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2016년 5월 31일 수 14:6-12
0. 찬양
주님이 주신 땅으로(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홍진호 곡)
1. 멋지게 나이 들기
노익장(老益壯)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늙으면 보통 기력이나 의욕이 다 쇠하지요. 그런데 연세가 들어가는 데도 그 기력과 의욕이 쇠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쟁쟁하게 나타나는 경우를 주변에서 드물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육신이 약해진다고 다른 면까지도 모두 약해지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점점 더 강해지고 노련해지는 면들이 있습니다. 어느 모임에서 아흔이 넘은 노 교수님이 강연하는 것을 듣고 진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주제에 관해 강연하는데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 적절함과 노련함, 그리고 청중에게 어필하는 그 설득력이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임을 느꼈습니다. 세월에 따라 육신은 약해지지만, 어떤 면에선 오히려 더 강해지고 깊어지는 이런 현상은 특별히 신앙의 세계에서 두드러집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이와 같이 말씀하고 있습니다. 고후 4:16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집니다.
미국의 전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가 쓴 「나이 드는 것의 미덕(The Virtues of Aging)」이라는 책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잘 늙었으면 좋겠다. 멋지게 나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바람은 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과연 어떻게 잘 늙을 수 있을까요?
2. 여호수아기 14:6-12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을 점령하고 배분할 때의 일입니다. 그 땅 중에서도 ‘헤브론’이라는 지역이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헤브론은 예루살렘의 남쪽에 있는 성읍인데, 출애굽 후 이스라엘의 정탐꾼들이 탐지한 곳입니다. 이 성읍은 나중에 오늘 본문에 나오는 갈렙에 의해 정복되었으며, 그 이후로 줄곧 갈렙 가문의 유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진행되는 과정 가운데 갈렙이라는 인물의 신앙적 면모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1) 불굴의 신앙
먼저 갈렙은 불굴의 신앙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갈렙은 투지가 넘치고, 이루어내겠다는 신앙적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의 사건이 나타나기 45년 전,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려 할 때, 먼저 가나안 땅을 정탐하게 되었습니다. 모세의 명을 따라 12지파에서 각각 한 명씩 선발된 정탐꾼들이 이 지역을 정탐했는데, 이 지역은 비옥한 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운데 10지파의 대표들은 그 땅을 점령하는데 모두 소극적이었습니다. 아니 소극적이 아니라 주눅이 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까닭은 그 땅의 거주민들 때문이었습니다. 그 거주민들은 ‘아낙 자손’이라고 불렸는데, 이들은 기골이 장대하고 호전적인 족속이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들은 ‘네피림’이라는 거인족의 후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정탐꾼 12명 가운데 10명은 감히 점령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겁니다. 민13:31-33에는 이들이 정탐 결과를 보고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는 도저히 그 백성에게로 쳐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 백성은 우리보다 더 강합니다. … 우리는 스스로가 보기에도 메뚜기 같았지만, 그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대다수 정탐꾼들은 이처럼 자신과 동족을 비하했습니다. 그러나 여호수아와 갈렙 2명만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갈렙은 능히 점령할 수 있다는 전투적인 주장의 선봉에 선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수 14:8입니다. 함께 봉독합니다.
나와 함께 올라갔던 나의 형제들은 백성을 낙심시켰지만, 나는 주 나의 하나님을 충성스럽게 따랐습니다.
민 13:30에는 이 부분이 더욱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제가 읽어드립니다.
갈렙이 모세 앞에서 백성을 진정시키면서 격려하였다. “올라갑시다. 올라가서 그 땅을 점령합시다. 우리는 반드시 그 땅을 점령할 수 있습니다.”
‘객기(客氣)를 부린다.’는 말이 있지요. 객기는 조심해야 합니다. 천방지축으로 달려드는 것은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이와 반면에 의지가 박약한 것만큼 문제가 되는 것도 없습니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 앞에 얼마나 많은 장벽이 있나요? 우리네 인생 자체가 이 장벽과의 씨름이지요. 때문에 우리가 이와 같은 거대한 장벽 앞에서 살아갈 때, 굴하지 않는 이런 갈렙의 신앙을 본받아야 합니다.
