 오히려 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감정인 ‘사랑’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라고.
The ultimate test of a life well-lived has nothing to do with money and everything to do with the most powerful emotion a human being can feel: love.
위에서 인용한 논어(論語) 양화(陽貨) 편에 나오는 여섯 가지 말(六言)과 육폐(六蔽)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불호학(不好學) 즉 “배우지 아니하면” 또는 “배우기를 싫어하면”으로 해석되는 조건절 문장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배움”을 통상적으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학문적인 공부 즉 진리 탐구라는 뜻으로 해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논어 안연 편에서 “’지(知)’란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라는 공자님의 유권해석에 관점에서 보면 “배움”이란 학문적 배움이 라기보다 “사람에 대한 공부’의 비중이 더 크다고 필자는 해석합니다.
가족을 비롯하여 자기가 자주 마주치고 교류하는 사람에 대한 공부가 충분하지 못하면 가정불화는 말 할 것도 없고 사회 생활에서 조차 마찰과 불협화음을 일으켜 더불어 삶에 지장을 초래 하게됩니다.. 포용력은 아무 준비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발휘할 수 있는 편리한 덕성이 아닙니다. 사람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비로소 알맞는 포용력을 제때에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입장에 서게 됩니다.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음식이 맛이 없어 피드백을 받을 수 없듯이 사람에 대한 선행학습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형식적인 포용으로는 인간관계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글의 주제와 궤를 같이 하는 꽃과 술 그리고 사람의 향기를 비교한 동양의 정서를 잘 표현한 글이 있어 여담으로 소개 하오니 갑진년의 출발점에서 그 의미를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며,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출전 남사(南史)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의 대구를 신년 하례회(新年賀禮會)의 건배사로 채택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한 사람들끼리 모임이라면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거듭 정초인사 드립니다.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내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