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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수학'-삼각함수 이야기
수학문제 1: 건물과 산의 높이를 재는 법
수학 문제 하나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그림 1에서 각도 A, B와 길이 d를 알고 있을 때, h는 얼마인가?
» (그림 1)
그냥 삼각형에 대한 중학교 수준의 평범하고 건조한 문제로 보이지만, 이 문제는 보기보다 훨씬 큰 응용 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책을 조금 살펴보자. 15세기 유럽의 책에는 아래(그림2)와 같은 그림이 실려 있다.
» (그림 2) 출처/ Gregorius Reisch, ‘Margarita Philosophica’ , 웹사이트 Ingenious (http://www.ingenious.org.uk/site.asp?s=S2&DCID=10305731)
18세기 일본의 측량에 관한 책은 건물 대신 산의 높이를 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그림3).
» (그림 3) 출처/ 무라이 마사히로의 료오찌 시난(量地指南), David Eugene Smith and Yoshio Mikami의 A history of Japanese mathematics 에서 재인용.
두 그림은 모두 건물과 산의 높이를 측량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한 모든 수학적인 배경은 처음에 제시한 수학 문제에 들어 있다. 이러한 옛 그림들을 보고 나면 이 중학교 수준의 수학 문제는 좀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삼각형의 각의 크기와 변의 길이의 관계에 대한 지식이 꽤 유용한 지식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표현하기 위해 여기서 삼각비의 개념에 대하여 잠시 복습을 하자.
» (그림 4) 출처/ 위키피디아
A만큼의 각도에 대하여 삼각비를 정의하려면 그만큼을 한 점의 각도로 지니는 직각삼각형을 선택한다(그림4). 그리고 변의 길이를 이용하여 사인, 코사인, 탄젠트를 각각 sin A = a/c, cos A = b/c, tan A = a/b로 정의할 수 있다. 닮은 관계에 있는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하면, 이 값들은 삼각형의 크기에 관계없이 일정한 값을 갖게 된다. 이렇게 얻어진 각도에 대한 변의 길이의 비율들을 '삼각비'라 부르며, '삼각법'은 삼각형의 변의 길이와 각도에 대한 이론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첫번째 문제(그림 1)에 대한 답을 이 삼각비의 개념을 이용하여 표현할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수학 문제를 하나 더 살펴보자. 아래 그림 5에서 각도 A,B와 길이 d를 알 때, x와 y로 나타나는 길이는 얼마인가?
» (그림 5)
삼각비의 정의를 따른다면, 이 문제(그림 5)의 답은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역시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사소한 수학 문제 같지만, 사연을 좀 더 알게 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이 삼각형에 대한 법칙 속에 숨겨진 힘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자.
산에 오르면 정상 부근에서 보게 되는 돌이 있다. 한번쯤 궁금증을 느꼈을 법한데, 이들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것들일까? 이들은 '삼각점'이라 불리는 것으로 전국에 약 2.5~5 킬로미터 간격으로 대부분 화강암으로 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다. 이들은 국가에 의해 관리되는 국가기준점으로, 국토에서 행해지는 모든 측량에서 위치와 높이의 기준이 되는 점들이다. 이 삼각점들은 정밀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져 있는데 그 중에서 등급이 제일 높아 가장 정확하게 측량된 것이 1등삼각점(대삼각본점)이며, 이어 2등삼각점(대삼각보점), 3등삼각점(소삼각1등점), 4등삼각점(소삼각2등점)으로 나뉜다.
삼각점의 실물을 한번 보자(그림6). 화강암의 윗부분에 방위를 나타내는 십자(+) 표시가 있고 그 아래 "삼각점"이라는 말이 써 있으며, 화강암의 밑판에는 "거제 11, 1984 복구"라는 말이 적혀 있다. 여기서 ‘11’이라는 숫자가 이것이 1등삼각점임을 말해주는데, 1등삼각점은 지역 이름(도엽명) 옆에 써 있는 숫자가 11부터 19 사이인 경우에 해당한다. 이 숫자가 2부터 시작하면 2등삼각점, 3, 4부터 시작하면 각각 3, 4등삼각점임을 의미한다.
