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정신과 의사’를 읽고
김지용 지음 | 심심 출판
나에겐 이것이 운명인걸까요
왜 같은 실수, 같은 선택 그래서 결국 같은 결과를 받고는 후회하는걸까요.
어렸을 때 학교에 갈 때 등교시간에 임박하게 가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미리 가는 것이 그렇게 어색하고 이상했고, 임박해서 도착하는 것은 나름 게임미션을 클리어하는 것 같이 손에 땀을 쥐는 스릴감까지 있었죠. 어른이 되어서도 미리 미리 좀 해놓지않고 꼭 막바지에 가서 헐떡거리면서 하고는 후회합니다. 다음엔 좀 여유를 갖을 수 있게 미리미리 해야지하면서도 이게 잘 안됩니다.
그런데 호기심에 집어들은 책에서 보물지도를 발견하게 되다니! 책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의식입니다. 내가 빠진 그 함정이, 그 습관이 무의식과 연관이 있었다니...역시 인간의 뇌는 거대한 우주만큼이나 신비롭습니다.
“무의식은 전과 유사한 상황을 연출해서 이전과 다르게 ‘능동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려 시도하는데 이것을 ‘반복 강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알코올 중독인 첫 연인으로 고통스러웠다면, 그 후 비슷한 연인을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이전의 상처를 씻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무의식의 결과는 대부분 실패한다. ”
( -어쩌다 정신과의사 중에서- )
무의식은 비이성적이지만 지극히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성공경험을 안겨주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무의식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이 나를 온전히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엄청난 삶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스테디셀러인 ‘시크릿’이란 책도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나에겐 없지만 이미 가졌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거나 모든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돕는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의식의 반복으로 무의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지요.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무의식이 내보내는 메시지입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구요. 보다 나은 결과는 항상 나 자신을 믿고 행할 때 오더라구요.
이 책에서 꺼낸 또 다른 이야기 중 하나로 우울증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정신과상담을 주제로 팟캐스트를 열게 된 작가와 의사동료들. 처음 구독자는 9명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오류를 의심할 만큼 급속한 구독자증가로 깜짝 놀라게 되었답니다. 정신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깊어 정신과진료를 기피하는 현실에서 이 방송이 해소방법이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췌장이 안 좋으면 당뇨병에 걸리듯 뇌신경계의 이상이 다양한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검사를 해보면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있고 전전두엽기능이 저하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 일상에서 오는 간헐적 우울감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이 잦아지거나 강도가 세져 힘이 든다고 느껴지면 정신병원을 찾아서 상담 및 치료를 하는 것을 피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우울증은 휘어진 터널 같은 질환’이어서 끝은 있지만 직전까지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쓰여져 있네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지금 이 시대엔 어느 누가 마음 한 구석에 힘든 면이 없을까요. 내 마음 알기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 이기적으로 들리겠지만, 내가 바로서야 다른 사람도 돕고 일도 하는 것이니까요.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책 속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활동가 이명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