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9시 등교제’ 추진…학생·학부모·교사 엇갈린 반응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교육청도 '초·중·고교 9시 등교제' 추진을 발표하면서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학부모, 학생 등은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다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초등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양모(37·여)씨는 "적극 찬성한다. 여유있게 아침밥도 먹여서 보낼 수 있다"며 "아이도 일찍 일어나서 정신없이 나가는 것보다 좀 더 차분히 준비해서 학교에 가면 학업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초등학교 4학년생인 홍석우(10)군은 "학교가 멀리 떨어진 학생은 빨리 일어날 필요도 없고 아침밥도 천천히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량고 1학년 김민정(17)양도 역시 "아침 먹을 수있는 시간도 늘고 밤에 공부하느라 늦게 자는 애들도 있으니까 잠잘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지 않을까 싶다"며 "하지만 학교가 그만큼 늦게 끝난다면 반대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이같은 조치에 환영의 뜻보다는 우려의 뜻을 먼저 밝혔다.
서울 소재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 정모(30)씨는 "9시 등교제를 추진한다 해서 딱히 달라질 게 있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씨는 "(시교육청은 강제사항이 아니라 권장일 뿐이라는데) 대체 어느 고등학교가 9시 등교를 맞추겠느냐"며 "이미 9시 등교제가 시행되고 있는 경기도에서도 실제 9시 등교를 하고 있는 고등학교는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강제사항이 돼도 문제"라며 "강제사항이 된다 해서 이미 입시에 몰려 있는 학생들이 9시 이전에 공부를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입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반성없이 이런 땜질식 처방을 한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없다"며 "학생들의 건강권을 생각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고교 영어교사 송모(28)씨도 역시 "등교시간을 9시로 늦추는 것은 조삼모사"라며 "등교시간만큼 모든 시간이 늦춰져 밤 12시까지 공부하던 학생들이 새벽 1시까지 하는 것으로 바뀔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 수면 부족의 근본적 원인은 공교육의 질 저하와 입시위주 시스템"이라며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은 치적쌓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당장 입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고등학생도 역시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고3 수험생 김모(18)양은 "진짜로 9시에 등교를 해야 한다면 아침에 집에서라도 모자란 공부를 할 것"이라며 "공부를 해야 하는 애들은 등교가 강제돼도 아침에 일찍 등교하거나 독서실을 찾아 자습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초·중·고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환영의 목소리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맞벌이를 하며 초등학교 1학년생을 키우는 A씨(여)는 "출근시간을 아이에게 맞출 수가 없는데 아이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중학생 학부모 신모(47·여)씨는 "9시 등교로 컴퓨터, 게임 등을 오래하게 될 것 같다"며 "이로 인해 더욱 밤 늦게까지 잠을 안자게 돼 규칙적인 생활을 방해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중3, 고3 등 자녀를 둔 주부 박모(47.여)씨도 역시 "하루일과를 일찍 시작하는게 아이에게도 좋다고 생각해 9시 등교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등교시간이) 30분 늦춰진다고 아침밥을 안 먹던 애들이 먹을 것 같지는 않다"며 "되레 아이들 취침시간만 더 늦춰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