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올해 첫 발령을 받은 과학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대구시에는 과학과는 물리 1명, 화학 1명, 지구과학 2명, 생물 3명이 신규로 임용이 되었다고 합니다. 참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러면서 시험 안치고 교사가 된 제가 과연 그 자리에 있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대구시 교육청이 작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멘토링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경력 5년 이상 되는 교사가 신규 교사의 멘토가 되어 교사 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실시되고 있지요.
1987년 3월. 제가 며칠 전 만난 선생님들처럼 교사로서의 생활을 처음 시작했고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저에게 2007년, 올해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되는 한 해입니다. 지나간 20년을 뒤로 하고 올 해 첫 발령을 받은 초임이라는 자세로 저의 교직 생활을 좀 더 소중하게 채워가고 싶습니다.
2007년을 시작하면서 저의 첫 밤샘은 첫 발령의 설렘과 떨림, 그리고 두려움을 고스란히 적어 둔 그 때의 일기장을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교사입니다. 그래서 그런 지 늘 후배들에게 부탁이 많고, 그래서 조금은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선배로 통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배, 선생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먼저 해보았다는, 그래서 앞에서 했던 시행착오를 조금 덜 하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신규 임명장을 받는 후배들 옆에서 박수를 치면서 작지만 저의 몇 가지 부탁이 그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며칠동안 끙끙거리며 이 글을 준비했습니다.
저와 같이 교사 생활을 시작한 친구는 제 생각을 듣더니 이렇게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넌 참 오지랖도 넓다. 왜 아무도 해달라고 하지 않는 일을 만들어서 이래? 솔직히 요즘 젊은 교사들 얼마나 똑똑한지 아니? 고시 출신들이야. 섣불리 그러다가 큰 코 다친다. 정 하고 싶으면 너희 학교 신임 교사에게나 하던지 아님 교육청에 다 손들어. 올해 과학과 멘토로 저를 뽑아 주십시오, 하고. 그래서 그냥 조용히 한 두 사람의 멘토나 잘 하셔. 하여튼 좋은 소리도 못 들으면서.... 정말 너나 잘하세요, 라는 소리나 들을 거다. 요즘 학교나 교사들 이야기라면 좋게 받아들이는 사람 별로 없어. 그냥 좀 있어, 응?”
그 친구의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며칠을 고민해 보고도 이 글을 쓰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 또한 올 해 첫 출발을 하는 ‘나 홀로 신규 교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쓰게 될 글은 저에게 하는 부탁이고 다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20년 전 저의 3월과 그 해 1년을 되돌아보면 참 후회가 많습니다. 몰라서 그랬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너무 많습니다. 그 때는 왜 그렇게 바보 같았을까요? 잘 몰라도 제대로 묻지를 못했습니다.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지조차도 몰라 그것부터 물어봐야 할 것 같았거든요. 제가 용기를 내고 마음을 열어 열심히 물었더라면 모두들 잘 가르쳐 주셨을 텐데.... 제가 그러지를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혹여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봐서, 혹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봐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정말 오지랖이 넓습니다. 신학기가 되면 새로 전근 오신 선생님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화장실이 어디 있는 지 복사는 어디서 할 수 있는 지 파쇄기는 어디 있는 지, 묻지도 않는 것을 설명해 드리고 싶어 안달을 합니다. 저의 오지랖을 이해하시고 이 글을 읽어 주십시오. 너나 절하세요, 라는 핀잔 대신, 우리 같이 노력해보기로 해요, 라는 마음으로 받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공책을 펴 두고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고 여기에 대한 답을 적어 보기 바랍니다. 과연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 지를. 왜 교사가 되고 싶었는던가를 되돌아보십시오. 학창 시절 학교생활과 선생님들을 떠올려 보면서 나는 어떤 선생님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존경했었던가도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것들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글로 꼭 적어보기 바랍니다. 그렇게 자신과 마주 앉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어 보기 바랍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진정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 지에 대한 목표를 꼭 세우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 달 후, 두 달 후, 한 학기를 끝내고, 다시 일년을 끝 낸 후에 다시 읽어 보기를 꼭 권합니다.
2. 24시간 교사로 살자.
