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8월 23일 강남역과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의 시위 현장

[Σ§도이치]

8월 23일, 영등포에서 원천봉쇄당한 시위대가 강남역으로 넘어왔다. 지난 주인가에도 100여명 가량이 강남역에서 가두시위를 했던 동영상을 보았지만, 어제는 영등포에서 계획되었던 집회가 원천봉쇄당하면서 약 3~400여명 가량의 시위대가 넘어온 것이다. 이들은 강남역에서 출발해서 강남대로를 몇 번 돌았고, 거기서 다시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로 향했다. 다음은 간략한 토요일의 행보다. 관세청에서 낙오했던 관계로 관세청부터 로데오거리까지 행진로는 참가자들의 증언에 따라 추정한 것이다.

강남역에서 압구정동까지 걸어서 가는 길로는 최악의 코스다. 뒤따라가다가 뒈지는 줄 알았다. 강남구 일대는 대체로 평이하고 언덕들도 그닥 가파르거나 하지는 않지만, 유독 신사동-압구정동-논현동-역삼동을 잇는 선상에 가파른 급경사길이 많다. 교보생명에서 차병원 넘어가는 방향, 힐탑호텔 앞, 서울YMCA앞, 청담동에서 강남구청 올라가는 언덕, 그리고 대치동 롯데백화점인가에서 개포동 넘어가는 언덕 정도인데, 어제 행진 코스에 그 중 2군데를 그것도 반쯤 뛰다시피해서 지나갔다. 노트북과 카메라를 비롯해서 이것저것 짐이 많은 나는 정말이지 솔직한 심정으로 선두 리더를 때려주고 싶었다. 강남역에서 압구정동 가는 최악의 코스를 가면서도 절반은 뛰면서 가다니, 나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죽을 맛이다. (하지만 뒤쳐져서 겨우 겨우 쫓아가는 처지라 언감생심 꿈도 못꿈. 그러다 결국 낙오.) 대략 코스는 저렇고, 시작은 18시 48분 즈음에 깃발 2개가 강남역 사거리로 뛰쳐나가면서 시작되었다.

18시 49분. 잠시 신호등이 바뀌는 틈을 타서 튀어나간 깃발 2개를 뒤따라 강남대로로 뛰어가는 시위대. 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뭐지?"하는 표정으로 뒤돌아보고 있지만, 한 명은 그냥 무관심.

차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대열을 정비했다. 처음에는 약 100 ~ 150여명에 불과했다. 2개 차선 정도를 점거하고 진입하는 차들을 다른 차선으로 유도하는 동안 대열을 갖추고 시위대는 가두 시위를 시작했다.

막 대열을 갖추고 출발하기 직전의 모습. 모두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유독 한 명은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뭔 베짱인지?)

행 진을 시작했다. 박수와 함께 8자 구호를 외쳤으며, 버스 전용 차선 옆에 2개 차선으로 강남역에서 교보타워까지 몇 차례 왕복했다. 그 사이에 뒤늦게 강남역으로 합류한 시위대가 중앙차선 버스정류장의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는 틈을 타서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의 숫자는 대략 400여명 가량으로 늘어났다. 정말 적은 숫자였지만, 경찰은 없었다. 강남역에서 이런 가두시위를 감행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물론 나중에 병력은 늘어났으나 처음에는 순찰차 몇 대가 전부였다. 순찰차에서 내린 한 경찰은 애원조로 몇 시까지 할 거냐고 시위대에 물어보기도 했지만, 행렬 제일 뒤에서 차량 통제를 하던 사람은 "저희도 모릅니다"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강남대로를 행진하는 시위대

(19 시 28분) 강남대로 가두시위를 시작한 지 약 30여분 지났을때,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불안했다. 오늘의 고통스런 취재가 예견되었다. 다행히 이때는 강남대로를 계속 반복해서 오가는 패턴을 알고 CGV즈음에서 강남역으로 갔던 시위대가 다시 돌아오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곧장 CGV를 지나서 우회전했다.

