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냥하셈요~~~
요번에 처음으로 글을 올리게 된 여비에요
많이 망설이다가 올리게 되었는데 즐겁게 보셨으면 하네요
이 소설은 막 환타지 소설에 심취되어 있을 때 쓰게 된 건데 스타크래프트라는 겜도 그 당시 매니아 격이어서 환타지와 스타 겜을 접목 시켜서 만든 소설이네요
단지 재미 위주로 글을 썼기 때문에 유치한 부분이 많아요
맘을 비우고 읽으면 아주 조을꺼에요 그리고......
스타 겜을 모르시는 분은 읽기가 조금 힘들꺼에요
모르는 부분이 있으시면 겜 잘하는 친구에게 물어 보시면 될꺼라고 생각되네요
그럼 지금 부터 시작합니다
천 별 기 전 (天 別 技 戰)
Vol 1.00 part A
"......이, 이겼어."
드디어 이겼다. 믿을 수 없지만 지금 내 앞의 모니터 화면에는 gg(good game의 약자)라는 글자가 작지만 선명하게 써 있었다.
혹시 이게 꿈인가? 아냐. 아냐. 난 지금 유 선배에게 이긴 거야. 그 증거로 얼마나 처절하게 싸웠는지 머리가 띵할 정도니까.
"네. 마지막 남은 멀티 자리를 뺏긴 유 지영 선수, gg 를 선언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스타크래프트 최강을 가리는 전반기 KSL(Korea Stsrcraft League)은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기는 이변을 낳으며 한 주먹 선수가 유 지영 선수를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역시...... 아나운서가 저렇게 침을 튀어 가며 말하는 걸 보니 내가 이겼나 보군. 난 End mission 라고 써 있는 파란색 칸을 클릭 했다. 그러자 테란의 승리했을 때의 화면이 멋지게 떴다.
일단 이기니까 기분은 좋군.
화면 아래엔 게임의 경과 시간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무려 52분 38초라고 써 있었다. 52분 38초라는 시간이 이야기 하 듯 긴 시간 동안의 혈투이자 사투였다. 사실 생각하기도 싫은 경기라고 할 수 있었다.
"어, 휴우......"
맞은편에 앉은 유 선배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니 이 시합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 시작 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이마는 땀으로 젖어 있었고 얼굴은 약간 창백한 모습이었다.
저렇게 만든 것은 바로 나였으니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것, 게다가 엄청난 내기가 걸린 승부는 이기고 보는 것이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결승 시합을 정리하며 오늘 방송을 마치고자 합니다. 박 해설자 님 오늘의 시합을 정리해 주시죠."
"네. 오늘 경기는 결승전답게 굉장한 경기라고 하겠습니다. 여성 게이머로써 최강인 유 지영 선수와 프로들을 하나씩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한 주먹 선수의 시합이었습니다.
아마추어가 결승에 오른 이변을 낳은 이번 경기는 마지막까지 시청자 여러분들을 사로잡은 멋진 경기라고 하겠습니다.
맵은 추첨을 통해 로스트 템플러로 결정되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2시 방향의 프로토스인 유 지영 선수와 8시 방향의 테란의 한 주먹 선수가 자리를 잡고 있었지요.
두 선수 모두 앞마당 멀티를 빠른 시간에 띄웠고 잠시 동안 탐색전으로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멀티 중에 간간이 마찰이 있었지만 양 선수 그리 큰 타격은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양 선수가 격돌 한 것은 유 지영 선수가 4마리의 하이 템플러를 생산 된 후 입니다. 유 지영 선수는 드래군과 질롯, 그리고 하이 템플러로 러쉬 해 들어갔고 한 주먹 선수는 언덕 시즈탱크와 벙커, 벌쳐로 수비해 나갔습니다.
원래 테란으로 프로토스를 상대하기 위해선 메카닉 테란인 벌쳐, 시즈탱크, 골리앗으로 상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한 주먹 선수는 메카닉 테란으로 보기에는 조금 드물게 마린을 이용했습니다.
