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요일 동생과 통화하는데 엄마가 ‘너네는 꽃구경 안가냐?’라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그 말은 바람쐬고 싶다는 건데 나는 잠시 마음이 요란해진다. “00아~ 요즘 꽃이 예쁘다던데 우리도 꽃구경 가자~” 아니면 “00아~ 나 꽃구경하고 싶은데 시간 되냐?” 이렇게 말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 마음을 보니 ‘아~ 또 내가 엄마를 분별하고 있구나’ 해진다.
2. 원래 엄마가 화요일에 출발하는 교당 절친교도님들과 2박 3일 여행일정이 있던터라 이번 주말엔 집에서 쉬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엄마와 꽃구경 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터였다. 그리고 나도 동생도 토요일 일정이 있어서 나들이가 어렵기도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좀 걸리긴 하다.
토요일 모임 친구들과 금산사 둘레길을 걸으면서 벚꽃이 유난히 맑고 아름다워 연신 이쁘다를 외치면서 구경했는데 엄마생각이 났다. 이 예쁜꽃들을 엄마도 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생에게 일요일 법회 후에 시간 되면 엄마랑 함께 꽃구경하러 가자고 문자를 보냈다. 일요일 동생과 법회 후 익산 주변으로 드라이브겸 바람쐬러 가기로 하고 엄마에겐 말하지 않고 익산으로 출발했다. 엄마는 일요일 오후에는 교당 모임교도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집에 도착하여 엄마에게 전화해서 꽃보러 가자하니 알았다고 하시며 데릴러 오라고 한다. 엄마모시고 동생집으로 가서 동생 픽업하여 익산 근처로 꽃보러 갔다. 만경강 뚝방길로 익산에서 삼례까지 벚꽃길이 터널로 조성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본 꽃길 중 가장 긴 꽃길이었고 절정의 시기의 꽃이어서인지 어제 금산사에서 본 꽃처럼 이곳 꽃도 정말 예쁘고 아름다웠다. 엄마도 좋아하셨다. 이틀 후 일정이 있으니 무리하면 안되기에 나가서 걷지도 않고 차안에서만 감상을 했지만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집에 와서 같이 밥을 먹고 나니 엄마가 갑자기 ‘꽃구경 하려면 미리 얘기를 하고 계획을 세워서 가야지. 그래야 마음의 준비도 하고 그러지’라고 탓아닌 탓을 하시는게 아닌가? 순간 황당했지만 나는 얼른 마음을 챙겨 엄마에게 “하루종일 시간내서 가는것도 아니고 법회보고 오후 잠깐 나가는건데 서프라이즈로 한거지~ 서프라이즈.. 좋잖아~” 그래도 엄마는 서프라이즈는 별로인가보다. 미리 말해주어야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나 어디간다’ 라는 말을 할텐데..그러지 못하니까 그런거 아닐까~ 라고 동생이 옆에서 엄마의 속마음을 대변한다. 그래, ‘엄마의 마음이 그렇다면 다음부턴 그렇게 해야지~’ 엄마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3. 잠시 후 집에 가려고 인사하고 나오니 엄마가 현관에서 배웅하며 “자주 와라~” 하신다. 옆에서 올케가 “지난주도 왔잖아요~” 하니 “그런가?” 하신다. 나 또한 ‘요즘 계속 한의원 진료차 매주 우리집에 오셨는데 그러네?’ 하는 마음이 사~알짝 나온다. 그럼에도 오늘은 왠지 엄마가 짠하게 다가온다. 집에 오는길에 생각해보니 내 마음속의 엄마는 예전의 ‘그래도 젊은 엄마’로 있다는 걸 느꼈다. 씩씩하고 강단있는 그런 엄마로...
그래서 자꾸 아프다고 하고 그런 약해진 자신에 집착하여 병원에만 의지하는 모습이 나에겐 못마땅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몸은 아프지만 마음으로 그리고 공부하는 공부인이니 공부의 힘으로라도 몸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를 원한것이었다. 나이가 듦에 따라 그래서 아픈 엄마를 인정하지 않았음이다. 생각해보면 아빠가 떠나시고 혼자 되신 후로 더 몸도 마음도 약해졌음을 알면서도 본인들의 힘듦만을 핑계로 그것을 마음으로 보듬어주지 못한 우리 자식들이었음을 확인했다.
첫댓글 1. 그렇게 사실적으로 말해 주면 좋지요... 그런 엄마마음을 살피면 왜 그렇게 직설적인 표현을 못하실까요? ..그것이 우리 나라 풍속중에 있었요.그리고 둘러서 말을 표현하는 것이 미덕으로 알고 있구요.
2. 그래요 노인들은 그렇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요... 그러니 그대로 인정이 된다면 그러게요 미리생각한 것은 아니고 갑자기 꽃이 너무 예뻐 보여지니 엄마랑 함께 하고 싶었다고 말하면 엄마도 그대로 인정이 되었겠지요... 공부를 하면 그 상황를 그대로 보는 연습이 되어지고 그대로 보면 그 순간 포착하면서 잘 말을 할수도 있게 되지요...
3. 구경도 하고 나니 좋으셨나 보구나 그러니 자주 오길 바라는 마음이 드셨나보다 ... 해지지요..
그래도 공부하면서 차츰 변화하는 마음이 보여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