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민화위, 주교회의 노동소위 연수
신학생들이 노동과 사회, 민족화해 사목 현장을 다녀왔다.
6월 19일부터 26일까지,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이하 민화위)와 사회사목국이 신학생 실습을 하고, 20-22일에는 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가 전국 노동사목에 관심 있는 신학생들에게 연수도 진행했다.
첫 서울대교구 민화위 연수
한국 사회 가장 큰 한계 상황인 분단, 미래 사목자로서 알아가길
먼저 서울 민화위와 (서울)대신학교 양성소위원회는 서울대교구 신학생 민족화해사목 연수를 처음 열었다. 6학년 29명이 참석했고, 19-23일까지 5일간 강화평화전망대, 임진각 등 강화와 파주, 연천, 철원 지역 순례, 하나원에서 북향민들을 만난 뒤, 강의와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신학생들은 소감을 나누면서, 그동안 막연히 적대하고, 무관심한 대상이었던 북한 사회와 북향민들을 생각하고, 분단 사회에서 살면서 당연시했던 것들을 돌아봤다고 말했다.
“내가 모르고, 관심 없던 곳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노력하는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을 만나면서, 부끄러운 동시에 더는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반성한다.”
“북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관심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서로를 혐오하고 적개심을 갖는 이유는 국가라는 집단 안에 속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차이를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믿으면서 신뢰와 화합을 이뤄야 한다. 북에 대한 혐오를 북향민들의 시선과 삶을 통해 걷어내고, 지속적 이해와 소통으로 신뢰를 구축한다면 언젠가 화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민족의 화해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복음이다. 이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나의 문제도 인식해야겠다고 다짐한다. ”
“너무나 당연했던 분단과 우리가 추구해야 할 평화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들려줘야겠다."
“인간도, 사회 공동체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서로가 자신의 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 없이도 살 수 있다는 무모한 확신이 허영과 경계심, 위협과 불안, 불신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사목 연수에 참여한 신학생 29명. 순례길 위에서. (사진 제공 = 서울 민족화해위원회)
이번 연수를 양성소위와 함께 기획한 정수용 신부(서울대교구 민화위 부위원장)는, “한국 사회의 가장 비복음적 현실이 경제 불평등과 분단이라고 봤다”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사목해야 하는 신학생들에게 분단이 갖는 한계, 비복음성이 무엇인지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정 신부는 교회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 운동을 하고 있고, 교육을 통해서도 분단을 다루고 있지만, 구체적 현장이나 관련한 이들을 만나기는 어렵고, 분단이 빚어내는 미움과 증오 문화를 먼저 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단 영향으로 미움, 편 가르기, 의심 등이 있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사목지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데 기본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주일 실습이 체험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모르고 무심하고, 편 가르기 했던 스스로가 실망스럽기도
19-26일에는 4학년 신학생들이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실습을 했다.
9명이 팀을 나눠, 정의평화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환경사목위원회, 노동사목위원회, 이주사목위원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등 7개 위원회의 사목 현장을 찾았다. 각 현장은 소성리(사드), 낙동강과 영주댐, 내성천(4대강), 안동교구 한울분회(농촌), 삼척(탈석탄), 명동밥집, 장기기증센터, 교정시설과 출소자 쉼터, 이주민 공동체다.
이들은 평가와 나눔 시간에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세상과 자신의 모습을 다시 살피고, 미래 사목자로서 세상 속에서 교회의 역할과 몫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또 한 신학생은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기에 일주일은 너무 짧으니 가능하면 다음번 실습 기간은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사목 실습을 통해 인종차별의 현실을 느꼈다. 나도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혐오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약소국민이라고 해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아파도 쉴 수 없는 현실은 우리의 인식 때문이다. 피부색, 국가의 부, 인종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되고, 그렇지 못했던 스스로에 대해서도 실망스러웠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명동밥집 3일 체험이 모든 실습을 관통하는 것이었다. 모자란 음식을 드리니 죄송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봉사자들에게 감사 표현을 한 것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존재를 미안해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현실이 잘못된 것이고, 인간 존재의 존엄에 관해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연대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그저 인간이기 때문이다.”