19 시 35분, 교보타워생명 사거리에서 리츠칼튼 호텔 방향의 언덕길로 시위대가 완전히 접어들었다. 사진은 19시 36분 촬영. 아득했다. 이 길은 내가 평소에도 버스 아니면 절대로 피하는 길 중 하나다. 사진 속에서는 걷고 있지만, 중간 중간 이들은 "으ㅤㅆㅑㅤ 으ㅤㅆㅑㅤ"하면서 뛰었다. 대체 왜 뛰냐고. 경찰이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한 목격자는 "그냥 뛰는 게 아니라 도망가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잠 깐 또 뛰더니 다시 걸었다. 계속 반복되는 행태였다. 아예 경찰을 멀찌감치 떨어뜨리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이 사진은 19시 41분에 찍었다. 아직 반도 안올라왔다(제발 이런 길로는 가지 말자고요. 저 죽습니다). 겨우 겨우 언덕 고갯길을 거의 올라갔을 무렵, 잠실로 향한다고 했다. 이 길을 따라 직진하면 봉은사이고, 봉은사에서는 잠실 야구장 지붕이 보인다. 이 인원이 잠실에 도착할때쯤에는 야구 경기도 대충 끝나있을 시점이었다. 그들과 합류할 생각인가보다 싶었다.

이 무렵 경찰은 다른 곳에 있던 살수차와 경찰 병력을 급히 강남으로 보내고 있었다. 살수차는 "6"이란 숫자가 달린 고가사다리형 살수차였으며, 시위대가 리츠칼튼호텔 앞 뭐같은 급경사길로 접어들었을때 강남대로에 전경 버스가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어디로 갈 지 모르고 있었다.

시 위대가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도착하자, 다시 목적지가 바뀌었다. 경복아파트 사거리에서 직진하지 않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무렵 경찰이 정확하게 어디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살수차 1대와 1개 중대 병력이 노보텔 호텔 앞에 있다는 제보가 있었고, 잠실쪽에서는 전경버스 6대, 그러니까 2개 중대 규모가 강남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최소한 3개 중대는 확실한 셈이다. 어느 게시판에서는 이날 동원된 전경이 8개 중대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대략 1,000명 가량이 된다(그 게시물에는 "8개 중대 4,000 ~ 5,000명"이라고 했지만, 이건 부정확하게 과장된 숫자다. 1개 중대가 대략 120명이 안되는데 어떻게 8개 중대가 4천명으로 계산되는가?) 경찰은 시위대가 어디로 향할 지 알 수 없어서 시위대를 따라잡기 위해 방패 등을 들고 뛰어야 했다고 한다. 시위대는 그런 경찰에게 계속 물을 먹였다.

관 세청 앞에서 잠시 물을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시위대를 놓친 나는 낙오병(?)들과 함께 터벅터벅 시위대가 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라고 하지만, 관세청 앞에서 어쨌든 도산공원 쪽으로 내려가는 길밖에는 없다)로 이왕 낙오된 거 천천히 걸어갔다. 취재고 뭐고 나가떨어지기 일보 직전. 역시 간신히 시위대 본대와 함께 걷고 있는 아는 기자 분과 연락하면서 걸어갔다. 걸어가는 중 도산 공원 사거리에서 안세병원으로 향하는 시위대가 보였다. 그리 멀리 낙오된 건 아니었나보다. 그런데 안세병원 사거리로 향하던 시위대가 갑자기 골목으로 들어갔다. 신사역 방면으로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시위대는 압구정역 방면으로 사라졌다. 낙오자들 중 한 명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더니 압구정역에서 합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 때 전경 2개 중대 정도가 관세청에서 필자와 맞은 편 인도로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시위대를 잡기 위해 졸라게 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지만, 내가 본 그들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압구정동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신사역 방향으로 계속 걸어갔다. 그걸 봐선 신사역 방면에 경찰이 없었던 것 같지만, 확실하지는 않고 확실한 건 또 한 번 물 먹었다는 점. 아뭏튼 낙오자 일행들은 골목을 따라 압구정역으로 향했다. 압구정역에서 한 대의 경찰 승합버스를 보았는데, 그들은 차에서 내린 지 5분도 안되어 도로 승합차에 올라타고는 갤러리아 백화점 쪽으로 향했다. 일행 중 한 명이갤러리아 백화점 앞으로 모이라는 연락을 받았고, 압구정역에서 갤러리아까지 또 걸어갈 엄두는 안나서 택시를 탔다. 이때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앞에서는 전경 버스 6대 정도와 살수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성수대교 사거리에도 기동대가 도심에서 하던 식으로 방패를 세우고 경계 중이었지만, 지휘관들도 시위대 행보를 몰라서 당혹스러워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시위대를 취재하겠다는 사람도 낙오되어 그들이 어디 있는지 몰라 헤메고 있던 판국이니).