교사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르친다’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가르친다는 마음 이전에 열심히 배우겠다는 다짐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배워서 알게 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참으로 다른 것입니다. 많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위에다 전달하기 위한 ‘기술’적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쯤은 자신이 가르칠 학년이 결정되었고 교과서도 받았을 것입니다. 임용고시 준비하던 그 때보다 아마 지금 더 열심히 교재 연구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한 차시를 얼마만큼으로 할 것인 지, 주당 3시간이면 한 달 분량은 어느 정도일 것인 지를 생각해보고 최소한 한 달 정도의 내용은 사전에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가면 수업만하는 것이 아니라 담임으로서, 행정업무로 정신없이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준비가 이 정도 되어 있지 않으면 한 시간 한 시간을 앞두고 바쁘게 수업 준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면 첫 진도를 나가는 반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수업을 하게 될 수도 있답니다. 교사에게 있어 수업 준비만큼은 완벽하게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4년째인데 이번 겨울 방학에도 교과서를 집으로 가지고 와 올 1년에 대한 준비를 했답니다. 3년이나 한 것을 외워도 외우겠다, 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교과서 내용은 그대로일지 모르지만 그것을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전달 할 방법을 찾아야 하거든요. 작년에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했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고 특히 매 시험 때 마다 각 문제마다 문항 분석을 해 놓았던 것 자료를 가지고 제가 예상한 정답률과 학생들의 실제적인 정답률이 현저히 차이 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찾아 두어야 하니까요.
혹여 도움이 되는 영화나 비디오 자료는 없는 지, 책은 없는 지,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는 지, ebs에서 방송을 하시는 선생님들은 어떻게 이 부분을 설명했는지 등등도 알아보고. 가르치는 것이 저의 일인데 학생들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은 전적으로 교사인 저의 책임 일 테니까요. 모든 아이가 과학을 좋아하거나 잘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교사로서 관심이 없거나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도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늘 아이를 탓하기 전에, 환경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을 가장 먼저 하기 바랍니다. 물론 교사가 그 모든 것을 다 떠안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수업에 관해서는 가장 큰 책임은 교사에게 있다는 것을 늘 마음에 담고 생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교과서 전체에 대한 파악을 하십시요. 그러면 이 단원의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가르쳐야하는 지, 다음 단원과 어떻게 연계 시킬 것인 지, 계절적인 요인때문에 진도를 좀 바꾸어야 할 부분은 없는 지 등등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수업이 훨씬 수월해진답니다.
늘 공부하고 배운다는 자세를 잃지 말아주십시오. 드라마 한 편을 보아도 광고 하나를 보아도 혹시 수업 중에 쓸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책 한 줄을 읽어도 이 대목은 이 단원 수업할 때 도움이 되겠다.... 끊임없이 찾고 생각하고 적용해보는 것. 24시간 교사로 산다는 생각이 들어야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많이 찾고 배우고 메모하고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가공하여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데 아주 효과적으로 쓸 수 있도록 늘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3. 배운 대로 하라.
후배들에게 꼭 부탁하는 것 중 하나가 학교에서 교육학을 통해 배운 대로, 가장 기본적인 것은 꼭 지키라는 것입니다. 지도안은 꼭 짜야합니다. 학교에서 내주는 틀에 맞추어 짜는 것도 좋고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서 하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꼭 지도안을 짜면서 철저하게 한 시간에 대한 수업을 계획하라는 것입니다. 지도안을 짜다보면 그 수업을 위해서 가장 좋은 수업의 형태가 어떤 것이며 교사가 어떤 준비들을 하여야 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들이 세워집니다. 준비된 수업만이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감동씩이나?’할지 모르지만 그런 마음의 자세로 준비를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매 수업마다 학습모표를 꼭 쓰기 바랍니다. ‘학습목표는 장학사 오는 날만 쓰는 것’이라는 이상하게 잘못 인식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한 시간의 수업에는 반드시 목표가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 목표를 제대로 알아야만 자신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알 수 있고 나름대로 목표 의식도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수업을 해보니 학습 목표를 적어두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습니다. 일단 수업의 목표만큼은 꼭 이루어야 겠다는 저 스스로의 각오가 섭니다. 그리고 학생들도 이 번 시간에 무엇을 배울 지에 대해 어느 정도 안내를 받으니 좋아(?)