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16. 성공회 대전교구청 축복식. 유낙준모세주교.
그리스도 중심의 교구청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해요?”
갑자기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의심과 두려움이 커져가는 지금 이 세상은 신뢰를 바탕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위험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위험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신앙인으로서 사는 하느님의 이끌림에 충실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살며, 기도하고, 성령에 젖어 증인으로서 살아야가 하는 것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어렵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살도록 힘을 주십니다. 하느님을 바라보며 기도로 살면 하느님은 우리를 그분의 계획 속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성령이 우리 안에 오시어 그렇게 살수 있도록 힘을 주시니까요. 그래서 오늘 교구청사 축복식으로 인하여 예수님과 함께 살며, 기도하여 하느님이 우리를 이끌게 하시고, 성령의 힘으로 겸손과 온유와 협력하도록 하며 그리하여 하느님의 왕국을 세워내는 우리의 삶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교구청사 축복식은 이기적인 ‘내’가 아닌 예수님 중심으로 살겠다는 다짐의 시간입니다. ‘나’ 중심에서 예수님 중심으로 살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그토록 다그치고 있습니다(2고린 5:14).”
그리스도가 부어주시는 무한의 사랑에 잠기면 놀라운 삶을 살게 됩니다.
프랑스 남서부 바닷가 근처에 생트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생트 출신의 성인으로 바시우스 Vasius는 500년경에 산 사람입니다. 성 바시우스는 재산이 많은 부자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눠어 주었다는 이유로 참수형을 당한 순교자입니다. 오늘 4월 16일은 이런 그분의 축일입니다.
지금은 가난한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는 것이 미담이 되는 사건이지만 프랑스에서 1500년 전에는 이런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재산을 나눠 주면 참수형을 당하던 때가 있었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이 다그칠 때 그는 죽음도 불사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었던 것입니다. 그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우리는 하느님과 또 한번 연결된 것입니다.
예수가 악을 이긴 그리스도이심을 말하고(구속사), 하느님이 인간으로 오셨고(성육신), 겸손과 온유와 협력의 삶(부활)이 되기를 바라면서 성공회 대전교구청사를 축복하고자 합니다. 주교의 축복으로 인하여 이 교구청사에 들어오는 신도들이 ‘나’ 중심이 아닌 예수님 중심으로 살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예수가 누구십니까?
매일 넘어지고 부숴지고 실수를 연발하는 하며 사는 것이 바로 우리 인생입니다. 그런 우리 인생의 동행자로 함께 해 주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달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쉬기도 하고 묵어가기도 하며 밥을 먹기도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혼자서는 살 수가 없잖습니까? 예수님이 동행자로 함께 걷고 계신 것입니다.
십자가에 오른편의 착한 죄수가 예수님께 간청합니다. “예수님, 예수님께서 왕이 되어 오실 때에 저를 꼭 기억해 주십시오(루가 23:42).” 이에 예수님이 답하십니다.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갈 것이다(루가 23:43).” 착한 죄수는 예수가 잘못한 일이 없으신 분으로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루가 23:41).
그리스도와 함께 걷는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요?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고 우리는 그분의 어떤 모습을 지니고 살아야 할까요?
그리스도는 첫째, 우주만물의 창조의 중심입니다.
강화읍성공회 성당 안에 “만유진원萬有眞原”이라 편액이 있습니다. 하느님으로 오신 그리스도가 “우주만물의 참된 근원이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도가 창조의 중심이기에 진정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그리스도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둘째, 화해의 중심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죄와 연약함으로 하느님에게 떨어져 죄인으로 지내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인해 하느님과 연결된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하느님으로 오신 예수님처럼 성육신 한 삶을 살며 하느님을 바라보는 삶이 되는 것입니다.
성만찬시의 마지막 기도에서 사제가 빵을 성작위에서 들어 올리며 만방에 외치는 노래가 있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과 한 가지로 온갖 영예와 영광을 영원토록 받으시나이다.” 하면 모든 신도들이 “아멘.”이라 답을 합니다. 매번 성공회 신도는 예수님 중심, 그리스도 중심으로 산다는 선언을 성찬기도에서 바칩니다. 온 우주만물이 그리스도 중심으로 연결되고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셋째,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신앙인인 우리의 중심입니다.
베다니의 마리아가 예수님께 향유를 부은 후, 유다는 대사제들과 예수를 팔 흥정을 합니다.(마르코 14:11-12). 그리고 최후의 만찬을 한 후에 예수님은 체포됩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저녁식사를 한 것이 성만찬의 근거입니다.
건립성체일을 강조하는 것은 믿음에 대한 신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약갱신을 통해 서로의 신뢰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유다처럼 ‘나’ 중심의 삶에 젖어 그리스도 중심으로 살지 않는 서로의 모습을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우리의 중심에 그리스도를 모셔야 합니다. 사도 바우로는 이미 이를 알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를 삶의 방향과 목적을 분명히 제시하였습니다.
그리스도 중심으로 사는 행위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무한한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세상 한복판에서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가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우리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해요??” 라는 질문의 대답이 이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사시면 힘을 얻게 됩니다.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게 됩니다.”
바쁘면 바쁠수록,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심리적으로 힘들면 힘들수록 더욱더 주님이 함께 계심을 의식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에 의하여 사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를 주님으로 받아들였으니 그분을 모시고 살아가십시오(골로 2:6). Since you have accepted Christ Jesus as Lord, live in union with him.” 그러면 하느님께서 몸소 나셔서 우리의 목자가 되실 것이고 우리를 쉬게 할 것입니다(에제 34:15). “헤매는 이를 찾고, 길 잃은 이를 도로 데려오고, 상처 입은 이를 싸매주고, 아픈 이를 힘 나도록 잘 먹여주어 하느님이 우리의 목자 구실을 다 하리라(에제 34:16).” 그리하여 우리를 운명의 공동체로 살게 하기 위하여 그리스도 중심으로 서로를 연결시켜 주신 것입니다.
나 중심으로 삻면 보이지 않는 길이 예수님 중심으로 살면 보입니다. 그렇게 믿음의 시각교정이 되면 중심이 이동이 되어 하느님을 향하게 됩니다. 세상을 따르는 객관이 무너져야 진리로 사신 예수님을 모시게 됩니다. 끝까지 소중하게 여기며 살 힘과 지혜를 은총으로 주신 하느님의 자비에 감사를 바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랑의 전략실이 되어줄 교구청사를 주셔서 하느님께 감사를 올립니다. 데오 그라치아스 Deo Grati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