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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뜻하지 않게 산골동네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피가 펄펄 끓던 이십대 초반에, 백팔십도로 틀렸었던 문화적인 충격때문에 힘들었었지만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가장 황금기가 아니였던가 싶습니다.
움직이는 모든것이 애피소드가 되었고 만나는 인연마다 특별했었습니다.
문득 그때 일기를 펼쳐보았는데 넘 재미있어서 일기를 바탕삼아 한번 올려볼까 합니다.
참, 시기는 1982년도 초겨울부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연재가 될듯합니다.
이 이야기는 논픽션입니다,....(국비 아재가 픽션이라고 우길께뵈,...)
눈앞이 노랗다는게 이런건가보다,...
고개를 들기도 힘이든다. 며칠전 내린 첫 눈이 해가 짧은 산골짜기 답게 아직 고대루다.
폭이 제법 넓은 산길은 왕래가 잦은 편인지 길 한복판은 눈이 다붓 다져저 있었다.
어깨를 짖누르는 묵직한 무게가 다소나마 미끌어지는것을 방지하는것만 같다.그러나 몇번 비틀했던적이 있는터라
걸음폭은 좁아지고 그만큼 속도는 더뎌진다.
에구~ 팔자에도 없는 지개를 지고 이 산골을 걷다니,..
어제만 해도 난 도시의 까칠남이었다.
십여발자국 앞에 역시나 한 짐 지개를 지고가는 사람이 있다,..미워 죽겠다.
그사람이 돌아보며 뭐라한다,...씨불,...벌써루 열댓번은 들은 예기다.
"종원아~ 쩌그, 모퉁이만 돌면 얼추 다왔따~ 어여 오니라~~~"
난,...대꾸할 힘도 없다. 재발 이 고난의 행군이 그쳤으면 한다.
길을 끼고 재법 큰내가 흐르고,...건너편 남쪽을 바라보는 산비탈은 눈이 언제 왔었냐는듯 드믄드믄 잔설만 보인다.
'제기랄,...길을 낼려믄 저 짝에 내야할것 아니야,...'
정말 그럴듯한 불평이다.햇빛 한뼘들지않는 북쪽비탈을 깍아서 길을 냈으니 눈이 녹을턱이 절때 없다.
앞서가는 그 사람이 내가 다가오길 기다린다.
"아버지~ 다 왔다는 소리 벌써 몇번째여~ 이젠 한 발짜국도 못가겠어여~~~"
아버지가 말대신 지개작대기를 들어 앞을 가리킨다.
그 작대기 끝에 정말 산골마을 답지않은 제법 큰 마을이 산비탈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약 오십여호나 될까?
마을 주변으로 다랭이논이 병풍처럼 애울러있고 산비탈 층층이 기와집이며 초가집이 늘어서 있는마을,..
마을입구에 거대한 느티나무 동구나무가 검은색을 칠해논듯 을씨년 스런 모습으로 마을을 거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
나무엔 언젠가 본 듯한 만국기 같은 색색이 헝겁들이 치렁치렁하게 걸려있어서 짙은 샤머니즘의 색채를 보여주는 마을,
아버진 작대기를 거두고 나에게 한 말씀 하신다. 말속엔 짙은 자부심이 깔린듯 하다,...
"종원아 어떠니? 정말 멋지지? 꼭 고향에 마을 같구나,..."
아버진 갈수없는곳, 이북 황해도가 고향이시다.틈만 나면 말씀하시던곳,...
"아버진,...저게 뭐가 멋쪄여~ 꼭 구신나올것 같구먼,..."
새벽부텀 서둘러 나섰건만 벌써 이른저녁이라 마을 집집마다 굴뚝에선 하얀연기가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정말 생경한 느낌이다. 아마도 집집마다 저녁준비를 하는모양이었다.더불어 짙은 나무타는 향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어쨌거나 이젠 쉴수가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 숨이 나온다.
"아버지,..울 집은 어딥니까? "
아버지가 다시 지개작대기를 들어올려 한곳을 가리킨다.
"쩌그~ 중간쯤 된다,..어여가자,.."
아버지가 앞서서 그 마을로 들어가신다. 벌써 그 마을에 동화되신듯 낯설음이 없는 몸태이시다.
나만이 낯설은 이방인일뿐이다,....
