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장동건과 고소영이 사귄다고? 1등끼리만 사귀는 더러운 세상!"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를 낳은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취객으로 등장하는 개그맨이 내뱉은 대사다.
외모와 학력, 직업에서 늘 1등만 주목하는 승자독식 세태를 향한 야유다.
당대 미남미녀 스타의 결합을 선망과 질시의 두 눈으로 보는 평범한 대중의 이중 심리도 꼬집었다.
▶배우 김혜수 유해진이 연인관계라고 팬들에게 고백했다.
김혜수는 화려한 외모의 스타이고, 유해진은 소박한 외모의 조연급이다.
두 사람의 열애는 1등끼리만 사귄다는 악플에 시달리지 않는다.
김혜수의 미니홈피에는 "솔직히 혜수 언니가 좀 더 아깝지만 아름다운 사랑 하세요"라는 식의 글이 쌓여 있다.
▶로맨틱 코미디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1996년)도 사랑은 얼굴이 아니라 영혼에서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에미는 작은 키, 수수한 외모에 콤플렉스가 크다.
단짝은 금발의 팔등신 미인(우마 서먼)이다.
에미는 전화로 라디오 상담을 해온 멋진 사진작가의 구애를 받지만 자신이 없어 미녀 친구를 대역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남자가 좋아한 것은 에미의 재치와 유머, 지성이었기에 결국 진정한 연인을 알아보는 해피엔딩이다.
이 영화가 작년 말 우리 20~30대 여성이 좋아하는 10대 영화에 꼽힌 데엔 정신적 사랑을 믿고 싶은 평범한 여성들의 꿈이 배어 있다.
▶곧 영화로 만들어질 박민규의 장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잘생긴 남자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이야기다.
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의 산물이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키 180 이하 남자는 루저"라는 한 여대생의 발언이 드러냈듯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는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청년 백수들이 '취업성형'도 서슴지 않을 정도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것은 재산과 직업, 학벌이라는 겉모습에 취한 세태의 변형 버전이다.
누구나 장동건·고소영 커플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김혜수·유해진 커플은 많은 사람에게 놀라움과 함께 신선함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