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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오장 : 일신(一神) 사천왕(四天王) - 03
- 그들이 모이면 무적(無敵)이다.
관패가 다비존자를 향해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럽시다. 단 지는 놈은 죽는 것이오.”
관패의 얼굴에 가득한 것은 승부욕과 가벼운 흥분이었다. 그의 마
음을 알 것 같았다. 또한 그것은 그의 방식이리라.
싸움에서 진자는 죽는다.
승부사로서 언제나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싸워 왔으리라. 그랬기에
십대 사마에서도 가장 무공이 강한 인물 중 한명으로 거론 되었으
리라. 그래서 그와 결투를 한 자는 모두 죽었으리라.
다비존자는 무인으로서 관패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그의 방식도
인정해야 했다.
다비존자가 인자하게 웃으며 조금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한번의 승부에 나 또한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진자가 죽든
말든 그건 이긴 자의 마음이겠지요.”
웃음과 차가운 얼굴 그 부조화 속에 숨은 것은 살기였다. 그러나
상대의 살기에 기가 죽을 관패가 아니었다.
“흐흐! 그거 좋지, 어차피 생사를 건 결투에 모든 것을 다 거는 것
은 당연해.”
관패의 자신만만한 말을 들은 다비존자 역시 여유 있는 웃음을 머
금고 단엽을 보았다.
“사공운이란 명성은 누누이 들었지만, 소문이 실제의 반도 미치지
못했음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둘의 싸움에 끼어들지 말라는 뜻이리라. 그리고 또 다른 뜻도 숨
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단엽이다.”
자르듯이 대답하는 단엽의 말에도 다비존자의 안색은 변함이 없었
다.
“이름이 아무려면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관패의 표정이 모호해졌다.
“어이 돌 중, 우리 주공에게 뭔 망발이냐? 안타깝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관패가 주공이라고 부르자, 누대치의 안색은 더욱 시커멓게 변했
으며, 다비존자 역시 놀란 시선으로 다시 한번 단엽을 본다.
설마 관패가 주공으로 모시는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리라고는 생각
지 못한 그들이었다. 아무리 사공운이 희대의 영웅이고 십대고수 중
한명이라지만, 관패가 누군데.
그때까지 사색이 되어 있던 누대치는 가까스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관패가 사공운을 주공이라고 하자 다시 한번 가
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놀라움도 계속 겹치자 일
단 면역이 되었고, 타고난 모사꾼답게 어느 정도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일단 예전의 영민함을 어느 정도 되찾자 우선 자신
이 살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누대치는 다비존자와 다섯의 라마승을 보며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우선 다비존자의 얼굴에 떠 오른 여유가 누대치를 조금은 안심하
게 해 준다.
‘다비존자에게 듣기로 저 다섯의 라마승이 터득한 오룡금강진(五
龍金剛陣)은 우내육존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했다. 그
렇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사공운이 아무리 강해도 아직 우내육존
보다는 약할 것이다.’
조금 전 다비존자가 한 말엔 그 뜻도 포함이 되어 있으리라. 안타
깝다고 한 말은 넌 곧 죽을 것이다. 란 말과 같았다. 그만큼 오룡
금강진을 믿는단 말이었다.
일단 자신감이 생기자 누대치는 없던 용기도 짜낼 수 있었다. 그
렇다면 자신이 할 일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교활하게 눈을 돌
리며 단엽을 보고 말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관영웅 같은 분이 주군을 모시고 있을
줄이야! 더군다나 그 주군이 무림의 까마득한 후배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들으면 관패의 입장에서 무척 자존심 상하는 말이었다. 자
칫 관패와 단엽의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는 분위기였지만, 단엽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고, 관패는 피식하고 웃으며 누대치를 보았다.
“어이 멍청이, 그래서 우리 주군이 대단한거라고, 저기 돌중은 우
리 주군 나이에 염불이나 외고 있었겠지만, 우리 주군은 나 같은
훌륭한 수하를 두고 있으니 어디 비교가 되나. 그리고 넌 그 나이에
남의 집 하인 노릇이나 하고 있었지.”
누대치와 다비존자의 안색이 오히려 어색해지고 말았다.
