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과 함께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오라!
알맹이만 파는 가게 베네인
툿찌포교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 이정희 로제 수녀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는 쓰레기 없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실천하는 생활태도입니다. 즉, 쓰레기가 될 만한 것을
거절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물건을 버리지 않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여, 썩혀서 퇴비로 만들어 쓰레기 제로의 가능
성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베네안에서는 센터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가정과 직장, 학교 등 실생활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교육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들을 안내
합니다. 제로웨이스트 숍이며 카페인 베네인에는 다른 매장에서는 흔하지만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비닐과 플라스틱, 종이 타월과 선물 포장지 등입니다. 플라스틱 칫솔을 대신할 수 있는 대나무 칫솔, 플라스틱 튜브에
든 치약 대신 고체 치약을 안내하며,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아크릴 수세미 대신에 천연
수세미를 제안합니다. 세제와 곡물도 필요한 만큼 용기에 담아 가는 '리필 스테이션'으로 운영하며 제품들은 가급적
국산 제품, 그중에서도 지역 제품을 공급합니다. 또 동성로에서 가장 많은 쓰레기인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지참하는 손님에게는 할인을, 깜빡 잊고 텀블러를 가져오지 않은 분들에게는 준비된 용기를 빌려드리는
텀블러 벵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획의 취지를 반가워하며 다음에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겠다는 약속
을 하는 분들 덕분에 반납된 텀블러를 씻고 소독하고 정리하는 수고로움도 기쁘게 할 있습니다. 더불어 세면대의 종이
타월 박스를 치우고 깨끗하게 삶아 소독된 개인용 손수건을 준비합니다. 물론 쉽지않은 일이지만 "베네인에 있는 화장
실용 손수건을 보고 반성하고 물티슈 대신에 어디든 손수건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는 손님의 후기에 신나게 매일
아침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7명의 수녀가 사는 베네인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한 번도 배출하지 않았습니다.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남김 없이 먹고, 요리하면서 나오는 찌꺼기와 과일 껍질을 퇴비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동네에서 흔하게 보이는
스티로품 박스를 주워서 미생물과 함께 잘 발효시켜 숙성된 거름으로 화단과 정원에 농약과 약품 대신 천연 비료로
사용했습니다. 배추도 심고 부추도 심어서 김치를 담아먹고 지난봄 '지구의 날'에는 베네인을 찾은 손님들에게 천연
거름으로 만든 모종을 선물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로 만드는 거름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나, 자주 쓰는 생필품이 왜 과대 포장과 재활용할 수 없는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싸여있을까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정말 바뀌는 게 가능할까요? 네! 우리의 소비문화가 바뀔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베네인
에서는 시민들에게 벌크 제품(포장재 없이 알맹이만 판매)을 소개하고, 일상에서 낭비하지 않도록 꼭 필요한 만큼
덜어서 살 수 있는 리필제품을 안재하며,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면서 소비한 자원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매장에는 한번 쓰고 버리는 포장지 대신 깨끗하게 정리된 제사용 쇼핑 가방과 알록달록 예쁜 그림
의 철 지난 달력과 잡지를 봉투로 만들어 비치해 둡니다. 그래서 베네인에는 익숙하게 이필 스테이션에서 식품이나
제품을 얻어가기 위해 용기를 들고 오는 어린이 손님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보석처럼 쌓여 있습니다.
대구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