나 중에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서 시위대를 따라잡았을때 아는 사람으로부터 소망교회 앞에서 일제히 해산하여 개별 행동으로 로데오거리로 왔다고 한다. 그때 마침 경찰이 해산 경고 방송을 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는데, 그들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일제히 해산하고 흩어져서 뻘쭘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해산이 먼저이고, 소망교회 앞에서 해산 경고를 하려고 왔던 경찰이 내가 압구정역에서 본 그 경찰 승합차였는지도 모르겠다. 눈 앞에서 일제히 깃발도 내리고 해산을 해버렸으니 경찰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하기사 8월 23일은 계속 시위대가 경찰을 물먹인 날이었다.

압 구정동에 도착한 것은 아마 20시 4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도착 직후 사진을 안찍어놨더니 잘 모르겠다. 시위대들은 깃발도 내리고 인도변에 흩어져 앉아 약 3~40 분 정도 쉬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것같았다. 하지만 토요일 저녁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라 워낙 사람이 많아 손수건과 마스크 아니면 시위대인지 시민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 이 사진은 21시 15분에 찍은 것으로 대충 사람들이 도착하자 다시 깃발을 세우고 대열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이후 더 이상 가투는 하지 않고 로데오 거리 안에서 홍보전을 전개한다고 했다.

21 시 17분, 대열이 갖춰지자 다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시작했다. 로데오 거리에 놀러왔거나 쇼핑하러온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적어도 내가 본 범위안에서는 없었다. 강남대로에서도 그랬고, 이곳에서도 의외로 이런 시위에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은 별로 못보았다. 2명 정도 보았고, 어떤 중년 남성은 이게 무슨 주제로 하는 시위냐고 시위대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얼굴 표정에서는 호의도, 동조의 모습도, 적대심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궁금했고,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다는 것만 얼굴에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이 대열을 갖추기 전부터 경찰은 몇 개 중대가 로데오 거리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위대의 위치를 파악한 것이다.

21시 17분, 뒤쪽에서 사람들 반응이 웅성거렸다. 뒤를 돌아보자 경찰들이 시위대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뛰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말 빨랐다. 순식간에 전 병력이 "빡세게"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를 향해 무섭게 달렸다.

하 지만 좀 안스러운 광경. 왼쪽에 보이는 지휘관은 모자가 벗겨질 것 같아 급히 모자를 잡고 있고, 그 옆에서 파란색 색소물을 살수하던 기동대원은 자기가 뿌린 색소물이 자기 얼굴로 뿌려졌는지 얼굴을 있는대로 찡그리고 있다. 이날 기동대들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들 얼굴에 파란색 색소물을 잔뜩 묻힌 친구들이 몇 있었다. 잘 안닦이던데.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급히 옆으로 물러서야 했다. 안그랬으면 충돌나서 대형 사고 났을지도. (내 카메라, 내 노트북..... )

한 3개 중대 정도였던 것 같다. 그들은 방패를 들고 계속 뛰었다.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가 생겨난 이후 처음 생긴 일일 것이다. 경찰은 해산 경고 방송도 없었다. 시위대가 출발하고 경찰이 뒤따르자 시위대는 빠르게 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걸 본 경찰이 다급했는지 일단 달리고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엄연히 집시법에 해산 경고를 한 이후에 진압하도록 되어 있건만 이들은 집시법을 어겼다. 법질서 준수를 강조하던 이들이 스스로 법을 어긴 것이다. 이날 현장에도 어김없이 초록색 조끼를 착용한 인권연석회의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상황을 6mm 카메라 등으로 기록해갔다. 하지만 이후에 어떤 조치가 취해질 것인지는 모르겠다.

