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으로 지키는 건강 (14)노인 우울과 치매
노인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유발 방치하면 치매로까지 이어져 주의
혈관성 치매는 재활로 치료 가능 인지장애 땐 어혈 다스리면 도움
기상 직후 고치법으로 침샘 자극 고인 침 삼키면 치매예방에 좋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구 노령화 속도가 빠른 국가다. 이때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대두하는 질병이 치매다. 치매는 치료가 잘 안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이 병에 걸리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근데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모두 치매일까?
먼저 치매라는 질환에 대해서 알아보자. 치매로 진단을 내리려면 일단 인지능력이 그 사람의 평상시 능력보다 현저히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지기능이란 기억력·지남력(시간·장소·상황·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주의력·언어능력·운동능력·감각능력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이를 간단하게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대상자에게 “1분 동안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을 말해보세요”라고 질문해 13개 이상 말할 수 있는지 확인해본다. 그러나 이건 말 그대로 간단하게 알아보는 방법이며, 일반적으로는 보다 복잡한 검사를 한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대상자와 같은 나이대·성별·학력군의 평균과 비교한다. 비교 결과가 예측되는 범위를 벗어나면 치매에 가깝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치매에 가깝게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치료가 잘 안되는 치매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노인성 치매라고 알려진 ‘알츠하이머 치매’와 중풍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친 상태인 ‘혈관성 치매’ 가운데, 알츠하이머 치매는 치료가 잘 안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 또한 최소한 진행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혈관성 치매는 치료를 통해서 어느 정도 호전될 수 있다. 가령 중풍에 걸려 팔다리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이 물리치료와 재활훈련을 통해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경막하출혈이나 경막외 출혈로 수술을 받고서 생기는 인지장애는 뇌의 실질적인 세포에까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의학에서 말하는 어혈을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도 가능하다.
아울러 치매까지는 아니지만 인지기능이 정상보다 떨어지는 경도인지장애는 혼자서 청소·빨래·식사·장보기 등 일반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양방에서 표준치료법이 없다. 한의학에서는 예전부터 ‘건망’이라고 해서 치료 대상으로 삼았던 질환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건 전부 인지장애의 정도 차이에 따른 설명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인지능력 저하를 보이지만, 인지장애가 아닌 때도 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노인 우울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인인구층이 증가하게 됐다. 예전처럼 자녀와 같이 살지 않으면서, 노부부끼리 혹은 배우자 사망 후 혼자 사는 홀몸어르신이 늘고 있다. 하루 종일 대화 상대 없이 지내는 사람도 많다. 특히 배우자나 가까운 친구가 사망하는 일을 겪고 나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우울은 단지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우울해지면 의욕이 떨어지면서 행동도 느려질 뿐만 아니라 생각의 속도도 느려지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지기능 저하를 가져온다. 이때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인지기능 저하 현상만으로 이를 치매로 판단하게 되면, 우울이라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실제 치매로 진행될 수도 있다. 노인 우울을 적절한 치료 없이 3~4년 내버려두면 실제 치매로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치매예방을 위해선 3가지를 금하고 3가지를 권한다. 3가지 금하는 것의 첫번째는 음주, 두번째는 흡연, 세번째는 머리를 다치는 것이다. 음주·흡연이 다 뇌건강에 안 좋기 때문이고, 머리에 외상을 입으면 당장은 별다른 영향이 없더라도 나중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3가지 권하는 것의 첫번째는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두번째는 부지런히 책이나 신문을 읽고 글쓰기, 세번째는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적인 노화를 방지하고, 지속적으로 두뇌에 자극을 줄 수 있게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몸에 좋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라는 의미다.
한의학에서는 인지장애 예방을 위해 고치법(叩齒法)을 권한다. 고치법은 아침에 일어나서 자세를 단정히 하고 앉아 치아를 위아래로 가볍게 부딪치는 방법이다. 이런 자극으로 침샘에서 침이 나오면 이 침을 삼키는 것이다. 침 자체의 성분에 항노화작용이 있어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한약재로는 원지를 쓴다. 원지는 수험생들에게 좋다고 알려진 총명탕의 주재료로, 한의학에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기억력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원지를 끓인 물은 점막에 약간의 아린 자극을 줘 차로 마시기에 불편한 사람도 있다. 이럴 땐 원지를 감초 달인 물에 하룻밤 정도 담가놓았다가 그늘에서 말리면 자극이 없어진다. 그렇게 한 다음에 차로 끓여 마시면 좋다.
정선용 교수는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아동의 틱, 청장년의 우울·불안, 중년의 화병, 노년의 치매·경도인지장애의 진료와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