한 주먹 선수는 소수의 마린이 아닌 많은 수의 마린으로 유 지영 선수를 상대했습니다. 그것은 벙커를 늘려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유 지영 선수는 앞에 있는 벙커로 인해 하이 템플러의 사이오닉 스톰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였고 곧바로 생산된 수많은 시즈탱크에 밀려 러쉬에 실패하고 물러났습니다.
유 지영 선수가 물러나자 한 주먹 선수는 스캐너와 레이스로 정찰을 계속하며 멀티를 늘려 갔고 이것을 유 지영 선수가 막지 못해 중반부터 한 주먹 선수의 드롭공격으로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캐리어가 조금씩 모이면서 위력을 발휘하여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한 주먹 선수는 멀티를 확보해 자원이 많았기에 스타포트의 수를 계속 늘려 가며 캐리어를 견제하기 위해 발키리와 레이스, 골리앗을 생산했습니다.
여기서 주목 할 점은 한 주먹 선수의 컨트롤과 다수의 사이언스 베슬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사이언스 베슬의 특수기술인 EMP 쇼크와 디펜시브를 적절히 사용한 것이 눈에 띕니다.
한 주먹 선수는 캐리어를 잘 막으며 유닛 숫자를 늘려 시즈탱크와 레이스, 골리앗으로 총 러쉬를 들어갔지만 유 지영 선수의 캐리어와 하이 템플러의 방어로 인해 방어라인을 뚫지 못하고 물러납니다.
사이오닉 걸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 지영 선수의 하이 템플러 사이오닉 스톰은 정말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한 주먹 선수의 섬 멀티와 6시 방향의 멀티를 성공함으로써 자원의 우위를 확보하여 대량 생산으로 돌입한 테란의 압박과 무한 러쉬에 유 지영 선수는 마지막 남은 멀티를 한 주먹 선수에게 내줌으로써 gg를 선언하게 된 것입니다."
"네. 결승전답게 1시간이나 되는 장시간의 경기라 어쩌면 조금 지루한 면도 있지 않았나 쉽군요. 그래서 보는 시청자들은 양 선수다 긴박감이 약간 떨어지는 편한 경기를 본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없지 않나 생각하며 오늘의 중계방송을 마칩니다."
뭐시라고? 편하게 했다고?
우씨이....
저 아나운서 녀석 아주 쉽게 말하네. 지금 난 죽을 맛이라고! 우씨씨......
그리고 해설자 녀석도 1시간 가까운 경기를 저렇게 짧게 말하다니..... 성질 긁네. 뉘가 한번 여기서 해 봐라. 그럼 쉽게 말하지 못 할 꺼다.
여기 앉으면 머리 속의 뇌수가 바짝 바짝 마른다고나 할까. 한 경기 한 경기 할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게다가 예선도 아닌 결승. 그것도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아이돌 스타 유 지영 선배와 경기를 했는데 편하게 했겠냐. 얼마나 긴장했는지 오른손이 다 떨리네.
아마도 지금쯤이면 나에게 야유와 돌을 던지는 놈들이 있을 것이다. 그 것은 유 지영 선배의 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광신도 수준이랄까. 하긴 나도 그 놈들 중에 하나이지만......
"주먹아. 축하해. 오늘은 내가 완전히 졌어. 약간 방심을 했지만 그렇게 완벽하게 허를 찔릴 줄은 몰랐거든. 게다가 너의 유닛 컨트롤은 정말 많이 놀랐어. 나중에 다시 한 번 해보자."
우왓.
유 선배의 초울트라슈퍼짱메가하이 미소다.
으읍.. 쓰읍.. 프읍.. 파하아.......
이 미소 때문에 내가 유 선배를 좋아 할 수밖에 없다니까...... 난 약간의 전율을 온몸으로 느끼며 선배와 같이 미소를 띄웠다. 아마도 보는 이로 하여금 거품을 물 정도의 야릇한 미소이지만 눈앞에 있는 예쁜 미소의 주인공은 내 모습을 보며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미소를 짓고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아마도 약간의 쇼맨십을 가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선배의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다른 생각은 저 멀리 사라졌다.
