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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훈모 시장과 문제의 금전거래 사이에 무엇이 확인됐는가”
- 5월 캠프 관계자 압수수색 이후 넉 달 만에 시장실까지 수사 확대
- 캠프 관계자 금전거래 의혹에서 시장실 강제수사까지 … ‘연관성’과 ‘관여’는 구분해야
[한국매일경제신문=이백형기자] 손훈모 순천시장의 지방선거 후보 시절 불거진 정치자금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전남경찰이 지난 23일 순천시청 시장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직 시장의 집무실을 대상으로 경찰의 강제수사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파장은 작지 않다. 더욱이 지난 5월 손 시장의 선거캠프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약 넉 달 만에 강제수사의 범위가 시장실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향후 경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시장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경찰이 지난 수개월 동안 무엇을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손 시장과 문제의 금전거래 사이에 어떤 객관적인 연결고리를 확보했느냐는 점이다.
압수수색이 있었다는 사실과 손 시장의 범죄 관여가 확인됐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캠프 관계자를 둘러싼 금전거래 의혹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당시 후보였던 손 시장이 해당 거래의 존재와 성격을 알고 지시하거나 승인·관여했다는 것 역시 별개의 문제다.
결국 이 둘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해석이나 추측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사건은 어디에서 시작됐나
이번 사건의 출발점부터 다시 짚어보자.
손 시장의 후보자 시절 선거캠프 관계자가 사업가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정치자금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언론에 보도된 녹음파일에는 사업가가 손 시장 측 인사에게 ‘5개’, ‘10개’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련 의혹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5월 13일에는 손 시장 선거캠프 관계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당시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실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행위가 있었는지와 함께 손 시장과의 연관성·개입 여부 등을 수사해왔다.
그리고 약 넉 달이 지난 9월 23일, 경찰의 강제수사는 순천시청 시장실 등으로 확대됐다. 경찰은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의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현 단계에서 시장실 압수수색이라는 사실만으로 손 시장의 정치자금 관련 혐의가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여기서 주목하는 부분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수사 과정이다. 지난 넉 달 동안 경찰은 무엇을 새롭게 확인했는가. 캠프 관계자를 대상으로 시작된 강제수사가 현직 시장의 집무실까지 확대됐다면 그 과정에서 어떤 수사상 필요성이 있었는지, 손 시장과 문제의 금전거래 사이에 새로운 정황이나 자료가 확보됐는지가 향후 사건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 캠프 관계자의 금전거래와 후보자의 관여는 구분해야
이번 사건을 바라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캠프 관계자의 행위와 후보자의 행위를 하나로 묶어 판단하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가 누군가와 금전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당시 후보였던 손 시장이 해당 거래를 지시하거나 승인했다고 결론낼 수는 없다. 결국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할 것은 손 시장의 구체적인 인식과 행위다.
손 시장이 해당 금전거래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면 그 돈이 어떤 성격의 자금인지까지 인식하고 있었는지, 금전 수수를 지시하거나 승인한 사실이 있는지, 해당 자금이 실제 선거와 관련해 사용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손 시장이 관여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는지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손 시장은 의혹이 불거진 후보 시절부터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최종적으로 밝혀야 할 것은 ‘캠프 관계자였다’는 정치적 관계 그 자체가 아니라 손 시장과 문제의 금전거래 사이에 실제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느냐는 사실관계다.
■ ‘측근’이라는 단어와 형사책임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정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흔하게 등장하는 표현이 ‘측근’ 또는 ‘캠프 관계자’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과 형사법상 책임을 함께 부담한다는 것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공동정범 여부 역시 단순한 친분이나 같은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는 사정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범행에 대한 공동의 의사와 역할, 실행 과정에서의 관여 등은 개별 사건의 증거를 토대로 판단돼야 한다.
따라서 ‘그 사람이 손훈모 후보의 캠프 관계자였다’는 사실과 ‘손훈모 후보가 그 사람의 금전거래를 알고 지시하거나 함께 관여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 사이에는 상당한 증명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그 간격을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역할이다.
■ 시간과 장소가 겹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거 과정에서는 후보자를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이 움직인다. 캠프 관계자가 후보자를 만나고 함께 식사하거나 선거운동을 돕는 것은 물론, 후보 주변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 역시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인물이 후보자와 같은 장소에 있었다거나 비슷한 시간대에 움직였다는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해당 인물의 모든 행위를 후보자의 행위로 볼 수는 없다.
물론 시간과 장소, 접촉 관계는 다른 증거와 결합할 경우 수사상 의미 있는 정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범죄에 대한 인식이나 관여가 곧바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 함께 있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알고 어떤 행위에 관여했느냐’다.
손 시장과 관련된 계좌 흐름이 있는지, 문제의 금전거래와 관련된 문자메시지나 통화내용이 존재하는지, 구체적인 지시 또는 승인 정황이 있는지, 돈의 전달이나 사용과 관련된 객관적인 진술과 자료가 존재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의 실체 역시 결국 이런 증거를 통해 가려질 문제다.
