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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의 집에 들어온 실장석 일가는 넋을 잃고 집안을 둘러보기 바빴다.
화려한 프릴이 달린 포근한 침대와 백색으로 단정하게 정돈된 고급 가구들...
실장석이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세레브라는 단어가 진정으로 어울리는, 바닥에 깔린 원목장판과 세세한 천장 몰딩 마감까지 완전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집이었다.
어지간한 인간이라면 설화의 원룸의 이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감탄하며 매트리스 하나 구겨지는 것도 조심했을 터였으나 이 실장석 일가는 지극히 실장석스러운 행동을 시작했다.
- 데프프프! 여기는 틀림없이 세레브한 와타시를 위한 궁전인 데스. 똥노예 주제에 제법 참아줄만한 성을 준비한 데스
- 이 폭신폭신은 와타치의 잠자리로 정한 테치! 폭신폭신테치!
- 장녀 오네챠보다 와타치가 먼저 자리를 차지한 테치!
- 테에에... 좋은 냄새가 나는 테치. 와타치도 여기서 자고 싶은 테츄
- 자들은 듣는데스. 싸울 필요 없는데스. 이렇게 넓은 잠자리인데 다같이 자면 되는 데스!
- 하이 테치!
설화의 가구 중에서도 실장일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것은 단연코 설화의 침대였다.
고가의 클러프트 메트리스가 깔린 새하얀 프릴 침대는 설화의 취향이 반영되어 공주님 침대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는데, 허영심 가득한 실장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침대 속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너희들 그... 청소하는거 맞지...?”
방금 직접 맡아봤기 때문에 저 실장석들에게서 얼마나 구린 냄새가 나는지 잘 아는 설화였다.
실장석들이 자신의 침대위에 올라가자마자 침대의 하얀 이부자리가 초록색으로 물들며 불결하게 변한 것은 악몽과도 같았다.
- 똥노예는 무슨 헛소리를 하는 테치! 가서 우마우마한 콘페이토나 가져오는 테치!
장녀는 설화가 보는 앞에서 궁뎅이를 까더니 운치를 싼 후 그걸 손에 들었다.
지금 장녀가 하려는 행위는 누가 봐도 명확했다. 설화는 애써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만둬 정말 화낸다!?”
치덕!
“꺄아아악!”
장녀는 설화에게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투분을 했다.
장녀가 설화에게 투분을 하자 다른 자들도 지지않고 설화에게 투분을 하기 시작했다.
치덕! 치덕!
- 주제를 아는 테치!
- 당장 세레브한 옷과 먹을 것을 가져오지 않고 뭐하는 테치!
- 정말 총명한 자들인 데스. 노예는 원래 초장에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하는 데스. 다 같이 똥노예가 정신 차릴때까지 손봐주는 데스!
- 하이! 마마!
“자... 잠깐 잡아당기지 마!”
- 그리고 그 세레브한 드레스는 와타시에게 바치는 데스! 똥노예는 독라가 어울리는 데스!
설화는 바지보다 치마, 그 중에서도 원피스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특히나 오늘 입은 원피스는 카라가 넓고 살짝 가슴을 강조하는 스타일의 원피스였는데, 평생 썩은 행주 같은 옷만 입어온 친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천상의 드레스로 보였다.
“꺄악! 그만...! 그만해!”
- 노예에에에!! 빨리 드레스를 바치는 데샤아아!
- 와타치와 이모토챠들도 같이 돕는 테치 마마!
- 데그그긋! 총명한 자들인 데스으으으!!
자신의 옷을 벗기기 위해 치맛단을 붙들고 잡아당기는 실장석들과의 악몽같은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넷이나 달라붙었다곤 해도 인간인 설화가 힘으로 실장석에게 질 일은 없었지만, 실장석들이 포기를 모르고 계속해서 달라붙었기 때문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그때 부산스러운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고는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피자요!”
“자... 잠깐만! 얘들아 사람 왔어!”
- 오마에 같은 똥노예에겐 어울리지도 않는 드레스를 내놓으란 데샤아아!
- 적당히 포기하는 테치 노예!
“꺄아아악!”
“응? 문이 열려있는...?”
피자배달원이 빼꼼히 들어오는 순간, 원피스의 카라가 늘어나며 설화의 옷이 그대로 훌렁 벗겨져 버렸다.
잠시간의 정적....
“아... 저기... 피자 놓고 갈게요.”