"아뇨. 오늘은 제가 운이 좋았어요. 아마도 선배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은데요? 다시 하면 제가 질꺼예요."
난 손을 가볍게 쥐며 최대한 선배가 기분 상하지 않도록 겸손하게 말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풋...... 아주 겸손하네. 그래, 아무튼 승리를 축하해. 그럼...... 나중에 학교에서 보자."
선배는 몸을 '휙' 돌리더니 천천히 멀어져 갔다. 엉. 뭐, 뭐야. 그냥 가네. 이건 약속과 다르잖아? 약속을 잊어 버렸나. 그럼 생각나게 해 줘야지.
"저, 저기 선배. 잠깐만요!"
난 재빨리 유 선배를 불렀다. 지금까지 고생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넘어가면 안되지.
"응? 왜?"
"선배. 시합 전에 이야기한 내기 말인데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유 선배는 들었는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시합 전에 말한 것 말이니?"
아... 다행이다. 기억하고 있구나. 휴우... 다행 다행.
"네!"
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했다. 유 선배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금새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우앗! 그 미소다.
"그래. 일단 약속은 약속이니까 할 수 없지. 그럼. 원하는 것이 뭐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모든지 할께."
모...... 모든지!? 서, 성공이다!
쿠헤헤헤헤......
드디어 나에게도 봄이 온 거야. 이 얼마나 기다려 온 일인가. 아버지~~ 어머니~~ 기뻐하십시오. 소자 드디어 꿈에 그리던 저의 반려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가문의 영광을 위해 성심 성의껏 힘닿는데까지 아들 딸 많이 낳고 못 다한 효도를 하겠습니다.
푸하하하하하하.
그리고 나의 러브를 비웃던 지석이와 기혁아. 난 너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구나. 선배는 내 꺼야~~
"얘. 주먹아. 주먹아."
엇. 갑자기 웬 지진? 여긴 섬나라 일본이 아닌 한국인데...... 게다가 이 목소리는?
"주먹아!"
친근한 목소리에 눈을 뜨자 유 선배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쩝. 잠시 내가 가상 패닉 상태에 빠졌나 보군.
크험......
이 중요한 시점에서 이러면 안되지. 난 정신을 수습하며 유 선배를 바라보았다.
우메. 이쁜거.
"괜찮니? 어디 아픈 것 같은데? 혹시 경기 중에 머리의 충격을 강하게 받았다던가......"
"아뇨. 괜찮아요. 그 보단 아까 내기 말인데요......"
"응. 말해."
유 선배는 단순히 미소라는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을 어여쁜 미소를 지으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헤....... 정말 이쁘다.
"내일 오후 1시에 학교 교문 앞에서 만나서 말 할께요."
"그래. 그럼 내일 1시에 학교에서 보자."
유 선배는 별거 아닌 것처럼 쉽게 말하고는 이내 대기실 방향으로 사라졌다.
엥. 뭔가 느낌이 안 맞는 것 같은데......
유 선배의 반응은 내 생각과 많이 빗나가고 있었다.
원래는 지금쯤...... 서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로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는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반응은 도대체 뭐야? 난 바람 빠진 풍선 마냥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게임 잡지 기자로 보이는 기자 누나에게 인터뷰를 받게 되어 멍한 기분을 떨칠 수 있었다. 일단 잡지에 얼굴이 나오는 거니까 정신을 차리고 대인 모드를 매너 모드로 전환시켰다.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말해요. 자, 준비되었죠?"
"네"
난 어린양처럼 순하게 대답했다. 여기서 잘 해야 앞으로 들어올 CF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 CF에서 약간 짭짭하게 수입을 올리고 운이 닿으면 연예가 쪽으로 진출해서 한 몫 버는 거지.
푸하하하......
내가 이렇게 잘 난 것은 앞을 보는 안목을 갖추기 있기 때문이랄까?
쿠헤헤.
"한 주먹군. 한 주먹군!"
"아. 아, 네......."
에구구. 또 정신을....
"괜찮은 가요?"
"네. 괜찮습니다."