누대치로서는 덩치 크고 미련한 곰처럼 생긴 관패가 저렇게 똑똑
할 줄 몰랐었다.
말 잘하는 것은 알았지만, 저 정도면 머리도 수준급이라 할 수 있
었다. 최소한 입만 살은 겉 똑똑은 아니란 말이었다.
다비존자가 어색한 염불을 외우며 관패를 볼 때, 관패는 누대치에
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다시 잔머리를 굴리고 있던 누대치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는
얼른 다비존자를 보았다. 그 시선에는 얼른 관패의 행동을 막아
달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다비존자가 눈짓을 하자 다섯의 라마승들이 관패의 앞을 가로 막
으려 하였다. 그때 단엽의 신형이 궁신탄영의 신법으로 화살처럼
쏘아왔다.
“조심해라!”
다비존자가 놀라서 외치며 대수인의 장력으로 날아오는 단엽을 공
격하였다. 한데 날아오던 단엽의 신형이 마치 바람에 돌아가는 나
뭇잎처럼 회전하면서 대수인의 장력을 비켜내었고, 그 순간 이미 그
의 신형은 다섯의 라마승 바로 앞에 도착해 있었다.
다섯의 라마승들은 놀랐지만, 그들은 역시 소뢰음사의 정예들다웠
다. 우선 네 명은 침착하게 오룡금강진을 펼치려 움직였고, 그 중,
한명은 들고 있던 불진으로 단엽의 머리를 공격하였다.
오룡금강진을 완전하게 형성할 시간을 벌려는 의도 같았다. 그러
나 그 순간 단엽의 신형이 건곤유령보법의 십팔유령환으로 갈라
지며, 그의 검이 쾌속하게 직선을 그었다.
유령신검은 섬전처럼 불진을 든 라마승의 가슴을 파고들었는데,
검 끝에서 뿜어진 무형의 검기는 마치 뱀처럼 구불거리며 상대로
하여금 어디를 공격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이 검초가 바로
구환유령검법의 유령사(幽靈蛇)였다.
그리고 일단 직선으로 찔러갔던 검은 다시 한번 우아하게 위로 올
려졌다가 머리위에서 아래로 반원을 그리며 내려왔다. 이번에 내
리치는 검은 처음 불진을 든 라마승의 바로 옆에서, 오룡금강진을
형성하려던 라마승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기겁을 한 그 라마승은 대환도를 들어 단엽의 검을 막으려 하였
다. 그러나 구환유령검법에서도 두 번째로 강한 유령만강(幽靈慢?
)의 검초는 검기가 아니라 검강으로 펼치는 검식이었다.
유령신검에서 뿜어진 무형의 검강은 라마승의 도와 도의 주인을
깨끗하게 양단하고 말았다.
물론 처음 유령사에 당한 라마승은 이미 심장이 파열되어 쓰러지
고 있었다.
남은 세 명의 라마승으로는 오룡금강진이 불가능했다. 그들이 놀
라서 허겁지겁 단엽을 향해 들고 있던 무기나 장력으로 공격을 가
하려 할 때, 이미 단엽의 발은 유령각으로 우아하게 반원을 그리고
있었다.
“빠각”하는 소리와 함께 또 한명의 라마승은 발에 차여 머리가 부
서지고 있었으며, 그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몸을 회전하며 펼쳐진
유령검법의 유령의(幽靈意)와 유령무혼(幽靈無魂)은 나머지 두 명
의 라마승을 짚단처럼 베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단엽의 신형은
유령처럼 사라졌다가 누대치의 면전에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이 일련의 공격을 본 다비존자나 누대치는 물론이고 단엽의 무공
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관패조차 넋을 잃게 만들었다.
오룡금강진은 펼쳐 보지도 못하고 와해되었다.
다비존자는 자신의 수하들을 구할 생각도 못한 채 두 손을 들고
멍하니 단엽을 보고 있었다. 사실 도와주고 싶어도 관패가 가로
막고 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거니와, 단엽의 공격은 너무 빨라
서 실제 도와 줄 수나 있었을지 의문이었다.
놀라움과 두려움에 웃음을 잃은 다비존자와는 반대로 그를 막아섰
던 관패는 속으로 찬탄 하고 있었다.
