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교회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고자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일을 기념한다.
성지(聖枝) 축복과 행렬을 거행하며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영광스럽게 기념하는 한편, ‘주님의 수난기’를 통하여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한다.
성지를 들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는 것은
4세기 무렵부터 거행되어 10세기 이후 널리 전파되었다.
오늘 전례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수난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다가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주님을 따라,
우리도 죽음에서 부활로 건너가는 파스카 신비에 동참합시다.
제1독서
<나는 모욕을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0,4-7
4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5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6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7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입니다. 2,6-11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6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7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8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11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 해설자 + 예수님 ● 다른 한 사람 ▣ 다른 몇몇 사람 ◎ 군중
○ 마르코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15,1-39
1 아침이 되자 수석 사제들은 곧바로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
곧 온 최고 의회와 의논한 끝에,
예수님을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겼다.
2 빌라도가 예수님께 물었다.
●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3 ○ 그러자 수석 사제들이 여러 가지로 예수님을 고소하였다.
4 빌라도가 다시 예수님께 물었다.
● “당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소?
보시오, 저들이 당신을 갖가지로 고소하고 있지 않소?”
5 ○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빌라도는 이상하게 여겼다.
6 빌라도는 축제 때마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죄수 하나를 풀어 주곤 하였다.
7 마침 바라빠라고 하는 사람이
반란 때에 살인을 저지른 반란군들과 함께 감옥에 있었다.
8 그래서 군중은 올라가 자기들에게 해 오던 대로
해 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하였다.
9 빌라도가 그들에게 물었다.
● “유다인들의 임금을 풀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10 ○ 빌라도는 수석 사제들이 예수님을 시기하여
자기에게 넘겼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11 그러나 수석 사제들은 군중을 부추겨 그분이 아니라
바라빠를 풀어 달라고 청하게 하였다.
12 빌라도가 다시 군중에게 물었다.
● “그러면 여러분이 유다인들의 임금이라고
부르는 이 사람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것이오?”
13 ○ 그러자 군중은 거듭 소리 질렀다.
◎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14 ○ 빌라도가 그들에게 물었다.
● “도대체 그가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
○ 군중은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15 ○ 그리하여 빌라도는 군중을 만족시키려고,
바라빠를 풀어 주고 예수님을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넘겨주었다.
16 군사들은 예수님을 뜰 안으로 끌고 갔다.
그곳은 총독 관저였다.
그들은 온 부대를 집합시킨 다음,
17 그분께 자주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머리에 씌우고서는,
이렇게 말하며 인사하기 시작하였다.
18 ▣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
19 ○ 또 갈대로 그분의 머리를 때리고 침을 뱉고서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예수님께 절하였다.
20 그렇게 예수님을 조롱하고 나서
자주색 옷을 벗기고 그분의 겉옷을 입혔다.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러 끌고 나갔다.
21 그들은 지나가는 어떤 사람에게 강제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게 하였다.
그는 키레네 사람 시몬으로서 알렉산드로스와
루포스의 아버지였는데, 시골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
22 그들은 예수님을 골고타라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이는 번역하면 ‘해골 터’라는 뜻이다.
23 그들이 몰약을 탄 포도주를
예수님께 건넸지만 그분께서는 받지 않으셨다.
24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
그러고 나서 그분의 겉옷을 나누어 가졌는데
누가 무엇을 차지할지 제비를 뽑아 결정하였다.
25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때는 아침 아홉 시였다.
26 그분의 죄명 패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라고 쓰여 있었다.
27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강도 둘을 십자가에 못 박았는데,
하나는 오른쪽에 다른 하나는 왼쪽에 못 박았다.
지나가는 자들이 머리를 흔들며 그분을 이렇게 모독하였다.
▣ “저런! 성전을 허물고 사흘 안에 다시 짓겠다더니.
30 십자가에서 내려와 너 자신이나 구해 보아라.”
31 ○ 수석 사제들도 이런 식으로
율법 학자들과 함께 조롱하며 서로 말하였다.
▣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32 우리가 보고 믿게, 이스라엘의 임금 메시아는 지
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도 그분께 비아냥거렸다.
33 낮 열두 시가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34 오후 세 시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으셨다.
+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 이는 번역하면,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
35 곁에 서 있던 자들 가운데 몇이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 “저것 봐! 엘리야를 부르네.”
36 ○ 그러자 어떤 사람이 달려가서 해면을 신 포도주에 적신 다음,
갈대에 꽂아 예수님께 마시라고 갖다 대며 말하였다.
● “자,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 주나 봅시다.”
37 ○ 예수님께서는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셨다.
<무릎을 꿇고 잠깐 묵상한다.>
38 ○ 그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39 그리고 예수님을 마주 보고 서 있던 백인대장이
그분께서 그렇게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마르코 복음서는 그 시작을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
(1,1)이라고 할 정도로 ‘예수님의 신원’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마주 보고 서 있던 백인대장”의
입을 통하여 이를 다시 한번 선언합니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사실 이 고백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무력한 죽음’,
그러나 ‘무력한 죽음’을 통한 ‘영광’이라는
십자가 신학의 총체를 담고 있습니다.
이 십자가의 역설적 신비는 성주간 내내
좀 더 명확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특별히 성주간을 시작하는 오늘 말씀은
이 십자가 사건이 아버지의 뜻을 이루려는
예수님의 사랑과 순명에 기초하였음을 강조합니다.
다시 말하여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죽기까지 순명하셨다는 것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라고 언급하고,
제2독서에서는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라고 선언합니다.
결국 이것으로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십자가는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린 자리라고 고백합니다.
성주간을 시작하면서 예수님의
엄청난 수난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
할지 황망해집니다. 어쩌면 답은 간단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촘촘히 드러나는 시간이니,
눈과 마음을 열어 그 사랑을 알아보면 됩니다.
우리가 금욕적 실행을 결심하는 것도 훌륭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분의
결연한 사랑과 그 완성을 알아보고
그 사랑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 사랑을 발견하지 못하면, 이번 부활 시기에도
우리의 신앙은 구체성과 깊이를 얻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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