기자 누나는 약간 걱정되는 얼굴을 하다가 내가 대답하자 바로 인터뷰용 얼굴을 만들더니 질문을 해 왔다.
흠......
이 누나에게 프로 근성이 보이는군.
"자아...... 한 주먹 군. 우승의 기쁨을 누구에게 전하고 싶은 가요?"
이런 질문을 할 줄 알고 난 준비한 것이 있지. 하지만 이 것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네. 먼저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도록 성심껏 도와주신 부모님과......"
도와주긴 커녕 방해나 말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내가 여기 있는 줄은 모르지롱.
"언제나 응원 해준 동생 송이와......"
응원? 응원은 무슨 응원? 내게 저주나 내리지 말아라.
"날 믿고 지켜 봐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내가 질 것을 굳게 믿고 있는 친구들이겠지. 그 녀석들은 유 선배의 추종자들이니까. 아마도 방송을 보며 속이 뒤집히고 있을걸.
"역시 전반기 KSL 우승자다운 소감이군요. 그럼 질문을 바꿔서 물어 보죠. 한 주먹 군은 결승 경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죠?"
어떻게 생각하긴 머리에 피가 바르는 줄 알았지. 유 선배의 손놀림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으로써 모두가 환상이라고 불릴 정도이니......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생겨나는 두려움. 잠시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매서운 유 선배의 경기 운영. 그래서 내가 선택한 얍실한 방어 위주의 전략. 즉, 치사한 얍삽 땅따먹기 식으로 경기를 진행 할 수밖에 없었지.
"한마디로 운이었습니다. 실력은 유 지영 선수가 위였습니다. 제가 이긴 것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한 주먹 선수는 무척 겸손하네요. 역시 우승자다운 매너입니다."
겨엄... 소온?
내가?
난 겸손과는 절대 가까울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만약 유 선배가 배째라 공격이 아닌 약간의 수비 체제로 넘어갔다면......
아니 드롭이나 언덕 공격과 게릴라 기술을 사용했다면 결과는 분명 다르게 나타났을 것이다. 하지만 유 선배는 계속적인 정면 러쉬를 시도했고 난 막기에 급급했다. 난 유 선배가 두려워 공격을 하지 못하고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멀티를 띄우는 것뿐이었다.
그 멀티마저도 유 선배가 심한 방해를 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긴 것은 유 지영 선배가 봐주었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다음 질문. 한 주먹 군은 우승 상금을 어디에 쓸 거죠?"
우~~승~~ 상금?
그냥 컴퓨터 한 대 주는 것 아니었나?
난 재빨리 고개를 돌려 대회 현수막을 보았다. 현수막에 우승자에 대한 부상이 써 있었기 때문이었다.
뜨, 뜨아~! 우승 상금 천 만원?
이, 이게 웬 떡이냐? 드디어 내 인생에 찬란한 서광이......
"네. 일단은 부모님께 갖다 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큰돈은 부담이 되거든요."
부우~~ 다암?
무슨 부담?
새로 생긴 담벼락인가? (썰렁하군)
부모님은 내가 여기 있는 줄도 모르지. 그렇지 않아도 용돈이 궁해서 여러모로 고생 중이지. 아주 잘 되었어.
쿠헤헤헤. 기다려라. 노트북, mp3! 그리고 핸드폰! 이 형님께서 간다.
푸헤헤헤.
"결승전 상대가 요즘 인기 많은 프로 유 지영 선수였죠. 듣기로는 유 지영 선수가 학교 선배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네. 1년 선배입니다."
유 선배 이야기가 나오니 가슴이 저리고 아프다. 유 선배는 내가 6개월 동안 남 몰래 사모하는 여자였다. 깔끔한 외모와 순수, 그 자체인 성격. 게다가 드물게 고교 프로라는 게임 실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매료시키는 미소는 유 선배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검도 부에서 유망주로 불리던 내가 새로 신설된 게임부로 바꿀 정도로 선배에게 첫 눈에 반해 버렸다.
"선배와 결승 경기를 했는데 기분이 어떻죠?"
어떠냐고오!