철컥
알몸인 것도 모자라 얼굴에 똥칠을 한 상태로 누군가를 만난 기분이란 것은 실장석에 대한 아련한 애정 따위는 순식간에 없애버릴 만큼 더러웠다.
“......”
아무리 순둥이 소리를 듣는 설화여도 여기까지가 인내심의 한계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친은 자신에게 바로바로 드레스를 바치지 않은 노예를 벌하기 위해 아까처럼 설화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렸다.
이것은 개장수인 철웅이 동네 아줌마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면 아줌마들이 질겁하며 도망가던 것을 친이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친은 그곳이 인간들의 약점이라고 인식해버린 것이었다.
설화는 말없이 원룸 한 켠에 기대져 있는 라켓케이스로 다가가 테니스라켓을 꺼내었다.
“너희들은 좀 혼나야 겠어.”
츄츄가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을 하거나 못된 짓을 저질렀을 때, 깐깐하고 엄격한 성미의 설화의 어머니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모진 회초리질로 츄츄를 다스렸다.
그 당시 어린 설화는 친구인 츄츄가 조금 심하게 얻어터지는 것을 보고서 마음아파 했는데, 이제는 어머니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 또...똥노예 그걸로 뭘 하려는 생각인 테치?
- 뒤지게 맞고 싶지 않으면 그 이상한 그물씨는 내려놓는 데스! 내 말이 안들리는 데스!? 내려놓는 데스!
친은 그 뭉툭한 손으로 죽어라 설화의 엉덩이를 토대토대 두들겼다.
그곳은 분명 친이 생각한 대로 약점이긴 했지만, 반대로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인간의 자제심을 닳게하며 짜증을 유발시키는 역린과도 같은 곳이기도 했다.
휘릭!
- 데에?
설화가 휘두른 테니스라켓은 두부라도 때린 것처럼 그대로 실장석의 몸을 통과했다.
어릴 때부터 몸매와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테니스 실력을 갈고닦은 설화의 스매쉬는 흡사 고명한 검객이 휘두른 예검(銳劍)처럼 실장석의 몸을 갈라 버린 것이었다.
...그 결과 친의 몸은 라켓의 그물모양 그대로 분쇄기에 갈린 것처럼 분해되어 버렸다.
푸확!
- 테...테에엥! 마마!
- 테찌이이이!!
- 역시 학대파인 테츄아!!!!
개장수에게 길러지며 꽤나 잔혹한 꼴을 당하는 것을 보아온 실장 일가였지만, 이토록 참혹하게 죽는 모습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걸 당하는 게 다름 아닌 그들의 친이었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마마가 정육점에서 파는 민찌처럼 되어버린 것이었다.
“아앗, 청소할게 늘어나 버렸네. 이걸 어쩌지?”
설화는 진심으로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볍게 혹만 만들어줄 작정이었는데 자꾸 엉덩이를 두들기며 도발하는 통에 힘이 조금 많이 들어가고 말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슬프거나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테니스 경기에서 골든세트로 상대방을 눌렀을 때처럼 산뜻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우선은 더러워진 것들을 청소해줄래?”
설화는 빙긋 웃으면서 실장석들에게 말했다.
- 웃기지 마는 테치! 마마가...마마가 죽어버린 테츄아!
장녀는 적록의 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자신을 봐달라는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과장된 움직임이었다.
설화가 아무 말도 안하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자 운치까지 지리며 방을 어지럽혔다.
역시나 관심을 끌어서 자신에게 닥친 부당한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터엉!
- 찌아아아아!
설화의 테니스라켓이 또다시 허공을 갈랐다.
이번에는 그물이 아닌 옆면으로 휘둘러진 라켓은 정확하게 장녀의 머리 정 중앙에 명중했다.
“힘조절을 한다고 한 건데, 이것도 너무 세니?”
가늘고 탄력 있는 테니스라켓의 철사가 말랑말랑한 실장석에겐 오히려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설화는 나름대로 신경 써서 옆면으로 살짝 내리친 건데, 달걀이 깨지는 감촉이 느껴지며 장녀의 머리의 형태가 변해버렸다.
- 찌아아...? 테치 테츄? 운치 우마우마 테치?
지능에 문제가 생겼는지 장녀는 실성한 것처럼 바닥에 쓰러진 채로 꿈틀거렸다.
마치 구더기라도 된 것처럼 바닥을 기며 방금 전 자신이 싸놓은 운치를 먹기 시작했다.