하고요, 중간중간 저와 아이들이 하고 있는 공부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할 수 있어 좋고, 중간 점검에서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게 되면 후반부의 수업을 진행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목표 한 것의 일부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더 키지는 것을 자주 경험 하곤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간단한 평가를 할 때도 이 문제가 바로 학습 목표의 이런 부분에 도달하였는가를 묻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제시되고 풀이에서도 다시 한 번 목표와 연계하여 마무리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한 시간 수업을 통해 무엇인가를 이루었다는 구체적인 성취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습목표가 세워지면 그것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할 평가에 대한 기준이 서게 되고 그것을 이용하여 문제은행을 만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문제 은행이 만들어지면 시험 기간이 다가온다고 하여 시험문제를 내야한다는 압박감도 덜하고 다양한 유형의 문제와 난이도로 학생들을 좀 더 잘 평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학습목표 설정과 제시는 아주 좋은 효과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문제는 수시로 만들어 문제 은행을 풍성하게 해 두고 시험 문제를 낼 때는 이원목적분류표에 맞추어 내면 됩니다. 문제를 다 내놓고 이원목적분류표를 문제에 끼워 맞추는 경우도 있는데 꼭 이원목적분류표를 먼저 작성을 하고 그 계획에 맞추어 문제 선택하기 바랍니다. 이원목적분류표 작성이 좀 까다롭기는 하지만 한 번 제대로 배워두면 아주 요긴하게 쓰입니다. 부탁할게요. 배운 대로 해주세요.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나면 문항분석을 꼭 하십시오. 컴퓨터가 처리해 놓은 것을 출력하여 분석만 하면 된답니다. 그 분석 결과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그렇게 된 이유를 함께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17번 문제 선생님은 정답 예상률을 75%로 잡았는데 어찌 된 반인 지 3반의 경우는 44.3%밖에 정답을 고르지 못했어요. 이 수업을 할 때 특별한 일이 있었던가요? 선생님이 몹시 버버벅거렸다든가? 아니면 행사 때문에 빠진 시간이 있어 좀 급하게 나갔나요? 여러분들이 이해를 잘못했는데도 선생님 혼자서?”
구체적인 근거를 이용한 칭찬은 아주 큰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답니다.
“역시 천재반은 달라요. 아니 이 문제를, 5번 문제를 어떻게 100%가 다 정답을 고른단 말이에요? 선생님은 85% 정도 예상했고 다른 반들도 거의 비슷하게 그 수준인데. 정말 대단해요. 짱이에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현장에서 그대로 쓰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벅차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기본이 바로 서면 훨씬 쉽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쉽고 간편한 것보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배운 대로, 원칙을 지키면서 가주기를 바랍니다.
4. 책을 많이 읽자.
위의 24시간 교사로 살자 중에서도 특히 책을 많이 읽자를 따로 떼서 다시 한 번 부탁을 합니다. 올 1월 12일 교육연수원에서 ‘독서치료와 상담’이라는 주제로 국어 선생님들 독서 직무연수에서 3시간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강의 제안을 하러 전화를 한 연구사가 그러더군요. 저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고. 당연히 국어교사일 줄 알고 찾았는데 없어서 애를 먹었다고. 담당과목이 과학이라서 많이 놀랐다고. 우리의 무의식속에 ‘책, 독서’라고 하면 국어선생님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생활이어야 하고 특히 교사에게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연수 시간보다 빨리 가는 바람에 우연히 읽은 어떤 선생님의 글 속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하나의 문화이다. 그래서 고급스럽고 세련된 문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글을 읽는 순간 가슴 한 중간에 커다란 돌덩이가 쿵하고 자리 잡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좋은 문화, 고급스러운 문화가 되고 있는가?’
그날 강의는 계획과는 달리 이 말로 시작했었습니다.
‘저 스스로가 학생들에게 고급스러운 문화가 되고 있는가? 물어보니 그렇게 마음이 무거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위로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늘 좋은 환경 속 에서만 살면 되겠는가? 아이들의 다양한 체험을 위해서 나 같은, 조금 저급스러운 문화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하고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강의를 맡으면 준비를 몹시 철저히 하는 편입니다. 첫 인사부터 마지막 감사합니다 까지, 녹음해서 연습을 해보고 난 뒤 강단에 섭니다. 강의 시안이 짜지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끊임없이 메모하고 수정하면서 강의 준비를 하는데 늘 녹음기로 녹음해서 들어보는 과정을 빼먹지 않습니다. 목소리 톤은 어떤 지 말의 빠르기는 적당한 지, 내가 들어도 좀 어설프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는 지, 이야기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잘 이어지고 있는 지, 너무 지겹지는 않는 지, 적절한 유머가 들어 있는 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지 등등을 체크를 해보고 부족한 부분들을 수정하고 다시 녹음을 해서 들어보고.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봅니다. 그리고 강의 할 장소로 가는 도중에도 운전대를 잡고서는 강의 연습을 합니다. 강의할 장소의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타고난 연설가도 있다고 하지만 저는 그런 능력을 가지지 못했기에 이런 노력의 시간이 제게는 꼭 필요한 것이지요.
