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도종환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
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
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
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가장 오래 세찬 바람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
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
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
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
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
사람들의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
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꾸기 위해
서리에 맞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우리 주위에 시래기가 되어
생의 겨울을 나고 있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
이 겨울 난 시래기 때문에 유치장을 다녀올 뻔한 사람을 알고 있다
시래기를 훔쳐놓고 경찰서에서 시래기를 훔친게 아니라
그리움을 훔친 것이라고 말해도 설명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직도 공광규 시인은 유치장에 있으려나, 추운데..
예전에는 시래기를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는데 요즘 웰빙식품이라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후 아무것도 아닌 시래기가 금이 되었다
외로움이 금이 되려나..
시래기 시래기..
그리움 그리움..
금란초 그람초..
무슨 관계일까? 삼각관계
첫댓글 금란초 그람초..(금란초, gram 艸?)
초艸?
그램당 35원 하나봐요 양구 청정시래기 상품이 35,000원/1kg 시래기가 금이 되었다는 ~~~~ㅋㅋㅋ
점입가경.^^*
시래기 듬뿍 든 매운탕 먹고 싶당 ㅎㅎ
시래기도 우거지도 넣어서 만든 건 다 좋아요~~
시래기 된장국 끓여먹었네요... 친정엄마가 말려서 택배로 보내주신 시래기로 시래기 나물도 해 먹고 시래기 국도 끓여먹고 감자탕에도 넣어먹고... 올 겨울 시래기 덕분에 친정엄마 정성 덕분에 크게 아프지 않고 버티고 있나 봅니다.
점심때 가족이랑 시래기 듬뿍 담긴 가마솥추어탕 먹고 왔어유^^
올겨울은 시래기로 그리움을 달래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