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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어 (河豚 - 鰒魚)
복어 (鰒魚) 는 복어목 복과에 속하는 열대산 어류로, 주로 열대 해양에 서식하며, 11 과 (科) 320 종 (種) 이 있으나, 식용할 수 있는 복어는 황 복, 자주 복, 졸 복, 검 복, 까치 복, 밀 복 등 10 여 종뿐인데, 복어 (鰒魚) 의 한자인 복 (鰒) 은 본래는 전복을 의미하는 것을 워낙 별미의 음식이라고 한자를 바꾼 것으로, 원래에는 돈어 (魨魚) 혹은 복전어 (服全魚) 라고 적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물고기 족보는, 손암 (巽庵) 정 약전 (1758 – 1816 년) 의 `자산어보 (玆山魚譜)’ 보다 약 11 년 정도 빠른 `우해이어보 (牛海異魚譜)’ 라고 하며, 이 책은 담정 (藫庭) 김 려 (金鑢, 1766 – 1821 년) 가 1803 년 유배지인 경남 진해 (鎭海) 에서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魚譜) 인데, `우해이어보 (牛海異魚譜)’ 에는 복에 속하는 어류로 석하돈 (石河魨), 작복증 (鵲鰒鱠), 나하돈 (癩河魨), 황사복증 (黃沙鰒鱠) 의 4 종이 실려 있고, 정 약전의 `자산어보 (玆山魚譜)’ 에는 돈어 (魨魚) 속명 복전어 (服全魚) 에 속하는 어류로서, 검돈 (黔魨) 속명 검복 (黔服), 작돈 (鵲魨) 속명 까치복 (加齒服), 활돈 (滑魨) 속명 밀복 (蜜服), 삽돈 (澁魨) 속명 까칠복 (加七服), 소돈 (小魨) 속명 졸복 (拙服), 위돈 (蝟魨), 백돈 (白魨) 등. 7 가지를 기록하고 있는데, 담정 (藫庭) 김 려 (金鑢, 1766 – 1821 년) 의 우해이어보 (牛海異魚譜) 에 실린 복어에 관한 우산잡곡 (牛山雜曲) 시 (詩) 를 읽어 본다.
嵐銷雲歛瀞潮暾 (남소운감정조돈)
안개와 구름 걷힌 맑은 바다에 아침 해 밝아,
嬾步欹危訪海亹 (난보의위방해미)
천천히 걸어 비탈지고 위험한 수문으로 내려가니,
驀地沙干流霹靂 (맥지사간류벽력)
물 빠진 해변 모래밭에 벽력같이 소란스런 소리.
漁兒破 (手敝) 石河魨 (어아파 [수폐] 석하돈)
그것은 어부들이 자주 복 (石河魨) 을 손으로 잡는 소리.
(복어 [河豚 - 鰒魚])
이 시진(李時珍, (1518 ~ 1593 년) 의 본초강목 (本草綱目) 에는, 복어를 호이 (鰗鮧), 호태어 (鰗鮐魚), 규어 (䲅魚), 성을 잘 내는 물고기란 뜻의 진어 (嗔魚), 물 위로 올라오면 배를 잔뜩 부풀리는 습성 때문에 기포어 (氣泡魚) 또는 패어 (䰽魚), 구어 (毬魚), 취두어 (吹肚魚) 라고 불렀는데, 복의 일반적 특징은 몸이 장란형 (長卵形) 으로 뚱뚱하며, 몸 표면이 아주 매끄러운 것과 가시 모양의 비늘이 덮인 것이 있으며, 가슴 지느러미는 짧고, 바로 그 옆에 작은 새공 (鰓孔 - 아가미 구멍) 이 뚫려 있고, 배 지느러미가 없으며, 요대 (腰帶) 도 없고, 지느러미는 모두 연조 (軟條) 로 되어 있으며, 위 (胃) 에는 팽창낭 (膨脹囊) 이 있어서 물이나 공기를 들여 마셔서 배를 크게 팽창시킬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놀라거나 적의 공격을 받으면 배를 불룩하게 팽창시키며, 독이 거의 없는 종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난소, 간장, 피, 장, 피부 등에 맹독인 테트로도톡신 (Tetrodotoxin) 이 있고, 이와 턱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낚싯줄을 물어 끊기도 하며, 낚아 올렸을 때 이를 `뿌드득’ 가는 것도 있다.