다시 본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저는 과학 교사이기는 하지만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합니다. 자습시간에도 늘 책을 읽는데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는 편지를 종종 받는답니다.
이처럼 전 선생님에 의해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던 버릇이 생겼지요. 그것은 바로 책을 자주 읽게 된 버릇입니다. 선생님께서 계속 옆에 책을 들고 다니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좋은 버릇이 생겨나게 된 것 같습니다. - 미정
선생님 덕분에 손에 쥐려고도 하지 않았던 책들을 이제는 직접 사서 보기도 하고…. - 승희
1학년 때 선생님께서 자습시간에 책을 읽어 주시고 교훈적이 이야기도 해주셨죠? 그 때가 너무 그립습니다. - 지영
‘아침독서’ 활동, 그것만 아이들과 함께 꾸준하게 열심히 하셔도 아주 좋은 효과를 얻을 겁니다. 그리고 늘 배워야하는 교사가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니까요. 학교 도서관이나 공공 도서관을 이용하여 좋은 책들을 많이 읽으십시오. 전공에 관한 것은 물론 상담이나 성장소설 등은 학생들을 이해하고 다가가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책을 열심히 읽은 선생님, 좋은 문화가 되는 첫 걸음이 되어 줄 것입니다.
5. 교사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라.
관계 형성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 학생들 말 안 듣죠?’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요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가 많지 않느냐고, 선생에게 대드는 것은 보통이고 심지어는 폭력까지 휘두르는 학생들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요즘 아이들’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안 그랬는데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고.
학생이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단지 세상이 많이 변하고 ‘요즘 아이들’이 겁 없고 무서워졌다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예전엔 엉덩이에 피가 맺히도록 맞아도 아무 말 않고, 심지어 자신을 위해 사랑의 매를 때려주신다고 눈물로 고마워했었는데…. 아이에게 체벌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교사와 그런 교사를 고발하는 학생.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왜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본 교사를 비롯한 일명 기성세대들이 가져봄직한 의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인터넷 교보에서 가져왔습니다)
토머스 고든의 『교사 역할 훈련』의 한 부분입니다.
"어떤 주제, 어떤 내용, 어떤 기술, 어떤 가치관이든 간에 좀 더 효과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학생들이 교사의 필요를 존중하고 교사가 학생의 필요를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교사라면 라틴어건 그리스 역사건 수학이건 작문이건 문학이건 제도(製圖)건 화학이건 간에 재미있고 신나게 가르칠 수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교사의 필요를 존중하고 교사가 학생의 필요를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필요할까요?
교실은 교사와 학생이 공존하는 시공간입니다. 따라서 양방향성이 기본 바탕을 이루어야 하겠지요. ‘교감’ 또는 ‘마음 통하기’라 부를 수 있는 이것이 제대로 되었을 때 교실 현장은 가장 이상적인 상황으로 진행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 어느 쪽에 먼저, 그리고 어느 정도 접근을 시도하느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 보고 오라고 할 수 있나?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자칭 어른이라고 하는 내가 아이들에게로 다가가야지. 아이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도 돼. 내가 가면 되잖아.’
초임 시절 왜 아이들이 내게로 다가오지 않는지, 왜 내가 의도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지, 다 자기들 좋으라고 하는 일에 이렇게 뻗대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힘들어하는 제게 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아니라 교사인 내가 다가가자. 아이들이 마음 열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먼저 열어 보이자. 그래서 아이와 마주보면서 서로의 눈을 찡긋하며 우린 잘 통하는 사이?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아이가 아닌 내가 해보자.’
아이들과 마음 통하기를 위해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상담 연수를 받고, 주변에 학생들과 마음이 잘 통한다는 선생님들도 찾아다니십시오. 물론 처음부터 다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는 사이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여러 노하우들을 찾아내게 될 겁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이 몇 가지는 꼭 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에게 다다가는 것을 조금 수월하게 도와줍니다.