로데오거리 3거리에서 왼쪽 골목이다. 시위대는 사방으로 흩어져 시민들과 뒤섞였고, 경찰은 이곳에서 대열을 정비했다. 예비군 2명이 연행되었다. 놀란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와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커피빈 2층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전에도 이런 광경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주 변은 아수라장이었다. 경찰의 뒤를 따라 뒤늦게 이 골목으로 들어온 나는 몇몇 여자들이 옷에 파란색 물을 왜 뿌리냐고 거칠게 경찰에게 항의하는 것을 보았다. 단연코 그들은 아니다. 이미 색소물대포에 맞아본 시위대는 결코 그런 항의하지 않는다. 다들 숨거나 잽싸게 주변 옷가게 가서 옷을 사서 갈아입기 바쁘다. 실제로 어떤 남자 시위대도 자신의 옷에 파란색 색소물이 묻었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옷을 사러 사라졌다. 하지만 옷과 가방에 색소물을 왜뿌리냐고 항의하는 사람은 시위대가 아니다. 그들은 옷에 색소물이 묻은 사람은 연행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자기 옷이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렇게 거칠게 물을 왜 쏘냐고 항의하지. 경찰은 달리면서 사람에게만 색소물을 살포한 것이 아니었다.

이 차도 온통 파란색 물 투성이다. 도로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가 시위를 할 리 없쟎은가? 인도쪽을 향해 닥치는 대로 살수했다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 평소 도심에서 했던 것처럼 일단 뿌려놓고 닥치는 대로 잡아갈 생각이었을까? 하지만 이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추격전을 구경하다가 옷에 파란 물이 묻은 사람들은 오히려 시위대보다 더 격한 고성으로 경찰에 항의했고, 세탁비와 택시비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적쟎이 당황했던 모양이다. 도심에서라면 무조건 연행했을때는 이번에는 항의를 무시하면서 로데오거리를 빠져나갔다. 경향신문 기사를 보니 한 남자는 경찰이 방패로 차를 찍어서 훼손되었다며 배상을 요구했다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자동차가 어떻게 시위를 했다는 거길래 방패로 차를 찍었는 지 모르겠다.

21시 50분, 경찰이 로데오거리를 빠져나가자 시위대가 다시 집결했다. 시위대가 다시 집결하자 경찰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이번에는 강남경찰서 경비과장이 확성기를 들고 나타났다.

마이크를 쥐고 있는 경비과장은 2번의 해산경고 방송을 했다. 이미 진압부대는 경비과장 바로 뒤에 바짝 붙어서 명령을 기다렸고, 채증조도 채증을 시작했다.

21시 58분, 2차 진압이 시작되었다. 어김없이 휴대용 살수기를 등에 멘 이 두 명이 선두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는 쏜 것 같지는 않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그리고 그들 뒤에서 진압부대와 지휘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행자가 나왔다.

22시 00분, GS25 근처로 기억한다. 한 명을 경찰이 연행하려던 순간이다. 이 사람을 경찰이 연행하려 하자 몇 명이 달려들어 되려 빼내려 했고, 그 와중에 소동이 일었다.

기자들도 달려왔고, 직업 경찰관과 의경 4명 정도가 달라붙어 이 사람을 연행하려 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달라붙어 되려 그 사람을 빼내려 하자 뒤쪽에서 다른 의경들이 달려왔다.

역시 22시 00분, 다른 의경들이 지원하기 위해 달려왔다. 그런데 여기서 웃긴 상황이 벌어졌다.

여 자 머리 앞에 보이는 경찰관이 처음에 파란색 셔츠를 입은 남자를 연행하려 했뎐 경찰관이다. 팔을 뻗은 것으로 보아 남자를 붙잡은 시민의 손을 뿌리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뒤쪽으로 기동대원들이 몰려왔는데, 중간에 낀 카메라를 한 손에 높이 든 SLR클럽 소속 시민기자의 자태가 웬지 심상치 않다.

