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桓因) - 환웅(桓雄) - 단군(檀君)으로 이어지는 ‘고조선(古朝鮮)’ 시기의 국사(國史) 상고사(上古史) 부분을 ‘신화(神話)’ 시대로 분류하여 연구 대상으로 삼지 않는 주류(主流) 국사학계의 사관(史觀)에 반대하여 ‘역사(歷史)’ 시대로 편입할 것을 주장하는 재야(在野) 사학자인 심백강 박사가 7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삼일역사문화연구회’가 주최한 ‘국혼포럼’ 세미나에서 “한국 서울 한강의 표기를 漢江에서 韓江으로 바꾸자”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내용이 나라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 만 하다고 생각된다. 다음은 이날 심백강 박사의 발제 논문 가운데 ‘결론’ 부분이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一讀)과 토론을 청한다. 이동복 謹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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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노래하는 방탄소년단의 춤과 노래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한국인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최근 일본을 추월하고 있다.
한국은 불과 100년 전 나라의 주권을 일본에게 빼앗겼고 60~70년 전엔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였다. 그랬던 나라가 지금은 국력이 세계의 200여개 국 가운데 6위가 되었고 국민소득은 주권을 빼앗었던 일본을 추월했으며 한류(韓流)는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 위대한 한국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과연 무엇인가?
첫째 우리 역사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우리 역사는 바이칼(Baikal)에서 백악산(白岳山)에 이르는 방대한 여정(旅程)이었다. 발해(渤海) 유역에서 황하(黃河) 문명을 앞서는 홍산문화(紅山文化)를 창조하여 아시아의 역사문화를 견인한 것이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이다. 한국인의 DNA 속에는 지난날 세계를 경영하고 지배했던 대륙 세력의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
둘째 증국 문헌에서 우리 민족의 특성을 가리켜 “음주와 가무를 좋아 한다”(好飮酒歌舞)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부여(扶餘)의 무천(舞天), 백제(百濟)의 영고(迎鼓)는 국민적 축제의 명칭이었다. 춤출 무와 북 고 글자가 들어가 있는 명칭에서 가무가 우리 민족의 고유문화였음이 드러난다.
필자가 답사(踏査)차 산동성(山東省) 곤유산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곳은 한족(韓族)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인데 산골짜기에서 멀리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보였다. 필자는 순간 중국사람들도 가무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한족(漢族)이 아닌 조선족(朝鮮族)들이었다. 역시 우리 민족은 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것을 실감한 적이 있다.
방탄소년단이 K팝으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그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춤과 노래를 즐겼던 민족의 DNA, 우리 민족의 고유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주역(周易)』 64괘(卦) 중의 하나로 복괘(復卦)라는 것이 있다. 순환 왕복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임을 설명한 괘이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찾아 오는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유행(流行)은 하늘의 규율이다.
그래서 주역은 “복괘에서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復其見天地之心乎)”라고 말했다. “어떤 사물이 극점에 도달하면 다시 원상으로 복귀한다(物極必反)”는 우주의 원리를 설명한 것이 바로 주역의 복괘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회복ㆍ복귀라는 말의 어원이 바로 이 복괘라고 본다.
한국의 근대사는 국권 상실, 열강에 의한 남북분단, 동족상잔 등 가슴 아픈 상처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은 좌절하지 않고 폐허에서 다시 일어나 한강(漢江)의 기적을 이룩하여 세계 선진국의 반열에 우뚝 서 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되었고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이끌어가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기술 강국, 경제 대국이 된 것이다.
우리가 지난날 사대주의를 하던 한양조선(漢陽朝鮮) 시기에 한족(漢族)의 한문화(漢文化)가 안방 깊숙이 침투하였고 이때는 한양(漢陽), 한성(漢城), 한의(漢醫), 한복(漢服) 같은 어휘들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되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런 사대주의 어휘들은 많이 사라졌다. 한성은 서울(首爾)로, 한의는 한의(韓醫)로, 한복은 한복(韓服)으로 표기가 바뀌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의(漢醫)나 한복(漢服)이라는 어휘는 더 이상 사용되는 것을 보기 힘들다. 주역의 “물극필반”의 원리에 따라 나락으로 떨어졌던 한민족의 역사문화의 회복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 수도 서울의 젖줄인 한강(漢江)이라는 명칭은 아직도 표기가 바뀌지 않고 사대주의시대 명칭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선진국이고 한강은 세계적인 유명한 강이다. 한국인은 이제 글로벌 시대 세계 시민에 걸 맞는 정신과 가치관을 지녀야 하고 “한족(漢族)의 강”이라는 사대 식민 시대의 뉴앙스를 물씬 풍기는 한강(漢江)이라는 중국식 이름을 더 이상 끌어안고 가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상징인 한강이 당연히 “한국(韓國)의 강”임을 뜻하는 ‘한강(韓江)’으로 표기되어야 마땅한데 그렇지 않고 여전히 ‘한강(漢江)’이라는 표기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하고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증표이다.
