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정글 닭
대영웅 서사시
WOLFKANG LIM
8. 닭들의 미래
1951년, 파예트빌 아칸소주
에이 앤드 피 컴패니에서 주관하고 미국 식품의약청에서 후원하는 ‘치킨 오브 투머로우’ 대회가 열렸다. 해마다 열리는 대회로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양계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닭고기와 달걀의 폭발적인 수요는 양계의 산업화를 요구하였고 미국 정부의 후원은 급격한 변화를 몰고 왔다. ‘치킨 오브 투머로우’는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달걀과 살이 많은 닭고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품종 개발과 사육방법의 혁신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는 대회였으며 동시에 닭이라는 생명의 종에게는 비극의 시대가 열리는 서막이었다.
토머스 린치버그는 트럭에서 내려 이동식 닭장을 들고 스타디움 안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자신이 부화하고 개량해온 린치버그 레드종의 암탉을 대회에 출전시켰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만족할 수는 없었다. 린치버그 레드는 육질이 좋고 튼튼하고 면역성이 강해 각종 질병에 걸리지 않지만, 산란계로 부족하고 성장 속도가 느린 것이 큰 단점이었다.
대회의 우승은 캘리포니아에서 온 코브 500이 차지했다. 레그호온종으로 매일 한 개의 알을 낳을 수 있고 9주 만에 성장해서 육계로 자랐다. 린치버그에 비하여 3주나 빠른 성장 속도이다. 그러나 코브의 볏은 힘없이 반으로 접혀 아래로 쳐졌고 다리는 가늘어서 제대로 달릴 수도 없을뿐더러 날개 깃털마저도 엉성해서 겨울에는 금방 얼어 죽을 것처럼 약해 보였다. ‘치킨 오브 투머로우’는 바로 그런 제품을 원했다. 닭을 원하지 않았다. 공산품으로 가치가 있는 상품을 위한 대회였다.
토머스 린치버그는 벌써 몇 년째 엄마를 설득하는 중이었다. 린치버그 양계장도 현대 시설로 바꾸어야 함을 누차 강조하였지만 린치버그 부인과 두 누나는 반대하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린치버그 양계장은 버지니아주 최대 양계장으로 손꼽혔다. 신선한 달걀과 육질이 좋은 닭고기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오히려 매출은 급격히 하락하였다.
현재 5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지만, 닭 사육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며 대형 푸드 체인이 운영하는 위탁 사육공장은 린치버그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량생산방식을 도입하였다.
이집트나 로마에서 사용하던 구식 양계법은 이제 살아남기 힘들었다.
‘치킨 오브 투머로우’는 말 그대로 닭의 미래이자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오늘날 한 회사는 60개의 닭 공장에서 매주 4천만 마리의 닭을 도살한다. 닭의 비참한 일생은 부화가 되기 전부터 시작한다. 인공수정에 의한 종란은 부화기에 넣어져 21일 만에 병아리로 탄생하게 된다. 제일 먼저 수평아리는 감별사의 손에 걸려 산채로 갈아서 사료나 비료로 재활용된다. 또는 기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닐 백에 쓸어 담아 압사시키기도 한다.
병아리들은 일주일도 되기 전에 800도 이상의 고열 절단기에 의해 부리가 절단된다. 발톱도 절단한다. 그리고 운동량을 제한하고 관리의 편익을 위하여 한 평에 170마리의 병아리를 집어넣어 철망 안에 가두어 고밀도 사육을 하고 성질을 유순하게 하고 질병에 강하게 하기 위해 백신을 주사한다. 배설물까지도 파리나 벌레가 살 수 없을 정도로 독한 백신을 주사한다. 닭은 평생 15가지의 백신을 맞는다.
산란율을 높이고 알을 굵게 하려고 조명 시간을 늘리고 털갈이 기간을 줄이기 위해 굶기거나 물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산란계는 560일 동안 300개의 알을 낳고 도태라는 명목으로 도계장에 보내진다.