이런 마을이 내가 살 곳 이라니,...짙은 한 숨이 흘러나온다,....
이 모든게 한 여자의 눈물로 시작이 되었다. 제길,...난, 여자의 눈물에 정말 약하다.
그여자도 십분 내성정을 알기에 그걸 이용했을 것이다,...닝기리,....
약 한달전, 그 날도 어김없이 늦잠을 자고 어머니가 차려놓은 늦은 아침을 먹고있을 때였다.
그런데 평소엔 내가 밥을먹을땐 자리을 피해주시던 양반이 뭐 마려운 강쥐모냥 눈 앞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고계셨다.
뭔가 할말이 있는게 분명했다. 여기서 행여나 내가먼저 티를 내면 난 완전 독빡이다.
말도 꺼내지말라는듯 나는 눈을 다소곳이 내려깔고 먹는데만 집중했다.
어머닌 마침내 보리차를 한 컵을 식탁 한켠에다 조심스래 내려놓으시며 맞은편에 앉으셨다,...
"종원아,...엄마가 부탁할께 있는데,...아니 꼭 들어줘야 겠다,..."
들어줘야겠다? 이건 단디 상그러운일이라는걸 예고한다.
난 부러 들은척도 않하고 먹는일을 계속한다. 그러나 이미 밥맛을 잃은것만 같다. 내가 이런다고 할말을 안할 엄마가
아니기에,...
"종원아,...아부지가 시골로 내려가는거 알지? 니가 같이 가죠야 겠다,..."
윽,..내가 아버지와? 난 아버지와 극도로 사이가 안좋다.그건 엄마도 익히 알텐데 믄소리?
난 급히 보리차로 입을 정리하고 대꾸했다,..
"왜에에에에? 내가 왜? 싫어~ 죽어도 싫어~"
아버진 벌써 몇달전부터 시골로 간다고 온 식구들에게 선전포고를 하듯이 선언했었고
아마도 정기적으로 내려가신다는 시골로 나름 짐을 옮기고 계셨었다. 식구들의 만류가 계속 이어졌었으나
옹고집 아버지의 뜻을 꺽지 못했었다.특이나 어머니의 강력한 강짜에도 굽히지 않고,...
"하이고,...갈려면 혼자나 가쏘~ 낸 여그서 한 발짜국도 안움직일테니,..."
그런데,...이젠, 움직이지못할 기정사실로 되었다. 아버진 이미 시골에다 빈집을 계약했고 그 집에 차곡차곡 세간들을
옮기고 계셨었다.
나는 내심 아버지의 시골행을 반겼다.그래야 그 지긋지긋한 잔소리에서 해방이 될테고,..내심 시골에서 힘들게 자리를
잡아야하는 아버지를 고소하게 생각했었기에,..
아버진 내게,아니 울 형제들에게 무척이나 인색하셨다.
어렸을적 주머니를 꾀찬 아버지의 주머니를 연다는건 그야말로 철옹성열기나 다름없었다.
남들 다 가지고 있던 참고서를 사달라고 하면,
"참고서? 참고선 왜? 종원아, 교과서에 다 나와있따~ 참고선 믄,..."
그러면 어머니가 그 뒷처리를 애먼글먼 해결하셨었다.
결정적으로 고등학굘 내 의사와 관계없이 담임선생과 공고로 결정해버린게 정말 감내하기 힘들었다.
난, 당시 미술이 그렇게 하고 싶었고 중학교 미술부 선생님이 그리 추천을 해주셨는데도 아버진 가볍게 묵살했었다.
단지, 빨리 돈벌이를 하라는 욕심 이셨을까? 하여간 그 이후로 아버지와 같이 대화한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와 같이 살라고? 아니 단둘이 시골에서 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밥알이 곤두선거같아서 입안을 맴맴도는데 어머니의 기척이 이상하다.
고개를 들어보니,..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
난, 정말로 우는게 싫다.특히나 여자의 눈물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암담함을 느낀다.
그런데 어머니의 눈물이라니,...난, 잔뜩이나 짜증스런 말로 말해줬다.
"알써~ 내가 간다고,...가면 될꺼아냐,..."
이런,....급, 표정이 바뀌신 어머니,...언제 눈물을 흘리셨나모르게 그얼굴에 햇쌀이다,...