- 오...오네챠...
- 테에에엥... 장녀 오네챠가 이상해져 버린 테치.
“이거 어쩐담... 어쨌든 깨끗하게 청소해 줄래?”
라켓에 묻은 적록의 피를 털어내며 생긋 웃는 설화를 본 차녀와 삼녀는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자라기 시작한 가학심이란 감정을 읽고는 등골이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하이 테치!
- 깨끗하게 치우는 테치!
그때 뜬금없이 조용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설화가 좋아하는 테너 가수가 부른 오페라곡인 투란도트-네순도르마...바로 설화의 핸드폰 벨소리였다.
액정 화면에 떠오른 번호를 보고 이를 까득 갈은 설화는 이윽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주인님. 혹시 방금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나 궁금한 거예요.
여전히 하이톤의 귀염성있는 목소리였지만 숨길 수 없는 다급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바로 세레브 실장석 서비스의 보스이자 상담원인 세레비였다.
“무슨 일이라면?”
설화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냉정했다.
실장석 하나를 황천길로 보내버리고 하나는 반 병신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평소대로의 이지적이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 그... 혹시 주인님... 아이들을 괴롭... 아니, 아이들이 다쳤나요?
“음... 조금요.”
- 저... 죄송한 말이지만 주인님... 저희 아이들은 법적으로 저의 재산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법적인 처벌을 받는거예요.
“당신의 재산이라... 그럼 그 아이들이 저의 물건을 망가트리거나 훼손하면, 그리고 저에게 실례되는 행동을 하면 그 책임도 당신에게 있다는 말이죠?”
- 네? 그 아이들이 그럴 리가 없는 거예요! 아... 아니, 혹시 저희 아이들이 실수를 했더라도 용서해 주시는 거예요. 다 착하고 불쌍한 아이들인 거예요.
세레비는 설화의 목소리 속에 들어있는 차가운 분노를 읽고 즉각 사과부터 했다. 가장 믿는 아이들을 보냈지만 실장석이 하는 일인 만큼 무슨 사고가 생겨서 설화에게 생각지도 못한 민폐를 끼쳤을 지도 몰랐다.
“용서라...”
- 제발 아이들을 살려서 보내주시는 거예요 주인님.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설화의 목소리에 가득한 살심을 느낀 세레비는 간곡한 어조로 부탁했다.
이번에 파견 보낸 그린 초코 콩이 핑키는 세레비의 근로실장 중에서도 가장 성실하고 착한 아이들이었다.
책임감도 강하면서 영리한 그린과 재롱 많고 눈치도 빠른 초코, 사려 깊은 콩이, 그리고 자실장임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핑키는 사실상 세레비의 근로실장 중에서도 에이스인 아이들이었다.
이번에 예약한 설화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실장석에 대한 애정을 느낀 세레비는 반쯤 휴가보내는 셈 치고 일부러 그 넷을 추려서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이미 그린의 위석이 파킨한 것도 모자라 콩이의 위석도 위험한 수준으로 탁해져 버렸다.
초코와 핑키의 위석 또한 서서히 탁해져가고 있었다. 다시 말해 모두가 핀치였다.
“그건... 노력해 볼게요. 아이들이 할 일만 제대로 한다면요.”
설화의 목소리에서 그 어떤 어둠을 느낀 세라비는 몸을 떨었지만 이 정도도 설화가 많이 양보한 거라는 것을 알아챘다.
- ...감사한 거예요.
세레비는 전화를 끊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빌었다. 남은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 찌아아아아!!!!
- 오로롱! 핑키챠, 이제 그만 놓는 데스! 그러다 핑키챠가 죽어버리는 데스읏!
- 연옥데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데스! 우린 나쁜 일 같은 건 하나도 하지 않은 데스!
- 찌아아아아아!!!!
핑키는 한 손에 하나씩 도르래의 줄을 잡고 있었는데, 당장에라도 놓칠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핑키는 죽을힘을 다해 도르래를 붙들고 있었다. 초코의 밑에는 날카로운 압정이 흩뿌려져 있었고, 콩이의 밑에는 불에 달궈진 철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크큭, 한쪽을 빨리 놓고 나머지 한쪽을 잡아당기지 않으면 둘 다 죽는다고?”