육계는 고작 42일 만에 1.5킬로그램에 도달하여 도계 된다. 마지막 30시간은 모이도 주지 않는다. 위에 저장될 뿐 살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위탁 사육 농가는 병아리부터 사료 등 모든 것을 큰 회사로부터 공급받는다. 모든 시설이 자동으로 기계적으로 작동되어 경비가 최소화되고 노동력이 많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렇게 닭은 생명이 없는 공산품으로 취급받는다. 병아리의 품종은 매년 개발되어 출시한다. 장미 308호, 코브 500, 코브 700 등 자동차의 새 모델처럼 이름 대신 번호를 붙인다.
린치버그 농장은 여전히 오래된 사육방식을 고수했다. 린치버그 부인이 500마리의 병아리로 시작한 양계농장은 4대째 내려오는 가업이며 전통이 되었다. 린치버그의 부인의 막내아들 토머스 린치버그가 2대를 이어 농장을 운영했고 그의 아들 제임스가 3대로 이어받았고 딸 파멜라 린치버그가 농장을 이어받을 즈음이었다. 린치버그 농장은 이제 버지니아주 최고의 닭 농장이 아니었다. 닭의 수는 해마다 줄고 농장의 규모도 점점 소형화되어갔다. 한때 50만 마리까지 키우던 양계장은 이제 2만 마리의 소규모 농장에 불과했다.
파멜라 린치버그는 아칸소주의 청년 쟈니 블랙웰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쟈니 블랙웰은 경기용 닭 육종전문가로 아칸소주 존스보로에 그의 게임용 닭 훈련소를 소유하고 있었다. 투계 종을 찾아 개발하고 육종 번식하여 분양하는 사업가로 그의 투계는 동물애호가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가 개발한 아메리칸 투계 종인 코브라 530이 필리핀 사봉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제일의 투계 종으로 명성을 날렸다.
파멜라와 쟈니 블랙월은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들이 프랑스를 택한 것은 루브르 박물관을 보고자 함이 아니고 에펠탑에 오르고자 함도 아니었다. 센 강변의 낭만이나 패션의 거리도 그들의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들은 프랑스 요리 코코뱅을 맛보기 위해 프랑스에 왔다.
파멜라 린치버그와 쟈니 블랙웰은 리용의 북쪽에 위치한 브레스 지방에 도착했다. 포도밭과 초원이 펼쳐진 사이사이에 목축농장과 밀밭이 보이는 전형적인 농업 지역이었다.
코코뱅은 프랑스 농가의 마당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서 그 마을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를 넣고 졸인 소박한 닭고기 요리이다. 코코뱅을 최상급 요리로 명성을 얻은 이유는 바로 브레스 닭(Volille de Bressw)으로 요리하기 때문이다. 브레스 닭으로 리하면 그 가격은 몇 배로 비싸지는 고급요리가 된다.
파멜라와 쟈니는 브레스 닭으로 요리한 코코뱅의 맛에 매우 만족했다. 다음 날, 부부는 브레스의 닭 농장을 찾아갔다. 미리 방문을 약속해 둔 곳으로 이번 프랑스 신혼여행의 진정한 목적이기도 하다.
“브레스 지방에서 사육하는 브레스 닭은 최고급의 닭으로 유명합니다. 우리는 감히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농장주인 베르몽씨는 자존심을 한껏 드러냈다.
파멜라와 쟈니는 그의 말에 동의 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바로 넓은 사육면적 때문이었다. 브레스 닭 한 마리당 10제곱미터의 초원이 요구된다. 이것은 정부에서 정해준 규칙이었다. 같은 면적이면 미국의 닭 사육 농장에서 만 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다. 비교할 수도 없을뿐더러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90마리의 경기용 수탉을 사육하고 훈련하는 블랙웰의 농장도 10제곱미터에 10마리를 사육한다. 수탉의 발목은 1미터정도의 끈에 묶여 옆의 수탉과 싸울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한다.
“이곳에는 200개의 닭 사육장이 있고 일 년에 약 백이십만 마리의 닭을 생산합니다. 농장은 모두 정부의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며 정해진 사육조건에 따라야만 합니다.”
