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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윤활유 ‘버팀목’…배터리·소재는 부담 지속
구조조정·포트폴리오 재편 본격화…무배당 결정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분기 정유와 윤활유 사업의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사업 관련 대규모 자산 손상을 반영하며 연간 기준 대규모 세전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회사는 이번 손상 인식을 일회성 회계 조정으로 규정하며, 올해부터는 사업 구조 재편과 재무 안정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28일 개최한 2025년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연결 기준 매출 19조6713억원, 영업이익 2947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정제마진 회복과 윤활유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흑자를 유지한 수치다.
연간 실적으로는 매출 80조2961억원, 영업이익 448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4분기 중 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세전 기준 손실은 4분기 4조3626억원, 연간 기준 5조8204억원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정제마진 강세와 윤활유 사업의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 E&S 사업의 계절적 비수기와 배터리 사업 수익성 둔화가 겹치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910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손상차손이다. SK온은 미국 포드자동차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구조 재편 과정에서 자산 가치를 재산정하며 4분기에만 약 4조2000억원 규모의 손상을 인식했다. 이로 인해 영업외손실은 4분기 기준 4조6573억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회사 측은 “이번 손상 인식은 회계 기준에 따라 자산 가치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조정으로, 현금 유출이나 영업 활동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며 “1분기 중 포드가 켄터키 공장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게 되면 재무 구조는 연말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석유사업은 4분기 매출 11조7114억원, 영업이익 4749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707억원의 이익 개선을 이뤘다. 산유국 원유 공식판매가격 인하와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차질, 겨울철 난방유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윤활유사업도 매출 9896억원, 영업이익 1810억원으로 선방했다.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에 따른 마진 개선과 고급 윤활기유 판매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배터리사업은 매출 1조4572억원, 영업손실 4414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여파로 북미 판매량이 감소했고,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완성차 공장 휴무에 따른 가동률 저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4분기 세액공제 수혜 규모는 1013억원에 그쳤다.
소재사업 역시 북미 전기차 보조금 폐지 이후 수요 둔화와 연말 재고 조정 영향으로 매출 172억원, 영업손실 752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E&S 사업은 매출 3조379억원, 영업이익 1176억원으로, 유가 하락에 따른 전력도매가격 하락과 간절기 전력 수요 감소, 발전소 정비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이익이 1378억원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실적 하이라이트로 배터리 사업 구조 재편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꼽았다. EVE에너지와의 합작공장 지분 맞교환(SKOJ-EUE), 블루오벌SK 합작체제 종료 등으로 미국·중국 배터리 사업의 내실을 다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SK온과 SK엔무브 합병,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과 재무 안정성 확보에 나섰다.
아울러 지분 37.5%를 보유한 호주 깔디따-바로사 가스전에서 첫 LNG 카고 선적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향후 LNG 밸류체인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도 마련했다.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7일 이사회에서 2025 회계연도 무배당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당장의 현금 유출을 줄여 재무 건전성을 조기에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더 큰 주주환원으로 이어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석유·화학·LNG 밸류체인의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사업의 근본 경쟁력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다. 비핵심 자산 유동화를 통해 순차입금을 감축하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확대를 통해 배터리 사업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해 에너지저장장치 분야에서 총 20기가와트시 규모의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를 목표로 삼았다. 동시에 전기의 생산·소비·솔루션을 아우르는 ‘전기화’ 전략과 글로벌 LNG 인프라 확장을 통해 ‘토탈 에너지 컴퍼니’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