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늦은 어느 밤,
지음님과 마포에서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다가
작년 가을에 분천역에서 매듭지었던 외씨버선길 봉화구간은
양파님, 지음님, 들길따라님이
함께 했었는데 지난 여름 울릉도 대체걸음으로 했던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 세평하늘길은
들길따라님이 사정상 빠진 것이 아쉬워 얘기를 나누던 중에
때마침 봉화송이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니 번개로 한번 해보자 했는데
이 번에도 들길따라님은 일정이 맞지 않아 또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고,
매 번 같이 못한 아쉬움을 달래던 빈이님이 친구분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지음님의 차로 이동하는 맞춤형 정원이 완성되었습니다.
작년에 비하여 송이값이 많이 내렸습니다.
양양송이축제때부터 풍작이라고 얘기들이 있었는데
봉화 산에 다니던 분들 말씀으로는 송이가 많이 보이지 않더라는
얘기들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전국 각지에서 오는 송이들이 봉화것과 함께
측제장에 진열이 되었을 겁니다.
상품은 1킬로그램에 70만원이 넘었었는데
올해에는 30만원정도였고 벌레가 먹었거나 갓이 활짝 핀 것은
15만원선에 거래가 되었습니다.
하루 먼저 시골에 내려 와 있던 저는
회원님들을 봉화송이축제장에서 만났습니다.
작년에 비하여는 낮은 가격이라고 하나
우리는 그냥 축제장에 천막친 간이식당으로 들어가
한우송이국밥에 세 편 쯤 들어 있는 송이에 만족하고
동네분들한테 가격이나 품질을 물어보고
다음 날 다시 사든지 하기로 했습니다.
점심후 저녁까지 약간 어중간한 시간은,
물가를 향해 너울거리는 소나무가 즐비하고
매끄럽고 널찍한 바위가 하얗게 눈부시고
하얗고 푸른 냇물이 석천정사앞을 깊고 두껍게 흐르는
봉화명승 석천계곡을 지나 청암정과 충재선생 종택이 자리잡은
금계포란지세 달실마믈(닭실마을)에서 보내고
고향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달실마을에서 느껴보는 가을바람
충재 권벌선생 고택 별채에 청암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연못이 빙 둘러 안은 거북바위위에 멋진 정자입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제게 증조부뻘되는 젊은 할배한테 연락을 드렸습니다.
송이에 대해서도 물어 보고 술도 나눌 겸 초청을 했습니다.
과장이야 있겠지만
요 며칠동안 산을 돌아 다녔는데 송이가 많이 보이지 않더라면서
봉화송이는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송이전문가들이 자기들만 알고 있는 곳이 있고
또 어떤 산은 아예 재배하는 지역이니 입산금지라고 써붙여 놓고
감시도 하니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시골에서 산에 자주 다니더라도
송이를 발견하기는 쉬운 것이 아닌가 봅니다.
할배는 고마움의 표시로
복분자와 직접 딴 송이를 가지고 왔습니다.
최고급 품질은 아니겠지만
"진짜배기" 봉화송이를 맛보는 우리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송이와의 만남에 충격적으로 기뻤습니다.
저도 기억으로는 봉화송이를 처음 맛보는 것입니다.
축제장의 안내문처럼 정말 단단하고 실처럼 길게 찢어지고
솔향이 그윽한 것이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내내
너나 할 것 없이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사실, 제가 전화를 드리던 딱 그 시점에
14대조 망와 선조의 같은 후손인
친척할배는
저희 큰집(아직 추석연휴기간을 포함하여 이 시점까지 찾아 뵙지를 못해서
신경이 쓰이던 곳입니다. 아흔이 넘으신 아지매를 빨리 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에 가려고 하셨답니다.
직접 캔 귀한 송이를 거기에 가지고 가서 저녁상에
올리려 하셨던 거지요.
"절대비밀"을 다짐한 밤이었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오전약수탕에 들러 탄산약수맛 보고
춘양면 외씨버선길로 갔습니다.
달실마을에서 대추에 마음을 뺏긴 빈이님 친구분께
알이 잔 달실마을 대추는 잊으시라고 말씀드렸씁니다.
재작년에 꽃향유님과 양파님이 함께 걸었던 그 길에
손가락 두 개 정도를 합친 크기의 대추가 달았고
호두도 지천이고 굵은 밤도 많이 주울 수 있었으므로
입에 거품을 물고 자신만만하게 말씀을 드렸었는데
자동차로 가다보니 걸었던 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큰소리를 치고 자못 흥분하여 친구분께 바람을 잔뜩 불어 넣었는데
미안하고 많-이 허탈했습니다.
약간 바보가 된 듯한 기분.
지음님이 각화사를 한번 가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태백산사고지옆에 있는 유서깊은 사찰 각화사를 구경하고
찻길을 벗어나 한참을 걸어 경치가 아름다운 "동천"도 가 보았습니다.
오전약수탕 가는 길 민박집은 시세가 이 정도 하네요.
자주 가는 단골 백숙집 여사장님과도 아는 체 인사를 하고
춘양으로 가려고 약수터를 벗어 나는데
식당 사장님이 급히 나를 부르더니
종이컵에 담긴 것을 선물이라고 내밀었습니다.
고구마 삶은 것인가 했습니다.
식지 말라고 위에도 컵으로 감싸서 주시는구나 싶었지요.
가만히 열어보니
"헉!~"
아주 잘 생긴 송이 하나가 들어 있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일행들께 보여 드렸더니 한마음으로 고마워하면서
춘양이나 봉화로 나가서 점심을 먹으려던 여정을 바꾸어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와서 토종닭백숙이나 닭불고기를 먹자고 했습니다.