‘주공의 무공은 우내육존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과연
내가 주인 하나는 잘 뒀구나. 뭐 저 정도는 되어야 내 주공답지.’
관패는 여기까지 생각하며 흐뭇한 웃음을 짓다가 갑자기 투덜거렸
다.
“염병 앞으로 영원히 맞짱 뜨긴 글렀구나.”
투덜거리듯이 말하는 관패의 말을 듣고서야 다비존자와 누대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누대치 입장에서 본다면 차라리 정신을
못 차림만 못했다. 바로 코앞에 사신이 서 있는 것을 보았으니 이
미 살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일념에
누대치는 단엽을 보고 애처로운 눈초리로 말했다.
“사....... 사영환님 살려 주십시오. 우리는 그래도 서로 안명이 있
는 사이가 아닙니까?”
덜덜 떨며 말하는 누대치의 안색은 이미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관패는 얼굴을 찡그렸다.
관패는 생긴 것에 비해서는 눈치가 비상했다. 처음에 누대치가 단
엽을 알아보고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보고, 그와 단엽의 사이에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사연이 있음을 알았다.
또한 관패와 다비존자가 대결하면 단엽은 오래도록 여기에 있을
수 없었다. 그러기엔 지금 상황이 여러 가지 면에서 촉박했다.
그렇게 될 경우 여우같아 보이는 누대치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
다. 그래서 관패도 누대치를 먼저 죽이려 했었다. 몰론 처음부터
누대치가 마음에 안 들었던 관패였다.
뒤에서 잔머리 굴리는 인간을 제일 싫어하는 관패의 성격과 무관
하지 않은 일이었다. 한데 단엽이 직접 단죄하고 나서는 것을 보자
지금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느꼈다.
단엽은 누대치를 냉정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다 좋은데 한 가지 사실을 몰랐다. 누대치.”
누대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게, 무엇이오?”
“내 딸을 건드리거나 위협을 가하는 자는 전부 죽는다는 사실이
다. 그리고 그건 나의 결심이다.”
누대치의 안색이 누렇게 뜨고 말았다. 그 한마디가 주는 의미는
아주 각별했다. 뿐만 아니라 용취아가 누구의 자식이란 말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단엽의 한 마디는 누대치뿐만 아니라 다비존자의 가슴도 뜨끔하게
만들었다. 그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단엽의 말투에서 무엇인가 느끼는
점이 있었던 것이다.
누대치는 상황이 여러 가지 면에서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어떻게
든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서 사공운이 살아남았음을 봉성에 알려야
했다. 그러나 그의 잔머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단엽의 발이 번쩍 하는 사이 누대치의 머리는 부서져 버렸다. 어
떻게 보면 누대치는 봉성의 충신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비록 겁은 많았지만 졸장부는 아니었다.
단엽은 그 점을 인정하고 더 이상 상대에게 모욕을 주지 않았다.
단 일격에 죽인 것은 어떠면 담황의 체면을 본 것인지도 몰랐다.
일단 누대치가 죽자 단엽은 다비존자를 돌아보았다.
다비존자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려 했지만 그러기엔 가슴에 치미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관패가 성큼 나서며 단엽을 보았다. 그의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
었다.
“주공 이 돌중은 내 차지요.”
“자신 있나? 상대는 강하다.”
“믿어보시오. 나도 그리 약자는 아니잖소?”
단엽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급하게 사리지
는 단엽을 보며 관패는 안색이 굳어졌다. 그가 급하게 사라진 것은
그만큼 급하다는 뜻이었다.
관패의 안색이 굳어진 것과는 반대로 다비존자는 일단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이제 관패만 처리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일대일이면 해 볼만 했다. 최소 육할은 자신이 있었다.
두 사람은 약 삼장 정도의 거리를 격하고 마주 본채 섰다.
분지에는 죽은 자들의 시체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관패는 다비존자를 보면서 조금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돌 중, 내가 여기 오기 전에 결심을 한 것이 있는데 그게 뭔 줄
아는가?”
“아미타불, 말씀하십시오. 참으로 궁금합니다.”
“누구든 내 질녀를 위협하는 개자식들은 전부 토막을 쳐 죽인다고
결심했다.”