» (그림 6). 거제11 삼각점. 사진제공/ <거제신문>
그래도 여전히 이 삼각점들이 어떻게 활용된다는 것인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삼각점들을 산 정상과 같이 높은 곳에 두는 이유는 이 곳에서 시야가 좋아지기 때문인데, 삼각점의 위치에 망원경과 깃발을 두고 다른 삼각점들을 향해 측량을 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 7의 삼각점 1, 2, 3을 보자. 삼각점 1과 삼각점 2의 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해 보자. 이 두 삼각점에서 삼각점 3을 향해 각도 A, B를 정확히 측정하면, 앞에서 본 수학 문제의 답안 공식을 이용해 삼각점 1, 2, 3 사이의 거리를 모두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이제 이로부터 알게 된 삼각점 2와 삼각점 3의 거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삼각점 4에 대하여 같은 작업을 반복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림 7)
여기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반복의 과정에서 새로운 삼각점들 사이의 '거리'를 실제로 측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삼각점 1과 삼각점 2의 거리만 알고 있다면, 나머지 삼각점들 사이의 거리는 반복되는 각도의 측정에 의해 결정되어 나아간다. 이러한 삼각형의 성질을 응용한 측량법을 '삼각측량'이라 하는데, 16세기 네덜란드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및 지리학자인 프리시우스(Gemma Frisius, 1508~1555, 메르카토르의 스승이기도 했음)가 개발한 삼각측량법은 측량과 지도 제작에서 큰 혁신이었다. 산 정상에 있는 돌들이 왜 삼각점이라 불리는지는 이제 이해가 갈 것이다.
1910 년 6월 거제도(옥녀봉)과 부산 영도(봉래산)에 삼각점이 설치됐다. 그리고 일본 육지측량부가 대마도에 아리아케산과 미타케에 설치한 두 1등삼각점을 여점(與點, 위치와 높이를 알고 있는 점)으로 하고, 한반도 남단의 두 삼각점을 구점(求點, 위치와 높이를 구하려 하는 점)으로 하는 삼각측량이 실시된다(그림 8). 앞서 본 그림(그림 7)의 삼각점의 이름을 지명으로 바꾸면 이해가 될 것이다.
» (그림 8)
이렇게 대마도에서 거제도와 부산 영도에 이르는 거리가 결정되고, 다시 이들을 시작으로 삼아 한반도에 400여개의 1등삼각점을 설치하여 남쪽에서 북으로 올라가며 전 국토에 걸친 측량이 진행된다. 앞서 본 그림 6의 거제 삼각점은 이런 사연을 간직한 한반도 최초의 1등삼각점이 되는 것이다. 아래의 지도(그림 9)에서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수많은 삼각형들을 바로 일제시대 만들어진 한반도의 삼각망으로 삼각형의 각 점들은 1등삼각점들의 위치를 나타낸다.
» (그림 9)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한반도의 삼각망. 출처/ 김의원, 1987, 韓國國土開發史硏究, 大學圖書, 서울. 한국지도학 발달사, ‘광복 이전의 지도’에서 재인용.
한일합방 이후 일본 조선총독부 임시토지조사국은 토지 수탈과 군사적 이용 등의 다양한 목적을 위해 토지조사와 측량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반도 최초의 근대식 지도가 만들어진다. 일제의 토지조사 사업이 마무리 되면서 엄청난 규모의 토지가 총독부의 소유가 되었다. 지도가 완성되며 이를 바탕으로 갖가지 철도사업, 항만사업, 도로건설, 수리 및 치수 사업이 진행된다. 한반도의 근대 지도는 삼각형과 관련한 이러한 서글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망국의 슬픈 역사는 잠시 접어두고 다시 삼각형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지금까지 한 이야기만으로도 사인이나 탄젠트의 값이 담긴 표가 유용하다는 게 이해될 것이다. 그러면 사인 표와 같은 것들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그리고 이러한 삼각비의 지식은 도대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전했을까? 위에서는 측량 분야의 응용을 살펴보았지만 역사에서 그 시작은 천문학에서 비롯했다. 해와 달과 행성의 위치를 결정하고, 일식과 월식을 예측하고, 천체의 좌표를 결정하는 일에는 삼각형을 푸는 방법과 사인 표가 필요했다. 그리고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삼각법의 주된 사용자는 천문학자들이었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AD 83~168)는 서기 150년 경 로마가 지배하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다. 그의 천문학 책인 <알마게스트>에 담긴 지구 중심의 우주관은 그 이후 중세와 초기 르네상스 때까지 천 년 이상 동안 이슬람 세계와 유럽에서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태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우주관이 받아들여지기 이전까지 하늘의 해와 달, 행성과 별들은 프톨레마이오스가 제시한 천체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천문학의 총결산이었다.
천문학 책인 <알마게스트>가 삼각함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히파르코스(BC 190~120)에서 시작된 삼각법에 대한 연구와 당시까지 이룬 발전상이 이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알마게스트>에는 본질적으로 사인 표라 볼 수 있는 것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사인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삼각비의 사인이 아니라, 원 위의 두 점을 잇는 현의 길이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림 10의 빨간선 BX를 두 점 B와 X를 잇는 현이라 하는데, <알마게스트>에는 반지름의 길이가 60인 원의 둘레를 일정한 간격으로 나눈 점들을 잇는 현의 길이가 기록되어 있다.