(2) 불변의 신앙
또한 갈렙은 불변의 신앙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갈렙의 신앙은 세월의 흐름에 묻혀 변하거나 사라지지 않는 불변의 신앙이었습니다. 그가 모세로부터 정탐꾼으로 선발되어 파견을 받은 것이 그의 나이 40세 때였습니다. 이제 오늘 이 헤브론 산지의 점령이 일어나는 것은 그의 나이 85세입니다. 본문의 10절입니다.
이제 보십시오,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 일을 말씀하신 때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생활하며 마흔 다섯 해를 지내는 동안, 주님께서는 약속하신 대로 나를 살아남게 하셨습니다. 보십시오, 이제 나는 여든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갈렙은 무려 45년을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며 기다린 인물이었습니다. 참으로 헤브론 산지를 얻을 만하지 않습니까! 이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우리는 너무 쉽게, 섣불리 판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는 않습니까? 하지만 성경에 나타난 믿음의 사건들을 보면 실로 오랜 세월이 필요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아의 홍수가 바로 일어난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세상의 죄악이 고발되기 시작한 것은 노아 나이 500세, 그리고 홍수가 시작된 것은 노아 나이 600세 때입니다. 100년의 세월이 그 사이에 있습니다. 그동안 노아는 의인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부름 받아 땅과 자손의 약속을 받은 것은 75세, 실제로 아들을 얻은 것은 100세입니다. 그러니까 25년 만에 약속이 성취된 겁니다. 갈렙은 45년 만에 모세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는 것을 체험하였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좀 돌아봐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성취를 기다리는데 너무 조급해하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가운데 뚜벅 뚜벅 마치 소가 걸어가듯 우직하고 무던하게 걸어가야겠습니다.
(3) 겸손한 신앙
끝으로 갈렙은 “겸손한 신앙”의 소유자였습니다. 오늘 본문 수 14:12입니다.
이제 주님께서 그 날 약속하신 이 산간지방을 나에게 주십시오. 그 때에 당신이 들은 대로, 과연 거기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은 크고 견고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만 한다면,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나는 그들을 쫓아낼 수 있습니다.
이 말씀 가운데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만 한다면”이라는 표현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갈렙은 하나님께서 그 약속하신 바를 이루신다고 확실하게 믿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쫓아낼 수 있습니다!” 갈렙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만 한다면”이라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내 생각에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나의 생각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영역을 인정하는 자세가 깊은 신앙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헤브론 산지의 점령과 아낙 자손의 축출, 그리고 이 땅을 우리 지파의 소유로 배분 받는 것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이기에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를 이룰 수 있는 마땅한 사람이다. 모세도 45년 전에 이미 그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뜻이 혹시 다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갈렙은 인정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기만 한다면’이라고 전제한 겁니다.
여러분! 우리가 하는 최선의 선택이 하나님에게는 최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용맹한 사람들 가운데 겸손하지 못한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본문의 갈렙은 그 용맹과 투지 면에서 당대 이스라엘의 최고였습니다만, 동시에 그 신앙의 겸손한 점에서도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갈렙의 겸손한 신앙자세를 배워야겠습니다.
3.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그런데 ‘헤브론의 크고 견고한 성읍’, ‘거인의 후손인 아낙 자손들’이란, 우리네 인생에 놓인 크고 거대한 장벽들을 비유하여 가리키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 인생의 장벽들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지요.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이나 장애일 수도 있고, 극심한 가난일 수도 있고, 가족 간의 불화일 수도 있습니다.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런 거대한 장벽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며, 한 발 한 발 사망의 골짜기로 인도합니다. 그래서 그저 목덜미를 붙잡힌 채 사망의 골짜기로 끌려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이와 같은 때, 정신을 차려서 떨쳐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크고 견고한 성읍과 아낙 자손들과 싸워 이기지 못하면 결코 헤브론을 차지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이러한 우리 인생의 장벽들과 부딪쳐 싸우고 부수어 나갈 때, 그때 비로소 약속의 땅을 차지할 수 있는 법입니다. 사랑하는 하늘샘교회 성도여러분! 불굴의 신앙, 불멸의 신앙, 겸손한 신앙의 모범인 갈렙을 본받아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우리네 인생의 헤브론을 차지하는 복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