아마도 엄마의 눈속엔 수도꼭지처럼 열고닫는 장치가 있을것이다,...한 두번 당한것두 아닌데,...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 길의 중간쯤에 아버지가 말한 집이 있었다.
전형적인 산골집 그대로다. 마당이 제법 넓었고 마당을 둘러싼 담은 크고작은 바위나 돌맹이로 벽을 세웠다.
말 그대로 싸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가운대 재법 큰 마루가 있었고 좌우로 큰방 작은방 창호지문이 있었다.
왼쪽 한켠으론 부엌이 딸려있는데 난 그 곳을 보고 기함을 하고 말았다.
커다란 아궁이가 번드르르한 가마솥을 얻고 있었은데 맨 흙바닥 한켠에는 나무들이 한껏 지저분하게 쌓여있었다.
그리고 눈에 익은듯한 찬장,...아마도 인천에서 가지고 오신 모양이다.
더 기가막힌것은 화장실이다. 마당 한 켠에 오두마니 서있는 거적대기가 걸려있는 구조물,...
거적대기를 들어보는 난 기겁을 하고 내려놓고 말았다. 말로만 듣던 푸세식,...냄새는 어떻고,...
당장 도망가고 싶었다. 그래도 난, 전원주택을 예상했었다. 그 만한 경제력은 아버지에게 있었기에,...
그런데, 이런집에서 살라고? 이 암담함이라니,...
아버진 그래도 자랑스럽게 나를 보며 예기하신다.
"어떠니? 그럴듯 하지? 이제 너랑 내가 손좀보면 정말 멋진 집이 될께다,..."
"아버지,...여기서 살자고요? 까스랜지는? 그리고 화장실은요,..낸 저런데서 일을 못봐요~ "
"야 이눔아,...누군 첨부터 이런데서 살았다디? 다 살면은 적응하게 되있어,..잔말말구 짐부터 풀어라,..."
더 말말라는듯 등을 돌리신다,...이런, 저런 꽉막힌 양반한테 믄 하소연을,...
아버지가 방안으로 안내한다. 큰방하고 작은방이 문도없이 개방형이다. 물론 작은방이 내차진데,..
그나마 아버지가 바지런을 떠셨는가 새로 도배질을 해서 방만큼은 깔끔했다.
내짐을 대충 정리하니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잔다.
동네 어르신들께 입성 신고,..아니 이주신고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그래야 한단다.
마을 이장집은 우리집과 한 대여섯집 떨어져 있는 근거리에 있었다.
중간에 제법 넓다란 다랭이논이 있었는데 그곳에 동네 아이들이 때를 지어놀고 있었다.
한 십여명이나 될까? 아이들은 연을 날리거나 뭐를 하는지 어울리며 뛰어놀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버지를 보곤 일제히 인사를 한다.
"아저씨~~오셨슈? "
아버진 그 아이들과 벌써 안면을 트신듯 너무나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신다.
"인석들아,...어여 들어가서 저녁이나 먹으렴~"
아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지내들 장난질에 여념이 없었다.
동네 이장집은 정남향에 있었기에 늦은 저녁햇살이 처마밑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버진 거침없이 나를 이장집으로 이끌었다.
마침 부엌에서 나오는 푸근하게 생긴 이장집 아줌니가 우리를 맞아주셨다.
"아제요,..이제 오셨슈? 그렇잖아두 울 양반이 기둘리더만,...어여 들어가 보셔유~"
기침을 하고 방문을 여니 동네어르신인듯한 노인들 서너분이 화롯불을 가운데두고 둘러앉아계셨다.
잿빛이 가득한 화로에서 용케도 불씨를 일러내어 담뱃불을 지피면서 한 어른이 하문한다.
"이젠 아주 오셨능가? 거참 이사도 오래 한다,...한 서너달 시루더만,....근데 저 청년은 아들인고?
참 실허게 생겼네?,..."
이룬,...지겹게도 들은 자알 생겼다는 예길 여기서도 듣는다,..ㅎ
아버진 목에 힘을 주고 말을 하신다, 내 생각인가?
"맞습니다. 제 아들놈인데 지금 휴학중입니다. 당분간 저와 이곳에서 있을 거구만요,..."