베르몽씨의 설명이 거듭되는 동안 부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00년을 이어 온 린치버그 농장의 사육방식이 닭들에게 최고로 좋은 방법인 줄 알고 있었지만 브레스 농장에 비하면 부끄러운 일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브레스 닭도 포도주와 마찬가지로 AOC품목으로 정하여 엄격한 관리와 규제를 받습니다. 예들 들면 사료를 우유와 섞어 주어야 하는 것, 들판에서 방목해야 하고 출하 기간과 무게도 정해져 있습니다. 육계는 9주, 산란계는 11주, 수탉은 23주 정도 자라야 출하할 수 있습니다.”
베르몽씨는 비밀이라도 알려 주는 듯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출하하기 전에 지방질을 살찌게 하고 털을 뽑고 난 후에 우유로 목욕시키는 것 또한 부드러운 맛과 향기를 풍부하게 해주지요.”
초원에서 자유롭게 거니는 브레스 닭은 윤기가 흐르는 하얀 깃털을 지녔다. 좁은 사육장에서 부리가 잘리고 스트레스를 받고 여러 가지의 백신과 약으로 오염된 아메리카의 양계장은 지옥보다도 더 지옥 같은 곳에서 자라는 닭과는 비교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브레스의 닭을 보시면 왜 프랑스의 자존심과 긍지를 가지는지 이해가 될 것입니다. 브레스 닭의 가장 큰 특징은 푸른색을 가진 다리입니다. 그리고 몸 전체는 하얀 깃털이고요 더구나 볏은 빨간 색입니다. 뭔가 생각나지 않으세요?”
푸른 다리의 색이 유별나긴 해도 베르몽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바로 프랑스의 색입니다. 프랑스 국기는 청 백 홍 삼색기입니다.”
부부는 그제야 이해했다. 실지로 수탉은 프랑스의 마스코트이자 국가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파멜라 린치버그와 쟈니 블랙웰은 많은 생각과 고민을 안고 버지니아 블루리지로 돌아온 린치버그와 블랙웰은 닭 농장에 새 혁신을 일으킬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세계 최고의 닭고기와 달걀을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닭의 왕국’이라는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겼다.
현재는 그 어떤 자연산 닭이라도 가격, 생산 원가, 생산량 모든 면에서 공장 닭과 경쟁할 수 없으므로 유일한 방법은 브레스 닭보다 더 좋은 종자를 찾아 자연적인 방법으로 사육하여 세계 최고의 닭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파멜라 린치버그와 쟈니 블랙웰은 닭의 계보를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녹색야계 회색야계 실론야계 그리고 적색야계 등의 정글 닭 순종을 찾아내는데, 온 힘과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영국 왕실의 윈저에서부터 중국의 후난성, 일본 오사카, 볼리비아, 칠레, 필리핀, 말레이반도, 인디아, 스리랑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모든 대륙에서 모든 종의 닭을 연구하고 검토해하고 엄선한 다음 우수한 품종만을 찾아서 ‘닭들의 왕국’으로 데려와 육종하고 번식에 온 심혈을 기울였다.
닭의 왕국은 콜로라도 로키 산맥으로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닭을 키우는 방법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서부개척시대의 소를 방목하는 방법을 적용하여 소 대신 닭 수천 마리의 무리를 이끌고 들판을 가로지르고 강을 건너 로키 산의 숲과 그리고 황야를 통과해서 닭의 왕국까지 돌아오는 닭의 행진을 할 것이다. 닭의 행진은 중병아리로 출발하여 3개월 후에 성체의 닭이 되어 닭의 왕국 농장으로 돌아온다. 파멜라 린치버그와 쟈니 블랙웰의 농장의 달걀과 닭고기의 품질은 세계 최고급으로 그 명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콜로라도 로키산맥의 광활한 숲속, 키암바는 닭의 왕국에서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부화실로 들어섰다. 파멜라 린치버그와 쟈니 블랙웰이 부화실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병아리 육종사 키암바가 적정 온도를 체크하며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일이면 알들이 깨어나기 시작할 거야. 우리는 만 마리의 병아리를 이끌고 저 로키의 만년 설산을 돌아오는 행군을 떠날 거야. 완전한 자연 야생 방목으로 최고의 닭을 키우는 거지. 우리는 새로운 카우보이 시대를 여는 것이다. 단지 소에서 닭으로 바뀐 것뿐.”