(보기에도 황홀한 복어회 [鰒魚鱠] - 나미쯔꾸리)
정 약전의 `자산어보 (玆山魚譜)’ 에 있는, 돈어 (魨魚) 속명 복전어 (服全魚) 에 속하는 어류로서, 검돈 (黔魨) 속명 검복 (黔服), 작돈 (鵲魨) 속명 까치복 (加齒服), 활돈 (滑魨) 속명 밀복 (蜜服), 삽돈 (澁魨) 속명 까칠복 (加七服), 소돈 (小魨) 속명 졸복 (拙服), 위돈 (蝟魨), 백돈 (白魨) 등의 7 가지가 있는데, 그 생태 기록을 보면,
① 검돈 (黔魨) 속명 검복 (黔服) - 모양이 자주 복과 비슷하며, 몸 빛은 등쪽이 흑갈색이고, 담 백색 반점이 있으며, 배쪽은 희고 반점이 없고, 가슴 지느러미 뒤 위쪽에는 큰 흑색 반점이 하나 있고, 그 주위에는 백색 반점이 있으며, 몸길이는 45 ㎝ 에 달하고, 난소와 간장에 맹독이 있고, 장과 피부에 강독이 있으나 살과 정소에는 독이 없으며, 노하면 배가 팽창하고, 이를 가는 소리를 내며, 맛이 좋아 잘 삶아서 기름을 쳐서 먹는데, 대나무로 불을 피우면 그을음을 막는다고 하였다.
② 작돈 (鵲魨) 속명 까치복 (加齒服) - 까치 복은 모양이 졸 복과 비슷하며, 몸 빛은 등쪽이 암회색이고 흑갈색의 선 모양의 반문이 있고, 가슴 지느러미의 뒤쪽에 3, 4 줄의 흑색 띠가 줄지어 있으며, 그 뒤에 세 줄의 흑색 세로띠가 있는 것이 특징이고, 몸길이는 60 ㎝ 에 달하며, 난소와 간장에는 강한 독이 있고, 장에는 약한 독이 있으나, 피부와 살에는 독이 없다.
③ 활돈 (滑魨) 속명 밀복 (蜜服) - 밀 복은 모양이 검 복과 비슷한데 꼬리 자루가 가늘며, 몸 빛은 등쪽이 회청색 내지 감람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이고, 등과 배에 작은 가시가 밀생하고 있으며, 몸길이는 35 ㎝ 가 넘고, 독은 전혀 없으나 맛이 없어서 복 요리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④ 삽돈 (澁魨) 속명 까칠복 (加七服) - 까칠 복은 몸이 곤봉 모양으로 가늘고 길고, 몸 빛은 등쪽이 암청색이고 배쪽이 희며, 옆구리에는 선명한 황색의 세로 띠가 있고, 세로 띠 위의 등쪽에는 작은 회흑색 반점이 밀포하며, 뱃쪽에는 작고 약한 가시가 있고, 몸길이는 40 ㎝ 에 달하며, 난소와 간장에는 강독이, 피부에는 약한 독이 있으나 살과 정소에는 독이 없다.
⑤ 소돈 (小魨) 속명 졸복 (拙服) - 졸 복은 몸이 약간 굵고, 피부 표면에는 가시가 없으나 좁쌀 같은 작은 돌출물이 전면에 산재하며, 몸 빛은 황갈색이고 배쪽은 백색이며, 옆구리 중앙 위의 등쪽에는 다갈색의 원형 반점이 산재하고, 몸길이는 35 ㎝ 내외이며, 난소와 간장에는 맹독이, 피부에는 강독이, 정소에는 비교적 약한 독이 있고, 밀 복을 닮았고 몸이 매우 작아 큰 것도 7, 8 촌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⑥ 위돈 (蝟魨) - 위돈 (蝟魨) 은 모양이 돈어 (魨魚) 와 비슷하고 전신이 온통 가시여서 고슴도치와 흡사하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가시 복으로 추측되며, 이는 비교적 굵고 짧으며, 배를 팽창시키면 밤송이 모양이 되고, 몸 빛은 등쪽이 흑갈색이고 배쪽이 백색이며, 몸 전체에는 억센 가시가 많이 나 있고, 몸길이는 40 ㎝ 에 달한다.