대추도 못 줍고 밤도 호두도 허탕치고 이 곳 저 곳 다니다보니
춘양면까지 나오게 되었고
그냥 봉화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여기는 춘양면 각화산 각화사
??동천 가는 내옆에 갈대와 억새가 어울려서
참 눈부셨는데, 억새만 환하고 갈대는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네요.
봉화로 나온 우리는
칼국수를 먹을 것인가 손두부를 먹을 것인가로 분분한 의견을 교환하다가
직접 미는 국수가 아니고 사오는 면발이라는 점에서
손두부집을 선택했습니다.
여러 번 갔었어도 닭도리탕과 손두부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묵도 있고 국수도 있었네요. ㅎ
고소한 손두부와 또 뭘 먹었지? 후기를 늦게쓰니 잘 생각이 안 나네요.
'아~~뇌세포는 전혀 되살아 나지 않는 걸까?'
고이 간직했던 약수탕 선물 송이가 자태를 드러 냈습니다.
빈이님과 친구분이 미나리 부추 찌짐을 둘러 냅니다.
젊은 할배한테도 연락을 드렸씁니다.
가만--
우리끼리 송이를 먹눈 중이라 기분 나빠 할 수도 있기에
아주 천천히 기쁨을 오래 누려야 하는데 아쉽게도
할배 오기 전에 후다닥 송이를 먹어 치워야했습니다.
아쉬운 비밀을 또 하나 만들었습니다.
잠시후 할배가 합류하여 맥주잔을 나눴습니다.
아침에 오전약수탕으로 가기 전
망와고택을 지키고 있는 집안동생한테 가서
배도 얻어 먹고 색소폰 연주도 들었던 터라
부침개 먹으러 오라고 동생을 불렀습니다.
어머니께서 서울 큰병원에서 수술받고 정기진료차 다녀 오셨으므로
저녁을 같이 먹는 중이라 좀 있다가 오겠다고 합니다.
할배는 저녁밥을 드신 후라 이내 자리를 뜨셨습니다.
아랫집 동생과 함께 얘기도 나누고 하다가 보니
신문지에 뭘 싸 가지고 온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스카치테이프를 발라서 조심 조심-----
제 귀 가까이서 낮은 소리로 산에 가서 직접 따 온 송이라고 합니다.
호박을 곁들여 소금간만 해서 구워 먹으랍니다.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송이향이 달아나서 안된다고요.
통크게 개봉~~!
약수터에서 받은 송이도 직접 캔 것이지 모르겠습니다.
세들어 사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친척이 아닌 건 확실한데 약수터계곡 청진식당 앞에는
늘 남원댁 아지매가 겨우살이며 약초 등속을 팝니다.
약숫물 많이 마시라고 예전부터 약수터에는 엿을 많이 팔아 왔었고
그 아주머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랑이 약초꾼이라 직접 캔 약초들을 말려서 팔기도 하는데
이 날은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랑하고 같이 송이라고 캐러 간 것인가?
그렇다면 청진식당 여사장이 준 송이도 혹시 남원댁 아지매 신랑이
직접 따 온 거?
그 때의 선물을 떠올리며 글을 쓰는 지금
벌써 많이 희석되었지만 코끝에 감돌고
입안을 맴돌던 은은했던 그 향을
힘주어 기억해 봅니다.
첫댓글 귀한 송이파티를 ~~ 인심 풍년 봉화입니다.
못 본 지가 오래 되었네요. ㅠ
아~~봉화! 또 가고 싶다~
외씨버선길도 팍팍한 옛사람들의 삶을 엿보며 걷는 상상키우기 길이 되지요.
송이향과 식감!
키로에 몇십만원하는 그렇다고 보약도 아닌 값비싼 송이를 왜 사먹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향과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전혀 느껴보지 못해 표현이 불가능한 식감은 찬란한 슬픔의 가을을 기다리게 만듭니다.
크아아~~~
영랑의 모란을 저 멀리 보내 버리는,
슬픈 가을.
바람님의 글은 그냥 그대로 자연일 수밖에.
보이는 것이 봉화산골에 외씨버선 춘양 보부상길이니 그럴만한데
아니 무슨 산골냄새가 이리 진하단 말이냐
아따 심심산천에 송이향기야 어울린다마는
저 사진빨 잘 나오는 총각까지 그 풍경에 끼워주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함께하는 시간과 자리가 많고 잦다보니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나이다. ㅎ
진한 사내의 향이 송이향 닮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속은 또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가요.
깊은 봉화인심이 귀한 송이버섯으로~
지음님이 어찌나 자랑하신던지 송이적금이라도 들어야할지...
한번은 먹어보고 싶네요
돈주고 사먹었다면 그냥 좋았을 건데
본인들이 직접 딴 송이를 나눠 주니까 진짜라는 그 사실이 사실아닌 것 같아서
쪼매ㅡ감격스러웠습니다.
아 그길을 못찾으셨군요.
춘양으로 나오는길 였는대....
저도 못찾을겁니다.ㅎㅎㅎ
그때 호두가 지천였는데....
몇주전에 도심3리에서 오전까지 걸었는데 15키로나 되더라구요.
송이향에 취한 그대들이 행복해보입니다.
아ㅡㅡ그러셨군요.
연락주시잖고요.
춘양에서 분천, 분천에서 승부로
낙동강비경길 따라 걸으면 참 좋은데ㅡㅡㅡㅡ
@바람처럼 체르마트길은 겨울에 한번 걸었어요.춘양에서 분천까지는 몰라요.한번 번개하세요.
춘양에서 분천까지.....
@꽃향유 지음님
들길따라님과 조율해보셔도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