미칠 지경이다. 내가 이 경기에 참가한 것은 내 존재를 유 선배에게 알리기 위해 출전 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상대 선수가 의외로 컨디션 조절을 못해서 결승까지 온 거다. 물론 프로라서 쉽지는 않았지만...... 난 꿈에도 그리던 유 선배를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하필 내 상대 선수 일 줄이야.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존경하는 선배와 결승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한 수 배우려는 기분으로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했습니다."
저엉~저엉~다앙~다앙~?
그건 절대루 아니었다. 난 경기 자체 보단 다른 것을 노렸다.
아주 얍실하게......
그래서 경기 시작 전에 유 선배를 불러 장난치듯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 선배는 웃으면서 허락했다. 난 그 내기를 위해 경기를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아주 겸손한 우승자 한 주먹 군이군요. 그럼 여기서 그만 하죠. 다시 한 번 축하해요."
기자 누나와 악수를 나누고 사진 찍고 여러 가지 일(상패 수여식과 사진 촬영)을 끝낸 후 약간의 소란을 틈타 재빨리 대회장을 빠져 나왔다.
"에고고."
실내에 있다가 야외로 나오니 시원했다. 난 기지개를 힘껏 젖히고는 몸을 움직였다.
조금 피곤하군.
하루 동안 그 많은 경기를 치루느랴 한참 동안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뭐 잊은 물건 없나 살펴볼까. 상으로 받은 돈(천 만원>>>수표)은 내 주머니에 잘 모셔 놨고 컴퓨터는 배달 해주니까 집에서 기다리면 되고 경기 팜플렛과 어떤 회사에서 준 여러 가지 명함도 챙겼으니 다 된 건가? 상금도 생기고 컴퓨터도 생기고 내일은 유 선배와 즐거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으니 요즘 따라 아주 잘 나가는데.
케케케.
응? 그런데 뭐지? 이 기분은. 어딘가에 시선이 느껴지는데? 그와 동시에 등이 서늘해지는 이 느낌은!
"오빠~~~ !!"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혹시 환청인가?
"오빠. 나야 나. 오빠 동생 송이."
서, 설마. 이 목소리가 여동생이란 가증스러운 가면을 쓴 그 마녀?
아......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는......
"여긴 어떻게 알고 왔냐?"
"지석이 오빠랑 기혁이 오빠가 가르쳐 주었어."
그 녀석들이? 이...... 놈들!!!
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송이가 어떤 녀석인지 알면서 내게 보내다니.
나쁜 놈들 같으니......
온 몸이 분노에 의해 떨리자 나도 모르게 대인 모드가 전투 모드로 바뀌고 있었다.
"그래. 왜 왔냐?"
"왜 오긴. 오빠를 응원하러 왔지."
응원? 뉘가? 허허허. 오버로드 배 터지는 소리하고 있네.
"그런데 벌써 시합은 끝났나 봐?"
참 빨리도 물어 보는 군. 그래. 훨씬 전에, 한참 전에, 오래 전에 끝났다.
그러나 난 얼굴에 표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대답했다.
"그래. 아까 전에 끝났어."
"그럼 오빤 몇 등이야?"
몇 등이냐고?
쿠쿠쿠.......
큭큭큭.......
캬캬캬.......
그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지.
내가 누구냐.
천상천하, 천하무적, 천하제일, 유아독존, 그리고 또 뭐 있지? 에라, 아무튼~~~
"우승!"
난 약간 강하게 액센트를 넣어 말했다. 무의식적으로 손에는 v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 나를 본 송이는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면서 날카로운 눈으로 날 보았다.
엥! 송이 이 녀석 표정이 왜 저래?
"오빠. 거짓말은 자신의 인생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같은 거야. 솔직히 말해 봐. 예선전도 겨우 겨우 통과했지? 아니면 본선에 올라가자마자 떨어졌거나......"
크큭.
내가 이렇게 송이에게 신용이 없는 놈이었나. 반성 할 필요가 있군. 하지만 오빠를 안 믿는 동생이 더 나쁜 거야. 그럼. 그럼.