개념 실장 학대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어서 인지, 세진의 채널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평큐더블유평궁 : 내가 평생 본 자실장 중에 제일 힘센 듯 ㅋㅋㅋ]
[연어먹는푸우 : 자실장에 바늘 하나 꼿을 때 마다 천원씩 쏜다.]
“바늘을 벌써 꼿으면 끝나버리니 그건 패스하겠습니다. 형님들”
- 와타시를 놓는 데스! 뜨거운 철씨에 닿자마자 도망치면 되는 데스!
- 콩이상...! 오로롱...오로롱....
콩이가 자신을 놓으라는 말을 했음에도 초코는 도저히 겁이 나서 자신을 놓으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초코의 전 주인은 노환으로 죽기 전까지 초코를 아껴주었고, 세레비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밥은 굶었을지언정 육체적인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초코였다. 날카로운 압정에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 찌아아아아아!!!
- 이대로 라면 오마에의 팔씨가 떨어지는 데슷! 어서 와타시를 놓는 데스 핑키챠!
- 아무도 죽게 두지 않는 테찌이이이잇!!!
- 핑키챠...
핑키는 본래 다섯 자매씩이나 되는 실장일가의 삼녀였다.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마는 자신들을 대리고 산으로 갔었다. 그리고 거기서 핑키는 모든 가족을 잃어버렸다.
착하지만 조금 모자랐던 장녀는 물에 빠져 죽었고, 차녀는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투정이 심하지만 귀여운 막내였던 엄지는 탈수로 말라죽은 후 가족들의 한 끼 식사거리가 되기까지 했다.
사녀와 집을 지키며 마마를 기다리던 핑키는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 때문에 불어난 냇물에 휩쓸려 집 째로 떠내려가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사녀는 처참하게 죽어버렸다. 그리고 자신은 운 좋게도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 전적으로 사녀가 자신을 감싸준 덕분이었다.
이후 마마와는 만나지 못한 채 천애고아가 된 핑키의 삶은 지옥과도 같았다. 먹이를 얻기 위해 다른 실장석의 보존식을 훔치다가 잡혀 죽도록 얻어맞고 겨우 도망친 다던가,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챈 성체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며칠간 흙만 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숨어 지내던 핑키는 우연히 자신의 모친인 츄츄의 목걸이를 가지고 노는 실장 일가를 발견했다. 뱃속에서부터 마마가 자랑스럽게 말하던 사육실장의 증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그 실장일가는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으며 싸우고 있었고, 필연적으로 핑키 또한 그 싸움에 끼어들었다.
그 싸움에서 핑키는 위석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로 가사상태에 빠트리게 해야 할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 가사상태로 정신을 잃어버리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며 반달눈으로 비웃는 실장석들을 보며 자신은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긴 가사상태에서 깨어난 핑키가 본 것은 자신을 다정하게 간호해주는 세레비였다. 세레비는 마마의 목걸이를 핑키에게 돌려주며 자신과 함께 일하자고 권유했고, 그날부터 핑키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세레비의 일을 도와온 것이었다.
- 모두가 소중한 동료인 테치이이이! 은인인 세레비 보스의 재산 테챠아아아아아!!!
- 핑키챠...!
콩이는 필사적인 각오로 버티는 핑키를 보며 적록의 눈물을 흘렸다. 콩이는 이내 입을 꽉 물고는 의지를 다졌다. 시간이 없었다.
- 코...콩이상! 지금 뭐하는 데스!?
콩이는 자신의 팔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핑키가 있는 도르래에 연결된 팔이었다.
- 아픈...아픈데스. 하지만 와타치의 역할인 데스. 와타치...는... 분충 출신인 데슷...
- 테쨔아아아아! 멈추는 데스 콩이상!!!
- 미안한데스. 와타시 아무것도 못해주는 데스. 미안한데스...오로롱 오로롱
자신의 팔을 갉아먹는 콩이를 보며 초코는 위석 한구석이 찌르는 듯이 아파옴을 느꼈다. 저렇게까지 자신을 희생하는데 자신은 여전히 압정위로 떨어지는 게 무서웠다. 고통이 두려웠다. 아프고 싶지 않았다.
- 데...데햐아아아
툭!
치이이이이익!
결국 팔이 떨어진 콩이는 달궈진 철판 위로 떨어졌다.
콩이는 재빨리 다리를 박차고 도망치려 했으나 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철판에 닿자마자 다리가 익어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 다...다리씨 움직이는 데샤아아아! 뜨거운 데스! 연옥 데샤아아악!
