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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게시판 스크랩 4살짜리 딸의 신종플루 극복기
불바 추천 0 조회 59 09.11.07 11:34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혹, 신종와 관련한 낚시글이라고 욕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지난 월요일부터 겪었던 우리 4살짜리 작은딸의 신종플루 극복기를 올려보고자 한다.

 

나는 경기도 모처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이다.

 

일요일(11.1)까지 잘 놀고 새벽 5:40경 내가 출근길에 앞서 두 딸래미들 머리맡에 손을 대 보았을때도 별다른 이상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서대문에 있는 사무실까지 7시경에 도착하여 일하고 있는데 10시쯤에 집사람이 전화가 왔다.

둘째가 평소보다 한시간 가량 늦게 일어나더니 베개를 들고 울면서 나오는데 머리맡에 손을 대보니 열이있어 체온을 재보니 38도를 넘는다는 이야기다.

 

순간, '신종플루라는게 남의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얼핏 지나가는데, 집사람에게 어서 평소에 다니던 소아과에 어서 데려가라고 하고선 사무실을 대충 치우기 시작했다.

사무실에다 간단히 이야기하고 바로 두번의 환승을 거쳐 4403번을 타고 동탄에 오니 11시 반을 넘기고 있어 다은마을 앞에 내려 소아과로 직행했다.

 

병원을 들어가니 진료가 끝나고 약까지 받아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병원이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대충 집사람한테서 경과를 들으니 병원에 와서 의사 선생님께 증세를 설명하자 무슨 간이검사를 해보고는 20분쯤 뒤에 부르더니 '90% 신종플루가 확실하다'고 하였단다 그러면서 바로 타미플루 처방과 함께 감기약까지 처방받아 약까지 타서 나오는 길이란다.

집에 나이로 4살인 작은딸이 축 쳐져 눈도 제대로 못뜨고 있어 물었더니 어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이야기했다 한다.

 

 

 <타미플루 처방약과일반 감기약>

 

 

 

우선 집에와서 애 약부터 먹이고 있는데 열은 그대로다. 38도를 훨씬 넘기고 있었으니.

아주대에 아는 의사친척이 있어 그쪽 상황을 물어보니 큰 병원이나 거점병원에 가지말고 집에서 간호해주란다. 괜히 큰 병원, 거점병원 간다고 왔다가 기다리기만 4-5시간에 오히려 환자 만든단다. 게다가 확진판정 받아서 뭘 하겠느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사의 판단이 거의 맞다고 보고 48시간 이내에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효과를 본다는 것이란다.

말을 듣고보니 맞는 말일거 같은데 배가 아프다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탈진해 있는, 아침부터 물 한잔 안마시는 딸이 탈수증세가 올까 두렵다고 했더니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혀 달라고 하란다.

 

종합병원의 일선 의사의 이야기니 아무리 내 처지가 급하더라도 안믿을수는 없고, 결국 애를 다시 들쳐업고 소아과를 찾아갔더니 점심시간이다. 그 와중에 간호사님이 잠시 나와 의사선생님과 상의하더니 수액을 맞혀준다

주사를 극도로 싫어하는 딸이 워낙 힘이 없었는지 크게 요동치지도 못하고 눈물만 줄줄 흘린다. 에그

 

3시간이 좀 넘게 걸려 수액을 다 맞고 나니 겨우 눈은 뜨는데, 힘은 여전히 없다. 다행인 것은 그때쯤 되니 열이 상당히 떨어져 37.2도 정도까지 내려와 있었다.

집에와서 큰방에다 눕혀놨더니 제발로 일어나 걸어나오더니 거실에 눕는다.

한동안 멍하니 있더니 어느새 눈을 들여다보니 눈알이 초롱초롱하다. 머리를 만져보니 열은 거의 사라진 상태.

 

우리가 저녁을 먹고 있으니 배고프단다. 헉~~!

계란 하나 굽고 불고기 국물 만들어 비벼주니 제법 먹는다.