3개월 동안 이루어지는 닭의 행진은 좁은 사옥 안에서 자라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없고 자연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되고 이슬과 풀씨 열매 벌레 등을 먹을 수 있어서 영양이 골고루 풍부하고 운동으로 건강하고 튼튼한 닭으로 성장하면서 질병에 강한 성체 닭이 되어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튼튼한 수탉은 투계 경기장으로, 건강한 암탉은 산란계로, 나머지는 육계용으로 하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9. 붉은 정글 닭의 대왕 달기
드디어 1만 마리의 알이 부화되고 병아리가 태어났다.
2 주 후 쟈니와 파멜라 그리고 키암바 세 사람은 중병아리가 된 1만 마리를 이끌고 농장을 출발하여 밀림의 숲을 지나고 광활한 초원과 뜨거운 황무지를 넘고 강을 건너고 사시사철 만년설이 덮여 있는 로키의 설산을 횡단하는 닭의 행진을 마치고 3개월 만에 닭의 왕국으로 돌아왔다.
결과는 비참할 정도로 참담했다.
1만 마리로 출발했는데 살아남아서 돌아온 숫자는 겨우 300마리뿐.
추위에 죽고, 병들어 죽고, 돌에 깔리고, 불에 타 죽고, 물에 빠져 죽고, 굶어 죽고, 독충에 물려 죽고......, 대부분은 포식자의 먹이로 희생되었다. 생태계의 먹이 사슬에서 닭은 피식자였다. 뱀, 독수리, 매, 부엉이, 늑대, 코요테, 퓨마, 족제비, 곰. 정글에는 사납고 굶주린 포식자 맹수들로 득시글거렸다. 정글의 법칙은 무섭고 냉혹했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고 로키 산의 정글 속에 남아 생존한 닭이 있었다. 바로 붉은 정글 닭 뮤와 그를 따르는 정글 닭이었다. 블랙웰은 키암바와의 약속을 키기 위하여 뮤의 종자를 얻은 다음 뮤를 묶어두거나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방사했다. 뮤는 로키에서 홀로 있다가 닭의 행진에서 낙오된 닭들을 거두어 보호하고 통솔했다. 그들은 로키 산의 깊은 정글로 들어가 붉은 정글 닭의 용맹과 지혜를 바탕으로 생존하고 번성했다. 새로운 로키 산의 지배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뮤를 붉은 정글 닭의 대왕이라고 불렀다. 붉은 정글 닭의 대왕 달기는 2억 년 전의 약속을 지키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바야흐로 붉은 정글 닭의 대영웅 서사시의 시작이다.
만년설이 험준한 바위산 꼭대기에 하얗게 덮여있다. 바위산 사이를 지나 또 다른 바위산이 겹겹이 솟아올라 있는 계곡 한가운데 초원이 분지처럼 펼쳐졌다. 산마루에서부터 시작된 호수가 분지의 초원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만년설의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세상으로부터 숨겨진 듯 밀림처럼 빽빽한 나무들로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푸르른 수면 위를 나르는 한 무리의 새들이 거친 날갯짓으로 호수를 건너 맞은편 수풀 사이로 내려앉았다. 그 새들은 기러기도 아니며 청둥오리도 아니고 산비둘기도 아니다. 칠면조처럼 큰 몸체와 날개였다. 수풀사이로 드러난 새들의 머리에는 붉은 선홍빛의 왕관이 솟아있었다. 노란 무리, 검고 동그란 눈, 목덜미에서 시작된 붉은 깃털이 날개로 이어지고 허리에서부터 시작된 검고 푸른색 또는 빛에 따라 보라색 또는 은색으로 빛나는 꼬리털이 수직으로 솟아올라 우아한 포물선을 이루며 길게 늘어졌다.