관패가 희죽거리며 웃었다.
다비존자의 안색은 다시 누렇게 뜨고 말았다.
용취아는 알까? 그녀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주변에는 최강의 고수
들이 호위무사로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팽예린의 도는 악마적이었다.
마도(魔刀)라기보다는 아수라의 사도(死刀)라고 봐야 할 것 같았
다. 복유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차라리 악마의 도라고 말하고 싶었다.
오로지 죽이기 위한 도, 방어에 관한 초식은 아예 없었다. 오로지
공격이었다. 단 오초, 십대 사마중에 나름대로 절정고수라고 자부
하던 복유인은 오초만에 피투성이로 변했다.
상대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다리를 덜덜 떨며 팽예린을 보고 있는 혈무검 복유인은 공포에 질
려 있었다.
팽예린은 곱게 웃으며 복유인을 보고 있었다.
“선배님, 너무 봐주시는 것 아니에요. 조금 더 힘을 내도 천녀는
재미있게 놀 수 있답니다.”
복유인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의 뒤에 있던 두 명의 복면인들은 이미 시체가 되어 바닥에 뒹
굴고 있었다. 도무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제 그만 쉬세요. 너무 애처롭습니다.”
팽예린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복유인을 보았다. 그런데 그 이질적
인 웃음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반대로 그녀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아주 행복한 웃음이었다. 한 여자의 표정이
그렇게 이질적으로 보여도 되는 걸까?
슬퍼하는 눈이 진실인지, 행복해 하는 그녀의 표정이 진실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문제와는 상관없이 복유인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더욱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여자였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녀는 웃으면서 사람을 죽였고, 웃으면서 생사람의 심장을 뽑아
내었다. 물론 심장을 뽑아내었다는 것은 단순한 느낌이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팽예린의 도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덮쳐오는 가공할 도기, 야인족의 한이 담긴 지옥마라도법
(地獄魔羅刀法)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 도법이었다.
복유인은 젖 먹던 힘까지 전부 뽑아서 자신이 자랑하는 혈사구진
검법을 펼쳤다. 그의 검에서 뿜어진 붉은색의 검기가 팽예린의 사
이한 도기와 넝쿨처럼 엉켰다가 풀어지며 흩어졌다.
“크으윽”하는 소리와 함께 복유인은 다시 십여 보나 뒤로 후퇴해
야 했고, 그의 가슴은 조개처럼 입을 쫙 벌리고 있었다. 결코 작은
상처가 아닌 듯 했다.
팽예린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다시 달려들었다.
복유인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그런데, 마치 지옥의 수라들처럼 사이하게 복유인을 유린하던 도
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팽예린의 신형이 뒤로 물러섰다.
복유인은 숨을 들이쉬고 자신의 목을 만졌다. 아직은 살아 있다
는 사실이 그를 안심하게 하였다.
“후우”하는 소리와 함께 일단 답답한 공기를 내 뱉은 복유인은 자
신의 앞을 가리고 선 복면인을 보았다.
온 몸을 검은 천으로 감싸고 얼굴도 검은 복면으로 가린 사람은
날씬한 몸매로 보아 여자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여자는 나에게 맡기세요.”
카랑한 목소리였다.
나이를 분간하기 어렵고, 목소리만으로는 여자인지 남자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복유인은 이미 상대를 알고 있었다.
그는 지체 하지 않고 허리를 굽혔다.
“백옥선님께서 오셔서 다행입니다.”
복면녀는 말이 없고, 그것에 익숙한 복유인은 불만 없이 자신의
수하들을 돌아보았다.
“물러서세요.”
복유인과 그의 수하 복면인들이 물러서며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팽에린에게 있어서 그들은 이미 관심 밖이었다.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입에 달고 나타난 상대를 보고 있었다.
자신의 지옥마라도법을 헤치고 나타난 그녀에게, 뜻 깊은 눈길을
보내는 팽예린의 마음은 흥분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조금 전에 나의 도법을 막아 낸 것은 혹시 천마백옥수(天魔白玉
手)가 아닌가요.”