그나저나 점심도 대강 때운터라 화로위에 잘 구워진 고구마에만 눈길이 간다,...하나만 먹었으믄,....
예기끝에 이장님이 "다 저녁땐디 한술 들고 가셔유,...이제 곧 어둘텐디,..."
"집에 가봐야지요,..정리할것도 있고 그리고 첫날인데 집에서 밥을 먹어야지요,..."
이룬,..뱃가죽이 등가죽에 달라붙을 지경인데도 아버진 그저 사양하고 일어나신다.
"아버진~ 밥쫌 먹고오면 어때서요,...배 고파 죽겠고만,..."
"이눔아,...세상엔 공껏이 없는법이여, 어여 집에가서 밥해묵자, 내가 맛나게 해줄께,..."
집에와서 난 다시 암담함을 느껴야 했다.
아버진 부엌에서 앙증맞은 화로와 수동으로 돌리는 풍로를 들고 나오셨다.
그러곤 잔솔가지와 손가락만한 나뭇가지를 분지러서 화로에 채우시더니 불을 붙이시고 풍로를 열심히 돌리셨다.
거짖말처럼 화로에 불이붙고,...거게다 밑이 시꺼멓게 그을린 솥을 올리시곤 능숙하게 된장을 풀곤 된장국을 끓이셨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전기밥솥이 있는것이었다. 가마솥에 밥을 한다고 하면 아마 난 가출했을 것이다.
시장이 반찬인가? 정말 맛나게 밥을 먹었다. 생전 보지못했던 아버지에 음식솜씨기도 하겠지,...
아버진 그 와중에도 소주를 챙겨오셨나 보다. 반주로 한잔 한잔 홀짝이시다 나에에도 권하셨다.
"종원안 니도 한 잔 해라 니 술마실지 알지?"
알다마다. 대학 입학 오티에서 실신할정도로 술을먹고 집에 돌아와서 온갖 실수를 다 했었는데 아버진 끝내 모른채
하셨다,..내가 유일하게 고마와 하는 일이다.
산골에 밤은 너무일찍 찾아오는거 같다.
미처 티브이를 준비못해서 정말로 딱히 할것이 없어서 아버지와 나는 일찌감치 자리에 들었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생각같아선 실신같은 깊은잠에 빠질것만 같은데도 눈은 말똥말똥했다.
집 뒤곁에 흐르는 조그만 내에서 흐르는 졸졸졸 거리는 소리때문일것도 같다.
역시나 아버지도 잠이 안오시는지 혼잦말로 내게 말을 거신다.
"종원아,...자니? 내가 원망스럽지? 미안하구나,...
내가 이북에서 피난 나올때 니 삼춘하고 니 큰누나를 댈꼬 나왔잖니,...서울은 정말로 살기가 박하더구나,...
아는사람 하나도 없꼬,...니덜이 낼 원망할만도 하것지,..낸, 정신없이 살아왔거든,...어떻게든 살아야 했으니까,...
그래서 내가 구두쇠가 되었나 보다,...종원이 네가 하고싶은 그림도 못 그리게 하구,...미안코나,...미안해,..."
난,...아무 대꾸도 못했다.다만 내가 젤로 싫어하는 눈물만 배겟닢을 적시고 있을 뿐이다,...
그제야 정말로 깊은잠에 빠져들었다,...
아버지,...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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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넵,..그러니 잘 읽어보세요,...괌에서는 이런일이 절때루 없을테니,...ㅎ
미워 할 수 없는 분을 사랑 할 수 밖에요..두 해전에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가 몹시 그리워지는 아침입니다..
정말 그리워집니다,...답이 늦었습니다.
제 직업의 특성상 주말이 오히려 바쁜관계로....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로라,...정말 좋네요,..
그리 말씀하시면 김정현님이 욕합니다요,..전 그냥 일깁니다요,..ㅎㅎㅎ
나도 울 마눌님 눈물에 몇번 당했어요...ㅎㅎ
좀 불리하면 눈물을 찔끔거리는데... 난 항복해버리지요. ㅎㅎ
아버님은 북에 고향을 두셨기에 그 와 비슷한 시골에서 살기를 원하셨나 보네요.
다음편이 기대가 됩니다.
정말 전 눈물에 야게요,...
유니는 틈만나면 눈물로 절 공략합니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