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의 여행에 막바지시간.
홀로 이별만찬이라도 즐겨야하겠다하는 마음에 바닷가 가까운곳의
포장마차를 향했다.
인정이 많아보이는 아저씨는 홀로왔다는 나의 말에
신선한 횟감을 듬뿍 얹어주시고는 구워먹을만한 어패류까지
주시고는 그 덕분에 난 소주 두 병을 신나게 비워내고 있던 참이었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친 후에 비에 젖은 두 부부가 들어왔다.
(그들의 눈에 홀로앉아 술을 마시는 나도 이상하게 보였으리라)
무언가 행동이 불편해보이는 아내를 정성껏 닦아주는 남자의 표정은
떨고있는 아내를 위해 말없이
"괜찮다. 불을 피워주셨으니 이제 괜찮아질것이야"라고 하듯
말은 없었지만 그런 느낌의 대화를 하고있는 듯했다.
조금 추위가 가셨는지...
아내는 사이다를 시키고, 남자는 소주 한병을 주문했다.
여의치가 않은지...홍합탕을 한사발 시켜놓고는
흥겹게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그들에게서
나는 아무런 말을 듣지못했다.
아내는 언어장애인 듯했다.
남자도 약간의 언어장애가 있는 듯했지만 아내보다는 낫기에
가끔 웃으며 쳐다보는 나를 위해 묻지도 않았는데
아내의 이야기를 통역해 주는것이다.
해맑게 웃으며 아내의 말을 그대로 말하고는
한차례 짖궂게 아내를 나무란다.
그렇게 오랜시간을 우린 친구가 된 듯 이야기를 했다.
귀기울이려 했기때문일까.
이제 남편의 통역이 없어도 난 그 아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셋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했다.
그 덕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난 심야버스를 타야하긴 했지만...
그들에게 특별히 내가 해줄것이 없단 생각이 들어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은 조개들을 곱게 구워
그들에게 선사했더니 조금 전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서로 즐거워하는 모습에 행복이라는 것을 느꼈다.
난 그 남편에게 아내가 참 예쁘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정말 예뻤다.
수줍은 웃음짓는 그 아내의 모습과 표정속엔 어둠도 없고
남편을 사랑하는 눈빛과 말투가 배어있었다.
그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부산을 찾았다했다.
마산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두명의 아이들이 있고
부모님도 모신다했다.
그야말로 행복한 가정이 아닌가
그들이 정상인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정상인들보다 더 아름다운 표정과 마음으로 살아가고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서 어려움이란 보이질않았다.
그래서 홀로 이별만찬을 열었던 나에게
그 장애인 부부는 특별한 손님으로 특별한 추억으로
아직까지 밝게 웃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아직도 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 있을 진대
(나) 또는 (우리)들은 쉽게 포기하고 쉽게 버리는 것들이
너무나 많으니 가끔은 주위를 살펴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부부처럼 해맑은 웃음도 있으니
무엇이든 지금 포기하거나 어두운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아직은 이른것이 아닐까
그들의 마음을 존경하며, 어디에서건 다시 만나게 되면
아이들은 잘 크냐고, 부모님은 건강하시냐고,
여전히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덕분에 나또한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