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개인전 ‘대서울 (1971)’리뷰
전시기간: 2011_0208 ▶ 2011_0226
전시장소: 표갤러리 사우스
글: 김영태(현대사진포럼대표)
사진은 시간 및 공간을 초월하는 매체이다. 사진의 발명으로 인해 과거를 되돌려서 볼 수 있게 되었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사진이 보여주는 과거의 시간은 사람들을 회상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한국의 근대화과정을 찍은 사진은 더욱 더 그러하다. 사진에 담겨져 있는 거리풍경, 건물모습, 거리를 거닐고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보는 이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빠르게 변모한 한국사회의 현실만큼 과거에 대한 그리운 감정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욱은 그동안 현실공간에 존재하는 창에 또 다른 현실이 담겨져 있는 스티커필름을 오려서 부착한 이후에 사진 찍기를 한 결과물을 발표 해왔다. 실상과 허상이 어우러져서 또 다른 비현실적인 공간이 발생해 보는 이들에게 독특한 시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선 50~60년대 한강을 중심으로 한 풍경을 필름스티커로 제작한 후 오려서 현재 서울 한강 풍경이 보이는 건물의 실제 창문에 붙여 도시의 낮과 밤의 풍경과 함께 사진을 찍어서 보여준다. 또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영상작품으로 제작해서 함께 전시했다. 50~60년대 한강을 중심으로 한 풍경에는 당시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내재되어 있다. 그러한 풍경을 담은 이미지와 동시대의 공간이 만나 또 다른 풍성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작가가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동일한 공간에서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시간을 포착해서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작가가 사진을 찍은 시간대에 따라서 최종 결과물의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자연광이 존재하는 낮 시간에 찍은 사진은 세밀한 디테일로 인해 감정적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차갑고 이성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자연광이 서서히 사라지며 인공조명과 만나는 순간에 찍은 사진에서는 세밀한 디테일이 생략되고 스티커필름이 오브제로 느껴지면서 감정적이고 비현실적인 공간이 발생했다.
작가가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단일매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특정한 행위의 결과물인 설치 작품과 사진이 만나서 생성된 또 다른 표상이다. 또 작품이 드러내는 내러티브도 보는 이의 연령에 따라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40대 이하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풍경에 대해서 생경한 듯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에 비해서 그 시절을 경험한 50대 이상 세대들은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가서 감상에 빠지는 것이다. 또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작품은 빠르게 영상이 진행되어 시각적인 즐거움이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펼쳐지는 색다른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및 영상은 과거의 시간을 시각화해 현재와 공존하는 색다른 시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그로인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혼란을 초래하고 새로운 담론을 생산한다. 다양한 형태의 시공간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여러 층위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동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진영상매체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가 이번에 이재욱이 발표하는 사진과 영상이 만난 사진영상 설치展이다. 또한 혼합매체적인 동시대 미술의 풍경을 반영하는 전시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