■ 경찰은 지금까지 무엇이 확인됐나
경찰은 지난 23일 오전 순천시청 시장실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의 구체적인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모두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명확하다.
손 시장이 문제의 금전을 직접 수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는지, 손 시장이 누군가에게 금전 수수를 지시하거나 승인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됐는지, 해당 금전의 존재와 성격을 손 시장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자료가 있는지, 문제의 자금이 실제 선거와 관련해 사용됐고 손 시장이 그 과정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개된 보도만으로는 이러한 핵심적인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확인되지 않는다. 경찰은 지난 5월 캠프 관계자 등에 대한 첫 강제수사 이후 실제 정치자금이 오갔는지와 손 시장의 연관성·개입 여부 등을 수사해왔다. 그렇다면 적어도 현재 단계에서 어느 한쪽의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사건을 바라볼 수는 없다.
■ 압수수색은 수사의 과정이지 ‘유죄 판결문’이 아니다
‘시장실 압수수색’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현직 시장의 집무실에 경찰 수사관들이 들어가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민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압수수색이라는 수사 절차와 실제 혐의 입증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토대로 수사기관이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 강제수사 절차다. 압수수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곧 혐의가 입증됐거나 유죄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욱이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경찰이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확보했으며, 해당 자료가 손 시장과 문제의 금전거래를 어떻게 연결하는지는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시장실 압수수색’, ‘캠프 관계자의 금전거래 의혹’, ‘손훈모 시장’이라는 세 가지 사실을 단순히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손 시장의 직접 관여가 이미 확인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 5월에서 9월까지 넉 달 … 그 사이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주목하는 대목은 시간의 흐름이다. 경찰은 지난 5월 13일 캠프 관계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약 넉 달이 지난 9월 23일 순천시청 시장실 등에 대한 추가 강제수사에 나섰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지난 넉 달 동안 새로운 증거가 확보된 것인지, 캠프 관계자의 금전거래와 손 시장 사이를 연결하는 새로운 정황이 발견된 것인지, 시장실에서 확보해야 할 자료가 새롭게 특정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수사의 연장선에서 필요한 통상적인 강제수사 절차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경찰이 구체적인 압수수색 사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만큼 역시 어느 한쪽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향후 경찰의 수사 결과와 설명이 더욱 중요하다.
■ 추석 직전 9월 23일 … 압수수색 시점도 남은 질문
압수수색이 이뤄진 시점 역시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경찰이 시장실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9월 23일로, 추석을 앞둔 시점이었다.
명절을 앞두고 현직 시장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진 만큼 지역사회에 상당한 파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시점만을 근거로 경찰이 정치적인 목적이나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압수수색 날짜를 선택했다고 판단할 근거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 5월 첫 강제수사 이후 약 넉 달 동안 수사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왜 9월 23일 시장실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 필요했는지는 취재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질문으로 남는다.
영장 발부와 집행 일정에 따른 통상적인 수사 절차였는지, 아니면 바로 그 시점에 시장실에서 확보해야 할 자료가 있었던 것인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 [진단] ‘압수수색’이라는 장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의 증거다
시장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의 관여를 미리 단정해서도 안 되고, 캠프 관계자에게 금전거래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후보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해서도 안 된다.
반대로 손 시장이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지금 단계에서 미리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 그래서 어느 한쪽의 정치적 결론이 아니라 증거를 묻고자 한다. 누가 돈을 주고받았는지, 그 돈은 어떤 성격이었는지, 어디에 사용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손훈모 당시 후보가 해당 거래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돈의 성격까지 인식하고 있었는지, 지시나 승인이 있었는지, 실제 자금의 전달이나 사용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할 계좌 내역과 통화·메시지, 관련자 진술 등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압수수색을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증거로 확인됐느냐’에 있다.
■ 결론 … 그래서 손훈모 시장의 어떤 행위가 확인됐는가
경찰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언론 역시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사실처럼 확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캠프 관계자에게 제기된 의혹과 당시 후보였던 손 시장 개인의 형사책임 사이에는 반드시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손훈모 시장의 어떤 구체적인 행위가 확인됐는가. 직접적인 금전 수수인지, 해당 거래에 대한 사전 인지인지, 지시 또는 승인인지, 선거 관련 자금의 사용에 대한 관여인지, 아니면 아직 이러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 단계인지가 분명해져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기 전까지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정치적 결론이 아니다. 확인된 사실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다.
손 시장에게 책임이 있다면 객관적인 증거와 수사 결과에 따라 밝혀져야 한다. 반대로 관여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캠프 관계자의 행위와 손 시장 개인의 책임 역시 명확하게 구분돼야 한다.
압수수색은 수사의 한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그 자료가 누구의 어떤 행위를 입증하는지가 결국 중요하다. 수사는 의혹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결론은 증거로 내려져야 한다.
순천시민에게 필요한 것도 어느 한쪽의 정치적 주장이나 성급한 추측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이다. 한국매일경제신문은 향후 경찰 수사 결과와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계속 확인해 나갈 예정이다.
이백형 koreamk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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