좀  먹고 나니 힘이 나는지 언니한테 트집도 잡고 대들기도 한다..

아이구 이녀석, 이제 살만하구나....ㅎㅎㅎㅎ

 

다음날 새벽 일어나 조마조마한 마음에 출근하면서 머리에 손을 얹어보니 열이 없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부터 집사람한테 애 잘보고 열 체크하라고 했더니 중간중간 문자가 오는데 잘 놀고 언니한테 대들고 까불락 거리는게 환자는 아닌것 같단다.

 

그 상태로 오늘까지 왔다 

나는 아직 우리딸이 걸린게 신종플루인지 아닌지를 확진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모른다. 다만 의사가 직업적 판단과 간이검사 결과 90%로 판단했다면  신종플루가 맞다고 생각한다.

 

그 후 처리에 있어서도 어쩌면 병 그자체보다 더 무서운 탈수증세 등 후유증이 없이 의사를 믿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아 바로 먹였으며, 이로 인해 몇시간내에서부터 열이 떨어지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다는 점. 이 부분에서는 정말 잘한것 같다.

거점병원을 찾아 검사를 한다해도 2-3일이 걸리는데 확진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타미플루를 먹었으면 효과를 보겠지만, 보통때처럼  검사결과 기다리다가는 발병 48시간 내에 먹여야 효과를 본다는 그 효과를 못보았을지 모른다.

 

아무튼 10.30부터 대책을 확대하면서 의서의 판단에 따라 타미플루를 처방하여 복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정말 잘한것 같다.

의사는 고도의 전문직이다. 그들의 경험과 판단을 이 비상시에 국가와 국민들이 믿도록 한 것이다.

하루에도 수천명, 만명에 육박하는 환자 발생에 대처하려면 너무 빡박한 원칙준수 보다는 시기에 맞는 대응전략이 필요한데 이건 정말 잘 한것 같다.

 

 

여담이지만, 우리 사무실에서는 나의 경우와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다른 직원이 하루 휴가를 내서 애들 둘이가 이상하다면서 병원을 갔다왔단다.

그런데, 검사를 하고 의사가 타미플루 처방을 해주지 않아 일반감기약으로 견디다가 수요일 오후 병원에서 양성확진 소식이 떨어졌다.

그때는 이미 확실히 신종플루에 걸렸던 두 아이들이 거의 다  나아간 상태라 의미없는 확진결과였다.

 

일반적으로 전염성이 강한 독감같은 질병이 치사율은 낮다고 한다.

이번 신종플루도 치사율이 0.1%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일본의 경우 400만명 정도 감염에 40여명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가 비록 이번이로 혼은 났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이 글을 쓸 수가 있는 것은 인간의 지혜와 그동안 축적해논 지식을 믿기 때문이다.

신종플루는 현대판 흑사병도 아니고 에이즈와 같은 불치에 가까운 병도 아니다.

신종플루가 무서웠던 것은 변종이 워낙 변화무쌍한 신종플루 같은 질병이 아니라 우리의 머리속에 있는 질병에 대한 공포다

 

제1차세계대전의 와중에 있었던 스페인 독감으로 8천만명이 사망했으니 지금 그런 질병이 발생하면 수억명이 죽을 것이라는 공포, 또는 세월이 흘러 더 독해진 균으로 인해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 등은 막연한 우리의 공포감을 불러온다고 본다.

 

나는 이 글의 말미에 두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첫째는, 신종플루에 걸리거나 의사의 판단으로 신종플루가 의심이 된다면 꼭 신종플루를 복용하되 대신 처방된 5일치를 꼭 다 복용해달라는 것이다. 하루 이틀만 복용해도 열은 내리고 증세가 사라지지만 병균의 위력이 5일 정도에 최고조에 달한다니 다른 사람에 대한 전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꼭 복용법을 준수해 달라는 것이다.

 

둘째는, 막연한 공포감은 그 실체보다는 항상 과장된 것이므로 냉정을 되찾고 우리 인류의 지혜를 믿어 달라는 것이다.