난 고개를 끄덕이며 우승을 했다는 증거로 상패를 송이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송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바뀌며 (여자의 변신은 정말 무섭다) 미소를 띄웠다. 자세히 보니 미소라고 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야! 한 송이! 입 찟어 지겠다.
"우와. 굉장해. 오빠 우승 축하해. 난 오빠한테 이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는데?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 하긴. 그냥 일편단심 민들레로써 사랑에 미쳐서 오직 선배를 만나려는 몸부림의 부산물이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원래 천재는 필요 할 때만 실력을 발휘하는 법이야. 원래 천재는 평소에는 없어 보여도 필요 할 때는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지."
......라고 나 잘났다고 말해 버렸다. 송이는 아마도 이런 날 보며 '잘났어. 정말.' 또는 '흥. 밥맛이야.'하며 비웃겠지?
"그렇구나~ 오빤 정말 대단해. 역시 우리 오빠야."
크헉!
이게 무슨 조화야. 내 예상이 빚나가다니. 나의 우승이 대단하다 듯이 송이는 초롱, 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너 송이 맞니?
"그런데 오빠...... 우승했으면 우승 상금도 있겠네. 아마 많겠지? 그래 그래. 아주 많을 꺼야... 흐흐흐... "
갑자기 송이는 냉랭한 목소리가 공기에 섞여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크허헉!
그럼 그렇지. 드디어 인간의 가면을 벗었구나. 마녀의 본색을 드러낸 송이의 얼굴을 보니 처음부터 녀석은 내가 우승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아...... 난 그것도 모르고 녀석의 생각대로 입을 놀리고 말았으니.
오호라 통제라.
본색을 드러낸 송이의 눈동자는 먹이를 찾듯이 무섭게 내 몸을 훑어보고 있었고 얼굴은 눈동자와 다르게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저런 모습을 할 수 있지? 녀석의 눈길이 지난 간 곳은 가슴이 섬짓 섬짓 했다.
으..... 간 떨려.
"우승 기념으로 예쁜 여동생에게 선물 하나쯤은 사 줄 수 있겠지? 그렇지. 오빠!"
간사한 미소를 띄우며 말하는 저 미소 속의 의미는 분명했다. 송이의 의도를 파악한 나는 송이의 뜻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간 엄마에게 독서실 간다고 거짓말하고 여기에 온 것을 다 불어 버릴 것이니까.
"그, 그럼. 물론이지."
결국 난 송이의 꼭두각시가 되어야 하는 슬픈 현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우와. 신난다. 오빠 고마워."
뭐시? 고맙다고? 뉘가 처음부터 꾸민 일이잖아.
쿠.....아.....악!
내 속의 전투 모드가 폭주 모드로 바뀌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저, 저 녀석을 그냥...... 두고보자.
속으로는 이를 뿌득뿌득 갈았지만 억지로 싱긋싱긋 웃으며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마녀의 음모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날 하루는 송이를 따라 옷가게, 액세서리 가게, 인형가게 등을 두루 다녔고 그 꼬락서니는 완전히 개 줄에 묶인 배고픈 강아지 신세, 물먹은 송아지 신세, 다크 아콘에게 마인드 컨트롤 당하는 신세였다. 젠장. 얼마 후 집에 도착하자 송이는 언제 봤냐는 듯이 얼굴을 바꾸더니 '횡'하고 사라졌다.
역시 녀석은 마녀야.
난 타온 상금을 당당하게 부모님께 내 밀었고 부모님은 서로 날 잘못 키웠다며 어디서 도둑질을 배웠냐며 눈물을 흘리며 우시는 황당한 해프닝을 벌렸다.
젠장. 얼마나 아들을 못 믿으면......
다행히 송이의 해결사 노릇으로 오해가 풀렸고 (옷가게, 액세서리 가게에 간 것은 쏙 빼놓고) 그 바람에 독서실에 갖다 온다는 거짓말이 들키고 말았다.
우씨. 내가 지금껏 송이의 비유를 맞춘 것이 허사잖아. 서, 설마 송이는 여기까지 계산한 것은......
역시 녀석은 동생의 가면을 쓴 마녀야.