그 렇다. 지원을 온 것 까찌는 좋은데, 달려오던 관성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시위대를 연행하려던 경찰관까지 그냥 밀어붙인 것이다. 그 1파를 제일 먼저 느낀 것이 SLR클럽의 시민기자였던 것이다. 이제 덮치기 일보 직전의 순간이다. 중간에 (땀을 삘삘거리며 흘리는) 경찰관이 앞에 상황을 깨닫고 뭐라고 외치지만 (아마 "멈춰! 멈춰!" 라고 했을 것이다), 뒤쪽에서 계속 달려오는 애들과 그리고 그 관성으로 멈추지 못하는 것이다. 앞쪽에 깔린 경찰관도 죽을 맛이었을테고, 중간에 낀 SLR클럽 시민기자는 역시 몸은 다치더라도 카메라는 보호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카메라를 높이 쳐들고 있다. 나도 저 상황되니 신경쓰이는 건 카메라 뿐이더라는.

............... 결국 그들은 이렇게 되었다. SLR클럽 시민기자는 팔만 뻗어서 "몸은 다쳐도 카메라만은!"이라고 외치는 것 같다. 제일 아래에는 연행될뻔했던 시위대가 깔려 있다. 자칫했으면 큰 사고 날뻔했다.

그 렇게 경찰은 늘 하던 식으로 시민들을 방패로 땅을 두들려 위협하며  넓이가 얼마되지도 않는 인도로 사람들을 밀어붙였다. 시위대 한 명을 연행하려던 장소다. 내가 보기에 시위대보다 압구정동에 잠시 외출나온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그 중에서도 중장년층들이 경찰의 행동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며 강남경찰서 경비과장을 포함한 경찰에게 격렬히 항의했다. 하지만 경찰도 만만치 않게 대꾸했다. 초저녁부터 강남대로 가두 시위 이후 계속 시위대 행방을 놓쳐 번번히 당한데다가 일반 전의경들도 진압장비 챙겨서 시위대 행진 루트와 비슷하게 계속 뛰었던 상태라 독이 올랐던 모양이다.

상 황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경찰에 항의하고 나섰다. 사실 이 날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출동한 경찰은 도심에서와 달리 상당히 시위 진압 양태는 얌전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 거리에 있던 시민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안되는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도심에서 토끼몰이식 진압에 익숙한 시위대가 이런 정도 가지고 항의하지는 않는다. 2차 진압 이후 시위대는 얌전히 있고, 그냥 압구정동에 나와 있던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판국이었다.

22 시 05분, 이제 항의모드. 앞에 베낭을 맨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분이 엄청나게 화가 나서 옆을 보이고 있는 강남서 경비과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고, 경비과장은 앞에서 계속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를 신경질적으로 카메라를 치기까지 하며 (비록 그 순간은 촬영을 못했지만) 짜증을 내고 있었다. 강남경찰서 창설 이래 유수의 사태인데다가 오늘 계속 허탕을 쳤던 것에 스트레스를 적쟎이 받은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취재 카메라를 손으로 쳐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저 카메라맨의 소속은 모르겠다.

여 전히 중년 남성들을 비롯해서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강남서 경비과장은 항의하는 시민들에 둘러싸여 난처해 했다. 계속되는 항의에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던지 그는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의 등을 향해 한 중년 아주머니가 계속 뭐라고 외치며 격렬히 항의했지만 경비과장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 와중에도 경찰의 채증은 계속되었고, 한 의경은 시민들에게 욕을 하는 것도 보았다. 오른쪽 사진에서 모자이크처리된 의경이 그 주인공이다. 욕설을 직접 들은 시민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등을 외치지만 조금도 수그러드는 기색이 없었다.

상황 정리 후 다시 빠져나가는 경찰들이다.

그들의 뒷모습.

22시 06분, 빠져나가는 경찰들을 향해 여전히 사람들은 항의를 했다. 그러자 한 의경이 덤빌 듯 인도로 걸어갔고, 다른 의경들이 항급히 그를 막았다. 오른쪽에 손을 뻗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과 붙은 것이다.

로 데오 거리 분위기는 과히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 문제에 관심이 전혀 없어 보였던 사람들까지 경찰의 행동에 항의를 하니 경찰로서도 저으기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물론 항의하는 사람들 중에는 시위대였던 사람들도 섞여 있었겠지만.

