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야, 바로크미술은 1600년경부터 1750년 사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국가에서
발전한 미술 양식이다. 바로크는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이며 이상하고 비논리적인
것에서 나온 괴상하고 과장된 모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해. 아빠가 항상 강조
하듯 부분에 사로잡히지 않고 당대의 '무의식적 동의의 방식' 인 에피스테메를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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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필요하다고 했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당대의 미술은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품이 많다. 주제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나머지 부분은 약하게 보이도록 그렸다고 하지. 그런 점에서 보면 부분을 완벽하게 그려
전체를 볼 때 당연히 훌륭해 보이던 르네상스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지. 화가가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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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자 하는 것을 관람객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거든. 그러다 보니 색채가
화려하고 그림자 효과가 뚜렷하며 붓질이 자유로운 점 등 다소 거칠고 남성적으로
느껴진단다. 대표적인 미술가로 카라바조가 있다. 인간이 원하는 이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의 모습이 그대로 표현된 그의 그림을 보고 당시의 사람들은 화를 냈다고 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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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차한 삶의 모습을 예술에서조차 드러내야 하다니!“ 신의 모습조차도 힘없는 인간을
닮아 있었으니까 말이다 역시 루벤스의 그림에선 균제한 아름다움이 느껴져. 세월이
갈수록 아빠는 고전 그림이 점점 좋아지는 구나. 오늘은 루벤스와 렘브란트에 대해서
양식사적인 이야기는 다소 접어두려고 해. 사실 양식사에 대한 이해는 네 스스로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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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읽어가면서 해부하면서 학습해야 하는 일면이 강하거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회화의 차이만 놓고 보자면 르네상스가 신의 힘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찾으려 했다면
바로크는 종교의 절대적 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세계를 만들어가기를 원했다는 점이다.
예술 또한 종교를 기록하고 찬양하던 역할에서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장식하는 역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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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게 되었던 거지. 그만큼 종교에 메이던 시대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자의식을 갖게 된 것이지. 뒤집어 말하면 일상의 모습들이 예술이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위의 그림은 바로 렘브란트의 명작이라 불리는 '야간 순찰'이란 제목의 그림이다.
아빠가 렘브란트를 좋아하는 것은 그로부터 회화에서는 드디어 빛의 사용에 대한,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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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이루어지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야.
빛에 대한 이해를 한다는 것은 참 중요한 요소다. 모든 만물들이 빛이란 매개를 통해서만
우리의 시각 속에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는 말이고 그것은 드디어 성상과 다양한
마리아 상의 조각뿐만 아니라 신의 시선과 그의 창조물인 빛에 의해 비추어진 모든 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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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신의 은혜 속에 있기에 우리는 그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신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하는 것이었을 거라고 아빠는 믿고 있다. 이 당시 네덜란드는 막 스페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독립국이 되었고 유럽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공화정이란 체계를 만들면서 일반
시민들이 자경단을 만들고 국가를 지키기 시작한 시대다. 바하의 음악에서 진정한 종교개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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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들의 이론이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사람들은 고전이란
이야기를 꺼내면 케케묵은 것. 혹은 보수적인 성향, 혹은 변하지 않는 것이란 편견을 쉽게
가진다. 하지만 고전이란 그 의미 그대로 오랜 세월의 시험을 견뎌내면서 당대의 사람들에게
도전과 새로운 해석을 통한 저항의 방식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아빠는 믿고 있다. 그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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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역사 공부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일 것이다. 자구의 해석에 메이기보다
텍스트의 정신을 아는 것. 현대라는 시간 속에서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철저하게 나를
재발견하게 되는 것. 그 정신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미술사를 배우는 이유
라고 아빠는 다시 한 번 믿고 싶구나. 오늘은 지난 글들을 읽었는데 어제 보낸 네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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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와 오버랩 되면서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생일 축하해요. 음력이라
아직 인 건 알지만 4.14를 모르고 넘긴 적은 없습니다. 생일에 식사하시죠(에스더)“
“딸아, 너도 다 알고 있었구나. ㅋ ㅋ(아빠)” 이제야 말하지만 아빠는 미술에 대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꿈이 있었단다. 조금 창피한데 석고소묘를 아그리파, 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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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면을 했고 연필소묘를 줄리앙과 아리아스를 했다. 그 시절 미술학원도 다녔고.
근데 빛을 계산해 형태를 잡는 것이 지겨워서 포기했지 뭐냐? 그러고 보면 예주는 천재야.
아빠도 예주처럼 애정과 실력을 갖춘 티처를 만났다면 미술을 전공했을 텐데 아쉽구나.
2년 째 세계사를 훓어오던 중, 중세를 막 끝내고 르네상스를 정리하려던 차에 미술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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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욕심이생겼지 뭐냐. 갈길이 먼데 곁 길로 가고 있는 중이다. 아빠가 또 같은 말 한다고
흉보겠지만 미술사를 공부하면 할수록에 너의 퍼포먼스에 대해 아빠는 경악할 지경이다.
너는 1세기에 한 번 태어날가말까한 준비된 미술인이다. 차근차근 다듬고 닦아서 반짝반짝
빛나거라.
2020.4.15.wed.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