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김치)
날 참 프그지야
(프그지야는 전라도 방언 포근하다는 뜻)
오늘 어매 집
김장 준비하는 날이라는
오매의 말을듣고
집에 도착한 나를 보고
오매 말 첫마디였지요
마당에 차를 주차한 나는
도저히
이해할수없는 광경에
말을 잇지못하고
차에 싣고 온
과일 상자와 고기를 내리면서
간을 재운
배춧 그릇을 바라보며
오매를 흘겨보았지요
금방
간을 해 놓은 배추들은
삼투압 작용으로
물을 밖으로 빼내고있었죠
배추 위에 눌러놓은
물그릇 무게에 못이겨
줄줄 물을 그릇 밖으로
흘려보내고 있었지요
오매는
아무 말없는 나를 보고
야 동내 마을 사람들이
삽시간에 간을 해 주어
금방 끝내고
얼마 전 집으로 갔단다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단다
그도 그럴것이
1000리터 그릇 세개에
엄청난 배추를 간해 놓았지요
구순 노모 오매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않아
오매
무슨 김치를 이렇게
많이 담는데요
누구 줄사람
따로 있는가요?
오매한테 말씀 드렸자나요
우리집은 김치 담궜다고요
여기 가지고 왔어요
에미가 오매 드시라고
보낸 김치 맛 보셔요
오매는
느그나 먹지 뭘라고
나 헌티까지 보냈다냐
저렇게 지 많이 담는디...
오매 묻는디요
우리집은 지 담았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혔자니요
큰손주 꺼정 담갔다고
야!
그리도 일년에 한번 담는
지
식구들 모두에게
나눠주어 같이 먹어야지
그게 식구구 가족 아니냐
해년마다
니는
내가 지 담는 꼴
보지 않는다고
느그집서 담아 먹는디
니가 내꼴 보기 싢은 것 처럼
나도 그 꼴 보기싢단다
이제 그러지 말고
여그서
담가 가지고 가서 먹어라
오매
정말로 우리
지
담궜단 말이요
난 엄청난 크기의
그릇안에 있는
배추를 바라보면서
오매 말을 이어받았지요
구순 노모 슬하에
새끼 일곱
모두에게 나눠 주려면
이정도는 있어야 한단다
아니 그럼
이 많은 지를
누가 담가준데요?
걱정 허지 말거라
누구 오매
누구 오매
누구 애비
누구 애비
동내 사람들 모두 와
담가 줄틴게
니 내 걱정 허지 말거라 하면서
토방 위에서
무우를 다듬으며
날 보지도 않고
순식간에 말해버려
나는 할 말을 잃었지요
당신
새끼 며느리 손자 이름은
한명도 들어가 있지 않했지요
모두
남 이름이었어요
오매
참 용하네요
얼매나
평소에 그들에게 잘 했으먼
자식들보다 며느리보다
오매를 생각하는
갸륵한 공경심에
내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지요
오매 보세요
이웃에 사는 남의 자식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친 자식보다 낫자나요
그런디 뭘라고
이 힘든 저 많은
지를
담궈
자식 나눠주려 허셔요
자식 아무 필요 없어요
오매 아파
병원 입원허먼
한번 찾아보지
두번 오지 않는게
자식이라구요 알았어요?
야!
워찌 입이서
그런 말 나온디야
니도 자식나서
키워보고 있는디
워디 그러디야
야 너는 어찌
니 자식들 한테
무엇무엇하고 그러냐?
야!
부모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식 생각하는 맘은
더하면 더했지
못허지 않은게
그렇게 알어
참 니 줄라고
무우 뽑아서
푸대에 담아 놨응게
가져가 먹어라
갯땅 무시가 맛이 좋아
젤로 큰 놈으로
젤 많이 담아 놨응게
가져가라며
힘에 부치는지
땅바닥에 질질 끌고
내 차 옆으로 가지고 왔지요
오매!
우리 창고에
무시밭 장사하는 형이
서너상자 줬응게
그것으로 충분해요
다른 동생이나 주어요
오매는
무시 포대를 내동댕이치며
야 이눔아
나 죽으먼
주고 싶어도 못주어
가져다 먹으라 허먼
곱게 그럴것이지라며
주름살 안에 숨어 사는
눈동자에 이슬이 맺혔지요
니가 아무리 지를
니 집에서 담었어도
그려서 지 담는디
오지 않해도
택배로 지 보낼테니까
그리 알어
올해 죽을지
내년에 죽을지
모를 낭께
이 에미 속
그만 불로 지져라
이눔아
오매의 이 말에
마음이 저리고 아팠죠
양쪽 무릎 관절
수술을 했어도
여전히 불편한
오매의 다리
앞절뚝 뒤절뚝
이리저리 다니는
울 오매
무슨 할일이 그리 많은지
진 종일
집 안을 오가며
일거리 찾는
우리 오매
그러쇼
당신 움직이는
그 한 순간까지
새끼들 위해 움직이다가
승천하시면
그보다 더한 죽음 복
어디있것소
오매 오매 우리 오매
부디부디
남은 일 오래하다
죽음 복이 남긴
그길따라
구름처럼 거품처럼
편히 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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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매
새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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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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