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를 불 질러 놓은 것 같은 여름날의 8월.
태풍 ‘솔릭’이 강한 비바람으로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 8월 24일, 서산으로 1박 2일 바둑여행을
떠났다.
왜 하필,
태풍으로 뉴스가 온 매스콤을 도배한 날 떠났을
까만, 이미 한 달 전에 초청예약이 되어 있어 어
쩔 수 없는 까닭도 있다.
다행히 태풍이 가는 목적지를 비켜나가 달리는
서해안 길은 축적해 놓은 스트레스를 가슴 밖으
로 밀어내고 있었다.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 전경.
충남 서산 가야산 8부 능선쯤에 자리한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은 공기 좋고 물 맑은 무공해 청정
지역에 세워져 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차 한 잔으로 잠시 담소가 오간
뒤, 바둑삼매경으로 빠져든 시각은 오후 2시경.
솔나무 향이 거실 대국장으로 젖어든다.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저녁을 먹고 야간 대국에
돌입했다.
[시계방향으로] 윤장현 새마을 바둑강좌 회원 (뒷모습 : 타이젬 5단),
필자(빨간 모자), '미화산업사' 한만의 회장님, 허건형 '민속과자' 사장님,
'서해안 청소년 수련원' 원장님
느닷없이 찾아와 시작된 싸움이 이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네요.
일격에 여지없이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때 쑥떡과 옥수수가 야식으로 나오고.
그러나 너무 슬퍼하지는 말지어다.
인생은 하나 얻으면 하나 잃는 법.
지금 솔나무로 둘러쳐진 신선의 나라에서
만끽하는 자유를 얻고 있지 않은가.
낯선 향기로 휘감는 솔밭 토담집에서의 하
룻밤은 뭉실뭉실 부풀어 오르는 카타르시스
를 느끼고도 남는다.
하루 묵은 토담집 뒷 풍경.
아침을 먹고 ‘일곱 촛대 소나무’ 산책길에 나섰다.
일곱 촛대 소나무
150년 된 소나무 한 가지에서 일곱 가닥으로 뻗
어나갔으니 자연의 신비를 무얼로 설명할 건가.
큰 축구장 잔디를 밟아 나오는 지금, 아시안 게
임에 출전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부럽지 않다.
그 뒤 두루마리처럼 높게 뻗은 메타세콰이어가
무더위를 잊기에 안성맞춤이다.
솔밭 길을 올라가 만난 카페 ‘다솔’엔 주위에
오래된 소나무들로 가득하다.
'다솔' 카페
정갈한 카페 앞 솔밭에 마련된 테라스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먼 산을 바라보니 안개가 산허리를
감돌고 있다.
필자가 5년째 지도하는 새마을 금고 바둑강좌 회원들.
소나무 군락이 펼쳐지는 테라스에서 오전 대국을
시작하니 신선이로구나.
저 수는 필시,
알파고의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지만, 종당엔
상대의 부드러운 행마를 이기지 못하고 전멸하고
야 마는구나.
전 생에 무엇 잘못한 것이 있길 래, 저 대마가 무
참히도 잡히누.
살릴 생각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저리 지리
멸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취미를 바둑으로 삼아 초대해 주신 원장님에게
감사하단 말씀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