22시 10분, 스타벅스가 있는 쪽까지 물러나서 대열을 정비했다.

22 시 10분, 휴대용 살수기를 점검하는 모습이다. 급조된 것인듯 여러가지 형태가 있었는데 이것은 잠수부들이 쓰는 산소통처럼 생겼다. 이들이 점검하는 이유가 쏘기 위해 점검하는 건지, 아니면 이제 더 쓸일없으니 호스와 연결부위를 잠그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스타벅스 2층에서 경찰 쪽을 쳐다보는 사람들. 보기 드문 구경거리이기도 하고, 경찰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 사람들일 것 같다.

10 분 정도 대치 아닌 대치가 끝나고 압구정동의 시위대는 해산하고 개별 행동으로 다시 강남역으로 모였다. 거기서 일부는 정리집회로 해산한다고 했지만, 그것에 반발한 일부 시위대는 다시 인도를 중심으로 시위를 벌였다. 압구정동에 있던 경찰은 다시 강남역으로 집결했고, 강남역 골목 주변에는 서초경찰서 소속 형사대 차량들이 몇 대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강남역에 남아 있던 시위대도 새벽 2~3시경에는 모두 해산했고, 이곳에서 더 이상 연행자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아침에 명동성당 계단에서 촛불을 들고 있던 시민들 중 12명 정도가 집으로 가려다가 채증자료 등을 들이미는 경찰에 강제 연행되었다. 죄목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집시법은 현장에서 체포가 규정아니었던가? 무슨 죄목인지 당최 모르겠다.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서 1차 진압이 끝나고 나서 경찰이 물러났을때, 한쪽에서는 경찰의 이런 모습에 적쟎이 놀란 사람들을 상대로 "경찰이 늘 이렇습니다. 여러분은 믿지 못하시겠지만, 아무런 폭력 행사도 하지 않는 시위대를 향해 저들은 저렇게 폭력을 행사합니다"라며 연설 아닌 연설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걸 듣고 있던 소위 된장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정말 처음으로 이런 모습을 본 것이었다.

이쪽 동네에 놀러오는 젊은 층은 개인주의 성 향이 강하다. 이기주의와 달리 개인주의는 나에게 피해만 안주면 남이 무슨 짓을 하든 개의치않는다. 그리고 개인주의는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 당연한 기본이다. 가두시위때문에 차가 막히면 그걸 욕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 이날 시위대는 로데오 거리에 들어섰지만, 지나가는 사람의 통행을 막지도 않았고, 그들을 되려 공격하며 동참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거면 충분하다. 데모가 하고 싶으면 해라, 우리는 술마시러 갈거다. 그런 모습들이었다.

물론 로데오 거리에 있었던 사람이 다들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거나 촛불을 지지해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고, 환상이다.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한다면 다양성이란 측면, 개인주의라는 부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들을 경멸하거나 해서도 안될 일이다.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그들이 한수위다. 적어도 이 난리를 겪었으면서도 시위대를 욕하는 사람은 내가 오고 간 범위 안에서는 보지 못했다. 자신들이 여기서 술마시고 쇼핑할 권리가 있는 만큼, 시위대도 집회/시위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 뿐이다.서로 그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보는 사람 중에 자기 주장이 옳으니 무조건 자기 주장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마인드를 표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동네는 다르다. "네가 데모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해라. 하지만 내 갈 길은 막지 마라" 그런 마인드다. 이날 피해를 입힌 사람들은 경찰이었다. 경찰은 휴대용 분무기로 파란색 색소물을 쏴서 놀러온 사람들의 옷을 더럽혔다. "시위진압을 하는 건 내 알 바 아닌데, 내 옷에 왜 파란색 물을 묻혀서 더럽히고 지랄이야?" 딱 이 부분이다. 이날 파란색물을 묻혔다고 경찰에 세탁비, 택시비 등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경찰이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시위대가 아니라 경찰에 항의하는 것이다.

[서정이]

아래서 8번쨰 모자이크 한 넘 그넘이 시위대한테 열라 욕하더라는.. 그리고 아래서 3번째 노란줄 견은 따지고 들더라는... - -; 동영상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