⑦ 백돈 (白魨) - 백돈 (白魨) 은 `자산어보’ 에 큰 놈은 1 척 정도로 몸이 가늘고 긴데 빛깔은 순 백색이라고 하였고, 또 맛이 있으며 때로는 장마로 냇물이 넘칠 때 물을 따라 거슬러 올라오므로 대발을 설치하여 잡는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지금의 흰 복으로 추정된다.
(까치 복 복 국 [鰒魚羹 - 河豚淸汤])
(새콤한 복어 껍질 초무침 [鮮辣醋鰒魚皮])
복어 (鰒魚) 는 바다에만 사는 물고기로 알고 있지만, 강에 사는 복어도 있는데, 황 복 (黃鰒) 은 일반 복어와 달리 회귀성 어종으로 바다에서 2 ~ 3 년 동안 길이가 25 ~ 30 ㎝, 무게가 700 g ~ 1 ㎏ 까지 자란 뒤에, 4 월 중순 ~ 6 월 중순 경 산란을 위해서 강으로 올라 오는데, 중국 양자강은 황 복의 명산지로 유명하며, 황 복은 국물이 시원하고, 육질은 쫄깃해서 복 요리 가운데 백미로 꼽히며, 중국 송나라 시인 소 동파 (蘇東坡, 1037 ~ 1101 년) 가 황 복을 `강의 돼지’ 라고 하여, `하돈 (河豚)’ 이라 부르며, 봄 날을 즐기며 시를 읊는다.
- 봄 날 강 풍경에 붙임 (題惠崇春江曉景) -
竹外桃花三兩枝 (죽외도화삼량지)
대나무 밭 밖에는 복사꽃 두 서너 가지,
春江水暖鴨先知 (춘강수난압선지)
봄 강물 따뜻해진 것을 오리가 먼저 아는구나.
蔞蒿滿地蘆芽短 (누호만지노아단)
땅에는 물 쑥이 가득하고, 갈대 싹도 돋아나니,
正是河豚欲上時 (정시하돈욕상시)
황 복 (河豚) 떼들이 강으로 올라오는 때로구나.
(황 복 [黃鰒 - 河豚])
(황 복 [黃鰒 - 河豚] 의 서식지)
이때부터 중국 아이들 (中國兒 - 짱꼴라) 은 황 복 (黃鰒) 을 허툰 (河豚, Hé tún) 이라 불렀고, 요즘은 복어 (鰒魚) 전체를 허툰 (河豚) 이라고 부르는데, 1433 년에 완성된 `향약집성방 (鄕藥集成方)’ 에는 하돈 (河㹠) 이라 하고, 향명 (鄕名) 을 복지 (伏只) 라 하여서, 김 려 (金鑢) 의 호칭처럼 원래 이름은 하돈 (河魨) 이었으며, 18 세기 한양에서도 황 복 (黃鰒) 은 봄철에 잠깐 먹는 제철 음식을 대표하는 별미 (別味) 이고, 맛과 육질이 뛰어나서, `하천에 사는 돼지’ 라는 소 동파의 명칭대로 하돈 (河豚) 이라는 이름으로도 잠시 불렸으나, 본래 이름은 황 복 (黃鰒) 으로, 20 여 년 전만 해도 금강, 섬진강, 낙동강에도 올라왔으나, 하구 댐 건설과 강물 오염 때문에, 지금은 임진강과 한강 하류에만 올라 온다고 하며, 그 명소가 행주산성 앞 (杏湖) 이었는데, 1741 년 겸재 (謙齋) 정 선 (鄭敾) 이 그린 행호관어도 (杏湖觀漁圖) 에 덧부친 오랜 벗, 사천 (槎川) 이 병연 (李秉淵) 의 시 (詩) 처럼, 황 복 (黃鰒) 은 봄철의 별미지만, 복사꽃이 피면 독성이 강해져서 먹지 않았고, 그 때부터는 웅어 회 (葦魚鱠) 를 즐기던 우리의 풍류 (風流) 를 알 수 있다.
春晩河豚羹 (춘만하돈갱) 흐드러진 봄에 황 복 (黃鰒) 국이요,
夏初葦魚膾 (하초위어회) 초 여름에는 웅어 회 (葦魚鱠) 로구나.
