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뒤에도 나는
꽃 진 뒤에도 나는, 알지 못했네
그게 빨강인 줄을
막다름인 줄을,
마음인 줄을 몰랐네
나는 고달픈 내 무릎만을 사랑했네
새벽의 내 기도만을 사랑했네
나무들이여
찰랑찰랑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여
그 잎 다 떨군 나무들이여
한 잎의 눈뜸을
한 잎의 뒤척임을
한 잎의 시들음을
한 잎의 하늘을 다 품었던 나무들이여
나는 끝없이 미래만을 사랑했네
시를 쓰면서도 나는
사랑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네
단 한 줄의 마음이 어떻게 내게 왔는지
어디서 오래 머물다 어떻게 모래가 되어 흘러갔는지
오직 나는 내 가여운 손만을 사랑하고 있었네
손을 따라 움직이는 내 마음만을 사랑하고 있었네
당신의 두 손만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었네
아직 당신을 사랑하지 못하네
하얗게 슬프네
- 송영희 -
첫댓글
좋은 글에 다녀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