복면녀는 팽예린을 보면서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군요. 정말 영광이에요. 삼대금기마공 중 하나인 소수천마
무(少手天魔舞)를 십성 이상 익힌 분을 만나다니 나는 참으로 운이
좋군요.”
팽예린은 정말 즐거워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복면녀의 시선은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복면녀를 바라보던 십대 사령은 그녀를 보면서 무엇인가 아련한
아픔 같은 느끼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더욱 놀란 것은 그녀의 분
위기와 팽예린의 시선이 무엇인가 닮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팽예린은 무엇을 느낀 듯 뒤를 보면서 사령인들에게 말했다.
“사령인들께서는 뒤로 물러서 주세요. 그리고 저들을 감시해 주세
요. 아울러 내공으로 여기서 들리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차
단해 주시길 바래요.”
팽예린의 말이 끝나자 십대사령은 약 삼장 정도 뒤로 물러서서 복
유인과 복면인들을 감시하였다. 아울러 내공을 끌어올려 소리와
기를 차단하였다. 복유인 역시 나타난 복면녀의 지시를 듣고 내공으
로 주변의 기와 음파를 차단하였다.
지금 벌어질지 모르는 대결이 마차가 있는 곳까지 알려지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두 세력 다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팽예린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대는 삼대금기
마공 중 하나인 소수천마무를 익힌 자였다. 그녀가 지옥마라도법을
터득하고, 꼭 겨루어 보고 싶었던 무공이나 사람들이 있었다면, 우
내 육존과 삼대금기마공들이었다. 이제 그 기회가 왔다.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너무도 고혹적이었다.
복면녀는 복잡한 시선으로 팽예린을 보았다. 어떻게 보면 서로 동
서지간인 사이였다. 그녀의 남편은 팽예린을 반드시 죽이라고 했
지만 전혀 내키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용부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진 다음이었다. 더 이상은
살인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운명은 그녀에게 선택의 권한을 주지
않았다. 잠시 팽예린을 보던 복면녀, 무소화(無笑花) 남궁연(南宮
蓮)은 가볍게 한 숨을 쉬면서 말했다.
“나를 원망하지 마세요. 당신에게 사연이, 있듯이 나에게 역시 어
쩔 수 없는 사연이 있답니다. 대신 고통 없이 죽여주겠어요.”
그녀의 말대로라면 팽예린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무공에 자신이 있다는 말일 것 이다. 그러나 팽예린은 그
녀의 말에 전혀 계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신지 모르지만, 우린 분명히 아는 사이일거라고 믿어요. 신
룡각이나 금룡각이나 어차피 친인척 관계고, 그 쪽은 신룡각의 누
구겠죠? 굳이 묻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세상은 넓고 무공은 많죠.
삼대금기마공만 무서운 것이 아니랍니다.”
팽예린은 예의 바르게 말을 하면서 자신의 자전풍을 들어 보였다.
도후라는 별명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닌 듯, 그녀의 몸에서 뿜어지는
패기가 남궁연을 향해 폭풍처럼 밀려왔다.
그녀는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내공을 끌어 올린 채, 팽예린의 기
세에 대항하였다.
둘의 기는 당겨진 화살처럼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시작하였고, 둘
사이엔 작은 기의 파장이 사방으로 휘몰아치며 작은 회오리를 만
들고 있었다.
남궁연은 은근히 놀랐다. 설마 자신의 소수천마무에 대항할 수 있
는 도법이 존재하리라곤 생각지 못했었다. 그러나 일단 기세만 본
다면 팽예린의 도를 무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물론 남궁연은 자신의 소수천마무가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궁연은 천천히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두 손은 하얗게 빛을 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얼음
을 조각해 놓은 손이 햇볕에 빛나는 것 같았다.
팽예린은 자신의 도를 가슴에서 왼쪽 얼굴 사이로 들어 올렸다.
언제든지 출수가 가능한 자세였다.
“바람이 부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랍니다.”
남궁연의 뜻 모를 말에 팽예린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세상이 제 마음대로 된다면 운명이란 필요도 없겠죠. 나는 이미
당신을 이해하고 있으니, 최선을 다하세요. 결코 쉽지 않을 것입
니다.”
팽예린의 자신만만한 말에 남궁연은 다시 놀랐다. 대체 무엇을 믿
고 저렇게 큰 소리를 칠까 싶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생각은 묻어
놓았다.
