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무더운 여름날...장날에 이것저것 물건사러 오셨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보따리를 바리바리 들고는 찜통같은 버스에 올라탄다.
""동연이구나""
""아~안녕하세요..""
""공부는 잘하구?..""
""아~예...저번날 울엄마가 아주머니가 주신 옥수수 잘드셨다구 하더라구요...""
버스에서 내린 청소년은 버스터미널에서 200원주고산 일간스포츠를 펼쳐들고
차근차근 읽어가면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스포츠면2면기사를 읽었다..
""김태원,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
몸쪽공을 잘던지는 투수..김태원...음..~~얼굴도 남자답게 잘생겼네...
청소년이 그렇게 좋아하는 엘지팀이 순위 맨위에 올라가있다.
김성한기사 .빙그레이글스에 투수삼인방 한용덕.한희민.이상군 이 그옆에 실려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라디오를 틀었다...막걸리를 잘마실거같은 김소식 해설위원이
구수하게 해설을 한다..그목소리가 왠지 기분좋게 들린다.
자주 들어서였을까?...""주사 1.3루 상황..쳤습니다....우중간을 완전히 꿰뚫는2루타..
주자모두 홈인...타자주자 2루까지....~~""
숨가쁘게 캐스터는 현장을 청소년에게 실감나게 전달해주고 있었다.
청소년은 열심히 박수를 쳤다.....아..내일은 서울올라가야겠구나...동네친구인
종호랑 재현이가 백야저수지로 비틀올갱이(우리동네는작은 우렁이를 그렇게 부름)를
잡으러가자고 했지만 청소년은 어느새 금왕 무극터미널로 걸음을 옮겼다..
며칠전에 사입은 노란색 뱅뱅 윗도리가 유난히 더 노랗게 보였다.
반친구인 정아와 선영이가 나를 부른다..
""동연이 너 어디가?...""
""응.서울올라가..
""너또 야구보러가는거지?...""
""응~~근데 정아 너 그 청바지 어디서 샀니?...무지 잘어울리는데....""
버스정류장 매표소 아가씨가 나를 알아보구 반갑게 인사를한다..
""동서울 학생 한장요~~""
배가 조금은 고파왔다.꼬깔콘한봉지하고 부라보콘을 사들고 버스에 올라탔다.
야구가 끝나면 으레 도봉동 고모네 집에서 잠을 자고 내려온다.
이틀 먼저 태어난 사촌이 나도 엘지팬이야라고 할때마다 사촌이 그렇게 좋아보일수가
없다..
우리반담임은 지리과목을 담당하셨던 최모 선생님이었다..
여름방학때 담임선생님이 날 부르셨다.
""동연이 너는 국어를 잘하는구나..국어선생님이 네칭찬많이 하더라..""
나는 두손을 앞에 모은채 공손하게 담임 선생님에 말씀을 그렇게 경청하고있었다.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으니 좋은대학에 들어가라는 말부터 집에 담배농사 많이
하냐는둥 이런저런 말씀을 하신다..그저 에~예 몇마디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또 라디오를 튼다...야구중계를 들으며 드러누어 옥수수를 야금야금 먹는다.
""동연아...저녁먹어라...""
""엄마 조금있다가~~""
청소년은 그렇게 라디오중계를 들으며 한손에는 티비가이드라는 잡지책을 들고서 가수
이지연기사를 읽었다..이름모를 풀벌레소리가 들리고 내방 옆에서 함께 기거하는(?)
강아지가 무얼보고 짖어대는지 자못 시끄럽게 짖어댄다.
""우리엘지가 이겨서 그런건가?....너 좀 조용히해라~~~""
하루하루 그렇게 청소년은 응원하는 야구팀에 승전보를 접하는 재미에 푹빠져서 살았다.
그런날이 영원하게 계속 될꺼라 믿었고 나이도 먹지않고 늘 그렇게 책가방을 왼쪽어깨에
둘러메고 산중턱에 위치한 학교로 등교를 할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월은 그렇게 흘러만갔다...청소년은 가는세월이라는 기차에 승차하여 21세역에서
내리고 22세역에서 내리고 23세역에서 내린다...그렇게 내리고 싶지 않았음에도 차장은
계속 내릴것을 종용했다..그렇게 종용당하기를 몇차례 더하고 이립이라는 역에서 내렸을때
세상은 지난날 청소년때에 모습에서 너무나도 변해있었다...
변함없이 그렇게 잠실구장 근처 나무위에서는 매미가 시원스레 울어댔지만
신문지면에 펼쳐진 야구팀 순위표에는 하단에 우리팀이 가있는거였다.
청소년때는 맨위에 우리팀이 있었는데....
