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 【금】 동짓날
몇해동안, 동지를 소홀히 생각하고 그냥 넘겼으나,
올해는 기분내느라 일부러 시장까지 가서 팥죽을 사먹고 왔다.
알바생을 둘이나 데려서 새알을 빚게 하고, 통실네는 팥죽을 끓이느라
눈.코 뜰 새없이 바빠보였다. 바빠서 그런지 새알이 설익어서 맛도 없더라~
정성이 빠진 음식에 아까운 내돈만 훌러덩 날아갔다. 내년에는 고마 내가 할란다 우쒸~!!
12/24 【일】
크리스마스 전날이자, 말하기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치르는 행사지만, 올해는 좀더 적극적으로 젊은 그들과 소통하려고
내딴엔 노력했다. 햇수로 6년째에 접어드니, 아직도 어눌한 그들의 말속에서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에 처음엔 지금보다 더 두렵고 서먹하고 외로웠을거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스물 일곱살 찬다나는 결국 준비한 원고의 반도 채 말을 못하고
내려오고 말았다. 찬다나 곁에 슬며시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 와? 떨리더나?
- 네~
그들이 걸음마를 할 때까지 손을 잡고 끌어주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내 소임이다.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들으면, 그들은 한국의 문화에 눈을 돌릴 것이며, 시간만 나면,
어디든 헤집고 다니느라 얼굴 보기조차 힘들어지겠지만, 언젠가 그들의 나라로 되돌아갔을 땐
한국이란 나라를 매우 친절하고, 따뜻한 나라였다고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연례행사를 마치고, 그동안 애쓴 노고에 보답한다면서 사무실에서 단체회식을 시켜주었다.
지금까지 몇번 먹어 본 중국식 샤브샤브인 마라훠궈로 배를 채우고, 그 자리를 빠져나와서
주쌤과 둘이서 써니마트에 장을 보러갔다. 며칠 뒤에 캠핑장에서 야영하면서 먹을 돼지고기를
10만원 어치나 사서 주쌤이 들고 갔다. 주쌤과 단둘이 하룻밤 자고나면, 다음 날 오전에는
옥희씨가 오기로 했다. 고기라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옥희씨를 위해 낭만 할미가
텐트에서 수육을 삶아놓고 기다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히죽히죽 웃음이 새어나온다.
첫댓글 대단 하시네[요.
성경에는 끊임없이 "고아"와 "나그네"를 돌보라고 됲풀이 됩니다.
제 어린시절 , 깡촌에서도 마을에 나그네가 나타나면 누구는 방을 내주고, 누구는 끼니를 책임지고, 이렇게 공동 책임을 다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국에서 들어와 말도 통하지 않는 나그네 들을 향한 곰님의 따뜻한 마음과 헌신이 값지네요.
모두가 그 마음응 기억할 겁니다.
캠핑장에서 따뜻한 마음들이 보상받으시길 바래봅니다. 짝짝짝 위로와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