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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친구와 대화하고, 미국 교과서를 보며 공부하고, 가족들과는 파티 의상을 갖춰 입고 핼러윈 축제를 즐기고…. 영어교육 열풍이 영어권 국가들의 문화와 관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데까지 이르면서 문화 사대주의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내 사립초등학교 대부분이 영어몰입교육을 하며 교재로 미국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입시비리가 터진 영훈국제중 역시 홈페이지에서 미국 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자율학교나 자율형사립고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교육부 장관이 검정하거나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점가에서도 미국 교과서·참고서의 판매량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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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과서에 대한 선호는 미국식 영어를 본토 학생들과 똑같이 배운다는 만족감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교과서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기초 실력에 차이가 있는 비영어권 학생들이 일괄적으로 공부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도정일 경희대 교수는 “영어가 우리에게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교과서 제작에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일정 부분 영어 사용국의 교재를 참고할 수 있다”면서도 “수업 자체를 아예 미국 교과서로 한다는 것은 문화주권국에서 교육 주체가 돼야 할 학교나 교사들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유치원 등을 중심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핼러윈 축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도 교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은 문화와 역사를 종합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국내 핼러윈 축제를 반드시 나쁘게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서양의 것을 추종하지 않도록 부모와 사회가 잘 안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교보문고 광화점의 미국교과서 관련 코너에서 학생
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홍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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