그렇게 세월이라는 기차에 올라타서 정신없이 앞으로만 달려온 시간들..
청소년은 울었다..그렇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팀이 육위라니?..(6위)
청소년이 아는 육위(6위)는 역사시간에 배운 고려군사제도인 2군6위밖에 없는데
그육위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지난날 사먹은 김밥에 맛도 여전하고
예나 지금이나 우리 엘지 여자관중들에 야구보는 안목이나 미모도 여전하건만
팀에 순위가 이리도 내려가 있으니 눈물이 나올만도했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길을 걸었다..지난날 버스에서 내려 엘지승전보가 실린
일간스포츠를 읽어가면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던 그길을 걸었다.
인삼밭들이 널려있고 전답들이 모두 초록의 옷을 걸쳐입고있다.
모두가 초록이건만 내옷만큼은 흰색이었다...엘지홈유니폼을 입고 있어서다..
왠지 모두 초록인데 나만흰색이라 그런지 조금은 어색하게 길을 거닐었다.
지난날로 돌아가고싶어지는 저녁...그리고 라디오속에서 나온 그 캐스터에
흥분된 목소리...몸쪽으로 꽉찬 그 김태원에 빠른공...청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줄무늬 유니폼...
한계단 한계단 올라갔으면 좋겠다...다른 팀들이 나보기가 역겨워 순위 올라가고 싶을때에는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라고 해줄팀은 없겠지만 열심히 싸워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고싶다.잠못드는밤..비는 오지않는다...대지가 여름에 힘을 받아서 뜨겁게 달아
올라있는지금 우리 엘지도 그 뜨거운 힘을 받아서 용광로처럼 다시 한번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램이다..한게임 한게임 늘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면서......
음성부용산끝자락에서 견훤...
카페 게시글
◐무◑ ‥‥ TWINS 마당
LG
아무나 엘지트윈스를 좋아할수있는거라면 난 엘지트윈스를 선택하지않았다.....
견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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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8
05.07.26 00:52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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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 매일 눈팅만 하구가는데.... 견훤님의 글을 읽으면 왠지모를 뭉클함이 있네요....진정 엘지를 조아하는 사람이라면 200%공감가는글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이런 맘을 몰라줄때 정말 속상하죠....엘지가 잘한다구 저한테 실질적으로 돌아오는건 업지만 저도 모르게 TV를 켜거나 야구장으로 가고 있는 저를 발견할때 어쩔
수 없는 엘지팬임을 느낍니다.아직 시즌이 남았으니 희망을 가지고 응원해요!!! 신화창조 무적LG 홧팅!!!
역시 글 읽을때마다 좋아요~쫌있으면 학원을 가기때문에 일찍일어나서 들어와봤는데 공감가네요~2군6위에서 많이 웃었어요~~우리팀 진짜 6위는 안어울려요...
늘 감동적인 글 감사함네다~~..오늘부터 SK 3연전이 중요할것 같네요....
오늘부터 잠실 3연전인데, 견훤님의 글을 선수들이 읽고 더더욱 분발했으면 조켔어요^^ 이글을 확대복사해서 선수들 드나드는 곳에 대자보처럼 붙여두고 싶습니다!!!
견훤님의 글솜씨에 정말..... 부럽슴다....^^(절대 야유나 농담 아님다..^^)
역시나 국어를 잘했을것 같은.......글 감사합니다..
으아~ 진짜 최고입니다 감동동동동~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기게 해주는 글인거 같습니다... 매번 감사하네요
글을 읽으니 뼈속까지 엘지맨이란 느낌이 듭니다...제가 주위사람들에게 말할때 '난 뼈속까지 엘지맨이야'라고 말하는데..ㅋ 견훤님 야구장에서 찾으면 인사할께요^^
언젠가는 구단이나 코칭스텝...선수들이 우리엘지팬모두의 마음을 알아주는날이 올껍니다...얼마나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는지...날 무지더운데 밥맛없다고 더위드시지마시고여 ^^ 하루쉬었으니 다시 열심히 응원하져...엘지화이팅 엘지팬화이팅~!!
글 읽고 감동 먹었습니당~~무적 엘지 화이팅!!!긍데 김태원 선수는 가수 이문세를 닮았오요..ㅎㅎ김태원,김용수..90년우승할때가 그립습니다
그냥 이참에 견훤님 전용 게시판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네요~ㅋㅋ
김태원선수 언제더라.....쌍방울 전에서 노히트노런 기록할때 정말 감동적이었어여...엘지 선수중 유일한 노히트노런이었는데.....저번 ob올스타전에 뵈었는데 그대로시더군여....
눈물이 나네요...사랑함이 묻어나는 글에 제 마음이 같이 동요됩니다. 정말 엘지를 사랑하고 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