①담임을 맡으면 3일 이내에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 이름 불러주기. 이것의 노하우는 반 배정표를 받으면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번호와 이름을 먼저 외웁니다. 그리고 새로운 반의 책상 위치를 그리고 번호 순서대로 아이들의 이름을 적은 좌석표를 먼저 만듭니다. 그렇게 해서 아직 만나보지도 못한 아이들의 이름을 책상 위치와 함께 미리 외워둡니다. 그런 다음 아이들이 처음으로 교실에 들어오기 전에 칠판에 그 좌석표를 그려두고 그곳에 앉도록 하는거지요. 자리를 새로 정하기 전까지는 일단 번호 순서대로 앉자고 하고요. 그러면 아이들의 이름과 좌석은 외워두었으니(또한 교탁에 좌석표 얹어두었으니) 첫날부터 이름 부르면서 시작할 수 있고 이름을 아주 빨리 외울 수 있답니다.
또한 교과 수업을 들어가는 반도 될 수 있으면 빨리 이름을 외워 수업 시간에 꼭 이름을 불러주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②복도에서 만나면 ‘안녕’이라는 인사 먼저 하기. 먼저 인사해오는 아이가 있다면 꼭 ‘○○, 안녕’이라고 이름을 넣어 인사 받아주기.
③신학기 첫 만남을 위한 편지를 써 갑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 지 어떻게 서로를 알아갔으면 좋겠는 지 등등을 적은 편지는 아이들에게 빨리 다가갈 수 있는 끈을 만들어 준답니다. 그리고 가끔씩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반 전체에게 편지를 쓰곤 합니다. 한 장을 워드로 써서 복사해서 주고 공개해도 될 내용이면 이 블로그에도 올려둡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거나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에게도 말보다는 제 생각을 담은 편지가 훨씬 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줄 때가 많습니다. 제가 화가 나거나 힘들 때도 직접적으로 화를 내는 것 보다 편지를 통해 전달할 때도 있습니다.
④첫 중간고사에는 아침을 먹지 않고 오는 아이들을 위해 머핀을 구워갑니다. 아이들 숫자만큼 집에 있는 오븐으로 구워야 하니 새벽부터 몇 판을 구워야 하지만 그 정성이 아이들에게 전해지리라 믿기에 빠지지 않고 하고 있는 일입니다. 첫 시험에 긴장되어 아침밥을 거르고 오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저도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⑤휴대폰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일명 ‘담임용 스팸메일’을 종종 보냅니다. 그래서 요금제도 문제무제한으로 바꾸었답니다. 아이들 개인과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할 때 아주 요긴하게 쓰입니다.
⑥아이들을 칭찬하거나 자랑할 일이 있으면 공개된 블로그에 꼭 올려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이렇게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늘 먼저 다가가려 노력하기 바랍니다. 이런 열린 마음은 교무실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말을 하는데 당당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성교육이라는 말은 어쩌면 필요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성은 의도적인 교육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스며드는 것일 테니까요. 며칠 전 읽은 책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것이다.’
물론 남녀의 사랑에 관한 말이지만 이것을 패러디(?)해보면
‘인성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젖어드는 것이다.’
6. 교실 문도 열어라.
누군가 선생님의 수업에 들어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습니까? 교생실습 기간에 지도교사가 보고 있을 때, 친구들이 보고 있을 때, 경험해보셨지요?
‘수업은 교사의 권한이니 누가 어떻게 말할 수 없고 그것은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져야 한다. 그러니 관리자나 장학사들이 수업을 참관하는 것도 없애야 한다.’
어느 모임에서 만난 선생님의 이 말씀으로 인해 저와 한참 논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교사의 수업은 늘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 한 사람과 서른 다섯명(올 신입생은 38명)의 학생들이 하는 수업. 이게 과연 닫혀 있는 것일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들이 집에 가서 그 수업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러니 교사의 수업은 학부모에게도 이미 충분히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멘토들의 회의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신규교사들이 자신들의 수업을 보여주고 비디오로 찍어 보여주는 것에 대해 아주 부담스러워 한다는 이야기에 멘토들인 저희들이 먼저 수업을 공개해서 언제든 참관하러 오겠다고 하면 흔쾌히 교실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요.