‘한족(漢族)’의 한과 ‘한국(韓國)’의 한은 발음상으로는 다 같은 한이지만 의미 상으로는 하늘과 땅처럼 다른 어휘이다. ‘한족(漢族)’의 한은 중국을 상징하는 어휘이고 ‘한국(韓國)’의 한은 ‘밝달족’의 상징이다.
‘한국’의 한은 우리의 첫 민족국가 ‘환국(桓國)’의 ‘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환은 둥글고 밝은 태양을 상징하는 어휘이고 그것을 한자(漢字)로 표기한 것이 ‘환(桓)’이고 ‘한(韓)’이다. 여기에 한민족의 얼이 담겨 있다.
‘한족(漢族)’의 ‘한’은 밝은 태양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의 서북쪽 번총산에서 발원한 한강(漢江)은 한족(漢族)의 어미니 강이다. 한중(漢中)에서 건국의 토대를 닦은 유방(劉邦)의 한왕조(漢王朝)가 여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지난날 중국에 사대(事大)를 할 때는 우리의 산을 중화(中華)의 산인 ‘화산(華山)’으로, 그리고 우리의 강을 한족(漢族)의 강인 ‘한강(漢江)’으로 비정하여 중국인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필요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세계 6대 강국인 대한민국이 지금도 중국의 눈치를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우리의 청소년이나 또는 외국인이 아름다운 한강변을 거닐다가 한강의 이름이 한국어의 ‘한(韓)’이 아닌 중국어의 ‘한(漢)’이라는 글자를 차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느끼는 당혹감을 우리는 생각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한(漢)’이라는 중국 글자에는 네 가지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로. ‘은하수(銀河水)’를 의미한다. 은하수를 가리켜 ‘은한(銀漢)’ 또는 ‘천한(天漢)’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둘째로, 중국의 한강(漢江)은 섬서성(陝西省)에서 발원하여 은하수와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셋째로, 중국 역사상 최강 제국이었던 한제국(漢帝國)이 ‘한강(漢江)’ 강변의 한중(漢中) 땅에서 세워진 나라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漢)’이라는 중국 글자는 남자에 대한 비칭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무뢰한(無賴漢)ㆍ호색한(好色漢) 등).
밝달족인 우리 민족은 중국의 한족(漢族)과는 다른 민족이다. 대한민국 밝달족의 강의 명칭을 표기하는 데 중국 한족의 발상지이자 젖줄로 한왕조(漢王朝)를 상징하는 글자를 차용할 이유는 결코 없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한강을 영국 런던의 테임스 강이나 미국 뉴욕의 허드슨 강처럼 서울 시민들의 다양한 생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야심찬 “한강 수상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는 작년 3월에 발표한 이 야심찬 ‘그레이트 한강 프러젝트’에 2030년까지 5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하고 있다.
서울은 이미 세계적인 도시다.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에 걸 맞는 글로벌한 규모로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일의 순서상 이를 위해서는 한강 이름의 잘못된 한자 표기부터 바꾸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닌가 싶다.
사대모화(事大慕華)를 하던 명ㆍ청(明ㆍ淸) 시기라면 한강의 명칭을 한족의 한강에서 한국의 한강으로 바꾸어 표기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일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지금의 시점에서 한족의 한강이란 사대주의적 표기를 그대로 고집하는 것은 한국의 국혼(國魂)이 죽어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관점에서 한강의 표기를 바로잡는 것은 국혼을 살리는 중요한 발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2005년 이명박 시장 시절 서울시의회는 서울의 한자 표기를 한성(漢城)에서 서울(首爾)로 바꾸는 안을 정식으로 통과시켜 지금은 한성이라는 표기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도 하루 속히 《한강명칭변경위원회》를 설치하여 시민들의 뜻을 모아서 ‘한강(漢江)’이라는 중국어식 표기를 ‘한강(韓江)’이라는 우리말식 표기로 변경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제안자 : 심백강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