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이야기(2)/靑石 전성훈
셋째 날(12/27), 아침 식사는 호텔 뷔페이다. 평소 맛볼 수 없는 음식에 눈길이 간다. 베이컨과 계란, 올리브와 두꺼운 치즈에 빵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고 쌀국수를 맛본다.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와 차오프라야강에서 호텔전용 거룻배를 타고 건너편 ICON SIAM으로 간다. 백화점 실내 아이들 놀이기구를 구경하고 옥상에서 커피 한 잔 마신다. 마침 SIAM대학교 2023년도 졸업식이 열리고 있어 상당히 많은 사람이 북적인다. 한낮이 되니 햇볕도 따가워지고 기온이 32도까지 오른다. 호텔수영장에서 물놀이에 빠진 손녀를 따라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지만, 수영할 줄 몰라서 그냥 물속을 거닐며 손녀를 바라본다. 물이 차갑게 느껴지는데 아이들은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여기저기 엄마와 아빠를 찾는 우리나라 아이 목소리도 들린다. 외국인 틈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그야말로 당당한 모습이다. 저녁에 수상 버스를 타고 ICON SIAM으로 건너가 지하 음식 코너에서 식사한다. 강을 오가는 수상 버스는 꼬리에 깃발을 달고 다닌다. 어느 선착장에 멈추는가에 따라서 연두색, 노란색, 오렌지색, 붉은색 등 다양한 깃발을 꽂는다. 오렌지색 깃발을 꽂은 배는 모든 선착장에 서는 완행이다. 새해맞이 행사로 Thailand Count Down 2024라는 커다란 간판을 세워놓고, 다양한 조명시설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볼거리가 휘황찬란하게 빛나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환한 불빛을 밝히며 강을 오가는 배들의 모습과 강 건너 시내 야경을 한동안 바라본다.
넷째 날(12/28), 샹그릴라 호텔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하여 곧바로 예약한 밴 운전기사를 만나 KHAO KHEW 야외 동물원으로 향한다. 호텔에서 동물원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가는데 우리가 가는 방향은 출근길임에도 막히지 않고 잘 달리는데, 맞은편 길에는 도로 공사를 하여 3차선이 1차선으로 좁아진 탓에 교통 체증이 극심하다.
야외 동물원에 도착하여 골프 카트를 빌려 타고 장소를 이동하며 구경한다. 동물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하는 곳으로 과일과 풀과 냉동 고기를 사서 동물에게 먹인다. 펭귄, 기린, 하마, 코끼리, 사자, 호랑이 등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한 손녀는 들뜬 기분으로 신이 난다. 사자와 호랑이를 제외하고는 겁 없는 손녀가 동물을 직접 만져 보기도 한다. 한낮 기온이 34도 되는 뙤약볕 아래에서 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넓은 동물원 우리를 찾아 돌아다닌다.
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파타야로 갔다. 파타야까지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파타야 ‘터미널21’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호텔 방에 들어서니 더블 침대 시트에 호텔에서 준비한 생일 카드가 보였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외국에서 맞이하는 생일을 앞두고 정성 어린 카드를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이런 이벤트를 준비한 딸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방에 짐을 두고 ‘터미널21’ 호텔에 연결된 백화점 안 한국음식점에서 돼지고기 모둠 구이와 된장찌개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주문하였다. 소줏값이 대략 8천이었다. 맛있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서 쉬다가 손녀를 따라서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기자기한 물놀이 기구가 준비된 호텔수영장은 아이들 천국이다. 세모의 힐링 여행에서 손녀가 가장 즐겁고 신난 모습이다. 그야말로 구김살이 전혀 없다. 그런 손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느긋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서 시집과 수필집을 읽기도 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기를 하기도 한다. 저녁에 테라스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황홀한 낙조의 아름다움에 홀라당 정신을 빼앗겨 넋을 잃는다. (2024년 1월)
첫댓글 여행 하시면서 글로 기록하시느라 바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