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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든 남자와 꽃넥타이
오 종 락
노래방이 한창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시점은, 내가 처음 차를 구입한 시기와 거의 비슷한 시점인 것으로 기억한다. 1992년경(약23년전)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난생 처음 새차(신형엘란트라)를 구입하여 기분좋게 출퇴근을 한 달가량 하고 있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는 직장 친구가 새차도 구입했는데 시승도 한번 시켜주고 저녁도 한 끼 내라고 보채는 바람에 그러자고 하고, 단 둘이서 본리네거리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근처 노래방에 들어가 신나게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었다. 평소에는 나 보다 노래실력이 훨씬 나은 그 친구가 그날따라 노래를 부르면 노래방기기는 야박하게도 80점대 아니면 잘 나와야 90점 초반대의 점수가 주로 나왔고, 내가 부를 때면 거의 90점 후반대의 후한점수가 주로 나왔으며 100점짜리도 종종 터졌다. 그 친구는 약이 올라 계속 새로운 곡을 골라가며 도전했다. “아! 이상하다, 이상해.” 하면서, 나는 왠지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친구가 안쓰러워 “기계가 고장인 것 같네,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며, “이번에는 친구가 먼저 불러보게나” 하며 순서를 바꿔 불러 보았지만, 그래도 결과는 비슷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4시간은 족히 지나갔고 5시간째 그 친구의 도전은 계속 되었지만 재미를 못 본 그 친구가 도전을 포기하고, 오늘 이 노래방에서는 더 이상 불러 봐도 안되겠다. 다음에 다른 노래방가서 다시 한 번 하자고 해서 그만 끝내고 요금을 계산한 후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아뿔싸”, 이 일을 어쩌나! 어떤 못된 놈이 주차장 입구에 세워둔 나의 새차를 날카로운 못으로 문짝을 가로로 쭉 그어 놓은 것이 아닌가. 아하! 이럴 줄 알았다면 "노래를 좀 덜 부르고 나올 걸" 하며 몹시 후회했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하며 좋아하던 그 기분도 잠시였고, 인생사 호사다마라더니 “노래방 점수 잘 나온 것이 뭐 그다지 크고 좋은 일”이라고 이런 일도 다 생기나 싶었다. 한참 동안 분함을 참지 못하고 범인을 원망하다가 마음을 추슬러서 집으로 돌아 온 가슴 아픈 사연을 뒤로하고 많은 세월이 흘렸다.
지난해 겨울, 우리 석사회 동기모임 때 식사 후 노래방을 가게 되었는데, 여성회원 중 한분이 오늘 흥겹게 노래 부르며 놀때에 “콩밭매는 아낙네야...(곡명 칠갑산)” 같은 그런 노래는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드니까 부르지 않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총무는 회원들에게 "오늘은 케케묵은 노래만 계속 부르기 없기예요, 신곡도 골고루 좀 섞어서 분위기 있는 노래로 불러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모임 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놀 때에는 ”몇 가지 참고해야 할 사항도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며칠전 밤늦게 SBS에서 “백년손님-자기야”란 TV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는데, 과거 천하장사였던 이만기가 장모님과 대화를 하는 것을 보면서 들은 이야기다. 그때 이만기는 노래방에서 노래할 때는 이런 저런 노래를 다 부르다가도 마지막에는 반드시 좋은 노래로 끝을 맺는다고 했다. 그는 맨 마지막 애창곡으로 태진아의 “잘 살거야“를 부르곤 했다는데, 그 이후로 일도 잘 풀리고 돈벌이도 좋아졌다고 했다. 나는 평소 좋은 노래의 중요성과 노래속에는 엄청난 마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기에 이만기의 그런 좋은 습관과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유행가처럼 그 당시의 시대상을 잘 나타내 주고, 그 사람의 애창곡(18번)처럼 그 사람을 잘 대변해 주는 사물(事物)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도 점점 달라졌고 나의 애창곡(18번)도 자꾸 변해 온 것 같다. 중학교시절은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자나 조미미의 노래를 좋아했고, 고교시절은 배호노래를 좋아하여 ‘비 내리는 명동거리’를 자주 따라 부르다가, 나중엔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 님 그리워를 아주 많이 불렀던 것 같다.