콩이는 필사적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익은 살갗이 떨어지며 근육만 남은 피투성이의 발이 다음 걸음을 걸었다.
치이이이이익!
- 데갸아아아아!
콩이는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몸이 철판에 달라붙어 익기 시작했다.
콩이는 마지막 힘을 짜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한쪽 팔만 남은 상태로는 일어서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 콩이상! 오로롱 오로롱!
- 테에엥! 테에에엥!
- 피...핑키챠... 와타시 탓인 데스...미안한 데스...
- 테..테에...?
- 와타시가... 분충인 탓에 핑키챠의 행복이 사라진 데스...
콩이는 흔한 분충일가에서 태어나 인간이 자신들의 아래에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평범한 들실장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자를 거절한 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살해한 꼬마닌겐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마마의 마마의 마마로부터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검을 품고 기회를 노린 콩이는 꼬마닌겐의 눈을 찌르는데 성공했다.
꼬마닌겐은 자신이 공격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치욕스럽게 생각했다.
다행히 실명은 커녕 눈꺼풀이 긁힌 정도로 경미하게 다쳤지만 중요한 것은 실장석 따위의 공격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꼬마닌겐은 그 자리에서 콩이와 콩이의 자들의 눈을 전부 뽑아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공원에 풀어주었다. 앞을 못보는 실장석 일가의 운명이 어떨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꼬마의 의도대로 콩이의 일가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다른 실장석들의 위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콩이 역시 어느 일가의 자판기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운치를 먹고 구더기를 생산하는 신세가 되었다.
끝도 없는 어둠과 고통 속에서 콩이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러나 너무 늦은 깨달음 이었다. 매일 목이 쉴 때까지 사과를 해도 자신의 처지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 콩이가 세레비에게 구출된 것은 천운이었다.
운치굴 속에서 허공에 대고 필사적으로 사과하는 것을 듣게 된 세레비가 콩이를 구해준 것이다.
콩이의 고해를 전부 들은 세레비는 자신이 용서를 구해야할 대상이 바로 핑키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용서하는테치! 용서할태니까 살아나는 테치!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핑키가 가족을 모두 잃었다는 것은 세레비와 자신만의 비밀이었다. 때문에 언젠가 꼭 진실을 밝히고 핑키에게 용서를 빌겠다고 생각해온 콩이였다.
- 핑키챠... 잃어버린 와타시의 장녀와 닮은 데스... 데에엑... 근로실장의 보배데슷....
- 콩이챠 일어서는 테치! 일어서는 테츄아!
- 초코상... 핑키챠를 부탁...
챠아악!
그것이 콩이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콩이의 눈에서 검은눈물이 철판으로 떨어지며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증발했다.
[유장육부허리케인 : 저 실장고기 먹으면 만원쏨 ㄹㅇ루다가]
[대실장생 : 검은눈물 흘리는거봐 ㅋㅋㅋ]
[연어먹는푸우 : 링갈 보니까 진짜 전부 개념종인데 이런 애들을 어디서 구했어요?]
“하하 죄송하지만 저는 식실장도 안먹어서요. 그리고 그냥 아는 사람한테 보내달라고 한 애들이에요.”
[케로레로리 : 방금 세레비라고 한거같은데, 얘들 세레비 실장석 아님?]
[대실장생 : 세레비가 뭐임]
[오장육부허리케인 : 근로실장 회사말하는 거 같은데]
[연어먹는푸우 : 아는 사람이란 게 세레비회사 사장임?]
“세레비는 무슨... 그냥 동네 개장수 아저씨에요.”
평소라면 채팅도 잘 안치는 시청자들이 오늘따라 반응이 좋았다.
세진은 서둘러 다음 고문도구를 준비했다.
“둘 다 살릴 수 있었는데 유감이야 분충아”
- 와타치는 분충이 아닌 테치! 초코 오바상도 이제 그만 우는 테치...
- 오로롱 콩이상... 오로롱 오로롱
핑키는 어느새 초코를 끌어올렸는지, 적록의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울고있는 초코를 달래주고 있었다.
평범한 실장석이라면 이성을 잃고 알고 있는 모든 욕과 저주를 퍼부었을 것이었지만, 핑키는 그런 짓을 해봤자 학대파인 인간을 기쁘게 할 뿐이고, 또 화나게 해봐야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소리 하지 않고 가만히 노려보기만 했다.
“자 그럼 밥시간이다.”
