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20 나는 바보 막 10:35-45
노무현, 이름 석 자에 따라붙는 수식어로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단연 바보입니다. 대통령 스스로 바보를 가장 좋아했으며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불립니다. 함께 일하는 가장 보수적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에게 넌지시 “어떤 사람은 스스로를 바보라고 한다”고 하자 바로 노무현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바보입니다. 그는 왜 바보를 좋아했으며, 바보가 되려고 애썼던 것일까요? 또 한 가지, 노무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람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나 하나 바보가 된다면,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이 된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바보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런 바보를 보았습니다. 그런 바보를 찾아 왔습니다. 그런 바보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배우고, 따라 살려고 합니다. 바보가 되려고 합니다. 내가 바보가 된다면,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의 바보 사랑을 2천여 년 전 오늘 본문에서 기시감을 느낍니다.
예수의 제자 야고보와 요한이 어느 날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집니다. “주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하여 주십시오” 다시 말해 보스의 오른팔, 왼팔이 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최고의 자리를 탐내는 것입니다. 예수의 마음은 답답할 뿐입니다. 제자들이 이 정도를 생각한다는 것은 현재 보고 있는 예수의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예수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따라 다녔으면, 선생님의 의도를 눈치챌 수도 있지만, 전혀 모릅니다. 단지 외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그저 한자리 차지하려는 의도입니다. 가능하다면 최고의 자리가 더 좋습니다. 같은 내용을 마태복음에서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예수께 부탁했다고 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최고의 자리에 앉게 해주십시오” 예수를 따르며, 예수를 보며, 기적과 표적과 여러 가지 능력을 보았습니다. 병자를 고치고 소외된 자를 위로하였습니다. 죄인을 품어 주고 세리와 창녀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 나라를 꿈꾸기보다, 자신의 내일의 안녕을 꿈꿨던 것입니다. 더 놀라운 이야기에 충격을 더합니다.
“열 제자가 이 이야기를 듣고 야고보와 요한에게 분개하였다” 어쩌면 충격이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소리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열두제자라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예수를 따랐을 것이고, 모두가 내심 욕심을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오른팔 왼팔은 자신의 것이라 믿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두 형제가 먼저 이야기를 해버린 것입니다. 열두제자들의 관심은 뜬구름 잡는 하나님 나라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자리에, 최고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이 정도 파워라고 한다면, 훗날 한자리가 보장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열두 손가락에 꽂혔기에 최고의 자리를 노렸습니다. 기대가 없다면, 화가 나지 않고, 분개가 없습니다.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여전히 예수를 통해 한자리를 탐내고 있습니다. 기왕이면 대형교회입니다. 자본에 물든 교회에서, 작은 교회는 괄호 밖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교회이기보다, 사리사욕의 교회라고 한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요? 여전히 저에게도 자리를 탐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예수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그럴 것을 알고 있을까요? 오늘 본문은 상당히 인자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안타까운 마음과 사랑스러운 마음의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합니다. “얘들아, 세상은 가진 자와 힘 있는 자가 그렇지 않은 자를 괴롭히고 억압하고 착취하는데, 너희끼리는 그러지 말아라. 너희 중에 최고는 서로를 섬기는 자란다. 너희 중에 으뜸은 서로의 종이 되어야 한단다. 나는 세상에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많은 사람의 대속물이 되려고 왔단다” 제자들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그래 잘못 생각했구나, 겸손히 남을 섬기며 살아야겠구나 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한자리를 꿈꿀까요? 예수의 십자가, 그리고 부활까지 한결같은 제자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쯧쯧 할 때가 있습니다. 예수의 마음을 공감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오늘, 여전히 한자리를 탐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내심 탐욕이, 사리사욕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젊은 노무현이 어머니에게 종종 듣던 말이었다고 합니다. 정 맞을 줄 알면서도 모난 돌이 되어 가던 바보 노무현을 생각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 침묵!
241020 막 10:35-45
35 세베대의 아들들인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께 다가와서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주시기 바랍니다."
36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
37 그들이 대답하였다. "주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하여 주십시오."
38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고, 내가 받는 6)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
39 그들이 말하였다. "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시고, 내가 받는 6)세례를 너희가 받을 것이다.
40 그러나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그 일은, 내가 허락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해 놓으신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41 그런데 열 제자가 이것을 듣고, 야고보와 요한에게 분개하였다.
42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을 곁에 불러 놓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아는 대로, 민족들을 다스린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마구 내리누르고, 고관들은 세도를 부린다.
43 그러나 너희끼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44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45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대속물로 내주러 왔다."
45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대속물로 내주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