“천마백옥수의 제일초인 설풍화무(雪風花舞)에요.”
“친절하시군요. 지옥마라도법의 기수식인 지옥참(地獄斬)이에요.”
“기대하겠어요. 처음 들어보는 도법이군요. 하지만 도후의 말대로
정말 저를 꺾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가급적 죽여준다면 더더욱
고맙고요.”
팽예린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복면녀 남궁연이 하는 말 속에 진심이 들어 잇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러나 그녀의 놀라움은 더 이상 상상의 날개를
펼 수가 없었다.
하얀 손이 움직였다.
그 손에서 뿜어진 미세한 강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세상은 하
얀 눈으로 뒤덮였다.
팽예린은 그 눈보라 속에서 강한 살기를 느꼈다. 마치 사방에서
화살이 쏘아져 날아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침착했다.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다.
눈보라가 춤을 추며 팽예린의 석자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그녀의
도가 우륜참의 형식으로 내리 그어지는가 하더니, 빙글 회전을 하
면서 실 같은 강기가 뿜어져 나와 눈보라를 뚫고 남궁연을 공격해
갔다. 방어가 아니라 공격이었다.
눈보라 속을 뚫고 직진하는 도강의 매서움은 북풍한설에 비할 바
가 아니었다. 그 날카로움에 남궁연은 대경하였다.
그대로 공격을 가한다면 둘 다 큰 상처를 입고 말 것이다. 이건
너 죽고 나죽자 식이었다. 그걸 동귀어진이라고 한다던가? 과연
팽예린다운 공격이었다.
남궁연의 손이 교차하며 몸을 회전하였다.
당연히 초식도 바뀌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몸이 춤을 춘다. 마치 눈밭을 뒹구는 소녀의 그
것 같기도 하였고, 백설 속에 하얀 손을 너울거리며 춤을 추는 듯도
하였다. 복면한 상태에서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
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화려한 춤을 따라 수십 가닥의 강기가
모아지고 쪼개지며 회전을 하였다.
팽예린의 도강은 그 춤 속에 갇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
차 하는 순간 수십 가닥의 수강이 팽예린의 사혈을 노리고 밀려왔다.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수강의 엄청난 위세를 느낀 팽예린의 안색
이 극도로 흥분한 표정이었다.
막 절정을 향해 달리는 야화의 그것처럼,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고혹적이었다. 그렇게 달아 오른 팽예린의 얼굴은 그 묘한 웃음과
어울려 너무도 교태롭다. 지켜보던 십대사령이나 복유인은 갑자
기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흠칫하였다. 그리고 그때에 그녀의 도가 지옥마라도법의 두 번째
초식인 수라백강(修羅白?)으로 그어졌고, 자전풍에서 뿜어진 젖빛의
도강이 남궁연의 수강과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순간적으로 두 세력의 강기가 엉키고 풀어졌다가 다시 엉켜들었
다. 마치 풀어서 흩어 놓은 실타래처럼 서로 감기고 얽혀 있는 강
기들이 서로의 품을 파고들어 상대의 사혈을 치려하였다.
어찌 보면 두 무리의 뱀이 서로를 공격하는 것도 같았다.
“파르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 사람의 신형이 번개처럼 떨어졌
다. 십대사령이나 보고 있던 복면인들 그리고 복유인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숨 한 번 몰아 쉴 시간도 안 된 사이에 두 사람의 치고받는 공격
은 수십 번을 이루어졌다가 거두어진 듯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별다른 소리마저도 없었다. 둘은 그 와중에서도 서로 음파를 차단하
고 있었던 것이다.
둘의 초식은 그나마 십대 사마 중 한명인 복유인만이 두 사람의
초식을 볼 수 있었고, 십대 사령은 뭐가 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이야 더 말해서 무엇 하랴.
두 사람의 가공할 무공은 모든 사람을 얼어붙게 만들었지만, 정작
두 사람에게 전해진 충격엔 미치지 못했다.
