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2-11-19)
< 한 방향으로 >
-文霞 鄭永仁-
나의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가 ‘전국 수목원 탐방’이다. 이젠 전라권, 경상권, 제주권만 남겨 두고 있다.
대개 수목원의 구성이나 짜임은 엇비슷하다. 주로 테마별로 조성해 놓고 있다. 수국원, 원추리원, 창포원, 100가지 나무원 등. 테마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 때문에 안내서나 안내판만 가지고 제대로 탐방하기 어렵다. 나 같이 길치인 경우는 제대로 찾아보기가 더욱 어렵다.
내가 다녀본 수목원 중에 그렇지 않은 수목원이 딱 한군데 있다. 곤지암에 있는 ‘화담숲(和談-) 수목원’이다. 이 수목원은 산꼭대기애서 한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관람하게 되어 있다. 탐방로 옆에 분재원, 단풍원 등이 산재 되어 있어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내려오면 수목원의 출구에 도달하게 된다.
작은 산으로 되어 있는 산꼭대기까지 테크로드(평면 복도)로 되어 있어 웬만한 사람이면 걸어서 산마루까지 올라갈 수 있다. 유모차까지도. 그도 절도 안 되면 모노레일을 타고 산마루에서 내려오면서 구경하면 된다. 또 빨리 올라가고 싶으면 곳곳에 잇는 지름길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 봄꽃,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가족들이 가볼만한 수목원이다. ‘화담숲(和談-)’이라는 수목원 이름답게 서로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하게 탐방하기 좋은 수목원이다. 더욱이 한 방향으로만 내려가면서 보게 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수목원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도 편리할 때가 많다. 서울 목동에 사는 딸네 집을 가려면 주로 일방통행로를 지나가야 한다. 유턴이 없기 때문에 잘못 들어서면 온 길로 다시 돌아가서 가야 하지만 생각보다 차가 밀리지 않고 교통 순환이 편리하다.
가 보지 못한 가구 이케아 매장도 고객들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케아의 철학인 ‘고정 경로 디자인(fixed path design)'이라 한다. 전 세계의 이케아 매장의 동선 방식이라 한다. 한 방향 설계대로 움직이다 보면 회사가 의도한 대로 전시하여 놓은 작품을 보면서 소비 충동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매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 계산대까지 움직이게 설계했다는 것이다. 화담숲 수목원도 마찬가지다. 입구에 발을 들여 놓으면 한 방향으로 된 동선은 따라 출구에 다다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경험하면서 일방통행의 사전 제도적인 설계가 부족했음을 큰 아쉬움으로 남게 하는 사고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그래도 우리는 외양간을 고쳐야 할 것이다. 두 번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세월호 같은 시고를 겪으면서 그때만 콩 튀듯 팥 튀듯 하다가 유야무야 되는 망각으로 잊혀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더구나 생명에 관한 일이라면 1%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각오가 말이다. 갈수록 군중이 덩어리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사실 안전이나 자유, 환경보호 등은 내가 조금 불편함을 참아야 얻을 수 있다.
어차피 인생이란 출생에서 죽음까지 가는 일방통행로다..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이다. 오늘 지나간 길은 다시 갈 수도 없다. 시간의 영겁도 매사매사 우리 곁을 일방통행의 길이기에 함께 지나간다. 한 번잘못 진입하면 빠져나오기가 야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유턴할 수도 없다. 입구도 하나이고 길도 한 방향이고 출구도 하나이다.
‘화담숲(和談-) 수목원’은 그 이름처럼 조곤조곤 담소하면서 화기애애하게 관람하라는 수목원이 되라고 그렇게 설립자인 고 구본무 회장이 지었다고 한다. 인공적으로 꼭대기까지 물을 올려 물길을 만들고 곳곳에 작은 폭포와 연못이 있다. 수목원도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도 않아 가족 나들이하기에 적당한 사살 수목원이다. 고 LG 그룹의 총수였던 구본무회장이 몸소 조성한 수목원이라 한다.
살다보면 한 가정, 한 사회, 한 국가 등 한 방향으로 가야할 때가 있다. 작금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그렇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온 나라, 온 국민이 사활을 걸고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니 살 길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물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그러면서 앞뒤를 다투지 않는다고 노자는 말한다. 이태원의 참사를 보면서 가는 길의 방향을 성찰케 한다. 얼마나 많은 값진 생명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갔기에, 우리의 옷깃을 여미어 생각게 한다.
오늘, 나는 한 방향 길로 딸네 집을 간다. 늦가을의 가을 단풍이 땅을 향해 한 방향으로 떨어진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 했던가. 우리는 소을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만 참척(慘慽)에 가까운 생명들의 참사를 자기들의 아전인수 격인 정치권력 욕심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더러운 기회주의에 함몰되지 말아야 한다.
‘남편이 죽으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다 묻는다.’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