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며
확신하듯 맹목적으로 믿는 것 하나가 있었다.
다름 아니라
우리들 각자에게는
반드시 실현하고 이루어내야 할 신화가 하나씩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타인이 믿어주든 말든
비판하거나 무시하거나 이해하거나 상관없이
나는 그것을 수행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이고 실존의 가치이며
모든 기쁨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 .
< 제주 금능 해수욕장의 겨울 >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한다.
같은 반에
반벙어리 여자 아이가 있었다.
작은 키에 동글동글한 얼굴
그 한가운데에 찍힌 까맣고 커다란 눈동자가
정말 사슴처럼 유순해 보이는 아이였다.
그러나 그 아이가 입을 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곤 했었다.
'어버.. 어버버.... '
채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이
안타까움처럼 덧없이 흩어져버렸다.
그 아이는
열심히 무언가를 말하지만
우리는 그 말을 결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 아이의 눈에 순간 스치던 그 무엇...... .
지금 생각해보니
말로.. 언어로.. 스스로의 마음을 드러낼 수 없던
답답한 가슴의 눈빛이 아니었나 싶다.
< 영월 섭다리 >
그 후
오래도록
그 아이의 눈빛과 안타까움을 잊고 살았다.
"언어는 성스러운 침묵에 기초한다."
어느 수행자의 저 말을 전해들은 뒤에야
젊은날 할 말이 많던 나는 비로소 입을 닫기 시작했고
제법 나이가 들어서는 더더욱 입을 무겁게 해주었다.
침묵이 희귀해진 시대
침묵에 대해 말하는 문장들을 읽다 문득 밖을 내다보면
꽃잎 날리는 가벼운 바람과 그 나무 위에 내리는 엷은 빗방울
그리고 그렁그렁한 눈빛의 그 아이를 자주 떠올리곤 한다.
아무리 침묵을 강요해도
이제 사람들은 침묵이 주는 여러 잇점들을 믿지 못한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에게
현명한 말을 들이붓는 것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말이다.
잊지 말자.
말이 많다는 것은
결코 무거운 짐을 더는 것과는 다르다.
그 많은 말을 쏟아내도
여전히 앙금과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기억하건데
말한 것을 후회한 적은 있어도
침묵한 것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한 히포크라테스는
침묵이 주는 잇점을 이렇게 강변하지 않았던가.
"침묵은 불필요한 호기심과 그로인해 파생되는
각 존재의 간섭에 대한 목마름을 막아줄 뿐 아니라
스스로 불쾌감과 고통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물론.. 자칫 폐쇄적일수도 있는 침묵이란
뿌리 깊은 숨기에의 강박과 태생적인 도피 본능일수도 있다.
하지만 침묵과 숨기가 도피가 아니라 열정이라는 걸 가르쳐 준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
'M. 프루스트'
이 세기를 뛰어넘는 대작가인 프루스트
그의 침실은 유명하다.
서른 다섯이 되던 해
그는 스노비즘의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침실 안으로 숨어들었다.
네 벽을 코르크로 도배하고 커튼을 세 겹으로 만들어
세상의 소음과 빛을 완벽히 차단한 밀폐된 침실은
이후 무려 14년의 남은 생 동안
그의 유일한 세계가 되었다.
그는 자주 자신을 노아로
자신의 작업실을 노아의 방주로 비유했다.
하지만 프루스트의 노아는 성경 속의 노아가 아니었다.
마침내 대홍수가 지나간 세상에서 비둘기가 풀잎을 물고 돌아왔을 때.
하느님의 신실한 종 노아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서 기뻐한다.
그러나 프루스트의 노아는 오히려 이렇게 한탄한다.
비둘기가 풀잎을 물고 돌아왔을 때 노아는 한없이 슬펐다라고....
이제는 행복했던 방주를 떠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할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노아는 방주를 버리고 세상으로 돌아갔지만
프루스트는 죽을 때까지 방주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프루스트의 노아는 방주 안으로 더 깊이 숨었다.
처음에는 살롱으로 외출도 하고 여름에는 휴가도 떠났지만
말년의 몇 년 동안 프루스트는 자신의 침실을 결코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 방주 안에서
이 시대 최고의 역작 '잃어버린 시간'을 창조해 냈다.
깊은 가시에 찔리지 않으면 짙은 향기를 맡을 수 없듯
바람직한 삶을 위한 기다림이라면
나는 언제까지나 영혼의 상처까지도 감내할 것이다.
치부로 가득 찬 인간들이
침묵의 금기를 깨고
하이에나처럼 물어 뜯는다하더라도 말이다.
< 2010년 11월 다원에서.... >
< Somewhere over the Rainbow - Eva Cassidy >
'에바 케시디'
그 이름만으로도 눈물겨운 뮤지션이다.
밤새 들어도 질리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그녀의 노래..... .
천국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있을 그녀에게
늦었지만 안식의 영광을 전한다.
Thank you.. Eva. (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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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초롱
마음을 닫고 살면
스스로는 편한다 안위할지 모르지만
사실 불편해지는 일들이 더 많죠.
그걸.. 인정하기 싫거나
납득할 수 없거나
혹은 그냥 부정하는 것 뿐이겠죠.
자기 전에 잠시 들어왔습니다.
일찍 출장 가야는데.. 잠이 올지 모르겠네요. ^^;;
좋은 꿈 꾸시구여.
내일도 행복 가득하시길요. ^^/
세상 모든 만물이 숨죽은듯이 조용합니다
이시간에 나혼자만이 이리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네요
어찌 밖에 자동차 소리도 없이
정말 쥐죽은듯 ~~~
주말 잘보내셧겠죠 !
전 주말 도 어제도 동동거림으로 보냈지요 ..
바쁨은 좋은것
혈기가 왕성하다라는거라는데
전 지침이랍니다
물론 건강상으로도 ..
들려지는 음악이
제목으로 올려져 있기에
음악만 인가 ??
하고 들어와보니
여전 폴 님의 글이 가지런히 ...
이젠 저도 쉼하러갈겁니다
젤 무거운 눈까플이
저도 조용하니 함께 하자고 하는군요 ~
코코 편히 주무세요 ,
절헌.. 이른 시간에 다녀가셨군요. ^^
새벽.. 어스름한 푸른빛과 적막한 고요
무한대로 좋아합니다.
살곰살곰 걷는 새벽 산책도 좋구여. ^^
외국의 도시들에선
쉬 상상할 수도 없고
실행하기도 어려운 즐거운 걸음걸이랄까요. ^^
늦은 시간에 들어와 인사 드립니다.
행복한 꿈 꾸시며 푸욱 주무세여 스완님.
댓긓 고마워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