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이야기(妙な話)
아쿠타가와류노스케(芥川龍之介)
어느 겨울 밤-
나’와 오랜 친구인 무라카미(村上)가 자기 동생인 치에코(千技子)가 사세보(佐世保)에 사는데-나에게도 안부 전해 달라고 하드군 -하며 문득 치에코에 대한 화제로 이어진다. 긴자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나는 묻는다.
“치에코도 잘 지내지?”
그 녀석(?) 도쿄에 있을 때는 신경쇠약인지 미친 것 같이 우는가 하면 웃고 우는가 하면 웃고...묘한 이야기를 하더라고-
“묘한 이야기?”
우리는 한 카페 들어갔다.
치에코가 사세보에 가기 전에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치에코의 남편은 유럽 전쟁 중 지중해 쪽으로 파견 나간 군함의 승선장교였다. 남편이 없는 동안 우리 집에 있었는데 終戰이 될 즈음 신경쇠약이 심해졌지. 남편의 편지가 뚝 끊어진 원인도 있겠지만 결혼 후 반년도 안되 생이별하고 편지로 낙을 삼고 있었기에 농담도 잔혹하게 된거여-
딱 그즈음, 비내리는 썰렁한 오후에 치에코가 오랜만에 사업가와 결혼한 동창이 살고있는 가마쿠라에 간다고 했다. 나와 내 처는 안 좋은 날씨에 내일 가라고 했으나, 기어코 간다며 내일 돌아올지도 모르겠다고 나갔다. 근데, 비에 흠뻑 젖어 돌아왔다. 도쿄역에서 이곳 정류장까지 우산도 없이 걸어왔다는 거야. 왜 그랬냐고 하니....
“그게 참 묘한 이야기야”
그 전에 전차를 탔는데 사람들이 많아 손잡이에 메달려 가는데 바다도 없는 차창에 바다 풍경이 전개되고 파도가 치며 튀는 물방울 너머로 수평선마저 보였다네.-치에코는 머리가 좀 돌아간 거 같아.
그렇게 도쿄역에 도착했는데 빨간모자(역에서 일하는 짐꾼) 한 사람이 홀연히 치에코에게 “ 남편분은 잘 계시지요?”라고 물었다.“
”고마워요. 다만 어찌 된 일인지 요즘에는 소식이 뚝 끊겨서 말이죠.“
무심코 대답했는데,
”그럼 제가 남편분을 뵙고 오지요.“
뵙고 온다니?지중해에있는 사람을?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되물을 새도 없이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수상한 빨간 모자가 감시하는듯해서 폭우를 맞으며 역을 빠져나왔지.
그녀의 신경쇠약 탓이겠지만
”여보 용서해주세요. 왜 돌아오지 않나요?‘라며 잠꼬대를 해됐다.
빨간 모자가 그려진 선전 간판만 봐도 피했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 빨간모자 공포증이 수그러들 때 쯤 또 한번 시달려, 자네가 朝鮮으로 떠날 때 배웅을 못했지.
그러다, 3월 어느 날 남편의 동료가 미국으로부터 귀국 마중을 나갔다가 어둑한 개찰구를 나오려는데 치에코의 등뒤에서 누가 말을 걸었다는 거야.
“남편분은 오른팔을 다치셨답니다. 그래서 편지는 안 오는 것이지요.”
치에코는 둘러보았지만 빨간 모자는 없고 마중한 해군장교 부부 뿐이었는데, 역을 나와 남편 동료의 일행 배웅차량 뒤에서-
“마님, 남편분은 다음 달 안으로 돌아오신답니다” 선명한 소리가 들렸다. 뒤에는 아무도 없고 저 앞쪽에서 빨간 모자가 짐을 싣고 있는데 둘인지 하나인지 갑자기 이쪽을 보며 빙긋 웃는 거야.
방금 웃은 빨간 모자의 얼굴은?
치에코의 머릿속엔 도대체가 빨간 모자를 쓴 ’눈과 코가 없는 얼굴‘ 외에는 뭔가 떠오르지 않았어.
그로부터 한달 후 자네가 朝鮮에 간 직후인가
남편이 돌아왔어!
오른팔 부상으로 편지를 못 쓴것도 희한하지만 사실이었네,
내처는 ’치에코 아가씨는 남편을 생각하니 그런일도 있나보네요.‘하고 놀렸지.
그런데, 치에코 부부가 귀국한 남편의 任地인 사세보로 떠날 때, 남편의 짐을 날라준 빨간 모자가 -남편이 마르세이유에 상륙하여 어느 카페 테이불에 동료들과 앉아있을 때, 일본인 빨간 모자 한명이 다가와, 오른팔을 다친 일 귀국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는거야.
대체 그자는 누구였을까?-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안돼는 거야.
마르세이유에서 본 빨간모자와 눈썹하나 다르지 않았다고.
남편은 침묵하다가 목소리를 낮추어
“한데 참 묘하지? 눈썹 하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아무래도 그 빨간 모자의 얼굴이 선명히 떠 오르지 않아. 그저 창 너머의 얼굴을 본 순간, 그자라고 알아차렸을 뿐...”
무라카미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우리는 테이불에서 제각기 인사를 나누며 일어섰다.
“그럼 나는 이만 실례. 조만간 朝鮮에 돌아가기 전에 한번 들르겠네”
「나는 카페밖으로 나와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을 뱉었다. 그것은 정확히 3년전 치에코가 도쿄역에서 나와 만날 밀회의 약속을 두 번 이나 깬 후, 영원히 정숙한 아내로 살고 싶다는 내용의 짧은 편지를 보낸 이유를 오늘 밤 비로소 알았기 때문이다.... .」
짧은 단편의 이야기이지만 누구에게나 경험 해본 순간, 幻影 같은 기이한 일이다.
신비한 감정 흐름-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1920년 글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영상 텔레파시의 시간 속에 들어간 것 같기도 하다.
참으로 ’묘한 이야기‘ !
End-
첫댓글 어쩐지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작품이네요.^^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합니다만
이 가을엔 자연과 더부러 즐겨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
살아있음을 느끼는~ 가을입니다!
우리들의 현실, 현장,에서도 '기이한 현상'이 순간의 지배를 경험하는 순간이 있죠?
지난날의 한 사실 행위가 재현되는 듯한 놀라움!
감사합니다.
참말로 묘한 이야기네요. 글자는 알겠는데 이야기는 오리무중임다. 그래도 덕분에 또 좋은 소설 한 권 읽었습니다. 감사함다.
그나저나 완연한 가을바람에 panama님의 쫙 펴진 어께와 안면 주름이 눈네 보이는듯 합니다. 좋은 계절, 건강과 건필, 기원함다. 부산넘
늑점이 님!
과학자들이 섬뜩한 경고를 내 놓고 있내요,
기후변화로 지상의 인류와 각종 생명체가 75~150년 사이에 사라질 것이라꼬요,
가설이 아니라 이노무 여름계절이 입증하고있어요! 이번 여름 골로 가다가~ 기사회생 했습니다.
가을을 건너 뛰고 겨울이 왔심더-오늘 새벽은 거의 겨울 공기가 수상하게 추웠어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