내 어린 딸이 신종플루로 의심되는 질병에 걸렸다니 평소 담담하던 나도 눈앞이 캄캄해졌다. 사실이다.

그렇지만 잘 극복하지 않았는가. 만으로 4살이 될려면 아직 반년이 더 있어야 하는 거의 고위험군에 속하는 우리 작은 딸이 말이다.

 

여담 한가지만 하고 끝을 맺는다.

 

8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대학을 다녔던 내가 당시 매주 보던 잡지가 미국 시사주간지 Time지다(물론 영자지이다)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당시 그 책의 Technology 부분과 Health, World 지면은 내가 좋아하던 페이지였다.

86년도던가. 거기에 커버스토리로 AIDS가 나왔었다.

전 6페이지인가 8페이지인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그 한 섹션에는 '에이즈에 걸릴 수 있는 10가지 경우'라고 그림까지 곁들여 해설을 해놨는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케이스가 몇개 생각난다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가 AIDS에 걸릴수 있다',  '야구에서 홈인을 하다 AIDS에 걸릴 수 있다', '여름에 잠자다 모기에 걸려 AIDS에 걸릴 수 있다', '연인끼리 키스를 하다가도 AIDS에 걸릴 수 있다, ............. 등

 

지금 생각하면 무슨 코미디를 그렇게 하느냐고 말하겠지만,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미국 타임지가 그런 기사를 특집으로 냈으니 안믿을 재주가 있겠는가. 나는 그때 에이즈가 정말로 무서웠다. 아니 세상이 무서웠다.

잠자다 모기에 걸려서도,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가도, 또 키스를 하다가도 걸릴 수 있는 게 AIDS라니...

더구나 걸리기만 하면 약도 없고 몇년간 잠복기동안 걸린 여부도 알수 없는데 말이다.

 

에이즈는 지금도 문제다.

그렇지만 인류는 제2의 흑사병이라고 부르는 에이즈 마저도 성장세를 상당히 둔화시키거나,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니더라도  지연시킬수 있는 치료제는 몇가지가 나와서 실제 사용중이지 않는가

 

크게 요동이 치는 이런 시기일 수록 좀 더 냉정해지다.

시장에 큰불이 나서 사람들이 불구경에 다 나가고 나면 항상 그 덕은 누가 봐왔던가. 좀도둑 아니었던가

 

위기라고 모두들 호들갑을 떨 수록 좀 더 냉정하게 앞을 보고 순리에 따라 대처하자.

우리 자신들만 제외하고는 모두들 우리를 선진국민이라고 한다. 선진국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그에 걸맞은 상황 대처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또한 우리가 지금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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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11.07 12:04

    첫댓글 아름다운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한 따님이 완치가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마음고생은 얼마나 많이 하셨을까요 유익한 자료가 되어서 많은 분들이 유익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09.11.07 13:20

    안그래도 블로그를 찾다가 실패했습니다....암튼 정말 다행입니다......불바님은 의사를 잘 만난것 같습니다. 그 의사의 판단이 아이을 고생시키지 않은 것 같구요,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한 부모님의 행동도 도움이 크게 된듯합니다. 사망한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초기 대응이 없었고 확진이 늦어져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고생했을 마음들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 졌습니다.....고맙습니다....

  • 09.11.07 18:34

    자녀의 아픔에 슬기롭게 대처하신것같습니다 따님의 쾌유를 다행으로 생각하며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 09.11.08 00:59

    따님의 쾌유를 축하드립니다 ....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아이들은 어렸을때 왜그리 병치레를 많이 하는지요 . 열흘이 지나면 전염도 안된다하니 이제는 걱정 마십시요. 다시는 감기도 안걸릴겁니다. 부모님의 지극정성으로 딸내미가 건강하게 잘 자라서 이 나라의 큰 일꾼이 되기를 기도 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 불바님 !

  • 09.11.09 23:02

    좋은 지혜의 체험담 감사히 읽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부모의 그 애타 했던 광경은 익히 알고도 남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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