제일 먼저 머리를 곧추세워 주위를 돌아보던 새가 날개를 부딪치며 울음을 터트렸다. “꼭꼬 두루두 꼬끼오”
그러자 나뭇가지 사이에서, 덤불 속에서, 하늘에서, 여기저기에서 수백 마리의 붉은 정글 닭들이 나타났다. 이곳은 붉은 정글 닭의 영토이며 그들의 천국이었다. 이 영토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는 사람의 그림자가 나무 사이로 나타났다.
배낭을 멘 젊은 사나이가 길도 없는 산속을 익숙한 듯 거침없이 호수 쪽으로 향해 걸어왔다.
“뮤!” 사나이는 붉은 정글 닭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대답하듯 외쳤다.
피부가 구릿빛으로 빛나는 젊은 청년이 정글 닭들이 뛰어노는 ‘닭의 왕국’의 숲속에서 그가 큰소리로 외쳤다. 곧 나무 사이로 거대한 날개바람을 일으키며 붉은 정글 닭이 날아왔다. 큰 날개를 접고 청년 앞에 다가가자 청년은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진한 선홍색의 왕관과 수염 돌기 검붉은 깃털,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늘어진 검은 꼬리털, 황금색 목갈기, 통나무처럼 거칠고 굵은 다리. 독수리 같은 발톱, 붉은 정글 닭의 대왕이었다. 앞가슴에 거칠게 난 상처 자국이 있지만 우람하고 늠름한 자세가 위엄이 있었다.
“뮤!”
“꼭끼오, 꼭꼬르 두루두!”
“뮤! 나의 형제여! 잘 있었니?”
붉은 정글 닭 뮤와 키암바가 나란히 걸었다. 숲속에서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뮤, 야자 냄새가 그립다. 너도 에메랄드 백사장에서 다시한번 뒹굴고 싶지?”
뮤는 힘차게 날개를 펼쳐 홰를 치고 목을 뽑아 들어 포효하듯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꼭꼬두루두 꼭끼오!”
“하지만 이곳도 좋은 곳이야! 온통 바위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천혜의 분지 같아. 마치 깃털공룡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잖니? 붉은 정글 닭의 왕국으로 삼기에 최고의 장소야! 붉은 정글 닭의 대왕으로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니?”
“꼭꼬두루두 꼭끼오!” 한바탕 울음을 터트린 뮤는 붉은 날개를 펼치고 훌쩍 하늘로 날아올라 넓은 분지를 한 바퀴 선회하였다. 그리고 높게 솟아오른 바위꼭대기에 사뿐히 내려앉아 영토를 사방으로 휘둘러보았다. 멀리 풀밭에서 병아리들이 주르르 나와 뛰어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여기야말로 진정한 닭의 왕국이다.
농장에서 육종사로 일하고 있는 구릿빛 얼굴의 청년 키암바의 갈색 눈동자가 뮤의 검은 눈동자가 마주쳤다. 밤하늘의 보석처럼 빛났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만난 붉은 정글 닭의 대왕 뮤와 키암바는 로키 산맥의 깊고 깊은 숲속을 향하여 나란히 걸어들어 갔다. 둘은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끝
*지금까지 세개의 이야기는붉은 정글 닭, 대 영웅 서사시의 배경이 되는 외전입니다. 닭들의 천국이라는 농장에서 만마리의 병아리들이 닭들의 행진을 하면서 겪는 모헝 이야기가 장편 동화로 펼쳐집니다.
붉은 정글 닭의 대왕 달기의 부활, 달기대왕은 다시 한 번 닭들의 왕국을 세운다.
|
첫댓글 그래서 나는 동물복지 달걀만 먹는다!ㅎ
그 이름도 친숙한 '달기'
레무리아 대륙 - 필리핀 - 이제 신대륙으로 건너가 록키산맥에 닭들의 왕국을 세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