桃花作漲來 (도화작창래) 복사꽃이 물 위에 가득 떠내려오니,
網逸杏湖外 (망일행호외) 행호 앞 강에는 웅어 그물치기 바쁘구나.
(겸재 [謙齋] 정 선 [鄭敾] 의 행호관어도 [杏湖觀漁圖])
(황복회 [黃鰒鱠 - 河豚鱠])
중국 아이들 (中國兒 - 짱꼴라) 은 산이나 바다의 동식물에 관해 기록한 고서 (古書) `산해경 (山海經)’ 에는 `패어 (䰽魚) 를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 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오랜 옛날에도 복어의 독으로 인한 인명 사고가 자주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독이 조금만 남아있는 채로 조리를 해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복어 한 마리에 물 서 말’ 이라는 속담처럼 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씻어내야 하지만, 복어에 대해서 송나라 시인 소 동파는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 이라고 극찬했고, 복어 요리의 진수 (眞髓) 는 종잇장처럼 얇게 썬 회 (鱠) 인데, 흰 접시에 복어 회를 펼쳐놓으면, 마치 아무 것도 없는 빈 접시처럼 보이며, 강소성과 호북성의 음식이 유명하다.
(중국식 복국 [河豚羹 - 河豚淸汤])
(복어 붉은 간장 볶음 [红烧河豚])
(겁많은 중국 아이들의 푹 끓인 곰탕 같은 복국 [奶湯河豚])
(중국식 복어 찜 [清蒸河豚])
(복어 간장 볶음 [醬炒河豚])
중국 아이들 (中國兒 - 짱꼴라) 의 `미미구진 (美味求眞)’ 이라는 책에는, `복어를 먹으면 신통하게 체내의 불화가 사라지고, 엄동설한의 추위도 잊어버리게 한다’ 고 하면서, 복어는 `천계 (天界) 의 옥찬 (玉饌) 이 아니면, 마계 (魔界) 의 기미 (奇味)’ 라고 극찬했는데, 중국에서는 수컷 복어의 뱃속에 있는 하얀 이리 (魚白 - 白子, Milt) 를 서시 (西施) 의 젖 (乳) 에 비유하여, `서시유 (西施乳)’ 라고 하는데, 이 유래는 춘추 전국시대 월 (越) 나라의 경국지색인 서시 (西施) 가 오 왕 (吳王) 부차 (夫差) 에게 끌려갔으나, 서시의 천하일색과 색향에 빠져서 결국 오 나라가 망하고 마는데, 복어의 이리 같이 천하 일품의 맛을 지니고 있는 것은 항상 함정이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지만, 5 월 전후 황 복이 산란 후, 약 5 개월에서 1 년 사이 생식 활동 전, 독이 없는 새끼 황 복을 중국 아이들 (中國兒 - 짱꼴라) 은 파어 (巴鱼, bā yú) 라고 하는데, 내장과 함께 국도 끓여 먹고, 찜으로도 먹는데, 이것도 특별한 음식으로 친다.
(황복 새끼 파어 [巴鱼])
(황복 새끼 파어 미나리 국 [水芹巴鱼羹])
(황복 새끼 파어 찜 [清蒸巴鱼])
(소금에 절인 파어 조림 [俏巴鱼])
맹독을 갖고 있는 복어 알을 먹는 일본 아이들은, 이시카와현의 특산물로 `후꾸노 코누카즈케’ (ふぐの 子糠漬け) 라는 음식이 있는데, 복어 알을 1 년 간 소금에 절인 후, 쌀겨와 같이 나무통에 넣고, 통 가장자리의 볏짚으로 정어리, 멸치 등의 생선 진액을 꽃에 물을 주듯 부어 주면서 2 년 간 자연 발효를 시키고, 쌀겨에 있는 효소가 발효하면서 복어의 독성을 분해하는 것으로 추측하나, 정확한 이유는 모르므로, 에도 시대부터 전해진 제조법을 바꾸지를 못하고 있는데, 겉에 묻은 쌀겨를 손으로 살살 제거하여 그대로 얇게 썰어서 먹으며, 독특하고 진한 맛으로 일본 술의 안주 중에도 고급으로 치고,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제조하며, 협회에서 독성 검사에 통과한 것만을 출하하므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데, 쪽빠리 사무라이들 게거품과 같은 음식이라고 한다.
(복어 알 절임 후꾸노 코누카즈케 [ふぐの子糠漬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