팽예린의 옷은 여기저기 찢겨져 있었다. 다행히 피부가 상하진 않
은 것 같았지만, 그녀는 삼대금기마공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과연 삼대금기마공이다. 한데 저 여자는 이 마공을 십성 이상 익
힌 듯 하다. 아직 젊은 나이에 어떻게?’
팽예린은 궁금했다.
우선 소수천마무를 십성이상 익힌 자가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상대는 결코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빠르게 포기했다.
상대에게 자신의 정체를 말할 것 같으면 복면을 했을 리가 없었
다. 더군다나 북면을 한 여자의 겉옷과 얼굴을 두른 두건은 천잠
사로 만든 것이라 내공으로 뚫어 볼 수도 없었다. 그 정도라면 물
어도대답을 듣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팽에린이 물어볼 것이 있는 듯 하다 멈출 때, 남궁연은 가볍게 한
숨을 쉬고 있었다.
일단 첫 대결은 무승부였다. 비록 상대의 옷이 찢어지긴 했지만
자신도 공격을 당했다. 다행히 자신이 입은 옷은 천잠사라 찢어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것도 서로 겨룸에 있어서 약해진 강기라 천
잠사가 견디었을 뿐이었다.
‘삼대금기 마공과 견줄 수 있는 도법은 마교의 구유참인도법(九幽
讒人刀法)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분명 그 도법은 아니다. 역시 세상은
넓구나.’
남궁연은 왜 용천우가 반드시 팽예린을 죽여야한다고 강요했는지
알 것 같았다.
팽예린의 도가 서서히 우중단에 멈추었다. 도의 끝이 대각선으로
우측 하늘을 향해 비스듬해 새워졌다. 그와 함께 남궁연의 손이
눈처럼 흰색으로 변하더니 급기야는 밝은 광체가 어리며 마치 옥으
로 다듬은 손처럼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십대사령과 복유인, 그리고 복면인들은 눈을 찢어져라 부릅뜨고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삼상치 않은 기세를 느낀 복유인은 빠르게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뒤로 물러서며 고함을 질렀다.
“뒤로 십장 이상 더 물러서라”
그의 고함 소리에 놀란 복면인들이 급하게 뒤로 몸을 뺐고, 십대
사령역시 빠르게 뒤로 물러서는 순간, 사람들은 두 가닥의 번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귀가 진공상태로 변했다가 가볍게 퍽 하는 소리가 들
린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
아야만 했다.
주변 십여 장이 태풍에 휘말린 듯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미
쳐 뒤 늦은 복면인 십여 명이 갈가리 찢겨진 채, 그 살들이 비처럼
사방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미세한 기음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서로
전력을 다하면서도 음파를 차단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 외의 작은 음파나 기파는 십대사령과 복유인에 의해 차
단되었지만, 너무 놀란 십대사령이나 복유인이 뒤로 물러서며 완벽
하게 차단하지 못했었다. 만약 두 여자가 미리 차단하지 않았으면,
다른 곳에서 볼 때 화산이라도 터진 줄 알았으리라.
복유인과 십대 사령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특히 복
유인은 조금 전 자신과 겨룰 때, 팽예린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어쩌면 강호 무림사에 가장 강할지도 모르는 두 여자의 대결은 이
렇게 시작되었다.
후에 강호 무림사에선 이 결투를 쌍화대전이라고 명명하였고, 이
두 여자를 일컬어 지옥도 천마무란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었으며,
십대사령들 중 한 명인 섬전검(閃電劒) 강비가 후인들에게 두 여자
의 대결을 일컬어 말하길.
“도가 하늘을 가르고 옥수가 땅을 뒤집었다. 보는 우리는 지옥을
보았고, 무의 한 끝자락을 본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 무공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깨우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한 호흡도 되지
않았다. 우리 구대문파의 무공은 분명히 하나의 절기로 부족함이
없었지만, 부끄럽게도 세상은 넓었다. 우리는 우리 구대문파의 무공
이 제일이란 망상을 빨리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동안 쌓
아온 명성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적인 감정을
떠나, 무인으로서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은 후대에 자랑
할 만한 영광이었다.”
굳이 종남파의 강비가 아니라도 강호의 낭인들은 다음과 같은 노
래를 지어 부르며 두 여인을 찬양하였다. 아울러 두 여자의 대결
이후, 여 고수들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새롭게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옥수에 걸린 여인의 한은 눈처럼 날리고
도에 실린 여인의 기개는 바람을 가른다.
