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이랍니다.
몰랐었지요.
통방 게시판의 어느 분의 글을 읽고
아하 이런 날도 있었구나 그랬는데
꼬리글 보니
작년 국회에서 제정되어 올해가 처음이라네요.
5월 21일이 된 것은
둘이 만나 하나 되었다는 의미라니 그럴 듯합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랍니다. 허참!
툭하며 세계최초, 세계최초 하더니...
솔직히 왜 부부의 날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각종 매체에 우리나라 이혼율이 47%라고 난립디다.
47퍼센트라니...?
그라몬 한 집 건너 이혼 가정이란 말이가?
말도 안 된다 그랬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높다하니 더 놀랐지요.
세계 제일 좋아하더니 별 게 다 제일이네...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신문이고 방송이고 앞 다투어 난린지 모르겠대요.
나중에 교육방송 프로그램에서
통계이야긴가 통계의 오륜가 하는 프로그램 보고
그럼 그렇지 했습니다.
전체 이혼 건수와 한 해 결혼 건수를 비교한 거라나 뭐라나...
(그때 들을 때는 자세히 알아들었는데...)
암튼, 다른 건 기억에 없고
두 가정 중에 한 가정이 이혼가정이라는
엄청난 기억만 우겨 넣는 택도 아닌 방송을
뭣 때문에 그렇게 앞 다투어 난린지...
누가 장난처럼 묻습디다. 사랑하느냐고요.
그냥 씩 웃고 말았지요.
요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아주 흔하고 쉬운 말인데도 우린 그게 왜 그리 어려운지.
짓궂게 졸라대는 성화에 "그래그래 사랑한다"했더니
그래그래는 빼고 하랍니다.
쪼들리느니 눈 딱 감고 해주자 싶어
툭 한마디 던지고는 쑥스러움에 피식 웃고 맙니다.
그나마도 쉰 이쪽저쪽일 때 간혹 그러더니
이즘엔 아예 그런 장난도 안 합니다.
젊어서는 부끄러워서 못하고
요즘엔 내가 한 술 더 떠서 느물거리니
아마도 놀릴 재미가 없나 봅디다.
서로 기대고 삐걱거리며
때론 상처 되고 때론 약 되어
덧나고 아물기 벌써 서른 햅니다.
과묵해야 남자다운 줄 알던
미련하기 짝이 없던 시절에 인연 맺고
그 미련한 습관대로
그렇게 저렇게 한 세월 보내고 나니
감출 것도 뽐낼 것도 없는
참 무덤덤한 사이가 됐습니다만,
사랑이 뭐냐고
부부가 뭐냐고 새삼 따질 일 있겠습니까?
단맛 쓴맛이 엉키고 삭은 은근한 맛에 길들여지고
서로의 독특한 맛조차 두루뭉술 닮아가고 있는데.
젊었을 땐
사나이 아무개가 든든한 버팀목 돼 주리라 그랬습니다.
비바람을 막아주고 땡볕 가려주는
큰 나무 돼 주리라 그랬습니다만.
살다보니
오히려 아내의 그림자가 점점 넓어 보입니다.
가끔은 못마땅한 것, 불만스러운 것도 있습니다만,
예전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게 늙어가는 징조라고,
그래야 이사 갈 때 짐짝에라도 끼어 갈 수 있다고
친구가 놀립디다.
부부가 어디 사랑만으로 살겠습니까?
머리 모양 달라진 건 몰라도
손가락 끝에 반창고는 퍼뜩 눈에 들어옵니다.
뚱뚱해진 건 잘 몰라도
살 빠진 건 금방 알아봅니다.
화장한 거 못 알아본다고 시무룩하지만
숟가락질 힘없는 건 금방 보입니다.
새옷 산 건 잘 몰라도
철 지난 옷 입고 나갈 땐 속상합니다.
처가에 전화 자주 하면
가고 싶어 한다는 것 금방 압니다.
저녁밥 하고 국은 해 놨는데...우물우물 하면
속으로는 A~C 하면서도
그래 알았다. 재밌게 놀다 온나. 그럽니다.
오늘 아침엔 뒤에서 껑충 매달리데요
와? 그랬더니
그냥! 그럽니다.
그냥은 무신 그냥...
오늘 또 나갈려니 미안했던 게지요.
기냥 씩 웃고 말았습니다.
그러구 삽니다.
부부의 날이 생겼건 말았건,
백리를 더 갈지 천리를 더 갈지 모르지만
또 기대고 삐걱거리며 가야겠지요?
또 병도 되고 약도 되며,
또 덧나고 아물며 그렇게 가야겠지요?
이왕 정해 진 거
핑게 삼아 맥주잔이라도 한번 부딪치는 건데...
가정의 달.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
솔로님들! 섭섭하시겠지만
심기 가라앉히시고 잠시 기다려 보시구랴.
누가 압니까? 솔로의 날이 생길지...
쯧쯧!
국회의원님들! 짝 없는 사람 우야란 말인교?
안 그래도 염장질에 속 다 절었는데
국사에 바쁘신 국회의원님들마저
우리 솔로님들 염장 지르고 계시니 원!
이 꽃 받으시고 힘내시구랴.
마나님들껜 고마움의 뜻으로
솔로님들께 위로의 뜻으로...
화창한 날씹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휴일 되시기를...
어쩌면
지금 이글이 더 염장지르는 건 아닌지 몰것네...
-04.05.23 강바람-
*제가 11년 전인 2004년 '부부의 날'에 쓴 글을
재탕으로 옮겼습니다...^^
첫댓글 이글을 읽으며 내가 살아왔던 지난날을 다시한번 돌이켜봅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십년 전에 쓴 글인데 어제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꺼내봤습니다...고운날 되이소...^^
본이되는 말씀이시네요~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행복하이소~~^^
ㅎㅎㅎ~~~가면 갈수록 남정내들은 약해지고 여성들은 기세가 하늘을 찌르니.. 우짜지요..강바람님
저도 머리통 뽀사지기전에 강바람님 따라서 강바람 쏘이러 가야겠습니다..ㅎㅎㅎ
행복한 주말 되시고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편하게 살려면 우엣기나 잘하이소. 안 그러면 노후가 괴롭답니다...^^
허~...이...참 !
형님에게 이런 꽃도 다 받아보구.....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분명히 마나님 또는 솔로에게 드린다고 했거늘...^^
강바람님은 다 좋은데
스릴이나
반전이 없어 아쉽네요
외줄인생올림
인생에서 소설같은 반전은 그렇게 흔하지 않더구만요.
스릴이나 반전을 만들 재주가 없으니 아쉬운대로 봐주이소...^^
이런 정결한 마음으로 다시 11년을 곱게 살으셨으니 어부인 마님의 삶을 부러워 하는 이들의 염장 또한 솔로들 못지 않겠습니다 ㅠㅠ
저는 말만 그럴 듯하고
울집 할매는 하릴없이 혼자 바쁜 사람이라서 곱게 사는 것과는 먼 사람입니다...^^
우엣기나 마음이 짠~~~하네요. 내 얘기 같아서리......^^
뭐 대한남정네들 도찐개찐 대충 그렇고 그런...^^
솔로의 날은 안 정해도 됩니더 꽃도 필요없심더~건강 하시이소 ^&^
아 그런교?
그럼 솔로의 날은 없던일로 하입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