- 테칫!? 테갸아아악!
- 피...핑키챠!!!
세진은 핑키를 한 손에 쥐고 입을 벌린 후 깔대기를 입에 끼워 뭔가 참깨같은 걸 잔뜩 먹였다.
이후 세진은 핑키를 수조 안에 넣고 뚜껑을 닿았다.
방음 처리된 수조라 핑키가 수조의 벽을 두드리며 입을 벙긋거려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기 않았다.
- 핑키챠에게 무슨 짓을 한 데스...!?
“바질씨앗이다. 물에 닿으면 40배로 불어나는 신기한 씨앗이지”
- 데... 데에엥! 당장 토해내는 데스 핑키챠!
안타깝게도 초코의 울음소리는 핑키에게 들리지 않았다.
“어이 울보분충”
- 와...와타시를 부르는 데스?
“그래. 누군 목숨을 희생하고 누구는 필사적으로 노력하는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울기만 하는 너말야.”
- 그건 오마에의 짓이 원인인 데스! 우린 나쁜짓 하지 않았는 데스! 대채 왜 이렇게 슬픈일을 하는 데스!
“뭐 그건 니가 알 바 없고. 그 씨앗들이 불어나기 시작하면 이렇게 될거다”
세진은 컴퓨터로 배가 터져죽은 실장석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터진 배 사이로 방금 핑키가 삼킨 바질씨가 개구리알처럼 불어있는 채 흘러나오고 있었다.
- 데갸아아악! 핑키챠가 죽어버리는 데스!
“자 울보분충인 너에게 기회를 주지. 이 칼로 분대를 갈라서 저 씨를 꺼내는 거다.”
세진은 커터칼을 꺼내 초코에게 주었다.
“대신 수조 안에 들어가면 아무 말도 하면 안된다. 그냥 배를 가르고 씨를 꺼내.”
- ... 사악한 닌겐 데스.
초코는 세진이 무슨 상황을 원하는지 대충 눈치 챌 수 있었다.
“만약 쓸데없는 말을 하면 둘 다 철판으로 구워버리겠다. 아니다. 넌 좀 멍청해서 불안하니까 이걸 쓰고 들어가”
- 데갹!?
재갈을 초코의 입에 씌운 세진은 수조의 뚜껑을 열고 초코를 수조 안으로 넣었다.
- 테엑...! 목마른 테치!
초코가 수조로 들어갔을 때, 핑키는 한쪽 구석에 있는 물을 게걸스럽게 마시고 있었다. 바싹 마른 바질씨를 잔뜩 먹는 바람에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데훅 데후우욱!
초코는 깜짝놀라 핑키에게 달려갔지만, 이미 핑키는 물통의 물을 절반 이상이나 비운 상태였다.
- 초코상 입에 그건 뭐인 테치...? 그리고 그건 보검...테치?
- 데훅데훅!
- 뭐하는 테치 초코상! 인간에게 조종당하는 테치?
- 데호오옥!
초코는 격렬하게 고개를 젓고는 급하게 커터칼을 핑키의 배에 가져다 대었다. 시간이 없었다.
- 찌아아아아!
초코가 망설임 없이 커터칼로 배를 찌르자 깜짝 놀란 핑키는 재빨리 뒷걸음질 쳤다.
- 데혹...데훅...!
- 아픈테치! 초코상 아픈건 그만두는 테치! 방금 전에도 와타치가 구해준 테츄아!
- 데혹! 데혹!
고아 자실장으로 거친 생활을 했던 핑키이기 때문에 성체로부터의 폭력에는 극도로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초코가 한걸음 다가가면 핑키는 두세걸음씩 뒷걸음질 치며 핑키는 초코로부터 멀어지려 애썼다.
그러나 곧 수조의 벽에 몰리게 되었다.
도망갈 곳을 잃은 공포에 떠는 핑키를 본 초코는 적록의 눈물을 흘리며 핑키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초코는 이대로는 안된다고 판단했는지 커터칼의 손잡이 쪽을 핑키에게 내밀었다.
- 테에...?
- 데훅 데훅...
핑키가 커터칼의 손잡이를 잡게 한 초코는 그대로 커터칼을 돌진시켜 자신의 배를 찔렀다.
- 테엥! 무슨 짓을 하는 테치! 초코상...!
- 테후윽...테후윽...
- 조종당하는 게... 아닌 테치?