풍도와 백수가 얽혀 옷자락이 춤을 추고
큰 숲은 일진광풍에 침묵을 허물었다.
일도, 일수에 사마와 사령이 숨을 죽였는데,
뉘가 여인을 약하다 했는고? 하늘도 놀랐다.
======= 중략
불마왕과 관패의 대결을 지켜보지 못하고 그 곳을 떠난 단엽의 신
형은 바람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로서는 사실 관패를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여기가 없었다.
불마왕이나 관패는 느끼지 못했지만, 단엽은 지금 숲에 얼마나 많
은 고수들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있었고,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강
하고 무서운 기운을 느꼈는데, 그 기운이 용취아가 있는 근처로
다가서고 있음을 알았다. 지금 단엽이 느낀 고수 정도라면 풍백이
나 청룡당의 그 누가 상대할 수 있는 그런 기운이 아니었다.
단엽은 급했다. 한데 용취아에게 다가서던 그 기운이 빠르게 자신
을 향해 날아오지 않는가?
단엽은 신법을 멈추었다. 상대가 자신의 기운을 눈치 챈 것도 놀
랐지만, 갑자기 방향을 틀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은 더욱 놀라왔다.
단엽이 신형을 멈추고 얼마 안 있어 하나의 그림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오척 단구에 머리가 유난히 크고 손에 독각철인을 들고 있는 모
습. 노인은 바로 진충이 밀실에서 깨워놓은 광노였다.
우내 육존 중 한명인 광노(狂奴) 신농(神農).
단엽은 상대의 모습을 보고 상대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뻐근한 긴장감이 단엽의 몸을 감싸고돈다.
진충의 몸에서 느낀 기운을 감지하고 나타난 광노 신농은, 조금
놀란 시선으로 단엽을 본다. 진충과 같은 기운이지만 달랐다.
진충이 강이라면 단엽은 바다였다.
진충이 언덕이라면 단엽은 산이었다.
광노 신농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깨우쳤다.
단엽은 나타난 신농의 동공에 가득한 광기를 보고 무엇인가 이상
함을 눈치 챘다.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정상이 아니라고 우내육존의 무공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단엽은 신농의 정체를 알게 되자 가슴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
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신농이 나에게 오지 않았다면. 만약 그대로 치아에게 달려갔다
면.’
단엽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일단 안도의 숨을 쉬고 나자, 무엇보다도 궁금한 것은 과연 신농
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 자리에 나섰는가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단엽의 생각은 더 이상 길어지지 못했다.
광노 신농의 광기가 점점 더 해지며, 그의 몸에서 뿜어진 기세가
단엽을 압박해 들어왔던 것이다.
단엽은 자신의 유령신검을 뽑아 들었다.
광노 신농은 자신의 무기인 독각철인을 들고 단엽을 향해 움직였
다. 그리고 그 순간에 신농이 나타난 곳으로 십여 명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바로 광혼인으로 변한 신농을 조종하던 봉성의
무사들이었고, 그 정점엔 담천이 있었다. 원래 담천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함부로 움직이지 않으려 했었다.
여기의 모든 일은 누대치에게 맡기고 자신은 정말 최후의 순간에
나 나타날 생각이었다. 혹여 잘못되어서 광노 신농이 봉성에서 광
혼인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날로
봉성은 무림의 공적이 되리라.
그래서 나타나더라도 광혼인만 나타나 일을 처리하고 빨리 사라져
야 한다. 그러나 무엇을 느꼈는지, 광노 신농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담천은 황급하게 그의 뒤를 쫒아 왔었다.
왜? 무엇 때문에 광노 신농이 자신의 명령 없이 움직였고, 갑자기
다시 방향을 돌려 단엽에게 왔는지 담천도 몰랐다.
분명히 무엇인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지만, 실제 광노 신농의 주인
인 담사우가 없는 한 그 이유를 알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러나 광노
신농을 쫒아와 단엽을 본 담천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하필이면 사공운이라니.
첫댓글 즐독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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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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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즐독!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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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갑니다. 그리고 감사 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