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끝나지 않을것만 같던 긴긴 들살이가 결국은 끝나버렷네.
배안에서 늦은 시각에 너희들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
애초에 내 계획엔 없던 들살이. 나에겐 생각에도 없던 들살이였어.
벌써 너희는 서울로 나는 부산으로 헤어질 시간이구나.
정말 힘든일도 많고 짜증났던 일들도 많은 것 같아.
무더운 여름날에 순례를 하고, 한라산 정상까지 등반하고,
어떻게 보면 나에게 있어선 나이 스물아홉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너희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어.
사실 너희와의 접점이라곤 잠시 선생님이었던 미미의 친구라는 사실뿐이었을 거야.
그럼에도 즐가에서 처음 본 순간 참 마음에 와 닿았어.
어쩌면 학교에서는 너희는 사고뭉치이거나, 학교의 자랑이 될 인물은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즐가에선 너희는 참 멋진 친구들이었어.
열심히 공연 연습하는 모습도 보고, 즐겁게 같이 밥 먹고 청소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어린 시절을 뒤돌아보게 되고, 내가 가장 아끼던 친구들을 떠올리게 되더라.
사실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잘해서 그런지, 참 계산적이고 손익을 따지는데 익숙해.
부모님이 장사를 해서인지 절대로 손해보는 일은 하지 않고, 손해 볼 것 같으면 시작하지도
않아. 난 이번 들살이를 나 혼자 따로 배를 타고 왔어,
사실 이번달 통신비를 내고 후불교통카드
비용을 지불하고 나니까 들살이 참가비가 쬐~금 모자라더라.
참 고민을 많이했어. 들살이 참가하면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잃을 것은 무엇인가.
그런데 너희 웃는 얼굴 생각하고 전화 받으니 꼭 참가하고 싶더라.
그래서 급하게 아르바이트도 해서 참가했어.
그리고 내 선택은 정확했어.
나는 사실 너희랑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학교에서나 집에서도 항상 바른 학생이었고,
집에서는 믿음직한 장남이었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어디서나 무슨일이든 인정받는 사람이었어.
어린 친구들 명명식때 라이프스토리 들으면서 나랑 다른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도 참 궁금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참 궁금했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즐가, 무청이라는 한 단체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행동하는 것도 참 신기했고,
항상 너희가 웃고 떠드는 모습에, 나도 참 기분이 좋았어.
너희 모습을 보면서 나는 힘을 얻고 처음 걱정했던 참가비는 전혀
아쉽지 않더라.
한라산에 올라갈 때도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지만,
너희들이 시원한 물 마실 생각하니까 하나도 안 힘들더라.
난 사회복지학과도 아닌 기계랑 어울리는 공대생에 불과하고,
지금 너희랑 같이 하는 시간이 내가 미래에 가질 직장에 어떤 도움도 아마
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도 너희와 함께 했던 이번 여름들살이를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너희도 보다시피 난 잘 생기지도 않았고, 물질적으로도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아냐.
너희에게 해줄 수 있는 일도 물질적으론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야.
그럼에도 날 좋다고 졸졸 따라주던 유정이. 민경이. 나랑 장기 한판 두는것에 목메였던
병철이, 순례내내 내 옆에 찰싹 붙어다녔던 석우, 힘든 일정에 콘크리트 바닥에 뻗어있다가
기분 좋으면 입안에 뭐 있는지 보여주는 희영이, 엄마같이 힘든일도 마다않고 듬직하게
이끌어주던 소희, 기획단장이면서 끝끝내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간 우리 쌤, 예진이.
제일 힘든 일만 골라하던 듬직한 도이, 1조 끝까지 챙겨준 신디치는 미녀 여왕벌 도연이.
그리고 나를 따라준 많은 무청 친구들...
학교에선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몰라도, 나에게 있어선 이번 들살이를 지내면서
참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 같아. 나이 스물아홉에 아직 변변치도 못한 직장도 없이
방황하던 나에게 참 너희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
난 아우성 출신도 아니고 무청이나 즐가 입장에선 별로 접점이 없는 작은 존재에 불과해.
그래도 나를 자원봉사 선생님이라고 따라주었던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해.
공부는 몰라도, 너희의 영혼과 마음은 항상 전교 1등이야.
워낙에 오랜만에 쓰는 글이고 글재주도 없는 나라서
현재 내 마음이 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어.
그래도 꼭 이 마음만은 전달하고 싶었어.
지금 쓰는 이 글은
내 손가락이라기 보단 내 마음에서 쓰는 말들이야.
진심으로 나와 함께 이번 들살이를 같이 해줘서 고마워.
사랑해, 친구들아.
사랑해, 나의 소중한 어린 친구들아.
고마워, 정말 나와 함께 해줘서......
여름들살이가 끝나고 나서 생각해.
선생님들은 모두 나에게 수고했다 말씀하시지만,
난 너희 곁에 잠시 머물러있었을 뿐이고, 오히려 내가 더욱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아
미안해.
너희들의 앞날에 항상 좋은일만 가득하길 내가 언제 어디에 있든 기원할게
제주도의 마지막 날에 너희들을 생각하며
새벽 다섯시에 너희들을 사랑하는 너희들의 작은(?) 친구 영태 올림.
모두 건강하게 지내. 다음에도 건강하고 웃는모습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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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집에 도착하고 나서...
개인적으로 보내줄 잘 찍은 사진이나 재미난 사진 찍은게 있다면 메일로 부탁할게
inverse85@naver.com 으로 보내줘.
조만간 롤링페이퍼랑 Thank you 카드 찾으러 서울 가야겟다. 다음에 또 봐.
첫댓글 신디치는미녀여왕벌ㄹ....,ㅎ....................신디치는여벌ㅇ.....ㅎ미녀는좀...ㅎ
또서울ㄹ놀러와요얼른와요커몬커몽ㅇ영태씨
정말 고마운 진심. 많이 미안하고 고맙다♥ 애들도 네 덕에 더 즐거운 들살이 된 건 분명해. 좋은 벗이 되어가자. 힘들어도 까칠함은 놓지 않는 내 탓에 맘 상할 일도 있었겠으나 오래 볼 벗 위기상황에서의 본모습 봤다 생각하고ㅎㅎ 서울 오면 다시 보자^^
되게잘읽다가....희영이얘기보고...ㅋ....ㅋㅋㅋ.....
아.. 너무 관심이 많아.. 기껏해봐야 한 이삼십명 보겟거니 했는데, 회원수는 70명이 안되는데... 어디서 유령들이 보고 있나봐.
엉엉 저도 영태형덕에 좋은들살이보냈어요
고맙고 고마운 영태 넌 이미 무청 식구 ♥♥
ㅎㅎㅎㅎㅎ왠명언들이 이렇게많데ㅜㅠ 형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