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미술평론가 허버트 리드는 《도상과 사상》에서 선사시대 움막의 둥근, 혹은 반구형 지붕에서 우주의 둥근 이미지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domos와 라틴어의 domus에서 영어의 dome, 이탈리아어 duomo 등이 유래된 역사를 통해서 흥미롭게 입증됩니다. 누우면 늘상 보이던 천장모양에서 인류가 사는 집인 우주의 모양을 떠올리고, 그것을 교회건축양식에 도입하는 과정이 먼저 도상이 있고, 이후에 사상이 있다는 리드의 생각을 잘 보여줍니다.
다른 한편 domus는 집 중에서도 로마의 상류층이 사는 ‘저택’을 의미했다고 합니다. 그밖에 서민들이 사는 주거형태는 insula였고, 전원주택은 villa였다고 합니다. 이렇듯 신분과 빈부의 차이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형태를 규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민으로 사는 것〉을 주제로 진행되는 2019년 고전특강의 하나로서 로마인들의 주거형태를 알아보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원형경기장이나 바실리카, 포룸같은 로마의 위대한 공공건축물에 가려 우리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주거형태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는 로마시민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또한 이들 로마시민들의 대표적인 주거형태들에는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건축의 기본 요건으로 꼽은 견고성, 유용성, 아름다움의 조화가 원리적으로 깃들어 있다니 귀담아 들어볼 일입니다.
강의를 맡아 주신 박믿음 선생님은 독일에서 미술사와 고전고고학을 공부하셨으며, 또한 현재 <갤러리 케이아크>를 운영하는 갤러리의 대표이십니다. 박믿음 선생님은 전공 외에도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분으로서, 현존하는 서양 최고(最古)의 요리서인 아피키우스의 『데 레 코퀴나리아-로마 요리에 대하여』를 라틴어 원전에서 우리말로 옮기시고 직접 그 요리들을 실연하기도 하시며, 카토의 『데 아그리 쿨투라』라는 농경서 출간을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자칫 고전연구와 공부가 이미 지나가 버린 옛것의 회고취미에 빠질 수도 있으나, 항상 그것을 현재에서 상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옛 로마의 풍광과 향내를 구체적으로 되살리려는 박믿음 선생님의 이번 겅의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습니다. 로마의 하늘과 그 하늘 아래 펼쳐지는 그들의 삶과 향기를 그리워하는 여러분들을 이 특별한 강의에 초대합니다.
* 갤러리 케이아크 ☞ http://cafe.daum.net/FrauHorti
[강의 소개]
집은 인간이나 짐승들이 여러 가지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거주하기 위해 지은 일종의 건축물을 의미합니다. 또한 집은 좁은 의미로는 인간이 사는 주택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주택은 그 안의 구성원들에 따라 알맞은 공간을 구성하고 생활하기에 편리하고 능률적이며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그에 알맞는 시설과 설비를 고루 갖추어 가며 발전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외형에서 오는 다양성뿐 아니라 각각의 주택들이 갖는 사회적, 기능적 가치의 차이를 보입니다. 고대 로마의 주택 건축도 마찬가지로 발전의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유형으로 존재했습니다. 고대 로마의 주택 건축은 크게 도시주택과 전원주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도시 주택은 도무스라고 부르는 상류층의 저택과 일반 시민들의 공동주택인 인술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빌라라고 부르는 전원주택은 단순히 전원의 목가적 생활을 즐기기 위한 곳이 아닌 로마 농업경제의 중심이 된 곳이기도 합니다. 로마 시대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의 가장 기본이 되는 3가지 요건은 바로 견고성, 유용성, 아름다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건축은 완성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로마의 건축과 시민적 삶 : 도무스-빌라-인술라>에서는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이론을 길잡이 삼아 고고학적인 자료들을 중심으로 고대 로마인의 대표적인 주택 형태를 통하여 로마인들의 삶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간 계획]
<1> 주택 건축 개괄 (10분) / 도무스 (40분)
– 휴식(10분) –
<2> 인술라 (30분) / 빌라 (30분)
[관련 자료]
– Krohn, Fritz (Hg.), Vitruvii De architectura libri decem. Teubner, Leipzig 1912.
– Flach, Dieter(Hg.), Marcus Terentius Varro. Über die Landwirtschaft, Darmstadt 2006.
– Barton, Ian M. (ed.), Roman Domestic Buildings, Exeter 1996.
– Hales, Shelley, The Roman House and Social Identitiy, Cambridge 2003.
–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 『데 아그리 쿨투라』, 박믿음 옮김(우물이있는집, 2019년 출간 예정)
– 테오도르 몸젠, 『몸젠의 로마사 1.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 김남우, 김동훈, 성중모 옮김(푸른역사, 2013)
– 테오도르 몸젠, 『몸젠의 로마사 4. 희랍 도시국가들의 복속』, 김남우, 성중모 옮김(푸른역사 2019)
[강사 소개]
독일 에얼랑엔-뉘른베르크 대학에서 미술사, 고전고고학, 고대사를 공부하고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현재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인천대학교 대학원에 출강, 미술사 및 고고학 강의와 고전문헌 강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피키우스의 『데 레 코퀴나리아』를 번역했습니다.
[제14회 고전특강 안내]
– 강사: 박믿음(갤러리 케이아크 대표)
– 일시: 2019. 9. 7(토) 오후 3~5시
– 장소: 대우재단빌딩 세미나1실(7층)
* 찾아오시는 길 클릭=> https://www.seoulloterrace.com/location
※ 주차공간이 없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을 바랍니다.
– 수강 신청 ☞ https://forms.gle/P8iRXcF6pBi8mLAv8
* 수강료는 무료입니다.
– 문의: 정암학당 02-6952-1988/ crosstalk@acanet.co.kr
– 주최: 대우재단
– 기획/ 주관: 정암학당, 서울특별시교육청 종로도서관
– EVENT –
박믿음 대표님이 번역한 아피키우스, 『데 레 코퀴나리아-로마 요리에 대하여』를 사전 신청자에 한해서 추첨을 통해 증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