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의 구성 및 구도를 보면 상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봄으로써 탁자에 사각이 생기면서 전체적인 화면구성에서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그런가 하면 소재를 멀찍이 바라보는 형태의 구도 또한 일반성에서 벗어나있다. 소재자체에만 집중되는 시선을 그 주변으로까지 넓히게 되면서 소재자체 뿐만아니라그 주변의 정황을 함께 본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소재의 구성, 즉 배치에서도 다른 시각을 가지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소재 자체야 새로운 것이 없고 장식적인 효과가 높은 아름다운 소재들이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보면 꽃과 과일을 중심으로 실내에서 쓰이는 생활집기, 즉 찻잔이나 주전자가 단골로 등장한다. 그러나 소재를 화면중심에 모아놓지 않고 분산시키는 배치방식으로 시각적인 긴장을 높힘으로써 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동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작 의도는 색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정물화의 경우 전체적으로 밝고 화사하며 밝은빛이 화면에 가득하다. 그러기에 색채이미지가 밝아지는 것은 당연하며 소재에서 꽃과 과일을 중심으로 하다보니 전체적인 색채이미지는 짐짓 화려하다. 순색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까닭이다. 유채물감이 가지고 있는 색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고해서 순색이 반드시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색채배열 방식에 따라 순색의 사용은 아주 천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경우에는 그저 순색이 지닌 맑고 깨끗한 이미지만을 보여주는데 능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