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선 고등어
잘 익은 김치를 냄비 바닥에 넉넉하게 깔고 고등어 통조림을 붓는다.
여기에 된장 한 숟가락, 마늘, 파 등을 넣고 푹 끓여준다.
국물이 자박자박해지면 굵은 고춧가루와 국간장을 넣고 마무리한다.
‘백주부’란 애칭을 얻은 요리연구가 백종원씨가 최근 케이블 TV에서 소개한 ‘고등어조림’ 조리
법이 젊은층 사이에 인기다.
덕분에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고등어 통조림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배 넘게 팔렸다.
고등어는 등 푸른 생선의 대표 주자다. 특유의 감칠맛에 두툼한 살집, 두뇌발달과 성인병 예방
에 좋은 불포화지방산과 DHA 성분이 풍부한 ‘슈퍼 푸드’로 꼽힌다.
조림, 찌개, 구이로 변신 가능한 고등어 반찬은 오랜 세월 엄마표 집밥의 단골 메뉴였다.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졌으나 종로 피맛골의 좁은 골목은 점심시간과 퇴근 무렵 연탄불 위 석쇠
에서 고등어 굽는 냄새와 연기로 자욱했다. 노릇노릇 구워낸 ‘고갈비’는 따뜻한 쌀밥과 찰떡궁합
이었다. 값싸고 흔했던 ‘국민 생선’ 고등어의 위상에 변화가 느껴진다. 한반도 근해(앞바다)에서
잡히는 어획량(수산물이 잡힌 양)이 감소하면서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국내산의 경우 씨알 굵은 고등어가 줄어들면서 물량이 늘어도 가격은 오르는 현상도 빚어졌다
부산 공동어시장에 따르면 6월부터 7월 초까지 고등어 위탁 판매량은 전년 대비 81.3% 늘었으
나 6월 평균 도매가는 지난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불법 남획(짐승이나 물고기를 마구 잡음)과 이상고온(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주
요 원인이다.
시인은 소금에 절인 고등어에서 짜디짠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박후기 시인의 ‘자반고등어’란 작품이 그렇다.
고등어는 대중가요에서도 주목받는 생선이다.
신세대라면 취향에 따라 각기 루시드 폴의 서정적인 ‘고등어’와 노라조의 흥겨운 ‘고등어’를 선
호할 터다.
7080세대 가슴속에는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중얼중얼 읊조리듯 불러야 제 맛 나는 노래다.
이래서 오늘 저녁 메뉴는 당연히 고등어구이로 정했다.
간고등어에 얽힌 김환식의 글도 재미있어 소개한다
지푸라기에 목을 매단 간고등어 한손이 슬픈 표정으로 그네를 타고있다
저녁 무렵 한 켤레의 곤궁한 검정 고무신 고갯길을 터벅터벅 넘어오는 것이다
장날이면 손때 묻은 아부지의 지게에 매달려 돌아오던 한손의 간고등어다
오장육부에 꾸역꾸역 천일염을 채워놓고 삶이란 이렇게 염장으로 저려지는 것이란 듯 동짓날
기나긴 밤 저혼자 처마끝에 물구나무 서서 찬찬히 한 생을 흔들고 있었다
동짓달 새벽. 아버지는 지게에다 산나물 몇 다발과 태양초 몇근. 곶감 몇 접, 검정콩 몇 되박 등
을 한 짐 지고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떠나시곤 했다.
그런 날이면, 우리 사남매는 삼십 리 장길을 떠난 아버지가 돌아오시길를 손꼽아 기다렸다.
마음만 조급하여 종일 눈길을 동구 밖 고갯길에 걸어두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무사히 장길을 돌아오시기를 염려 한 것보다 오늘 장엔 무엇을 사오실까가 더
궁금해서였다, 그땐 동짓달 짧은 해도 정말 지루하기만 했다.
저녁해가 서산을 넘어간 후에야 아버지는 눈에 익은 걸음걸이로 고갯길을 저만큼 띄엄띄엄 내려
오셨다. 고봉밥 한 그릇을 아랬목 이불 속에 붇어놓고, 혹시나 우리들에게 속마음 들키실까 괜시
리 까치발로 서서 한참씩이나 물끄러미 담 밖을 내다보시던 어머니는 그제서야 저녁 상을 차리
셨다. 우리들은 아버지의 지게에 매달린 군것질 봉지와 지푸라기에 묶여 매달린 간고등어 한손을
쳐다보며 빈 입맛을 다시기 일쑤였다.
다음날 아침이면 어머니는 우물가에 혼자 앉아 정성껏 고등어를 다듬었다.
고등어 한 마리를 다섯 토막으로 잘라 천일염을 또 한줌 조근조근 뿌리셨다
장작불을 피웠던 무쇠솥 아궁이에 적쇠를 올려놓고 노릿노릿 고등어를 구워 내시던 어머니의 손
길이 그렇게 신비로울 수가 없었다. 다섯 토막 중에 아버지에게 머리 부분을, 장남인 내게는 제
일 가운데 토막을 주셨다. 얼마만인지 모른다.
이렇게 부모님 내외분과 모두 시집 장가를 가고 학부형이 된 우리 사남매가 나란히 아침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본것이, 그리고 그 밥상 위에 노릿노릿하게 구워진 너댓 마리의 고등어와 서로 눈
을 바로보고 앉았는데, 문득 서로 조금 더 큰 토막을 먹겠다고 아우다웅하던 시절이 불현듯 그리
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집 아이들은 다르다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내 아이들과 조카들은 고등어 구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비린내가 난다는것이다.
글/시사원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