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변호사(Solicitor Advocate), 3HR Corporate Solicitors
□ 독립형 일자리의 등장
계약직, 시간 선택제 일자리, 열정 페이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관련 이슈가 종종 한국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며, 영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도 현지 인력 활용과 관련해, 한국 본사의 정책과 영국 현지법, 관습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해당 이슈가 주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은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노동형태가 잘 정착되어 있으며, 기업 규제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근로자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적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데, 이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고용 형태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독립형 일자리(‘Gig economy’)가 여럿 발생하면서 필요에 따라 모바일 앱을 통해 인재 채용을 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도 발달하는 추세이다.
위와 같은 새로운 고용형태가 등장하면서 '직원(employee)'으로 고용되어 있는지에 대한 질의가 고용 재판소에 여러 차례 제기되고 있는데, 개인 서비스(Personal service), 통제(Control) 및 상호 의무(Mutual obligation)라는 3가지 요건 충족 여부가 '직원(employee)'으로 고용됐는지를 판가름하는 핵심 사안이다. 즉, 직원(employee)은 대리인 없이 직접 업무를 시행하는 형태여야 하며,고용주는 직원의 일일 업무에 대한 통제권이 있어야 하고, 고용주는 직원에게 업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직원은 근무에 따른 보수를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위장 계약서의 사례
고용주가 직원의 고용상태를 고의로 박탈하기 위해 상기 3가지 요건 중 ‘substitution clause’(상호 의무를 부인하는 조항, 혹은 직원의 고용상태를 용역계약과 같은 자영업자(self-employed independent contractor)로 표기하는 조항)이 포함된 위장 계약서를 체결한 경우에 대한 법률적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조항들은 사실상 계약서에 다른 조항들과 공존하기도 함.)
위장 계약서와 관련된 최근 대법원 판결인 Autoclenz v Belcher에 따르면, 고용된 사람이 직원(employee)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양측 간의 서면상 계약서는 여러 고려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즉, 고용 재판소들은 양측 사이의 사실상의 고용조건을 조사하여 고용 상태를 알아낼 의무가 있기 때문에 만일 고용계약서에 독립 계약자(self-employed independent contractor)로 명시돼 있어도 재판소에서 실제 양측의 관계를 직원과 고용주로 판단하면 고용된 사람은 직원(employee)으로 간주될 수 있다.
맨체스터 고용 재판소(Manchester Employment Tribunal)에서 불공정한 해고를 시행했다는 사유로 고용주를 대상으로 소를 제기한 사례가 있었는데, 소송의 핵심사안은 상호 의무를 부인하는 서면상 계약서가 양측 간 사실상의 고용조건을 밝히기 위해 어느 정도 참작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판사는 “wage-work bargain”라고도 알려진 상호 의무(고용주는 직원에게 업무를 주고, 직원은 이에 따른 급여를 받는 노동-임금 교환 원칙) 충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해당 서면 계약을 ‘위장 서류’로 판단하였다. 이는 고용주가 저지르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양측의 진정한 관계를 훼손하는 현실과 전혀 다른 계약서를 작성한 사례라는 것이다.
□ 우버(Uber)기사들의 고용형태는?
런던 중앙 고용재판소(London Central Employment Tribunal)는 최근 우버(Uber) 기사들을 더 이상 독립 계약직이 아닌 '근로자(worker)'로 판단한 바 있다. ‘근로자(worker)’는 ‘직원(employee)’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이며, 근로자는 독립 계약직보다 더 많은 고용 권리를 가지지만, 불공정한 해고를 주장할 수 있는 직원들(employees)만큼의 고용 보호는 받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우버(Uber) 기사들처럼 애플리케이션 기반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어느 기업에도 고용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독립 계약직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우버(Uber)와 관련된 판례는 이와 달라 “독립형 일자리 경제(Gig economy)”에 대한 핵심 전제를 영국에서 최초로 시험하는 법적 사례였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자전거로 음식을 배달하는 영국 스타트업 기업인 딜리버루(Deliveroo)의 배달부들도 우버(Uber)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유사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런던 중앙 고용재판소(London Central Employment Tribunal)의 판례를 정리해 보면, 표면상 우버(Uber) 기사들과 딜리버루(Deliveroo) 배달부들은 앞서 명시한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근로자(worker)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불공정한 고용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앞둔 우리 기업들은 고용계약서를 작성할 때 사실상의 고용 관계가 계약서 내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독립형 일자리 경제에 기반하여 새롭게 등장한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은 전통적 해석 원칙의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근로자(worker)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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