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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2년차 초등교사 학교에서 극단선택
“죽음 통해 알리고자 하는 게 있었을 것”
“콜센터는 전화 끊어도 교사는 못끊는다”
누리꾼은 학부모, 여당은 진보교육감 저격
학생 인권과 공존할 교권 보호 고민할 때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가 지난 18일 오전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이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2023.7.20. 연합뉴스
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교직 사회가 들끓고 있다.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교사들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다다른 모습이다.
아직 사건에 대해 경위를 조사 중이고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가운데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교직 사회에서는 학교 이기주의와 비상식적인 교권 침해, 악성 민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학생 인권과 공존할 수 있는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에서 생을 마감한 2년차 초임 교사
"죽음 통해 알리고자 하는 게 있었을 것"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가 학교 교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해 3월 임용된 초임 교사였다. 극단적 선택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교사 단체에서는 해당 교사가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고인이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힘들었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한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교사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입수한 학부모의 잦은 전화로 힘들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소름 끼친다, 방학하면 휴대폰 바꿔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서울교사교조에 따르면 이 일은 지난주 해당 교사의 학급에서 이른바 '연필 사건'이 벌어진 이후 발생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는데,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교무실에 찾아와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캐어(care)를 어떻게 하는거냐'고 해당 교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측의 대응은 어딘가 의문을 남겼다. 초임 교사가 민원이 가장 많은 1학년 담임을 맡은 것과 관련해 교육계와 시민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학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의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된 것"이라고 했다.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신규교사의 유족이 2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 전국초등교사노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3.7.20. 연합뉴스
아울러 "고인의 담당 업무는 (인터넷에서 알려진)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NEIS·교육행정 정보시스템) 권한 관리 업무였고, 이 또한 본인이 희망한 업무"며 "해당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력신고 사안이 없었다"고 했다.
특히 학급에서 벌어진 사건과 관련해 학교 측은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사안은 학교의 지원 하에 다음날 마무리됐다"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설명했다가, 이런 내용을 삭제한 입장문을 다시 내놓으면서 의구심을 자아냈다.
해당 교사의 삼촌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조카가 직장인 학교에서 생을 마쳤다는 것은 자기 죽음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게 있었을 것"이라며 "이 사건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은 옳지 않고, 고인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의 문제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이초 교장이 발표한 입장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며 "사회 초년생이 왜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정확한 답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입장문이 변경된 것도 "배경이 무엇인지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 참았던 게 터졌다"…분노한 선생님들
"콜센터는 전화를 끊어도 교사는 못끊는다"
교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교직 사회에서 오랫동안 쌓여왔던 문제가 터진 것이라는 반응이다. 서이초 앞에 놓인 수많은 동료 교사들의 근조 화환과 길게 이어진 조문 행렬은,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교직 사회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일 오후 1학년 담임을 맡은 초임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3.7.20. 연합뉴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이초 앞에서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전국 동료 선후배 교사들이 보낸 수백 개의 근조 화환이 서이초 담장을 둘러싸고 이어져 인근 상가 앞까지 세워졌다. 화환에는 "공교육은 죽었다" "철저한 원인규명을 요구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교문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함께 '끝까지 싸우겠습니다'라는 메모 등이 붙었다.
추모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교문 앞에는 수많은 교사들이 헌화하며 추모했다. 추모제가 시작된다고 알려진 오후 3시가 되자 추모 행렬은 학교를 한 바퀴 둘러싸고 정문에서 후문까지 이어졌다. 추모를 하러 온 교사들은 이미 눈시울이 붉어져 있거나, 일부는 조문을 기다리다 흐느껴 울기도 했다.