하지만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 것은 큰돈이 생긴 부모님의 반응이었다.
"여보. 이 걸로 우리 해외 여행이나 가는 게 어때. 괌 같은 곳에서 마지막 남은 청춘을 불사르는 거야."
"어머, 당신도 참. 우린 아직 젊다고요. 그리고 이왕이면 괌보다는 하와이가 좋지 않아요?"
사랑스런 우리 부모님은 내가 타온 우승 상금으로 뽀사지게 놀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럴 땐 먼저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난다. 이런 남편을 믿고 세상을 떠나셨으니 얼마나 원통하실까.
지금의 엄마는 어렸을 때 송이를 데리고 온 새 엄마였다. 처음에는 어린 맘에 티격태격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지나간 과거의 추억일 뿐이었다.
아무튼 난 화려한 상상에 온 몸을 맡긴 부모님을 뒤로하고 2층 내방으로 향했다. 내방은 그리 크지 않지만 중학생이 되었을 때 부모님이 공부 할 수 있는 공간을 주기 위해 무리해서 마련한 집의 일부분이었다.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서자 옥 굴러가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어서 오세요. 마스터. 경기는 즐거웠습니까?"
"별로 즐겁지는 않았어. 여러 가지로 복잡한 일이 생겨 머리가 너무 아파."
"상대가 무척 강했나 보군요. 마스터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니."
"응. 아주 강한 상대였어. 작년 후반기 우승자였으니까."
후반기 우승자.
그랬다. 선배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KSL우승자였다.
수수해 보이는 얼굴과 가냘픈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경기를 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당할 정도로 진지하고 무섭다.
난 그런 선배에게 반한 것이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다른 놈들도 그렇지만. 또 선배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유 지영 선배. 정말 스타크래프트를 잘한다. 나 같은 건 원래 상대도 안 될 정도로. 그리고 정말 이쁘고. 사랑스럽고...... 그 촉촉한 입에 한번 입을 맞췄으면......
헤헤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지금 정신 착란 증세로 보이는 증세가 마스터에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우 선배......"
"마스터! 이대로 계속 된다면 마스터 건강에...."
"헤...... 넘 예쁘다......."
"...esp 수치가 200을 넘었습니다. D급 장애 발생. 제 5 신체방어모드를 작동합니다."
"한번...... 안아 보고 싶... 으갸갸갸갸갸갸~~~~~~!!!!"
으아악~~!! 한 주먹이 죽는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하, 학학..... 아, 으응. 괜, 괜찮아."
"너무 위험해서 조금 강하게 했습니다."
"그, 그래. 고마워."
"과잉 방어였나 봅니다. 잠시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으윽.
또 가상 패닉 상태에 빠졌나 보군. 선배 생각만 하면 금세 이렇게 변한다니까. 이것 정말 문제 군.
"괜찮아. 괜찮아. 잠시 딴 생각을 했어. 걱정하지마."
에구구.
선배 생각만 하면 저것이 전기 쇼크를 먹이네. 아야야. 저번보다 더 강하잖아. 하긴 지 낭군님이 될지도 모르는 내가 딴 여자 생각하니까 열 받을 만도 하겠지.
"마스터.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저는 아마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꺼라 생각됩니다만."
어쭈 바로 화제를 바꾸네.
하지만 기다리던 질문이 나오자 빙고를 외치며 멋지게 V자를 그리고는 씩씩하게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마스터는 짧은 시간 안에 스타크래프트를 마스터 하셨군요. 5개월만에 말입니다."
음...... 그러고 보니까 널 만난 것이 5개월 전이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그렇군.
내가 선배에게 반한 것은 6개월 전이고 한 달 후에 널 만났지.
그 추운 겨울. 밤늦게 까지 스타크래프트 명승부전 경기를 보다가 잠들었던 난 창문밖에 빛나는 물건 때문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고 빛나는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해 밖으로 나갔지.
너는 익스팬션이란 이름을 밝히며 내 앞에 나타났고.
To be continue......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재밌게 읽어 주시는 님들이 있으면 계속 업데이트 해서 올리겠습니다
그럼......
by ssaizer yu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