교사의 수업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연습과 필요한 시간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언제든 교실 문을 열어두고 동료 교사들의 조언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실 문, 언제든 열어두고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흔쾌히 받아들이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준비가 된 수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업에 대한 의견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합쳐 더 나은 수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당당한 수업이라면 그 누가 와서 본들 어떻습니까?
저는 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수업을 할까 참 궁금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연구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들께 도와주겠다며(이건 제 생각이고 걸리적거렸을 겁니다.ㅋㅋ) 끼이는 것입니다. 과학 교사이면서 과학 수업뿐 아니라 사회, 영어 수업의 준비에도 오지랖 넓게 끼이곤 했었어요. 저의 그런 행동에 당황하시는 선생님들께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동과 선생님들이 주지 못하는 도움을 줄 수도 있잖아요. 같은 사화 선생님은 자신이 이미 그 단원의 내용을 알고 있고 자신도 그것을 가르치기 때문에 선생님이 좀 부족하게 설명을 해도 알아채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는 사회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니 제가 들어봐서 귀에 쏙 들어오고 으흠, 알겠다 싶어야 아이들도 잘 알아들을 수 있지 않겠어요? 처음 듣는 아이들에게 잘 이해가 되도록 연구하는 것이 이 수업을 준비하는 가장 큰 목적이니 나도 좀 듣게 해줘요. 내가 들어봐서 잘 이해가 안 되는 건 물어보고 할게요. 아이들은 몰라도 그냥 가만있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렇게 이 과목 저 과목 연구수업 준비에 끼여 오지랖 넓다는 핀잔 무지하게 들어가면서도 참 얻은 게 많았습니다. 몇 년 전 중학교에 있을 때는 저희반 아이들을 연구수업 반으로 들이(?) 밀어가면서 까지 영어 공개수업 준비에 끼인 적도 있었답니다. 욕심 많은 담임 덕분에 저희 반 아이들 무지 고생했었습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한 것은 솔직히 아직까지 ‘선생님 수업 좀 들어 가 봐도 될까요?’ 하면 ‘아, 뭐 배울게 있겠나. 그저 자기 수업은 자기가 알아서 하면 되지....’하며 정중한 거절을 당할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공개 수업 출장 있다 하면 손들어 가봅니다. 선생님들의 수업은 늘 열어두고 다른 선생님의 수업도 많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초임에는 저희 친정어머니를 교실 맨 뒤에 앉혀 두었습니다. 물론 상상의 어머니를요. 저에게 대한 기대가 참 컸던 어머니이고 고생을 많이 하신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 제겐 늘 애닯기만 한 어머니이기에 그 어머니께 늘 칭찬받는, 부끄럽지 않은 교사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 수업을 하고 나오면서 교실에 남아있는 상상속의 어머니께 물어 보곤 했습니다.
‘어머니 오늘 저 어땠어요? 잘하던가요?’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는 늘 아이를 그 자리에 앉힙니다. 그리곤 물어보지요.
‘예슬아, 오늘 어머니 어땠어?‘
이제 그 아이가 고3이 되었고 상상속이 아닌 진짜 교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분들도 가장 소중한 사람을 교실 한 자리에 앉혀 보세요. 그 사람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수업이라면......
7. 꼴찌도 소중한 우리 반이다.
시험 감독을 하러 평소에 들어가지 않던 1학년 교실에 들어갔더니 칠판 한 귀퉁이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모두 5등씩 올리기!’
<모두>가 5등씩 등수가 올라가면? 똑 같은 자리지 않을까요? 1등에서 5등까지는 어떻게 하죠? 물론 열심히 공부하자는 의미라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학교에는 어떻게든 등수를 매기려고 합니다. 어제 고3인 예슬이와 오랜만에 잡지책을 같이 보았습니다. 누구네 집 아이는 사교육 없이 학교에서 우등생, 뭐 이런 대목에서 예슬이가 묻더군요.
“어머니, 우등생이 뭐예요? 학교생활 잘 하면 우등생 아닌가요?”
누구네 집 아이 천재라더라, 누구네 집은 자식 넷이 모두 명문대 갔다더라, 그것도 고액과외 한 번 안하고.... 이런 기사들이 연일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등생.
예슬이의 말이 참 마음에 와 닿더군요.
