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나라는 건국 초기로 시국이 아직 불안하고 일이 많습니다. 종교도 나라가 있고 난 위의 일입니다. 선생님께서도 건국을 위하여 힘을 써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내 비록 능력은 없으나 원불교를 통하여 나라 일에 전력하고 있습니다. 귀하는 또 다시 건국 사업에 힘쓰라 하니 그 어떠한 말씀인지요?"
"정당에도 참여하시고 민족 운동도 일으켜 주십시오."
"가령 집을 짓는 데에도 주춧돌과 기둥과 들보가 각각 책임이 있습니다. 모두 그 있는 자리에서 서로 힘을 합하지 아니하면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나라를 건국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와 교화와 생산이 각각 서로 다른 책이 있어서 그 맡은 바 직장에서 서로 힘을 합하지 아니하면 능히 나라를 건설하지 못합니다. 정치가는 무슨 방법으로든지 그 정치를 잘 하는 데에 주력하고, 종교가는 무슨 방법으로든지 그 국민을 교화하는 데에 주력하고, 생산가는 무슨 방법으로든지 그 생산을 잘 하는 데에 주력하여, 그 합력으로써 한 가지 나라를 건설하여야 합니다. 귀하의 말씀 같이 지금은 시국이 아직 불안한지라 건국 공사에 인심선도가 제일 급선무인즉 정치 당국에서 먼저 각 교회를 살피어 시국에 도움이 될 교회에 힘을 밀어주어 교화 사업을 더욱 추진케 하는 것이 건국에 좋은 길이 아닐까 합니다. 원불교도 창립한 시일이 오래지 아니하여 아직 많은 대중을 포섭하지는 못하였으나 해방 직후의 구호 사업을 비롯하여 무슨 방면으로든지 인심을 선도하는 데에 많은 내조를 하고 있는 줄로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 귀교에서는 내조만 하고 사람을 직접 내세우지는 아니할 예정이십니까."
"출가 수행자인 전무출신은 기위 교단 일에 전임하고 있으니 일신양역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재가 교도는 얼마든지 능히 정치에 출신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장차 세상에는 종교의 교화를 잘 받은 사람이라야 능히 훌륭한 정치가가 될 줄로 생각 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