» (그림 10) 출처/ 위키피디아
물론 이 길이는 자를 대고 재어서 얻어지는 양이 아니다. 그 옛날에 이러한 현의 길이가 담긴 표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마게스트>에 수록되어 있는 결과를 잠시 살펴보는 게 좋겠다. 아래처럼 사각형이 원에 내접할 때, 두 대각선의 길이의 곱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변의 쌍의 길이의 곱의 합과 같다(그림 11). 즉 이 성립하는데. 이 정리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름이 붙어 있다.
» (그림 11) 출처/ 위키피디아
그리스 기하학의 전통을 따르는 이 정리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인의 덧셈정리 공식을 유도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이 정리가 유용한 이유는 이미 알고 있는 각도에 해당하는 현의 길이에서 다른 각도에 해당하는 현의 길이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하학적으로 표현된 이러한 결과들이 <알마게스트>의 현의 길이가 담긴 표(본질적으로는 사인 표), 더 나아가 다양한 천문학 표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던 것이다. 나중에 등장할 레기오몬타누스의 ‘별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는 사람은 삼각형의 이론을 공부해야 한다’라는 말은 바로 삼각비가 천문학에서 탄생하고 발전되어온 전통을 상징하는 말이다.
로마가 등장하고 그리스의 수학 전통이 유럽에서 끊긴 이후에도 삼각비에 대한 연구는 다른 곳에서 이어졌다. 인도와 이슬람 세계에서 그리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계속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 인도에서 얻어진 가장 큰 발전의 하나는 현의 길이가 아닌 현의 길이의 절반을 사용하는 것이 천문학 계산에 유용함을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현의 길이의 절반이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사인값에 해당한다. 또한 사인에 대한 올바른 정의와 함께 코사인의 개념이 삼각비 목록에 더해졌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그리스와 인도의 업적을 모두 이어받았는데, 8세기에 시작된 그리스의 고전 번역을 통해, 중세 이슬람은 고대 그리스가 남긴 여러 학문의 진정한 계승자가 된다.
금식을 해야 하는 라마단의 시기를 결정하는 일은 중세 이슬람 세계의 천문학자들에게 중요한 과제였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을 계승한 중세 이슬람 세계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를 이슬람어로 번역하고 그 이론의 체계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날마다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시간을 결정하는 문제는 해의 움직임을 이용한 해시계의 제작으로 이어졌고, 이 역시 삼각비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각 지역에서 메카를 향해 정확한 방향을 결정하는 키블라(qibla) 문제 역시 삼각비의 개념을 발전시키는 데 공헌했다. 삼각법을 지리학에 응용한 것은 눈에 띄는 이슬람의 업적이었다.
이슬람 세계에서 최초로 명료하게 등장하는 코탄젠트와 탄젠트의 개념은 실제로 세워지거나 눕혀진 해시계 막대의 그림자 길이에 대한 연구에서 나타났다. 11세기 이슬람 세계의 대학자였던 알 비루니(973~1048)는 그림자 연구에 대한 방대한 저작을 남기기도 했다. 해시계 제작을 목적으로 태양의 고도와 막대와 그림자 사이의 관계를 이해한 데에서 탄젠트와 코탄젠트 함수는 탄생한다(그림 12와 13). 사인과 코사인의 개념이 천문학에서 탄생하고, 탄젠트와 코탄젠트의 개념은 이렇게 천문학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시작되면서, 이들이 모두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되는 데 또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 (그림 12) 누운 그림자, (그림 13) 서 있는 그림자
중세 이슬람 세계에서 이미 삼각법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독자적인 학문 분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앞에서 말한 알 비루니의 경우는 삼각비를 이용하여 지구의 반지름을 계산하는 문제에 도전했는데, 이는 당시의 이슬람 세계가 이미 완벽한 수준의 삼각법 지식을 갖고 있었음을 증명해준다. 지구의 크기를 계산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영국 방송 <비비시(BBC)>의 다큐멘터리 ‘이성의 제국(The Empire of Reason)'에 매우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 그의 측량과 계산 결과는 지구의 반지름을 6339.6 킬로미터로 오늘날 지구 반지름으로 삼는 6367.5 킬로미터와 비교해도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 삼각법의 지식은 이제 하늘의 수학뿐만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수학이 되어가고 있었다.