한 반에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등수가 매겨집니다. 하지만 그 어떤 아이도 교사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얼만 전 대학에서 상담 강의를 하는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나는 학교 다닐 때 졸정제에 걸려 구제고시까지 쳤잖니? 그래서 내가 선생을 포기했잖아.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 인생이 달라졌지. 그 당시 너무 답답한 심정을 어디 한 군데 털어 놓을 곳이 있어야 말이지. 그러다 문득 상담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이 든 거야. 나같이 답답한 사람 내가 좀 도와주자는 마음에서. 전화위복이 된 거지. 몇 년 발령 나길 기다리며 보냈을 세월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새로운 길을 찾았으니 말이야. 사대 다닐 때는 그렇게 공부가 안되더니.... 근데 내 조카가 이번에 임용고시에 떨어졌어. 그런데 그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걱정이 되더라. 우리 조카도 공부라면 내 놓으라 할 만큼 했거든. 그런 아이도 떨어지면 도대체 얼마나 똑똑한 아이들이 되는 거야? 근데 그렇게 고시까지 패스해서 간 아이들이 자기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아이의 심정을 이해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거야.”
그 친구는 자기 과에서 꼴찌를 해서 졸업정원제가 있던 시절이라 졸업을 못할 위기에 처했고 그런 학생들을 위해 급하게 생긴 국가고시를 쳐서 겨우 졸업을 했었어요. 그 당시에도 발령이 정말 안 나던 시절이라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꼴찌를 한 자신이 도저히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소리 못하겠다며 교직을 포기했었습니다. 그리고 시작한 상담공부. 그리고 유학. 자신과 같이 힘든 경험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며 자원봉사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자신의 길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친구의 물음에 선뜻 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아이들을 보려 노력하기 바랍니다. 모두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8. 늘 학생을 먼저 생각하라.
<우리 반 아이들은 나의 고객이고 나는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제가 참 존경하는 선배님의 교무수첩 맨 앞장에 적혀 있던 글입니다. 지금은 서로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아직도 그 글은 여전히 선배님의 교무수첩에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선배님은 늘 아이들이 가장 중심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와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고 힘든 일고 있었지만 그 분에게 있어 학생들은 ‘자신의 최선을 다해야 할 존재’였고 그 분은 정말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그 선배님을 유난히 따랐던 것은 ‘아이들에게 경어쓰기’라는 공통점이 적지 않게 작용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몇 년 전 느낌표에서 ‘존댓말 선생님’에 관한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 때 많은 분들이 게시판에 찬성과 반대의 글을 올렸었는데 저 또한 거기에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5번째 주인공의 출연했었습니다. 그 때 반대의 글을 올린 분들 중에 참 많은 분들이 교대나 사범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일단 현장에 와서 해보고 난 뒤 선택을 해라. 해보지도 않고 미리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일단 현장에 와서 해보고 자신이 선택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요.
방송 보신 분들 중에 아직도 많은 분들이 이 대목을 기억해주십니다.
“경어 써도 저 싫어하는 애들 많아요.”
저는 아이들에게 1:1 만남이 아니면 경어를 씁니다. 그건 저의 선택이었지만 제가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갈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올해 1학년 담임과 1,2학년을 가르치게 됩니다. 저의 큰 딸보다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아이들을 사랑하고 제가 사랑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쁘고 고운 말,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을 매일 듣는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기에 친절하고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말 하나는 정말 이쁘게 한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데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다보니 제가 얻은 게 더 많아져버렸답니다. 보너스를 듬뿍 받은 기분이지요.
선생님들만의 학생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경어를 쓰고 안 쓰고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한 방법을 이야기 한 것이니까요.
9. 권위가 아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키워라.
이 것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쓰다보니 제가 욕심을 너무 부리고 있다 싶어 여기서 멈춥니다. 오지랖에 욕심까지. ㅜㅜ
시작할 때 이야기 했듯이 이 글은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저 자신에게 주는 다짐입니다. 그리고 혹여 20년 전 제가 그랬듯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하게 될 선생님이 계실까봐서, 선뜻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분이 계실까봐서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은 글입니다.
제가 많은 도움을 주신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을 잘 압니다. 그분들께 받은 것을 제대로 다 전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웠는데 이 글로 그 분들께 조금이나마 노력하고 있는 후배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새내기 선생님들, 모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 또한 그렇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도 없답니다. 우리 다 같이 노력하기로 해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