퇴근하자마자 조문하러 왔다는 10년차 교사 신아무개 씨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만나 "참고 참다가 풍선처럼 부풀어 바늘 하나가 트리거(방아쇠)가 되어서 터진 것"이라며 "모두가 자기가 겪은 문제여서 공감하고 있고, 심각한 상황마다 병가나 휴직을 쓰면서 회피만 하던 구조적인 문제가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 이기주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신규 선생님이 원해서 1학년 담임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학년, 6학년이 대표적으로 기피하는 학년인데 학교 관리자들이 맡긴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학교 입장문에서 본인이 희망했는데 무슨 문제냐는 뉘앙스인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는 13년차 교사 김아무개 씨는 나이스 관리 업무에 대해서 "컴퓨터를 다루니까 연세 있으신 교사는 어려움이 있어서 주로 젊은 선생님이나 중견 교사가 맡는다"며 "학교 전반적인 상황을 잘 이해해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업무인데 다들 기피를 하다가 보면 결국 초임 교사가 맡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20일 오후 신규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3.7.20. 연합뉴스
아울러 교사들은 일부 비정상적인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 인권과 양립할 수 있는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의 절실함이다.
서울에 소재하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5년차 교사 백아무개 씨는 "이런 문제는 항상 있었다. 교사가 악성 민원을 받을 때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왔다"면서 "말도 안 되는 민원을 제기해도 아무 불이익이 없으니까 학교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교사들을 보호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규 교사에게 너무한 업무 분장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핵심은 아니다. 경력이 많다고 이런 일을 당해도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학교에서 악성 민원인에 대응할 수 있는 행정이나 법률을 담당하는 교사가 필요하다. 콜센터도 악성 민원인의 전화는 끊을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교사한테 끊을 수 있는 권리가 없다. 학부모나 제3자에게 폭언·폭행을 당하지 않게 보호받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학부모 저격…여당은 진보교육감 탓
학생인권과 공존할 교권 보호 제도 고민할 때
다만 이번 사건은 아직 진상을 규명하고 있고 '교육의 3주체'라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엮인 복합적인 문제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일부 자극적인 글들로 인해 교육 주체 간에 또 다른 오해와 갈등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가 된다.
서초구의 한 맘카페에는 '부디 화환과 꽃다발을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글쓴이는 "이 아침 이미 길가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는 기자 양반들, 유명한 유튜버분들 그리고 아름답지만 너무 슬픈 근조 화환을 뚫고 제 아이를 어떻게 등교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른들의 급한 슬픔으로 어린이들의 생활공간을 덮지 말아 달라. 제발 부탁드린다"고 썼다가 회원들로 비판을 받아 글을 삭제했다.
서초구의 한 맘 카페에 올라온 글. 2023.7.21.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검은 색 추모 리본으로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꿨는데 학부모로부터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으니 언급 자제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는 한 교사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글쓴이는 "추모하는 마음도 표시하면 안 되냐"했고, 해당 글에는 문자를 보낸 학부모라면서 "학부모 회의에 올리겠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여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에 대해 "선생님이 학생을 훈계조차 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만든 건 진보 교육감"이라며 "최소한의 교권도 보장하지 못한 진보 교육감들의 학교 해체는 공교육을 뿌리부터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의 문제의 근본 원인이 학교 관리자들의 이기주의와 일부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권력형 횡포, 교권 보호 제도의 부재, 학생인권과의 공존 문제 등으로 복잡다단하게 얽혀있지만, 이를 단순히 정치적 프레임으로 치환하려고 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극우·보수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학생인권 조례폐지'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서울시 의회에는 폐지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학생인권 침해 사례 역시 여전히 매년 수백건 보고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2021년 학생 인권침해 사례는 5446건으로,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증가세를 유지했다. 교육부에 접수된 교권침해 건수 역시 지난해 1학기만 1596건으로 심각하지만, 교권침해 사례와 학생인권 조례 간의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학생인권과 어떻게 조화와 균형을 이룰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가 지난 18일 오전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이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2023.7.20.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진상 규명에 따른 합당한 조치와 함께 '교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비상식적인 교권 침해, 악성 민원과 소송에 대해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며 "교권이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데 어떻게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며 어떻게 학생 인권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학생인권과 공존하는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오로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첫댓글 학생인권과 공존하는 교권 보호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며, 시급히 시행되어야합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꼭 해결해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