12세기 이후, 스페인을 중심으로 하여 중세 이슬람 세계의 학문적 성과들이 라틴어로 번역되어 다시 유럽으로 유입되기 시작한다. 애초에 '수학 집대성' 정도의 제목을 가졌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책이 아랍어로는 '가장 위대한 것'을 의미하는 '알마게스트'가 된 이유는 이것이 이슬람 세계를 거쳐왔기 때문이었다. 15세기 독일의 천문학자이자 고전번역가였던 레기오몬타누스(1436~1476)는 <알마게스트>의 내용을 요약하고 그것의 문제점을 서술했던 <알마게스트 개요(Epitome in Ptolemaei Almagestum)>를 출판하는데, 15세기 당시까지도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는 유럽 세계에서 널리 읽혀진 책은 아니었다. 레기오몬타누스의 이 책이 유럽 세계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에 기반한 천문학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책을 읽은 가장 중요한 사람의 한 명이 바로 코페르니쿠스(1473~1543)였다.
레기오몬타누스가 출판했던 삼각법에 관한 중요한 책이 1464년 <모든 종류의 삼각형에 대하여(De Triangulis Omnimodis)>라는 것이었다. 이슬람 세계의 지식에 기반을 둔 이 책은 수학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아랍 세계로 이어진 삼각법의 지식을 서유럽이 독자적으로 발전시킬 준비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또한 정의와 공리, 정리로 이어지는 책의 체계적인 구조는 삼각법을 천문학에서 독립시키고, 향후 서유럽에서 삼각법의 발전 방향을 결정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제자였던 레티쿠스(1514~1574)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담긴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를 출판하도록 설득하고 출판과 관련된 실무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레티쿠스는 또한 삼각함수의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인물인데, 1551년 출판한 삼각법에 대한 그의 책 <삼각형 연구 총서(Canon doctrinae triangulorum)>는 두 가지 점에서 혁신적이고 중요한 것이었다. 하나는 삼각비의 개념을 앞서 정의했던 것과 같이 삼각형의 각도에 대응해 정의했다는 점이었다. 또 하나의 혁신적인 점은 사인, 코사인, 탄젠트, 시컨트, 코탄젠트, 코시컨트 여섯 개의 삼각비가 모두 정의되고 이들의 방대한 표가 수록되었다는 점이었다.
그가 죽은 지 20여년이 지난 1596년에, 1500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삼각법에 대한 책(Opus palatinum de triangulus)이 출판된다. 이 책에서 발견된 계산상의 오류들을 독일의 피티스쿠스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들여 바로잡아 1613년 새롭게 출판하는데, 여기 담긴 삼각비 표는 영국에서 새로운 삼각표를 발간한 1915년이 될 때까지 300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이후 피티스쿠스가 1595년에 <삼각법(Trigonometria: sive de solutione triangulorum tractatus brevis et perspicuus)>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는데, 최초로 삼각법(trigonometry)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순간이었다. 여섯 삼각비들의 이름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이름으로 정착된 것은 좀 더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지만, 삼각형의 길이와 각도의 관계를 풀기 위한 삼각법은 이 시기가 되면 완벽한 수준에 도달하며, 이제 독립적인 분야로 성립된 삼각법의 내용은 중학교의 교과과정에 들어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별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 탄생한 삼각비가 2천 년에 가까운 시간을 거치면서 응용 범위를 넓히고 점차 천문학에서 독립해 삼각법이라는 독자 분야로 성립하는 긴 과정을 살펴보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천문학의 도구로서 삼각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고, 중세 이슬람 세계는 탄젠트, 코탄젠트, 시컨트, 코시컨트의 개념을 삼각비의 목록에 더하며 오랜 동안 천문학의 부속 학문이었던 삼각법을 지리학에도 응용하였다. 그리고 12세기부터 서유럽에 다시 이슬람 세계의 학문적 성과가 전해지며, 16세기에 이르러 우리가 중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동일한 형태의 삼각법이 완성된다.
그렇다면 이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삼각비의 이론이 천문학에서 독립하고 삼각법 체계가 완성되는 16세기 이후, 서유럽 세계는 빠른 변화의 시기로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삼각법도 그에 따른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 천문학에서 독립하며 완성된 삼각비의 개념이 '삼각형에서 독립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사인과 코사인이 삼각비가 아니라 주기함수인 '삼각함수'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사인과 코사인이 삼각비에서 삼각함수로 도약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참고문헌]
1.『한국지도학 발달사』,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 2009.
2. Glen Van Brummelen, The Mathematics of the Heavens and the Earth: The Early History of Trigonometr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9).
3. C. M. Linton, From Eudoxus to Einstein: A History of Mathematical Astronomy, 1st 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4. http://scienceon.hani.co.kr/?mid=media&category=183&document_srl=33926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