초코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커터칼로 핑키의 배를 자르는 시늉을 했다.
- 알겠는 테치... 참는... 테치...
핑키가 자신을 믿고 얌전해지자 감동한 초코는 적록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곧 상냥하게 핑키를 눕힌 초코는 핑키의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 찌아아아아아!!!
마취도 없이 맨정신으로 배를 가르는 것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초코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대담하게 핑키의 분대를 갈랐다.
츄악!
곧 물에 불기 시작하는 바질씨가 핑키의 분대에서 튀어나왔고, 초코는 핑키의 분대 속에 있는 바질 씨를 전부 제거해내었다.
두 실장석이 이 시술을 간단히 끝내자 오히려 세진이 당혹해할 정도였다.
이건 피가 이어진 친실장과 자실장을 데려다 놓고 해도 시간안에 수술을 못해서 분대가 터지거나 자실장이 버둥거리다가 커터칼에 도륙나는 결말이 예정된 고문이었다.
[대실장생 : 세진형 방금 검색해봤는데 얘들 인터넷에 사진 다 올라온 애들인데여]
[Silver : 이거 방송하려고 무리하게 납치한거 아님?]
시청자의 말에 뭔가 꺼림찍해진 세진은 재빨리 인터넷창에 세레비를 검색해봤다. 그러자 파워클릭으로 제일 위에 실장석 청소업체가 나왔다.
“뭐... 뭐야 이건...!”
홈페이지로 들어가자 실장석들 소개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되어있었는데, 그 중에는 자신이 고문중인 4마리의 프로필도 있었다.
흔한 실장석 판매사이트처럼 아첨하는 포즈가 아니라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진들이 프로필에 기재되어 있었고, 법인마크도 확실히 찍힌 회사였다.
갑작스러운 불안감이 든 세진은 호치케스로 핑키의 배를 꼬매곤 오로라민c에 담구었다.
그러나 아무리 회복력이 좋은 실장석이어도 내장이 열려있는 상태로 대충 호치케스로 꼬맨 상처가 금방 나을 리 없었다.
똑똑똑
“저기요! 잠깐만 나와 보시는 거에요. 물어볼 용건이 있는 거에요!”
어딘가 급한듯한 하이톤의 미성이 세진의 집 밖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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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설화가 학대파로 각성했으니 행복한 엔딩은 안나오겠네요
확인도 못한 똥닌겐은 인실을 당하는 테치 그리보 분충일가는 모두 저 똥닌겐에게 양도되 고문을 당할것인데치
핑키 불쌍해 ㅠㅠ
애초에 사람이 안데리고 다닌게 죄 아닌가요
사장님 왜 똥벌레들끼리 돌아다니게 하셨어요;;
사람이 안 데리고 다닌다고는 해도 보통 분충인지 양충인지 더러운지 깨끗한지만 봐도 알텐데 남자가 너무 막가파식으로 학대로 넘어간 듯. 분충이든 양충이든 안가리고 학대취향이긴 한데 실제라면 남자도 인실좆 각인데요.
물론 소설이긴 하지만 ㅎ
혹시나 해서 상편 다시보고 왔는데 청소한다는 애들은 깨끗한 캐릭터 깔맞춤 옷 입고와서 첫대면에 인사부터 했네요.
인사는 링갈 안쓰니 그렇다쳐도 개장수 아저씨가 캐릭터 깔맞춤 옷을 입히고 씻겨서 보낼리가 없는데 장도리부터 꺼내는 남자가 좀 노답으로 보임.
부디, 해피앤딩. 해피앤딩. 해피앤딩.
분명 보스는 실장인이고, 실장인? 학대파가 학대하는거 아니에요? 부디, 경찰도 함께 대동했기를. 아니면 실장인도 학대받다가 극저으로 구해지는건가
와...솔직히 이거 누구 잘못이라고 하기도 좀...남자가 학대파이긴 하지만 정말로 쓰레기 같은 놈들만 학대하고 여자는 비록 원치 않게 실장석들을 죽였지만 죽일 만한 상황이었고...남자는 사과 및 벌금, 여자는 죄 없는 걸로 끝날 것 같은 데 애꿎은 개념실장들은...
아마 학대파가 덤탱이 쓸듯 분충놓고 납치한걸로
잼당
핑키는 무슨 죄냐? 아이고 ㅠㅠ
저새끼는 죽어도 싸다우 동무 양충이든 분충이든 다 해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