“정의평화, 환경, 농촌 사목을 체험하면서, 이 사회는 돈의 논리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시적이고 일부의 이익을 위한 댐들, 농가의 어려움, 석탄화력발전소, 사드 배치, 모두 마찬가지다. 인간뿐 아니라 환경 자체가 소외되고 있는 것을 이 실습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적극 숨어 있는 존재를 찾아야 하고, 사목 현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한울분회에서 포도 농사를 체험하는 신학생.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서울 남부 구치소, 교도소 등을 다니고 (쉼터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재소자들에게는 교도소 안에서 극복할 현실도 있지만, 출소 뒤 살아야 할 미래도 있다. 교회가 이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도와야 하는 동시에 편견과 차별, 혐오와 냉대받지 않도록 그들과 함께 있어 주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
“모르던 세상을 마주했다. 어찌 보면 소외된 약자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 문제에 따른 세상사를 봤다. 인간이 망가뜨린 자연, 그럼에도 살아 있는 자연을 보면서 더 아름다웠던 모습과 망가진 모습을 동시에 봤다. 원래 목적은 사라졌다. 해결할 시점에서 정치적이고 개인 이익에 따라 문제 상황이 유지되고, 피해를 보는 것은 자연과 주민들이다.”
“삼척 거리 미사에서는 부끄럽고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신부님이 성체를 들어 올린 직후, 다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이유를 생각했다. 이 부끄러움은 예수님과 나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와 삶의 구체적 장면들을 보면서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다.”
평가 자리에 참석한 이승현 신부(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일주일간 진행한 실습이 체험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고 찾아보며, 우리의 작은 선택을 통해 희망을 품자고 당부했다.
이 신부는 실습에서 만났던 이들은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본당(성당)에서 만날 수 있는 이들이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보지 않는 것은 불편해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목자로서도 그럴 수 있고, 신자들이 장막을 쳐 주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본당에는 힘든 이들이 없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찾고 보는 연습을 하면 세상을 직시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연수 중 삼척 탈석탄반대 활동에 참여하며 미사를 봉헌하는 신학생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 ‘관심’의 힘 깨닫는 자리
'사제는 노동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
한편 20-22일에는 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 ‘전국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도 진행했다. 이 연수는 전국 신학생 가운데 노동사목에 관심 있는 이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
전국 교구에서 온 20여 명 신학생은 노동 주제로 한 강연과 학교 밖 청소년 관련 단체, 노동건강연대, 이동노동자 합정동 쉼터, 반올림 등 현장 방문하고 아파트 경비 노동자와 만났다.
'노동자는 가난한 사람인가'라는 주제 강의에서 이영훈 신부(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노동자 계급에 무관심했던 교회는 19세기, 교회가 노동자들을 잃어버렸다는 뼈아픈 성찰을 하기에 이르렀다"면서, 이 시대 교회가 무관심으로 또 다른 가난한 이들을 잃는 일을 다시 겪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인간 구원은 모든 이의 모든 것을 구하는 전인 구원이며, 특히 불의한 사회 구조로 가난해진 이들을 우선 선택하는 것은 구원 책무를 지닌 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은 생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 이웃, 공동체를 돌보기 위한 것이며, 인간은 노동을 통해 공동선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노동은 모든 이에게 권리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가톨릭교회가 가르치는 이러한 노동의 의미에 따라, 구원과 공동선,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 노동이라면, 사제 역시 노동자라고도 말했다.
그는 사회교리의 중요한 역할은 “보는 눈을 갖는 것,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것”이라며, “연대의 핵심은 불리한 사회 구조를 타파하는 것이다. 누구와 연대할 것인지 찾는다면, 하느님이 누구를 바라보시는지 그 눈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 조별로 노동 현장을 방문한 뒤, 이영훈 신부가 강의했다. ⓒ정현진 기자
신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노동 문제에 대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찾고 알아갈지 모르는 상태에서 참여했다면서도, 이번 연수에서 만나고, 알게 된 것들을 더 들여다보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있을 노동사목 연수에 더 많은 이가 참여하도록 독려하자는 의견도 나눴다.
“항상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야 한다고 많이 말하지만, 그 구체적인 대상을 알고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오늘 이후로 내가 좀 더 해야 할 것에 대해서, 시민과 호흡하고, 불편함을 호소하기보다는 불편함 안에서 어디에 관심을 두고 귀 기울여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상황이 모두 하느님 피조물과 그 안에서 생겨난 일들이다. 우리는 취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어렵고 고통당하는 이들을 대상화하고,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인격체로서 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수를 마치면서, 이영훈 신부는 “죽음 문화에서 생명 문화로 ‘전복’시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죽어가는 숫자가 700에 이르고, 이 숫자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총량이 정해진 것처럼 채워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숨어 있는 노동, 숨겨진 이들의 죽음에 혜택을 받고 있다. 누구도 죽지 않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가 관심을 한 번 더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