그 이후 청장년시절에서 지금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나 인기곡이 발표되면 직접 불러보고 내 취향에 잘 맞으면 애창곡으로 선정하여 불러 왔는데 그 대표적인 애창곡이 “최석준의 꽃을 든 남자”였다. 이 노래는 음악도 경쾌하고 가사도 내 맘에 꼭 들어 회식 후 2차로 노래방 갈 때 마다 자주 불러서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후배들은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번호(6213)를 입력해 주곤 했다. 그 다음 애창곡으로 나훈아의 고장난 벽시계, 현철의 내마음 별과같이, 들국화여인, 설운도의 원점, 다함께 차차차 등을 추가곡으로 불렀고, 옛날노래도 애창곡에 몇 곡 편입하여 불렀는데 남원의 애수, 번지없는 주막, 울고 넘는 박달재 등이다. 애창곡은 나의 절친한 친구이며 삶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노래들과 더불어 삶의 애환을 같이 했고 이 노래들은 지금도 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나와 우정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국민들의 대부분은 노래를 잘 못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노래를 시켜도 스스럼없이 자신감 있게 노래를 할 정도로 “삼천만이 가수 시대”가 된 것 같다. 노래방기기가 많이 보급되어 오랜 시간이 흘렀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갖 노래를 다 들을 수 있는 시대인지라 노래 배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해 봄, 아내의 건강이 좋지않아 울적한 기분도 달래 줄 겸, 노래 한곡을 만들어 불러 주었더니 힐링이 된다며 반응이 아주 좋았다. 노래곡명은 “꽃넥타이“이며, 주요 가사내용을 소개하면 대략 이러했다. ”삶에 지친 인생살이를 홀가분히 내려놓고, 새봄이 가기전에 꽃넥타이를 매고 봄나들이를 한번 떠나 인생의 시름을 달래보자“는 그런 내용이다. 곡과 가사내용을 여러번 수정해 가면서 계속 흥얼거렸더니 듣고 있던 아내가 ”그 노래가 중독성도 있고, 제법 괜찮은 것 같으며, 요즘 신인트로트가수들이 TV에서 신곡을 발표하며 부르는 노래 보다도 훨씬 더 나은 것 같아요.“ 했다. ”그럼 이 노래가 어느 가수한테 잘 어울릴까?, 설운도가 좋겠지.“ 하니까, 아내는 ”목소리도 곱고 요즘 인기있는 신유가 더 나을 것 같은데요.” 했다. “내가 작곡한 이 곡을 주게 되면 작곡가의 몫으로 내게 얼마간 돌아오겠지.“ 하면서 헛된 상상을 하고 기분이 제법 들떠 있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작곡가는 아니지만,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 가면서, 자신의 노래 한곡 정도는 남기고 가는 것도 참으로 의미있는 삶이 아니겠어“ 하니까. 아내는 당신이 직접 불러서 취입 한번해 보라고 했다. "그래, 나도 하면 될꺼야.” 하며 노래방가서 충분히 연습한 후 취입여부를 한번 검토해 보겠노라고 큰소리 쳐놓고 실천에 옮기지 못한채 1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당시의 곡조도 정확히 잘 떠오르지 않고 가사도 온전히 기억나지 않는다. 나의 실천력 부족을 탓하며, 다시 한 번 요즘 노래방에 잘 어울리는 새로운 노래 한곡을 만들어 불러볼 생각이다.
우리는 노래방에서만 노래를 부를 것이 아니라, 애창곡 몇 곡은 짬날 때 마다 수시로 흥얼거리는 것을 생활화하고, 서투른 솜씨라도 직접 작사・작곡도 하여 불러보면서, 노래를 인생의 좋은 친구로 여기며 살아간다면, 인생살이에 그 보다 더 좋은 친구가 어디 있을 것이며, 마음에 윤활유 역할을 하여 생활에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5. 4. 2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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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조금 우스운 노래방 이야기 읽어 주시고, 격려의 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재미있는 노래방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단장님, 소인의 재미없는 노래방 이야기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노래만큼 좋은 친구도 없겠지요. 노래를 가까이 하고 즐기는 생활이 참 좋아보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조금씩 실천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고마운 글 남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노래방에 대한추억 잘 읽었읍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짫은 인생사에 희노애락의 반복이지요?
수필창작과 더불어 노래, 작사 작곡에도 도전해보심이......?
용기를 주시는 님의 따듯한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질이 없어서 잘 하진 못해도 도전은 해 보려고 합니다. 모든 일에 도전은 삶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고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음악을 즐기는 분은 호인으로 들었습니다.
그 어느 좋은날에 우리 문우들 한 수 읊조려 보면 어떨른지요...
예~! 불로거사님! 노래방 주제의 수필을 계기로, 노래방으로 발걸음하여 문우님들의 애창곡을 한번 들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참으로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여성문우님의 꾀꼬리 같은 노래도 한번 들어 보시고요.~^^ 감사합니다.
나홀로 노래방을 만들어 짬 나는 대로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글제와 내용이 잘 맞고 문맥이 잘 맞아 들어갑니다.
노래를 가까이 하는 삶은 노래를 멀리하고 사는 것보다 훨씬 생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고운 격려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